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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이가라시 미키오. 김신회 옮김. ​ [완독 43 / 에세이]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이가라시 미키오. 김신회 옮김. 놀출판사. 쌓여가는 업무와 두껍고 깊이 있는 책의 무게에 짓눌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을 때 무심결에 펼친 이 책은 위로 그 자체였다. 이제 더 이상 가벼운 에세이에 깊게 공감하지도 않고, 출간되자마자 찾아볼 열정도 없지만 그런데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건 역자 김신회 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작년 봄과 여름 사이,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2017)을 읽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불과했던 보노보노와 나의 닮음을 큰 언니의 목소리와 토닥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귀엽고 가볍고 산뜻한 이 책은 간단한 50여 가지의 질문을 보노보노 캐릭터들이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출근길 우연히 펼친 어느 장..
[책 추천] 나의 카프카 ​​ [완독 42/ 인문] 나의 카프카. 막스 브로트. 편영수 옮김. 솔출판사. 책 읽는 행위를 즐기지만, 고전은 두려운 존재였다. 어릴 적 읽었던 ‘데미안’은 우리말이지만 읽어낼 수 없어 좌절하게 했고, 그 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고전은 지난해 말 읽었던 카프카의 ‘변신’이 유일하다. 심오하고 오묘했지만 ‘나 같은 초보자도 읽을 수 있다’라는 용기 같은 게 생겼고, 그때 생긴 카프카에 관한 관심으로 무겁고 두꺼운 이 책에 관심 두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두께에 비교해 무겁거나 거창하지 않았다. 번역체 특유의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가 거의 없기에 두께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다면 ‘카프카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 안에 사랑이 없다면, 바..
[일상] 괴리 ​ 괴리 재미있지도 않은 말을 내뱉으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나를 반성한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가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말 한마디 잘하지 못해서 관계를 자꾸 어그러트린다. 늘 신경 쓰고 정신 차리려 노력하는데 가끔 그런 실수를 반복한다. 소심한 주제에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어 자꾸 불쑥 솟아오르는 튀는 말, 아니 카톡 대화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와 서로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그런 공간에서 지나치게 돋보이려는 행동은 나란 존재를 더욱 세상과 동떨어지게 만든다. 그럴수록 함께하기 어렵다는 괴리감도 들고.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 고치지도 못하고. 한없이 자상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외로운 아이. 자꾸 나이는 먹는데 나잇값을 못하는 안타까운 중생. 오늘도 또 한 ..
[일상] 사기꾼 ​ 사기꾼 업무 능력이 뛰어나 ‘보이는’ 사람은 대략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다. 남에게 사기를 쳐서 해를 입힐 정도로 과한 사기꾼이라기보다 자신의 업무나 배경 등을 과장하여 적당히 과시하는 정도, 그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나, 이만큼 잘 하고 있어’를 누군가에게 항상 어필하고 있는 사람들. 드러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마냥 재수 없고 시시하게 느껴지던 그 사람들이 요즘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그런 과시를 가진 사람들은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이며, 대체로 돈을 쉽게 벌고, 돈을 다룰 줄 안다. 아니, 그보다는 돈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룰 줄 아는 것 같다.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에서 “네가 무얼 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우리 모두가..
[일상] 커피 한 잔 ​ 오늘의 커피 : 빈브라더스 벨벳 화이트 아이돌 레드벨벳을 알고있기 때문인지, 하얀 신부 드레스 모습을 가진 빈브라더스의 시그니처 원두 벨벳 화이트를 화이트 벨벳으로 기억하다가 다시 찾아보니 벨벳 화이트. 벨벳 화이트나 화이트 벨벳이나, 자꾸 반복하니까 헷갈린다. 그거나 그거나. 라테와 어울리는 향과 맛이라던데, 적당한 아메리카노도 괜찮았다. 한동안 몸의 기운이 마비되어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각성제로만 이용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냉동실에 있던 원두를 꺼내어 쓱쓱 갈았다. 이 아이를 11월 초에 사 왔으니 벌써 반년 전이다. 반년 만에 세상에 나온 빈브라더스의 원두는 예전에도 느꼈지만 보통 알고 있는 크기에 비교해 작고 밝은 갈색을 띤다. 원두의 모양과 색이 맛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더 ..
[책 리뷰] 조세 피난처 ​ [완독 41 / 인문학] 조세 피난처. 시가 사쿠라. 김효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세금은 공평한가?’, ‘세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자금 세탁, 조세 회피, 탈세, 테러 자금 관여 등 검은돈이 거쳐 가는 조세 피난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부자들이 검은돈 세탁을 위해 스위스의 은행을 이용한다’ 정도로 알고 있던 조세 피난처는 ‘세금이 없는 국가나 지역’ 혹은 ‘세금이 거의 없는 국가나 지역’을 가리킨다. 완벽한 비밀은 없다. 개인 부유층 대상의 자산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프라이빗 은행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는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한 사원이 고객 명부를 빼내 독일의 연방정보국에 팔아넘긴 일(80)도 있고, 완벽하게 근면하고 철두철미한 준법정신을 지니고 있을 ..
[일상] 적당히 ​ ​ 적당히 오랜만에 대학 2학년 시절 한학기를 함께 보낸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자유로운 영혼이던 그 선배는 쓸쓸하고 우울한, 우수에 잠긴 표정으로 도덕 선생님 같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했으니 우리보다 4학번이 높았던 선배의 눈에 우리가 얼마나 아이 같았을까, 선배가 우리에게 조언하던 말투, 그걸 놀리던 동기의 말투, 함께한 순간은 짧았지만, 행복하고 재미있던 시절의 기억이다. 세월이 지나며 나이가 든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부쩍 나이 드는 것을 몸과 마음이 거부하고 있다. 자꾸 실수하고 놓치고 깜박하고. 적당히 하자. 기억이든 일이든 스트레스든 그게 뭐든 적당히
[책 추천] 고전의 시선. 송혁기. 와이즈베리. ​ [완독 40 / 인문] 고전의 시선. 송혁기. 와이즈베리. 고전의 시선은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다. 고려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송혁기는 한문 고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오늘의 언어로 나누는 영역으로 글쓰기를 확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송혁기의 책상물림’이라는 제목으로 3년째 칼럼 연재를 했던 글을 묶어 ‘고전의 시선’이 탄생했다. (책 소개 참고) 우리 문학과 역사에 대해 알고 싶지만, 한자 무식자인 내가 직접 읽어낼 수는 없으니 이런 연구물이 나오면 정말 반갑다. 특히 상세한 설명과 붙임 말이 더해져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책, 시를 읽듯 언제든 가볍게 한 두 장씩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 요즘 유행하는 고전 한정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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