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업무 능력이 뛰어나 ‘보이는’ 사람은 대략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다. 남에게 사기를 쳐서 해를 입힐 정도로 과한 사기꾼이라기보다 자신의 업무나 배경 등을 과장하여 적당히 과시하는 정도, 그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나, 이만큼 잘 하고 있어’를 누군가에게 항상 어필하고 있는 사람들.
드러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마냥 재수 없고 시시하게 느껴지던 그 사람들이 요즘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그런 과시를 가진 사람들은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이며, 대체로 돈을 쉽게 벌고, 돈을 다룰 줄 안다. 아니, 그보다는 돈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룰 줄 아는 것 같다.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에서 “네가 무얼 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해”라는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나는 상당히 은둔자답게 생각을 하고, 생활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일이 한가지 정답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지인의 말에 내가 살아온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 헛산 건가.
그나마 나에게도 과시욕이 있는데, SNS로 읽은 책을 죄다 사진 찍어 올리는 것이다. 순간순간 기억하고 곱씹으려 사진을 찍던 그 행동이 너무 과한가 싶어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 지인들과 연결되지 않도록 관리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자기만족으로 거의 매일 책 읽는 사진을 올리지만 어쩌면 지적 허영을 드러내고 싶은 내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그조차도 사람들과 연결된 사생활이 드러나는 개인 계정에서 자랑했어야 했나,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니 이 정도로….
무언가로부터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때면 일의 진행이 순조롭게 흐르지 않는다. 업무도 인간관계도 생활도. 오늘이 금요일이라 천만다행이다. 주말 동안 재충전하여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면서 정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