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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6 / 가정. 요리] 오! 스파이스 카레. 미즈노 진스케. 정미은 옮김. 심플라이프. (2018)

최근에 본 요리책 중 최고!
요리에 소질이 없는, 워킹맘이던 어머니께서 내게 가장 많이 해주셨던 음식은 카레와 김치찌개였다.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나는 내가 카레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자랐다. 많이 먹어봤던 음식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실제로 맛있기도 했다. 다 커서 카레 전문 음식점에서 먹는 카레는 엄마의 카레와는 달랐다. ‘커리’라고 불리던 카레는 비슷한 듯 완전 달랐다. 엄마표 카레는 3분 요리 같았는데, 사 먹는 커리는 수제 버거 같았다.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들른 대형마트에서 기념품으로 살만한 물품을 찾다가 카레 몇 개를 집어 들었다. 3분 요리 같은 인스턴트 카레였는데, 집으로 가져와 먹어보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던 엄마표 카레, 3분 요리 카레와는 전혀 달랐다. 강황이 들어간 건 분명한데, 맛도 향도 알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었고, 흡사 ‘커리’와 닮아있었다. 대체 어떤 음식이 카레인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오! 스파이스 카레’는 카레 덕후 저자가 인도에서 살며 몸소 배워온 카레 요리법을 소개한 책이다. 먼저 카레에 대한 기본(정의, 중요한 양념 몇 가지, 조리도구 등)을 설명한 후, 기본 카레 요리법을 굉장히 자세히 소개한다. 불의 세기, 다진 마늘과 생강을 편리하게 준비하는 법, 양파가 익는 정도, 베이스 양념의 농도 같은 상태 등 카레의 기본인 썰고 볶고 끓이기를 충분히 설명한다. 그리고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만드는 카레를 소개하고, 특별한 양념이나 향신료 몇 가지를 더해 감칠맛 나는 카레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고 응용하길 좋아하는 이과형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최상의 요리책을 만났다.

​멤버들과 이야기하며 놀랐던 점이 있다. 어머니의 맛이라고 할 만한 카레가 없다는 것. 대다수 일본인에게는 어머니의 카레가 있다. 한입 먹어보면 “아아, 이거지 이거!”라고 외치게 되는 카레. 시판되는 루를 사용해 만든 ‘늘 먹던 맛’에 대한 추억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집에서 먹었던 카레는 계절이나 날씨, 가족의 몸 상태에 따라 스파이스를 쓰는 방법이 달랐다. 언제 먹어도 조금씩 맛이 달라지는 인도 요리였던 것이다. (126)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았던 구문은 ‘정해져 있는 맛’이 아니라, ‘계절이나 재료, 양념 등 먹을 때마다 조금씩 맛이 달라지는 요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향신료와 계량컵, 계량 수저, 강판을 샀다. 재료 손질 시간을 포함하지 않고 조리 시간만으로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시간이 담기는 요리, 카레를 만드는 순간이 재미있었다.

엄마의 카레와 비교하자면, 술술 만들기엔 엄마표가 최고지만, 맛과 정선 분위기 등 편리성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이 책에서 배운 카레가 최고다. 언제든 곁에 두고 카레가 먹고 싶을 때 참고하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2019-41 / 경제경영. 기업 일반] 사장의 말공부. 고야마 노보루. 안소현 옮김. 리더스북. (2019)

매출과 이익 등을 계산하는 것은 손익계산서다. 하지만 돈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어떻게 조달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나타내는 것은 재무상태표다. (80)

현장의 정보는 사원이 스스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가 부하에게 이끌어내는 것이 정답이다. (116)

사원들이 가장 바라는 복리후생은 회사가 망하지 않고 자신의 연봉을 올려줄 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147)

1년 동안 판매촉진비의 합계와 매출총이익의 증가 금액을 비교하는 지표를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179)


규격화 조직화되어있지 않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장도 사원도 아닌 애매한 입장에서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 상황에 따라 직관적으로, 이성적으로 그때그때 판단하며 일하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않은 꺼림칙함이 늘 남아있어 경제경영서적을 읽으며 참고한다.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변화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의 무지를 깨우칠 수 있는 점이 좋다. ‘사장의 말공부’는 나를 일깨우는 좋은 책이 되어주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강렬하게 와 닿았던 부분은 ‘결정자가 곧 책임자’라는 글이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팀원에게 조언을 구하는 발언 자체가 잘못이었다. 뭐가 됐든 결정자가 책임질 만한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 그렇게 일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아차렸다. 그동안 나와 함께 일했던 분들의 고충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미안했습니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닙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2019-45 / 경제경영. 세금] 사장님! 절세? 어렵지 않아요. 최용규. 가나북스. (2019)

세금 관련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누구에게 소개해주지 않고, 나만 몰래 보고 싶은 알짜배기 책.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 일할 때는 총무팀, 홍보, 마케팅, 영업, 제품 개발 등 각 직원이 자신의 부서에서 맡은 업무를 책임지고 처리하면 되지만, 개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스스로 처리하거나 지시해야 한다. 관련 지식이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홀로 해결해야 하기에 모든 분야에 두루두루 밝기는 어렵다. 특히 세금 관련 업무는 용어도 생소하고 처리할 것도 많고, 할 때마다 어려워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세무사 사무소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책이 출판되었다. 세무신고 중 꼭 해야 하는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중심으로 증빙 절세 방법과 세무 대리인 사용법을 다루고 있다.



꼭 절세를 원치 않더라도 개인 사업가나 예비 창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세무 업무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종합소득세나 부가가치세 처리를 도와주는 세무대리인을 고용할 수 있지만 의뢰인이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라면 만일에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사업자의 책임이기 때문에 (세무사 사무소에서 처리해준 것이라 할지라도 문제 상황이 닥칠 경우 사업자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이정도의 책 한 권 읽어 기초 지식을 갖는다면 경영지원팀 직원 한 명 구한 것처럼 든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상공인이나 세무초보자, 개인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2019-44 / 인문]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블랙피쉬. (2019)

올해 초 ‘철학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2019)’를 의미 있게 읽었다. 에세이류의 술술 읽히는 책이 난무한 요즘 같은 시기에 철학책이 반가우면서도 두려웠다. 철학은 쉽지 않다는 편견과, 너무 쉽게 읽히면 철학책의 매력이 반감될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철학과 미학 전공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의 책인 ‘철학이 어떻게(다산초당, 2019)’가 원리를 이해하기 쉬운 철학 입문용 책이라면 35명의 철학과 사상 전문가들의 글을 연구자이자 교육자인 저자가 엮은 ‘철학이 이토록(블랙피쉬, 2019)’는 전공서 또는 실전편 같다. 비슷한 듯 다른 일본 저자의 철학책 두 권을 비교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철학이 어떻게(다산초당, 2019)’는 20~30대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접목시켜 몰입이 쉬웠다. 반면에 ‘철학이 이토록(블랙피쉬, 2019)’는 좀 더 곱씹어야 했다. 예로 사용된 대화와 설명, 참고 상식과 심화 까지 진행되는 책의 구성은 좋았지만, 대화체나 소재가 일상적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나 생활 방식의 차이인지, 옮긴이의 문체 특징인지 알 수 없지만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첫인상이 100% 호감은 아니었지만, 생명윤리, 사회학, 불교학 등의 사상을 공학, 의학, 법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집필진 덕분에 생각의 범위를 다양하게 넓힐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철학이 어떻게’보다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책으로 학부시절 흔히 보던 –유익하지만 즐겨보진 않는- 전공 필수 서적같았다. 한 사람이 본인의 생각을 체화한 책도 좋지만, 여러 분야의 집필진의 글을 엮은 전문성이 책 후반부로 갈수록 기분 좋게 다가왔다. 내가 미처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다양한 철학적 사고를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2019-43 / 경제경영. 보험]
보험 지식IN. 이경제. 이경락. 좋은 땅 출판사. (2019)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만 23살, 부모님에 의해 보험 하나를 가입했다. 월급 150만 원이던 시절이라 12만 원 정도의 보험료가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부모님께서 해주신 거라 별다른 의심 없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매달 꼬박 돈을 냈다. 이후 10년이 훨씬 지나도록 살아오면서 그 보험이 ‘종신보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 굳이 종신보험을 왜 들었어야 했는지, 그 보험을 설계해준 설계자는 부모님과 나를 호객으로 여겨 비싼 걸 권유한 건지 억울하고 분해서 보험 창구에 찾아가 가장 비싼 주계약을 없애 달라는 항의를 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때는 몰랐다.- 지인 소개로 믿음직한 보험 설계자를 만났고, 이미 가입한 종신보험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괜찮게 설계된 보험이니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고, 다른 보험 몇 가지를 추천받았다. 시간이 흘렀고, 설계자님의 사정으로 담당자가 바뀌고 또 바뀌었다. 초년생 시절 가입한 종신보험이 의미 없으니 새로운 상품으로 전환하라며 새 보험의 정보를 건넸다. 여전히 보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지금 설계자님이 오롯이 나를 위해 보험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나의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권하는 건지, 업무상 형식적으로 하는 건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려고 꼬시려는지 정도는 알 만큼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운동과 마음 다지기로 몸과 마음 건강을 채우는 게 우선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어디서도 보험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설계사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어려운 이야기를 할 뿐이었고, 지인들은 자기가 아는 정보 안에서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런 궁금증으로 읽게 된 책, ‘보험 지식 IN’은 꽤 괜찮은 책이다. 개요나 준비 없이 훅 들어오는 첫 장에 살짝 당황했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쉽다. 책을 읽으며 나의 보험 증권을 옆에 펴두고 함께 살펴보았다. 그동안 가입한 보험이 잘 설계된 건지 알 수 없어 찜찜했는데, 나름 나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의심스러웠던 사회초년생 부모님에 의해 가입된 ‘종신보험’은 생각보다 깔끔했고, 보장도 좋았다. 그 후에 가입한 ‘변액보험’과 ‘실비보험’도 나쁘지 않은 정도.

떠먹여 주는 음식보다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 먹는 음식이 맛있는 것처럼 궁금한 점을 나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좋다. 보험 관련 책은 처음이라 다른 책과 비교는 어렵지만, 괜찮은 보험 관련 책 한 권을 읽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2019-42 / 경제경영.기업가] 김밥 파는 ceo. 김승호. 황금사자. (2010).

읽을거리가 많은데 읽지 못하는 요즘 가장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은 에세이다. 독자가 다양해진 만큼 저자도 다양해졌다. 누구나 책을 쓰고, 다양한 분야의 책이 많지만, 나의 취향도 견고해져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금세 책장을 덮게 된다. 그래서 최근 가장 흥미 있게 읽었던 책을 떠올려보면 자신의 경험, 성공과 실패가 담겨있는 책이다. 명상인문학의 저자 김승호님의 생각과 글을 좋아하는데, 그분의 다른 책을 검색하려 보면 김밥 파는 ceo 김승호님이 나온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김승호님보다 더 유명한 동명이인 김승호님이 도대체 누구시길래 이렇게 유명하고, 유튜브나 검색 결과물로 많이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 책을 읽게 되었다. 역시나.

좋은 책을 많은 사람이 읽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김밥 회사 사장님 김승호님의 글은 사업가나 예비창업자뿐만 아니라 잘 살아온 가장의 삶이 담겨있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읽었던 ‘육일약국 갑시다’와 비슷한 듯 닮아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정표 하나를 찾은 것 같다. 좋은 책이 나를 이끌고 있음이 감사하다.

독서는 읽은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독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위대한 학자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255


주식으로 돈을 잃어봤던 사람이나 돈을 더 벌 수 있었음에도 팔고 나와야 했던 사람 중 상당수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힘이 강한 돈이란,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돈이다. 그런 돈은 시간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17)

나의 중요한 욕구를 누군가 충족시켜 주길 원한다면, 그 누군가가 바라는 것을 찾아내거나 만들어서 내가 그를 위해 일하는 것이 그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19)

의사는 진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의료를 팔고, 변호사는 법률 지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보호받을 권리를 팔며, 공무원은 행정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애국심을 팔며, 정치가는 정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팔며, 자동차 회사는 기동성이 아니라 휴식을 팔며, 노래방은 우정을, 전화회사는 이해를, 음식점은 가족애나 전통을, 찜질방은 안도를 팔려고 노력해야 한다. (...) 친절과 배려는 어떤 사업가나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공짜로 만들어 팔 수 있는,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61)

사업은 얼마에, 얼마만큼, 언제까지를 놓고 벌이는 게임이다. 현재의 판매 시스템이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다. 항상 빈틈을 찾아보고 개선하며 고객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한다. 쇼핑몰을 한 바퀴만 돌아도 수많은 판매 테크닉이 동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사업에 적용 가능한 것을 찾아내고 응용하는 것은 신나는 게임이다.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고 성공하면 꽤 많은, 또는 엄청난 돈이 들어올 수도 있다. 나는 사업에 폭 빠진 남자들을 이해한다. 사업도 이성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87)

‘원하는 것을 소리 내어 하루에 100번씩 100일 동안 내뱉는 것’ (89)

적에게 아량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적이란 내 성공을 위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동업자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25)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2019-39 / 유아. 그림책] 기계일까 동물일까. 레티시아 드베르네. 시아 옮김. 보림 (2018)

제한적 색 사용, 비슷한 듯 다른 글과 그림의 조화, 생각할 거리를 주는 보림의 책 기계일까 동물일까는 글과 그림이 주는 모호함 덕분에 보고 또 보고 생각하게 되는 여운이 남는 책이다. 미래 상상화 같기도 하고, 환경 보호 같은 주제를 담은 것 같기도 한 신비로운 느낌은 아마도 절제된 색과 형태 덕분일 것이다.

믿고 보는 보림출판사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고르고 골라 데려온 책.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2019-40 / 유아. 그림책] 오늘부터 국수 금지. 제이콥 크레이머. K-파이 스틸 그림. 윤영 옮김. 그린북. (2019)

밀가루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있어도 안 먹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중 가장 맛있는 국수, 오늘부터 국수가 금지라니, 정말 말도 안 된다는 강렬한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긴 이 책은 ‘유아’ 분류에 속해있는데, 과연 4~6세들의 유아가 읽을 수 있나 싶을 만큼 두꺼운 책장과 글밥, 그리고 어른 세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른의 시선으로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재미있는 책으로 읽었는데, 아이들도 나와 비슷한 깊이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잘난 체하는 캥거루들과 국수광 코끼리(+그의 친구들)의 소소한 갈등과 모험 이야기이지만, 백인 위주의 주류와 제3세계 국의 관계 같기도 하고, 집단 이기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주류에 속해있는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의 인종, 인권, 지위, 차별 등 사회 현상을 빗대어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국수광 코끼리와 그의 친구들이 재미있는 국수 면발을 뽑아내는 모습에 통쾌했지만, 다른 여러 사건들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유아로 구분 지어지는 의미 없는 책의 구분법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린이들도 재미있는 그림책을 통해 불공평을 극복하는 방법과 용기를 읽을 수 있다면 세상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글작가 제이콥 크레이머의 글의 분위기와 그림작가 K-파이 스틸 그림의 분위기가 아주 잘 맞아서 더 좋았고, 그들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

정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지, 잘난 체하는 캥거루들을 위한 게 아니에요. 지금 당장은 제 말이 터무니없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당신들도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될 거라고요!

법이 불공평할 땐
어길 줄도 알아야 해!
다 같이 새로운 법을 만들 거야.
맛있는 국수를 같이 나눠 먹을 수 있게.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2019-38 / 어린이. 문화예술] 나의 미술관. 조안 리우. 단추. (2018)

수상작이라고 더 좋은 책이라 말할 수 없지만, 그림책 분야에서 상 받은 책은 특별하다. 나의 미술관은 글이 하나도 없지만, 읽을거리가 많다. 이게 어른의 눈에만 보이는 건지, 아이들도 나와 같은 눈높이로 아니 나보다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글이 없지만,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그림 이야기를 펼치는 이 책은 2018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예술 부문 스페셜멘션 상 수상작이다. 무덤덤하게 책장을 넘기다 주인공 꼬마의 모습에 웃음을 짓게 된다.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더 많은 걸 놓치고 있진 않았을까? 아이의 시선을 돌이켜보게 되는 따뜻한 책이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2019-37 / 소설. 한국소설] 2019 제10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19)

2000년대 후반,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던가? 젊은 작가 수상 작품집에서 처절한 가난이 담긴 김애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 강렬한 그 느낌 덕분에 젊은 작가들의 수상작품집에 손이 가질 않는다. 수상한 작품들은 좀 더 자극적인 주제나 소재가 담겨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감정의 처절한 밑바닥을 굳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피해왔다.

그리고 올해 십여 년 만에 수상작품집을 읽게 되었다. 안전 가옥 앤솔로지의 냉면(안전가옥, 2018)과 문학동네에서 매해 봄에 만들어내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2019) 두 권을 읽었다. 십여년 전 강렬했던 첫 기억에 비하면 비교적 괜찮았다. (덜 괴로웠다) 그동안 나이가 들었기에 감정을 인정하고 극복할 수 있게 된 걸지도, 이제 이 정도는 견딜만한 내공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내겐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이 가장 좋았지만, 가장 강렬하면서도 흡입력이 좋았던 건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었다. 그래서 많은 작품 중에서 대상으로 뽑히지 않았을까. 정영수의 우리들, 이미상의 하긴은 불편한 감정이 들었고, 김희선의 공의 기원과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은 잔잔하게 흘러가서인지 푹 빠지기 어려웠다.

백수린의 소설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머지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 만난 2019년 제10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나쁘지 않았다. 내년 11회 작품집도 기대된다.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상처가 가득한 상처에서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자의와 타의에 의해 좌절하고 다시 또 살아가는 허무한 감정을 잘 보여준다. 화자가 누구인지 헷갈려 몇번이나 앞장을 다시 넘겨보았다. 동성애 소설일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언급하긴 어렵고,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의 불완전한 감정 표현을 세 명의 등장인물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가정에서 어머니의 책임과 무게, 소중함을 느꼈다.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을 읽으며 또 다른 내 모습을 보는 듯이 몰입했다. 주인공 언니가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나 같았고, 그들이 함께 살아가며 겪는 단조로운 일상이 보편적인 것들이라 더 울림을 주었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시시하지도 않았다. 작가의 다음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뭐랄까, 거기엔 모든 것, 그러니까 그때까지 문명이 만들어낸 나쁜 것과 좋은 것들이 온통 한데 뒤섞여 있는 느낌이었다.”(143)김희선-작가 노트

소설 속에서 ‘나’는 끝내 사과를 하지 않는데, 그것은 ‘나’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더 나빠서라거나, 더 비겁해서는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호들갑을 떨며 아파하면서도 타인의 상처에는 태연한 얼굴로 손가락을 들이미는 그런 존재들이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참혹해져서, 안간힘을 써봤자 모든 것의 끝에는 결국 후회와 환멸, 적의나 허무만이 남을 것만 같다는 두려움을 안고 사는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드러내는 진실이 그토록 하찮은 것뿐일지라도,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순간들, 온기를 나눴던 순간들, 타인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라고 말해주던 순간들마저 온통 거짓은 아닐 것이다. (184)백수린-작가 노트

우리의 삶은 동경하는 일의 아름다움과 그로부터 도래할 불안을 감내하고 마주하는 용기로 이루어진다. (191)선우은실

이곳에 온 다음 날, 나는 올해의 첫 매미 울음소리를 들었었다. 그렇게 6월이 갔고 7월이 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는 것,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느끼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숨을 쉬는 일은 재미있고 행복하다. (196)이주란-넌 쉽게 말했지만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그러나 읽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고독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글을 쓰다가 어쩌면 내가 영원히 혼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문득 참을 수 없이 두려워졌다. (264)정영수-우리들

사랑에서 애걸로 되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하지만 그건 과연 유의미한 변화인 것일까? 무의미한 변화는 없었던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만이 유의미한 것인가? 아는 것과 변하는 것은 얼마나 어떻게 다른가? 기억의 열람만이 가능할 뿐이라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305)김봉곤-데이 포 나이트

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