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인연 이야기. 법정. 문학의 숲.(2009)

[2022-14 / 종교. 불교문학] 인연 이야기. 법정. 문학의 숲.(2009)

영원하다는 것은 모두 다 사라지고
높다는 것은 반드시 낮아지며
모인 것은 뿔뿔이 흩어지고
한번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느니라. <법구비유경>무상품(59)

어리석은 자가 지혜로운 이를 가까이하는 것은
마치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
아무리 오래도록 가까이해도
그 진리를 알지 못하네
어진 이가 지혜로운 이를 가까이하는 것은
마치 혀가 음식 맛을 알 수 있듯이
비록 잠깐 동안 가까이하더라도
참다운 진리의 뜻을 아네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일은
그 자신의 근심을 불러오나니
가벼운 마음으로 악을 짓다가
스스로 무거운 재앙을 불러들이네

착하지 않은 일을 행한 뒤에는
물러나 뉘우치고 슬퍼하며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나니
이 갚음은 지은 업에서 오느니라<법구비유경>우암품(118-119)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 <상응부>(9)

2022년 봄, 정토회 불교대학에서 불교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인과응보’보다는 ‘인연과보’라는 말을 사용한다. ‘원인이 있어 결과가 있다.’는 뜻으로 인과 연의 법칙은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뜻이다. 즉, 어떤 존재도 우연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며, 모든 존재는 상호의존적이며 다음 생으로 이어진다. 업의 파장이라고도 한다.

불교 공부를 하다 보니 종교라는 무거움보다 마음공부하는 기분이 든다. 교회나 성당에서 듣던 성경 말씀보다 더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 공부를 하며 법정 스님의 책을 읽으니 동시성이 느껴져 곱씹게 된다.

법정 스님의 책 ‘인연 이야기’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부처님이 현세의 수행으로 이룬 것뿐만 아니라, 전생 속에서 쌓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러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방관자로 누군가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로, 때로는 덕을 베푸는 존재로 등장한다. 21세기의 세상에서 이 책을 읽고 있자니 그리스 로마 신화나 전설처럼 실제 하는 것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로 느껴진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읽으며 ‘인연’이라는 단어에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연인 사이의 인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인연과보의 인연 이야기. 부처님처럼 어질고 덕 쌓으며 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야겠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법정 스님의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읽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