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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9 / 인문. 교양심리학]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주디스 올로프. 최지원 옮김. 라이팅하우스. (2019)



유난히 민감한 나 때문에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왜 이럴까?’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민하지 않은 척, 당당한 척, 괜찮은 척도 해보고, 심리 관련 책도 읽고, 상담도 명상이나 요가 같은 운동도 열심히 한다. 다양한 경험 중 좋았던 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나를 충전하고 있음을 알기에 항상 어느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늘 바쁜 사람’이라는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 유지였기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확보하려 언제나 노력한다. 가장 쉽고 빠른 도움은 책을 읽는 것이다. -1년에 2~3권은 읽는다.- ‘우울한 나를~’ ‘여성 심리학~’ 과 같은 제목의 책을 꽤 많이 읽었다. 나의 관심사가 누적되어 알려지는 게 싫어 책을 구입하거나 도서관 대출 기록으로 남기진 않는다.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 책장 근처에 앉아 읽는다. 그렇게 읽은 심리 관련 서적 중 최근 나를 가장 위로했던 책은 ‘센서티브(다산 3.0, 2017)이다. ‘예민해도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내게 건네던 이 책은 2017년 베스트셀러로 많은 마음 여린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몇 권 더 읽었고, 올해 나의 마음을 가장 위로하는 책은 바로 이 책 ‘나는 초 민감 자입니다.’이다. 센서티브가 마음을 토닥이는 글이었다면, 이 책은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한 분석으로 왜 내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는지, 민감한 사람들의 유형에 대하여,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저자 주디스 올로프(judith orloff)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ucla의 임상교수이며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2004년 발표한 ‘포지티브 에너지’에서 타인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을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최초로 명명하기도 했다. 자신도 초민감자라고 칭하는 올로프 박사는 정통 의학, 심리학, 영성, 객관적 치유와 에너지 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통합해서 hsp와 초민감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책날개 참고)



‘예민’ 또는 ‘민감’이라는 한 단어로 퉁치는 감정선을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한다. 초민감자는 신체적, 정서적, 직관적, 텔레파시, 예지적, 꿈, 식물, 지구, 음식, 성, 동물 초민감자 등 다양하게 분류되며 여러 유형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에 속할 수도 있다. 각 유형의 사람들은 좀 더 예민한 부분이 있으며, 과부하 되어 폭발하지 않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방어하고 대비하여 내가 가진 성격적 특징을 강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비책을 제시한다.



어릴 적 ‘은하철도 999’나 ‘2020 우주의 원더 키디’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무서워 눈을 질끈 감곤 했던 기억이 난다. '독수리 오 형제'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베르사유의 장미' 역시 마찬가지다. 당최 눈물이 나올 장면이 아닌데 눈물을 흘리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 감정이 북받치는 상황을 일부러 피했던 적도 있다. 애니메이션도 무섭고 슬픈데 영화나 드라마는 오죽했을까. 그런 약하고 작은 내 모습이 불편했는데, 내가 초민감자였기에 타인의 감정에 쉽게 물들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 유난스럽게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던 내가 결코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것. 이런 나를 내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 책에 나온 모든 사례가 내 이야기였고, 마음이 힘이 들고 지칠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어린 시절에 정서적 혹은 신체적 학대받은 경험은 성인이 된 후 민감성에 영향을 준다. 우울증, 자기애적 성격 장애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상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보다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튼튼한 보호막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자기가 가족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며, 민감성을 중시하지 않는 더 큰 세상에 가서도 자신을 투명 인간처럼 취급한다.(24)



다른 사람들처럼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학습하지 못한다. 감각에 과부하가 걸리는 임계점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성난 사람이나, 소음, 밝은 빛처럼 유해한 자극에 쉽게 동요된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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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7 / 인문학. 교양인문학] 산의 마음을 배우다. 권부귀. 바이북스. (2019)

몸과 마음이 지쳐 무기력에 빠져있던 작년 겨울, 우연히 다녀온 아차산에서 서울 둘레길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아차산 등산로 초입에 빨간 우체통이 하나 있는데, 서울 둘레길을 다녀갔음을 인증하는 스탬프 찍는 공간이었다. 서울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잇는 둘레길을 돌며 정해진 위치에서 인증 도장을 찍으면 완주를 인증할 수 있는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이 썩 부담스럽지 않아서 바로 다음 주부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차산 다음 구간인 광나루역에서 시계 방향으로 출발하여 한강을 건넜다. 체력이 좋지 않던 시기라 가이드북이 안내하는 하루 코스 중 1/3 정도만 겨우 걸을 수 있었다. 하루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는 3~5㎞ 정도, 시간은 3~4시간, 등산이라고 하기엔 다소 가벼운 능선을 따라 걷는 서울 둘레길은 비교적 즐거웠다. 힘들지 않게 서울 외곽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주말마다 둘레길을 돌며 가장 좋았던 건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여정이라 처음엔 칼바람에 앙상한 나무숲을 지났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건조한 겨울나무에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는 생명력, 구름과 바람과 해의 변화무쌍함, 푸르른 잎이 주는 그늘 등 지나가는 동네마다, 나무마다 변화하거나 멈춰있거나 내게 주는 무한한 에너지에 기운과 체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일정에 밀려 완주는 하지 못했고 20% 정도 남겨두었지만, 둘레길을 돌던 그 시간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암 환자가 1,000회 등반으로 터득한 치유의 길’이라는 부제가 흥미로워 책장을 펼쳤다. 나 역시 산에서 받은 에너지를 알기에 산이 가진 무엇이 암까지 치유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권부귀라는 한 여성의 삶이 담긴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산을 통한 치유기이지만, 스승님 또는 부모님 세대의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느 방향을 향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용감하고 건강한 권부귀 님의 글을 읽으면서 김형석 할배의 백 년을 살아보니(덴스토리, 2016)도 생각나고,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나고, 엄마도 생각난다. 일과 삶의 기준을 정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나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산에 가면 암이 회복된다.’ 같은 내용이 아니어서 더욱더 좋았던 이 책. 나의 엄마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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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51 / 인문학. 교양심리학]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 피터 홀린스. 서종민 옮김. 명진서가. (2019)

‘뻘짓’이라는 단어가 지닌 뉘앙스 덕분에 가벼운 공감 에세이쯤으로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지만, 비교적 알찬 심리학적인 뒷받침이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에 연결된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만 약간 바보스러워 후회하는 모든 행동’을 뻘짓이라는 용어로 다양한 상황과 예를 들어 설명한다. 가령 ‘뻘짓의 범위는 무한대’(9)이며, ‘기억에 관한 한 자신감은 결코 정확성을 보증하지 않는다.’(31) 처럼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현상 들을 사례로 들며 설명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40)도 마찬가지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란 특정 부문에서 평균 이하의 능력치를 가진 사람이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탓에 스스로를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본능과 직관으로 아무 이야기나 지껄였던 지난 내 모습이 떠올랐고, 비슷한 사건들도 기억났다. 어쩌면 생활 속 상당히 많은 순간 나타나는 ‘뻘짓’은 나만이 가진 치부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가진 자연스러운 현상 같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말을 꺼낸 사람, 혹은 현재 상태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주장을 내놓은 사람이 바로 자신의 말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던진 사람에게 그 질문의 진실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90)

우리의 뇌는 가장 한정된 정보를 토대로 곧장 결론 내리기를 좋아하며, 한번 결정을 내린 뒤 돌이키는 일은 거의 없다. (181)

저자 피터 홀린스는 최근 SNS 피드에서 종종 보게 되는 베스트셀러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the science of introverts)'의 저자이기도 하다. 영어 제목에 비해 한국어판 제목이 가벼워 보이지만, 덕분에 대중적 인기를 취하는 것 같기도 하다.

뇌 방귀에 맞서려면 무엇보다도 까다로운 일 한 가지를 해내야 한다. '생각'에 대하여 '생각' 해야 하기 때문이다. (225)

피터 홀린스는 꽤 다양한 뻘짓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래도 괜찮아~라며 우리를 위로한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두 가끔, 이따금 저지르곤 하는 실수라는 것. 그래서 너무 자책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말라고 토닥인다.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심리학의 무거움을 덜어낸 재미있는 심리학책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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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44 / 인문]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블랙피쉬. (2019)

올해 초 ‘철학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2019)’를 의미 있게 읽었다. 에세이류의 술술 읽히는 책이 난무한 요즘 같은 시기에 철학책이 반가우면서도 두려웠다. 철학은 쉽지 않다는 편견과, 너무 쉽게 읽히면 철학책의 매력이 반감될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철학과 미학 전공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의 책인 ‘철학이 어떻게(다산초당, 2019)’가 원리를 이해하기 쉬운 철학 입문용 책이라면 35명의 철학과 사상 전문가들의 글을 연구자이자 교육자인 저자가 엮은 ‘철학이 이토록(블랙피쉬, 2019)’는 전공서 또는 실전편 같다. 비슷한 듯 다른 일본 저자의 철학책 두 권을 비교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철학이 어떻게(다산초당, 2019)’는 20~30대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접목시켜 몰입이 쉬웠다. 반면에 ‘철학이 이토록(블랙피쉬, 2019)’는 좀 더 곱씹어야 했다. 예로 사용된 대화와 설명, 참고 상식과 심화 까지 진행되는 책의 구성은 좋았지만, 대화체나 소재가 일상적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나 생활 방식의 차이인지, 옮긴이의 문체 특징인지 알 수 없지만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첫인상이 100% 호감은 아니었지만, 생명윤리, 사회학, 불교학 등의 사상을 공학, 의학, 법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집필진 덕분에 생각의 범위를 다양하게 넓힐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철학이 어떻게’보다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책으로 학부시절 흔히 보던 –유익하지만 즐겨보진 않는- 전공 필수 서적같았다. 한 사람이 본인의 생각을 체화한 책도 좋지만, 여러 분야의 집필진의 글을 엮은 전문성이 책 후반부로 갈수록 기분 좋게 다가왔다. 내가 미처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다양한 철학적 사고를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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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31 / 인문, 서양문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 김경영 옮김. 글항아리. (2018)

어릴 적 먼나라 이웃나라를 적당히 읽은 게 유럽사에 대한 아는 전부이다. 고3 때 교과목이었던 세계사는 수능 과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과서의 존재만 아는 정도. 특히 북유럽에 대해서는 문외한 수준, 북유럽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유럽인이 바라본 북유럽의 시선. 수다쟁이 영국 남자의 시선이 부산스럽고 정신없게 느껴졌다. 북유럽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내용 전체를 파악하고 몰입할 수도 없었다. 책장을 넘기며 막연히 알던 북유럽의 평화 같은, 이방인으로서 좋아 보이던 휘게의 본모습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동경하던 유럽은 이책에 소개된 북유럽도 그리스 로마 같은 남부도 아닌, 영국, 프랑스 중심의 유럽이었다는 사실도. 북유럽을 구성하고 있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다섯 나라를 나라별로 구분하여 저자의 느낌적인 정리로 소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 든 건 서양인이 한·중·일 세 나라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이유와 같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을 낯설게만 여겼는데, 생각보다 생활 가까이에 있었다. 지난주 다녀온 ‘그림책 now’ 전시회에 소개된 일러스트 작가 중 상당수가 덴마크 작가였다. 그리고 지난 2월에 ‘학교를 바꾸는 교육’ 세바시 강연으로 들었던 바니스 매카시 등의 강연자들은 핀란드 사람이었다. 이미 주변에 존재하고 있던 툭툭 끊어져 있는 정보들을 이 책에서 읽은 정보를 통해 나만의 연결고리로 연결하고 나니 조금 견고해졌다. 지난 2월 세바시 강의 때 문화가 다르기에 고민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느꼈던 핀란드의 공교육 제도가 이해되었고, 덴마크인들의 사고방식이라면 충분히 표현될 수 있는 그림책 그림들이었다.

사람 사는 덴 다 똑같구나 싶은 만큼 외부인으로서 좋아 보이던 휘게나 얀테, 라곰을 비꼬는 저자의 시선이 통쾌했지만, 시종일관 구시렁구시렁 대는 말투가 거슬렸다. 수다가 정말 많고 정신없는 예능인 두 세 명이 정치 얘기를 늘어놓는 것 같았다. 내가 이해력이 늦은 건지-늦긴 하다.-, 번역이 서툰 건지 헷갈렸지만, 이런 도전과 시도를 한 것에 의미를 둔다. 이 글의 문투가 저자 마이클 부스 개인의 개성인지, 영국인들의 문화가 이런 방식인지 궁금하다. 혹시 내가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책을 읽어서 핵심을 놓치고 더 정신없게 느낀 건 아니었을까? 각 나라에 대한 약간의 객관적 정보나 설명이 추가되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개성 강한 상태로 살아도 괜찮은 북유럽에 내가 태어났다면, 그곳에서 살 수 있다면 어땠을까? 여러 생각과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덴마크인 둘 이상이 모이면 반드시 시작하며 덴마크식 저녁 만찬을 한정 없이 질질 끌게 만드는 합창이 아니었다. 중간 합의점을 향한 휘게의 압제적이고도 끈질긴 추진력, 논란이 될 만한 대화 주제는 무조건 피하려는 고집, 모든 상황을 가볍고 경쾌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 시종일관 편안하고 자기 만족적 소시민인 척 잘난 체 - 필요에 질려서였다. (135)

우리가 그런 행복도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연초에 우리의 기대치를 묻기 때문이야. 그러고는 연말에 그 기대를 충족했는지 물어. 연초에 우리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 쉽게 채울 수 있는 거야. (155)

이런 자세는 덴마크인이 행복한 또 한 가지 비결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자세가 모든 종류의 장기적 행복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참되고 깊고 지속적인 기쁨을 위해서는 대개 엄청난 부정이 필요하며, 부정은 덴마크인에게 차고 넘치는 능력이다. 물론 자기 부정 이야기가 아니다. 덴마크인의 알코올, 담배, 대마초, 설탕 소비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덴마크인은 몇 안 되는 즐거움마저 포기한다. 가령 덴마크인으로 살아가는 데 드는 비용, 즉 세금을 내거나 가게에서 제품을 사는 데 드는 순수 비용 및 야망과 역동성의 상대적 부족 그리고 가끔은 필요한 갈등의 거부, 얀테의 법칙과 휘게로 부정되는 표현의 자유와 개성의 상실이라는 면에서 드는 정신적 비용 말이다. (159)

“사고방식과 정체성을 형성하던 시기라 핀란드 학교는 선구자가 되어 횃불을 들고 나라를 비출 교사들을 채용했고, 그런 의미에서 교사들은 그 이후로 줄곧 그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스케이닌 교수가 말했다. 초기 핀란드 교육의 본질은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목공부터 바느질까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 교사들은 ‘민중의 촛불’로 불리며 핀란드가 자립으로 가는 길을 밝게 비추는 역할을 했다. (253)

어떤 사람도 공장에서 일하거나 기술자가 되고 싶어 하지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유명해지길 원하죠. (...) 사람들은 지금의 세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무엇도 절박하지 않거든요. 내가 내일 출근할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어떻게든 굴러가니까요. 병가는 1990년대 이후로 계속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이 감기에 더 자주 걸려서가 아니라 회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입니다. (390)

노르웨이인은 늘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 자기네 나라 안에서도 넓게 흩어져 산다. 서로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듯이. 심지어 노르웨이 인이 엄청난 용기와 독창성을 발휘해 세계로 나가 정당하게 축하받은 탐험을 할 때도 역시나 사람이 별로 없을 만한 곳인지 아주 신중하게 고려한 뒤 탐험을 한 것 같다. (392)

나는 버터 없는 토스트를 씹는 성질 고약한 부자 노르웨이인이 되느니 차라리 버터 쿠키를 입안 가득 베어 문 매 맞는 유럽 연합의 시민이 되고 싶다. 석유를 판 돈이 넘쳐나는 작은 나라에서 국민에게 버터 같은 기본 생필품을 공급할 수 없다니 대단히 아이러니하다. (...) 노르웨이인이 모든 요리를 마가린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집에서 구운 우리 스웨덴 전통 사프란 빵이 훨씬 맛있을 것이다. (...) 사덴프로이데, 즉 남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끼는 태도는 썩 유쾌하지 못한 일이지만, 화목해 보이는 스칸디나비아 삼두정치의 표면 아래 곪아 터지는 적나라한 분노와 질투를 잘 보여준다. (395)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는 졸음, 평화, 안정감, 고요의 느낌도 당연히 북유럽 사람들이 누리는 안전감과 삶의 질, 더 나아가 행복의 핵심이다. 하지만 안전, 기능, 합의, 중용, 사회적 결속이 삶의 전부는 아니며, 단지 수많은 욕구의 토대일 뿐이다.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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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22 / 인문, 철학]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김윤경 옮김. 다산초당. (2019)


아티스트 웨이(경당, 2012)와 법정 스님의 일기일회(문학의 숲, 2009),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레, 2005)을 제외하고 오랜만에 재독 하는 책

이 책이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한 글은 지난번 리뷰에 썼으니 이번엔 다른 시선으로.

https://ahmu.tistory.com/m/258


1. 재독에 대하여
막연하게 책장을 넘기다가 첫독과 재독의 의미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지난 읽기에서 부족했거나 더 알고 싶은 부분을 곱씹어 읽는 행위’가 재독이 아닐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앞으로 넘겼다, 뒤로 넘기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행위는 ‘재독에 대한 나의 책임이나 무게를 내려놓는 행위’가 되었다. 뭐든지 과한 의미부여를 하는 내게 꼭 필요한 것.

2. 함께 읽기
오랜만에 한책 같이 읽기 모임에 참여했다. 2017년 12월 카프카의 변신 이후로 처음이다. 리더님이 미리 공유해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닮은 건지, 비슷한 기운의 사람들이 모인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1시간 반을 보냈다. 시간이 모자랐고, 다음 모임도 기대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첫독 때엔 생각지 못했던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이래서 사람들이 철학책을 보는구나’ 싶었다. 그동안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3. 제목에 대한 물음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모임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물음표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필요하지만, 모두에게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모임을 마치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분명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고, 아는 만큼 변화할 수 있으니까.


그들은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어서 일을 했다. (13)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69)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이 고독과 책임을 감당하고 견디면서, 더욱이 진정한 인간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 자유를 끊임없이 갈구함으로써 비로소 인류에게 바람직한 사회가 탄생하는 법이다. (87)

사람의 일생에서 ‘우발 사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95)
자유롭다는 것은 사회나 조직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손에 넣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97)

안다거나 이해한다는 것은 ‘바뀐다’는 뜻이다. (163)

내시균형(176)
1. 결코 자신이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
2. 좋은 녀석이지만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면 되받아친다.
3. 상대가 다시 협조로 돌아오면 협력한다.

반취약성(198)
사람을 하나의 기업으로 생각할 때, 이 사람의 대차대조표는 그 회사에서 나오는 순간 극히 취약해진다.
가능한 한 젊을 때 많은 실패를 맛보는 것, 여러 조직과 커뮤니티를 경험하면서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을 한 장소가 아닌 분리된 여러 장소에 형성하는 것. 중요한 것은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의 축적이다.

반드시 분명한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곳은 위험할 것 같으니 일단 움직이자. (...) ‘도망친다’는 딱히 명확한 행선지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벗어나겠다. 를 뜻한다. 이 마음 자세가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의 특질이다. (241)
의지가 되는 것은 사태의 변화를 인식하는 센스, 우연에 대한 직감, 그뿐이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안테나의 감도와, 도망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다. 사람들은 으레 착각하곤 하는데, 도망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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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18 / 인문학, 교양 인문학] 사기 인문학. 한정주. 다산초당. (2018)

작년 즐겁게 읽었던 문장의 온도(다산초당, 2018)의 저자 한정주의 신간 ‘사기 인문학’.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만화책으로 ‘항우와 유방’은 읽은 적은 있다. 작년 이맘때 최인아 책방에서 진행된 ‘문장의 온도’ 저자 초청 북토크도 아주 유익했기에 한정주 님의 신간 소식이 아주 기대되었다. 첫 장을 넘긴 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어 읽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왔지만, 이 책은 소장용이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전해주는 비평이 흥미로운 건 분명하지만, 사기 초보자인 내게는 고전연구가 한정주 님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사기 인문학’이 내용이나 깊이 등 이해하기 적당했다. 조만간 내공을 쌓아 진짜 ‘사기’를 읽어보고 싶다.


유방이 항우를 승리한 이유(48)
첫째, 자신의 모자람을 알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줄 알았다는 점.
둘째, 곤경에 처했을 때 쉽게 좌절하지 않고 훗날을 도모했다는 점.
셋째,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오만해지거나 거시적인 목표를 잊지 않았다는 점.
넷째,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는 점.

위기의 조짐은 지위가 편안할 때, 멸망의 조짐은 일이 잘 보존되고 있을 때, 변란의 조짐은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 싹튼다. 따라서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잘 보존될 때 몰락할 것을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 어지러워질 것을 잊지 않으면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나라도 보존할 수 있다. -<주역>(계사전) (120)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면 미리 방비를 한다. 때에 따른 쓰임을 알면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이 어떤 것인지 안다.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재물의 이치도 깨닫게 된다. 별자리를 보면 풍년과 수해, 기근, 가뭄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 가뭄이 들 것 같으면 미리 배를 준비하고, 수해가 들 것 같으면 미리 수레를 준비하는 것이다. 풍년, 가뭄, 흉년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6년마다 한 차례씩 풍년과 가뭄이 들며, 12년마다 한 차례 흉년이 든다. 대풍년이 들어 쌀값이 한 말에 20전으로 떨어지면 농민이 고통받고, 큰 흉년이 들어 쌀값이 90전으로 오르면 상인이 고통받는다. 상인이 고통받을 땐 상품이 잘 유통되지 않고, 농민이 고통받을 땐 논밭이 황폐하게 된다. 쌀값은 비싸도 80전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고, 쌀 때에도 30전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면 농민과 상인 모두가 이롭다. 이처럼 쌀값을 안정시키고 물자가 고르게 유통되게 해 관문과 시장에 물건이 풍족하도록 만드는 것이 곧 나라를 잘 다스리는 법이다. 물자를 축적하는 목적은 그것을 온전히 보존하는 데 있지 그저 오래 쌓아두려는 게 아니다. 재물을 사고팔며 유통할 때는 부패하기 쉬운 것을 남기면 안 되고, 물건을 쌓아두고 값이 오를 때까지 너무 오래 기다려도 안 된다. 물건이 많은지 부족한지 살피면 그것의 귀천을 알 수 있다. 물건의 값이 오를 대로 오르면 도리어 헐값이 되고, 떨어질 대로 떨어지면 다시 비싸진다. 값이 오를 때 오물을 배설하듯이 팔고, 값이 떨어질 땐 귀한 구슬을 손에 넣듯이 사들인다. 이처럼 물자와 돈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활발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사기>(화식열전). (201)

사람들은 가뭄이 들어 경제적으로 궁색해지면 식량에 마음이 쏠리고, 풍년이 들어 여유로워지면 사치품에 마음을 뺏기게 됩니다. 이렇듯 범려는 오직 시세의 흐름과 변화를 살펴, 그 이치에 따라 물건을 사들이거나 내다 팔았기 때문에 다른 상인들이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큰 재물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202)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잘 파악해, 자신의 주장을 그 속마음에 얼마나 잘 맞춰 전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224)

용이란 짐승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도 올라탈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에도 반드시 조심할 점이 있다. 턱 밑에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다른 비늘과 달리 거슬러서 난 비늘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 만일 그 역린을 건드리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인다. -<한비자>, (세난) (226)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상황을 믿는 방법. 말은 숨길 수 있지만, 상황은 완벽하게 감추기 어렵다. (227)

인간관계를 맺을 때, 신뢰를 받을 때 의심을 살 것을 고려하고, 사랑을 받을 때 미움을 받게 될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뢰와 사랑을 맹신하지 않으면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고, 혹시나 상황이 변해 의심과 미움을 받게 되더라도 큰 화를 입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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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16 / 인문학. 글쓰기] 와세다 글쓰기 표현 강의. 기타무라 가오루. 조소영 옮김. 엑스북스. (2018)

작년 여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하여 오늘에서야 완독. 책이 재미없진 않았지만, 생각만큼 나를 끌어당기진 않았다. (핑계) 일본 내에서는 다소 유명한 작가이자 강연자인 듯 하지만 나에게는 정보가 하나도 없어 생소했기에 책 속 설명이나 예시 대담 등도 수박 겉핥기 하는 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일본 문학 문외한이라면 나처럼 쉽게 읽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대화 형식의 강연을 책으로 엮은 형태라 뒷배경을 모르니 몰입할 수가 없어 끌림이 부족했다. 소설가이자 교육자(?)인 한국 사람의 이런 책이 출간된다면 읽어볼 의향은 있다.

군데군데 글쓰기에 좋은 팁이 담겨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힘겹게 읽었기에 발췌 같은 걸 할 수가 없었다.

내겐 아직 어려운 이 책. 책장 속에 꽂아두어 다음 기회를 노려보아야겠다.




우리는 글을 쓰며 ‘나’를 나타냅니다. 동시에 ‘당신’을 읽음으로써 또한 ‘나’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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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10 / 인문, 출판 편집]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윤성근. 산지니. (2018)

진정한 자립이란 무얼까?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버텨낸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전히 대답은 찾아가는 중이다. 이건 마치 우주의 끝을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막연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겠다. 자립이란 ‘살아남아 제 스스로 서는 것’인데 혼자 서면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이다. (...) ‘꽃 한 송이 핀 것으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온갖 꽃들이 함께 피어야 비로소 봄’이라는 의미다. 자립 역시 그와 같다. 자기 혼자만 일어서는 것은 결국 제 혼자 사는 삶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더디게 움직이더라도 여럿이 함께 설 수 있는 자립이 필요하다. (256)

전문가는 다름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적어도 자기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전문가는 우리들 속에 이미 있다. (99)

세상은 생각만 가지고 돌아가는 게 아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선 멈춰 있으면 안 된다. 평화로운 서해바다 풍경을 보며 누구라도 이 바다가 멈춰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는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이다. 사람은 다르다. 자유의지가 있기에 움직일 수도, 멈춰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머릿속에 생각만 가득한 채로 한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문제를 알아보고 이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추리에 있지 않고 결단에 있다고 말한 일리치의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평화롭기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결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105)


이반 일리치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책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책. 이반 일리치와 좋아하는 책, 그리고 헌책방까지 곁들여져 있다니! 이건 나를 위한 맞춤 책이 아닌가!

저자 윤성근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헌책방으로 일터를 옮긴 이유와 운영 시 경험했던 에피소드, 일본 헌책방 나들이 등을 책에 담았다. 돌이켜보니 어린 시절엔 동네 헌책방에서 책도 보고, 사고팔고 놀면서 추억을 쌓았던 경험이 있는데 최근엔 시내 대형 헌책방에 중고 책을 사거나 팔아본 경험만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헌책방의 수입구조 덕분에 이제는 부산 보수동 골목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 헌책방. 그곳을 자신만의 의지로 꽤 오랜 시간 운영하는 저자의 삶을 응원한다. 책 속에 등장한 막막한 독서 모임 ‘막독’도 참여하고 싶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운영자 윤성근처럼 세상 속에서 재미있게 자립하여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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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9 / 인문학. 교양인문학]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 강수희. 패트릭 라이든. 열매 하나. (2017)

요즘 읽던 여러 책의 무게와 깊이 덕분에 버거워 고르게 된 이 책. 그래 가끔은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책도 필요하다. 그동안 너무 무거운 것들만 읽느라 고생한 내 머리와 눈에 감사를.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저자 강수희, 패트릭 라이든은 주말농장에서 시작된 경험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넓혀가면서 사진과 글로 담았다. 2015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보통 사람들에게 소개하였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2017년 책으로 소개한 것이 바로 이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농사 방식, ‘자연농’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지만, 삶을 대하는 궁극적인 방향을 찾은 것 같아 쉬운 내용이었음에도 마음이 동요되었다.

자연농에 대한 관심보다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라는 제목에 혹해 읽게 되었지만, 제목에서 느꼈던 첫 느낌만큼 역시나 좋았다. 나의 사소한 생각들이 한 방향으로 만나고 있었다. 우주 속에 아주 사소한 존재인 나로 살아가며,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책들도 어서 읽고 싶다.

‘우주’를 마음에 품고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할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거듭해서 보고 듣고 배워온 자연농의 답, ‘이 지구 위에서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간다.’라는 원칙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면 결국 바른길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안심할 수 있다. (13)

원숭이의 역사 속에서 어느 순간 동시적으로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한 현상이 벌어진 거죠. 저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무엇보다도 스스로 즐겁고 뜻있는 인생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적당한 시기가 오면 사람들의 의식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깨달음이 퍼져나가서, 자연농을 시작한다든지 전쟁을 그만둔다든지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 믿습니다. (53)

내가 이익을 얻는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는 게 아닐까요? 개개인 단위로 따져본다면 손해 혹은 이익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지구 전체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좀 더 뿌리에 가까운 삶을 살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기존의 경제 관념은 매달 월세를 낸다든가, 연간 손익계산을 해서 세금을 낸다든가, 이런 식으로 짧게 기간을 나누어서 계산합니다. 이 역시 더 넓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서 마침내 사라질 때까지, 긴 시간에 걸쳐 생명 활동에 무엇이 바람직하고 더 옳은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79)

무상무주 : 집착하지 말고, 머무르지 말고, 흘러가듯 살라. (157)

행복한 생활의 기회를 얻게 된 사람들은 보다 친절해지고, 서로 덜 괴롭힐 것이고, 의심의 눈빛으로 남을 바라보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며 이는 경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드런트 러셀, 사회평론)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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