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 / 인문 에세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노수경 옮김. 사계절. (2017)
일에 치이던 지난 연말 ‘왜 나는 매일 일하고 있는데 매일 일에 쫓기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할 때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2세대로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현재 구마모토 현립극장 관장 겸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의 이름이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 나쓰메 소세키를 소개하는 책에서 만난 적이 있는 작가였다. 자기 계발서 같은 뻔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고전, 인문과 역사 속에서 일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보라는 조언이 좋았다. 목차부터 깔끔하게 정리되어 책의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는 점도 좋았다.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사이토 다카시의 3으로 생각하라,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등이 오버랩되었다. 일본인 특유의 분위기일 수도, 교육을 가르치는 교수님의 깊이일 수도.
바쁨과 아픔에 쫓겨 나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정신 차리기 위해 이 책을 찾아갔다. 하지만 금세 또 일을 만들어 분주해져 버렸고, 지난 연말 동안 느꼈던 절실함은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도 이 책은 좋은 책이 분명하다. 생계유지만을 위해 주어진 업무를 적당히 때우는 식의 일을 원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의 의미나 살아가는 이유, 일의 본질 같은 것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상을 좇으며 일할 수 있는 나의 삶, 선택과 책임 같은 것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내 인생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처방전 :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100%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 일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삶의 방식도 그렇습니다.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47)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에서 창조성이 생겨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타자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다시 있는 그대로의 타자에게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성립되는 사회는 본래 그러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상호 자유롭게 개방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위축되었던 창조성의 문 또한 열릴 것입니다. (63)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 : “그대에게 해로운 사람이 품은 생각과 그 사람이 그대에게 품게 하려고 하는 생각을 품지 말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물을 보라”(4장 2절) (197)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란 내게 맞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삶입니다. 일을 통해 사회라는 공공의 장으로 ‘들어가라’고 권한다. ‘나가라’가 아니라 ‘들어가라’라는 표현을 통해 저자는 공적 영역의 ‘시코토’ 밖에 훨씬 더 넓고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일과 삶의 영역이 펼쳐져 있음을 시사한다. 폭넓게 배우고 더 큰 기회를 얻기 위해 먼저 사회로 들어가라고,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나’를 새롭게 발견하라고 말한다. (228)
-로빈슨 크루소 -나스메 소세키 ‘산시로’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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