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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

[북 리뷰] 석세스 에이징. 대니얼 J. 레비틴. 이은경 옮김. 와이즈베리. (2020)

 

[2020-21/인문학, 뇌과학] 석세스 에이징. 대니얼 J. 레비틴. 이은경 옮김. 와이즈베리. (2020)


아끼는 텀블러를 잃어버렸다. 분명 가방에 넣어둔 것 같은데 무엇에 홀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력 하나는 최고이던 나인데 나이 들면서 하나둘씩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가위로 싹둑 잘라내듯 기억의 일부가 사라지는 현상을 종종 겪는다. 모두가 겪는 건망증인지, 나이 들고 있다는 증거인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가득하던 날 이 책을 만났다.

‘석세스 에이징,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어렵지 않게 뇌과학과 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인문교양서이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J. 레비틴은 신경과학, 심리학,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뇌와 노후의 관계를 푸는 ‘석세스 에이징’을 출간했다. 인생 3막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노인, 노년을 바라보는 방식을 곱씹게 한다.

1부는 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과학적 배경을 제시한다. 성격과 지능, 정서 및 통증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한다. 2부는 바람직한 노화로 인도하는 간단한 지침들을 제시한다면, 3부는 장수와 삶의 질 등 좀 더 구체적이고 방향성 있는 고민을 해야 함을 설명한다.

이 책은 노화와 관련된 교양서적이지만, 뇌과학이라는 흥미로운 분야이면서 학문의 깊이가 깊지 않아 대중서로서의 매력을 지녔다. 번역도 괜찮고, 어려운 전공 서적 같은 무거움도 없다. 신문이나 잡지의 연재 칼럼처럼 짧은 글이 연관성을 가지며 이어져있어 책장을 넘기는 데에 부담스럽지 않다. 나이 듦을 인지하고 있고, ‘노화’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지금 여기 나의 희로애락이 중요하니까 노화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단지 어제보다 조금 달라진 내 모습이 아쉬운 정도. ‘석세스 에이징’은 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깊이를 전해준다. 건망증과 스트레스가 늘어가고 나이 들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 아직 늙지 않았고, 도전해야 할 것이 많고, 감사해야 한다고 책이 나에게 이야기한다.


2018년, 84세의 글로리아 스타이넘에게 “당신은 누구에게 횃불을 건넬 것입니까?”라고 묻자 스타이넘은 웃으면서 “아무에게도 건네지 않을 겁니다. 나는 내 횃불을 계속 들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 횃불로 그들의 불을 밝히도록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당신의 횃불을 계속 들고 있어라.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그리고 웃음을 잊지 말라.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잊지 말고 웃어라.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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