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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 예술,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지수 옮김. 바다출판사. (2017)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은 비일상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에 존재한다. (387)


한때는 내가 예술가인 줄 알았다. 미대를 다녔으니까. 동기들과 사색에 쩔어 한량 같은 대학 생활을 했지만, 졸업과 삶이 주는 무게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2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했고, 4학년 겨울방학 때 바로 취업. 그리고 지금은 짜여진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한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지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옛 생각이 났다. 예술가로 살았다면 나도 잘할 수 있었을까? 자신감과 협동능력이 부족한, 창의적이지도 못한 내가 그런 삶을 지속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도망치듯 책임감에 눌려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만 싫지는 않지만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은 갖고 있다.

삶을 대하는 ‘왜’라는 물음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 삶 자체가 학부 시절 작업 하나를 완성하려 고민하던 과정이 녹아있다. 빠릿빠릿하게 행동하진 못했지만, 많은 작업량을 가지진 못했지만, 다작은 아니지만 띵작을 작업했던 나라는 사람. 나도 그랬는데 아이들을 시간에 쫓겨 가르치려 하다니. 참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예전에 써놓은 글을 정리하다가. 2018년 여름~가을 무렵에 쓴 글을 옮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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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24 / 예술, 예술이론] 다빈치가 된 알고리즘. 이재박. 엠아이디출판사. (2018)

인공창의란?
계산 기계의 출현. 의식도 없고 주체도 아닌 반쪽짜리 지능. 인간 창의와 다른 점은 형식을 조작하기 위해 계산하는 일을 ‘기계’가 위임받은 것뿐. 이 작은 변화가 창의의 속도를 엄청나게 가속시킨다. 형식과 의미의 복합변이. (96)

단어 자체로 그 뜻을 유추해낼 수 있는 ‘인간 창의’에 빗대어 기계가 예술을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단어 ‘인공창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이 새로웠다. 기계가 창의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부에서 작곡과를 졸업한 저자 이재박은 컴퓨터가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기계도 창의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 연구하고 있고, 현재는 박사과정에서 인공지능창작기술에 관한 연구 중이다. (책날개 참고)

인간만이 가진 것으로 생각했던 ‘창의’를 과연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학이나 과학 이론이 수식과 기호로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처럼 창의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인공창의’라는 낯선 단어와 개념이지만, 저자가 풀어가는 방식이 전혀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아서 익숙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작곡을 전공한 저자가 과학적 분석으로 만들어낸 알고리즘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예술과 창의가 막연한 뜬구름처럼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선택과 책임이다. 창조와 창의를 구분하며 인공지능도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 속에 품은 의미를 풀어내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의미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인간에게 달린 것.

업무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어 책에 완전히 몰입할 수는 없었지만, 업무와 연관된 부분을 읽을 때는 나 자신이 ‘인간적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예술과 창의가 과연 필요한가에 관하여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인공창의’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것도 의미 있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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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추천받아 교토 여행을 계획하며 여행하며 읽으려 고른 책. 무더운 날씨와 꼬이는 일정 등 각종 돌발상황 덕분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몇십 쪽을 읽고 일상 속에서 읽는 이 책은 처음 생각했던 ‘여행지에서 읽을 가벼운 책’이 아니었다. ‘안목의 성장’의 저자 이내옥은 한국 미술사 연구와 박물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시아파운데이션 아시아미술 펠로우십을 수상한, 34년간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한 우리나라 박물관 발전에 이바지한 상당히 유명한 분이었다. (책날개 참고)

이 책은 백제 역사나 윤두서, 정약용 등의 학문적 가치나 예술성을 알리는 책이라기보다는 ‘박물관에서 반평생을 보낸 사람 이내옥의 이야기’책이다. 비슷한 아우라를 가진 책으로 ‘문장의 온도(다산초당, 이덕무, 2018)’와, ‘내가 사랑한 백제(다산초당, 이병호, 2017)’가 있다. 책 세 권의 느낌이 비슷하지만 이내옥의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받았다. 역사와 미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깊이, 우리 것의 아름다움이 짧은 글 하나에도 느껴져 이런 사람들이 지키는 박물관이라면 믿을만하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교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었더라면 좀 더 깊은 감흥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다녀와서 읽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여행하는 동안은 그 순간에 집중하느라 이내옥의 글을 깊이 공감하며 읽지 못했을 것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느끼는 기분, 이 순간이 좋다. 우리 것을 지키는 사람의 소중한 마음과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던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나는 무엇 하나에 열정을 다해 본 적이 있던가? 먼 훗날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들을 쌓아 어떠한 지위나 위치에 올랐을 때, 나보다 어린 세대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회한만 남고, 앞으로 다가올 날을 바라보면 두려움만 가득한 것이 우리의 삶이다. (6)

무담시, ‘괜히’ 또는 ‘아무런 이유 없이’라는 뜻.
다산과 교유하던 백련사 혜장 스님이 마흔의 나이로 숨을 거둘 때, ‘무담시 무담시’를 되뇌며 유언 아닌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 나의 뇌리에는 뜻하지 않을 때 이 무담시란 말이 괜히 떠오르곤 했다. 무담시, 무담시...... (29)

이렇게 소박하고 검소하며 집착 없는 고요함을 추구하는 일본 다도에서 배운 것도 없는 천한 조선 장인이 오랜 숙련과 무심한 마음으로 만든 결과물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비록 조선 장인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수행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61)


우리 모두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고귀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가치와 품위를 가지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를 생각하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조선의 아름다운 유풍을 그리워한다. (76)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느낌과 정서,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결국 예술이란 인간적이고 인간을 지향한다. (157)

인생이란 뿌리도 꼭지도 없이 바람에 떠도는 티끌과 같다. 도연명의 말이니, 우리네 일생 오는 데도 없고 가는 데도 없이 이리저리 날리다가 떨어지는 곳에 하룻밤을 청하는 신세이다. (248)

일본 중세의 승려 요시다 겐코는 굶주리지 않고, 헐벗지 않고, 비바람 맞지 않고 한가롭게 사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여기에 병의 고통을 참기 어려우므로 약을 포함하여 이 네 가지가 부족함을 가난이라 하고, 네 가지가 부족하지 않음을 부유하다고 하며, 네 가지 이외의 것을 얻으려 함을 사치라고 했다. (250)

다치하라 마사아키, '겨울의 유산'
이 세상 모든 것은 물거품이요 그림자여라.
나, 오늘 이 육신을 벗고 텅 빈 무로 돌아가노라.
옛 부처의 집 앞에는 달이 밝은데,
다만 원적으로 돌아가지 못함을 한할뿐이로다.

우리는 자유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니, 우리 생의 본질은 능동적일 수 없으며 타락적이다.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가 생명이 다하면 먼지로 돌아갈 뿐이다. (272)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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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97 / 예술, 미술] 100권의 그림책. 마틴 솔즈베리. 서남희 옮김. 시공아트. (2016)


요즘은 현실도피와 공감을 핑계로 책을 고른다.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SNS 라는 가상 공간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공감하고 교류하고 싶어 이것저것 뒤적이다 골라 읽는다.

그래서 읽게 된 ‘100권의 그림책’의 저자 마틴 솔즈베리는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교 케임브리지 스쿨 오브 아트에서 ‘영국 최초’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 석사과정을 이끌고 있다.

그림책 작가 양성 지도자가 쓴 ‘100권의 그림책’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인데 책 분류가 ‘어린이’가 아니라 ‘예술’이다. 동화책이 아닌 그림책은 어린이 문학이라기보다는 ‘미술’보다 넓은 영역, ‘예술’이 맞을 것이다.

그림책이 예술사처럼 길고 긴 역사나 학문적 가치를 가진 게 아니기에 어떠한 기준으로 100권의 책이 선택됐는지 궁금했고, 아무래도 작가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을 거라 짐작했다. 반신반의다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1910년도부터 2014년까지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교적 다양한 나라 다양한 작가의 책이 소개되고 있다. 서양인의 책이 주류였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동양 작가의 책도 눈에 띄어 한 개인의 취향이라기보다는 그림책의 역사나 흐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시장의 규모와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생들과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좋아할 책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의 시선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책이지만, ‘어린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100권’은 아닌 것 같다.

‘정서적으로 와 닿을 때’, 그때가 바로 그 그림책과 내가 인연을 맺는 때일 테고, 내 마음의 그림책으로 자리 잡는 때일 거예요. (218)

무언가, 누군가와 만날 때 번쩍이는 순간이 있다. 내게는 ‘순이와 어린 동생’(한림출판사, 1995)과 ‘100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 비룡소)이다. 뛰어난 예술성과 가치가 있는 그림책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림책을 읽던 시절 어떠한 순간에 정서적으로 와 닿아 마음에 자리 잡은 그림책.

문득 나만의 100권의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졌다. 나 같은 사람들이 쓴 이야기들이 모여 그림책의 역사나 취향이 담겨있는 책이 많아져, 그림책이 아동문학의 한 부분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살아남게 되길. 언젠가 할 수 있을까.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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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90 / 예술, 건축] 집이 웃는다. 김상운. 지식공방. (2018)

동양 오술은 연구하는 저자 김상운은 음양오행과 명리학을 본인의 직업인 건축과 인테리어에 접목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건축의학’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구되고 있는 학문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 책 ‘집이 웃는다’는 흔한 건축, 인테리어 관련 책과 분명한 차별성을 지녔다.

흔히 볼 수 있는 건축 관련 도서는 건축 재료나, 아름다운 인테리어에 집중하여 설명되고 있지만, ‘집이 웃는다’는 조금 다르다. 동양 사상에 근거하여 집이 왜 중요한지, 건축의학의 이해를 위한 기본지식을 설명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새집을 구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관심가질 요소들-새집증후군, 전자파, 수맥이나 지자기(지구유해파)-을 건축의학적으로 설명하고 풍수를 덧붙인다. 이 책에서 집중해서 읽고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4, 5장이다. 8괘를 집안 구석구석에 적용하여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설명한다.

어딘가에 내 집을 짓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건축의학에 맞게 공간을 구성해서 나와 우리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아늑한 집을 짓게 되기를. 이미 지어진 아파트 같은 집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집이 웃는다’에서 이야기하는 8괘를 대입하여 내 집과 나의 가정에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키며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기를.


집은 단순한 무생물이 아니다. 사람이 집에서 살게 되면 그 순간부터 집은 에너지적으로 사람과 연결이 되어 살아 있는 에너지적 생물체가 된다. 그래서 형이하학적으로는 사람의 건강에, 형이상학적으로는 길흉화복에 어떤 형태로든지 영향력을 미친다. (10)

사람은 누구든지 세상사의 분주함 속에서 활동하며 살아야 합니다. 당연하게 활동은 기운을 소모합니다. 분주하게 활동하며 사는 삶이 아니라 해도 사람은 깨어서 존재하는 자체가 기운을 소모합니다. 그래서 기운을 재충전해야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사람의 기운을 재충전하는 최고의 방법은 잠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과 음식을 먹고 기운을 충전한다 해도 잠을 자지 못하면 그 사람은 정신이상이 옵니다. 어떠한 기운 충전 방법도 잠을 통하여 충전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영혼까지 쉴 수 있는 깊은 잠을 잘 수 있어야 좋은 집입니다. (20)

음양을 활용한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지나친 것은 덜어내고, 모자란 것은 채워주고, 흉한 것은 치우고, 길한 것은 드러내는 것이다. (65)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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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21 / 예술] 소프트 파워에서 굿즈까지. 고동연. 다할미디어.

전후 미술사와 영화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외 아트 레지던시의 멘토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고동연의 신간,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는 동아시아 현대 미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 미술의 동향을 심도 있게 다루기에 미술 월간 잡지 특집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본의 로컬 미술, 일본식 대안공간, 중국의 실험예술, 중국의 오브제와 공간, 한국의 특별한 ‘종로’라는 공간, 한국의 2세대 대안공간 등 동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프트 파워’라는 단어가 정부 주도의 위로부터 아래로 퍼져가는 정책방향성을 상징한다면, ‘굿즈’라는 단어는 아래로부터 순수 예술계의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경제적인 자립의 문제가 대두된 역사적 배경을 가리킨다. (20)

저자는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정의할 수 없는 광범위함을 ‘소프트파워’와 ‘굿즈’로 표현하며, 여러 미술계 현상에 대해 ‘기사’처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자라(zara)에서 종종 옷을 산다. 내가 자라를 즐겨 찾는 이유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브랜드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기 마련인데 자라는 spa 브랜드로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빠르게 생산되고 진열되기에 쇼핑을 하려고 마음먹을 때에는 자라 쇼핑을 즐긴다. 그렇게 다양한 옷을 입어보지만 정작 내가 선택하고 쇼핑한 옷의 스타일은 비슷하다. 나는 ‘내 옷’ 같은 것을 사 온다. 그래서 아무리 자라에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있더라도 내가 선택한 옷은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이 책은 자라 매장에서 내 옷 같은 것을 선택하는 ‘나’ 같다. 책 한 권으로 현대 미술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지만, 저자 고동연이라는 사람의 관심사는 알 수 있었다. 내 옷장에서 나라는 사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듯이, 이 책도 현대 미술계를 대하는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저자만의 비판적 시각으로 동아시아 현대 미술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설명한 점은 흥미로웠지만 이것은 저자 고동연의 시선일 뿐, 이것이 현대미술의 전부는 아니어서 전반적인 현대미술의 동향을 알고 싶었던 나의 호기심을 완전히 충족시켜주진 않았다. 그 점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중국의 실험 예술, 중국이 어떻게 포스트모더니즘을 받아들이고 작가들이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중국의 동향들을 알게 되어 유익했지만 그것은 단지 몇 가지 현상과 사건, 몇몇 작가들의 동향일 뿐 중국, 동아시아 전체를 알 수는 없었다.

일본 비평가 사와라기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예술과 상품에 대한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차이로부터 유래한 것인지, 순수미술의 기반이 약한 비서구권 미술계에서 보다 실질적인 경제적, 사회적 필요에 의해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일본과 한국에서 백화점이 서구와는 다른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한 것인지, 그 정확한 요인을 단정하기란 쉽지 않다. (116)

동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비평서는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비평서가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좀 더 많은 미술비평가들의 책을 읽다 보면, 각자가 해석한 현대미술을 들여다보면 퍼즐 맞추듯 전체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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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8/예술]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임지호 옮김. 경당.

두 번째 읽은, 아티스트 웨이.
시험공부를 위한 책 읽기를 제외하면 같은 책을 또 읽은 것, 재독은 처음이다. 처음 읽을 때와 마음가짐과 무게감이 많이 달랐다. 처음엔 확신이 없어 헷갈렸지만 설레는 느낌이 있었다. 두 번째엔 어떤 느낌인지 아니까 두렵지 않았지만 리더의 무게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처음 책을 읽고 과제를 할 때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 들었던 점은 신기하고 좋았다. 다른 책들도 재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가 힘들었던 이유는 처음 할 때의 부담감이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부족한데 함께하는 인원을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 고민했다. 처음보다 두 배로 늘어난 사람들을 내가 과연 어떻게 통솔할 수 있을 것인가가 많이 부담스러웠다. 아티스트 웨이는 책 한 권을 읽고 나누기를 하는 ‘보통의 책 모임’과는 많이 다르기에, 함께하는 팀원들과의 정신적인(?) 교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처음 4명의 합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모두가 거의 끝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함께하면서 의지도 되었고 힘을 많이 받았다. 그 과정을 통해 나를 제외한 3명이 정신적(?) 교류를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 아티스트 웨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에는 그보다 좀 더 많은 10명, 첫 멤버 3명과 함께 하긴 했지만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는 다른 이들과 어떻게 합을 맞춰갈지 난감했다. 리더로서 어떤 것에 신경을 써야 할지 감을 찾지 못했다. 각자 따로 노는 느낌이었고 뭘 해야 할지 어려웠다. 그래도 처음 6주 정도는 서로 으쌰 으쌰 하면서 잘 해나갔던 것 같다. 다들 의지가 보통 이상의 사람들이니 함께하는 에너지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난 뭘 해야 하는지 여전히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 7~8주차쯤 아프면서 신경 쓸 수가 없었고, 다른 이들의 열정과 관심도 많이 떨어져 나갔다. 처음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8주차가 두 번째 고비였는데, 그땐 4명 중 단 1명만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뿐이었고, 다시 리듬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번엔 리더인 내가 흔들려서 잡아줄 수가 없었고, 절반 이상이 흔들렸고 포기해버렸다.

결과적으로 이번 아티스트 웨이를 완벽하게 마무리 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나를 비롯한 몇 명은 아티스트 데이트와 모닝페이지만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제까지 완벽히 해낸 사람은 없다. 없는 것 같다. 8주 이후에는 감정을 교류한 사람도 적어 그들의 변화 상태를 느낄 수도 없었다.

두 번째 모임은 완벽히 실패했다.

두 번의 아티스트 웨이, 창조성을 키우는 12주 과정을 통해 나는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위안을 얻었고, 내 감정 챙기는 팁을 얻었고, 좀 더 홀가분해지기도 했지만 모임을 이끌기로 했던 리더로서는 완벽히 실패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아직까지도 나를 사로잡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을 참여한 사람들 각자 개인의 사정에 의해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고 노력하고 싶었지만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내 뜻대로 아팠던 건 아닌 것처럼. 그래도 죄책감이 든다. 이 정도도 못하는데 뭘 해낼 수 있을까. 나 빼고 다들 잘하는구나. 등등 나의 자존감이 많이 바닥난 상태이다.

소홀했던 6주 이후의 과제들을 조만간 다시 꺼내어보고 싶지만 당분간은 책을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지금 이 느낌은 첫 모임에서 나를 제외한 셋의 관계가 돈독해질 때에도 느꼈던 건데 이번엔 그 무게가 제법 무겁다. 나라는 사람의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남은 과제는 꼭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과도 감정 교류를 나누고 싶은데 이미 늦은 것 같다. 중간에 한 번쯤 만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이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해결해야 하는 나의 문제일 뿐. 좀 어려웠고 좀 힘들었던 두 번째 아티스트 웨이. 돌파구를 찾고 싶은데 길이 막힌 것 같아 두렵다. 또 하나의 애증의 존재가 생겨버렸다.
아티스트 웨이 요녀석.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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