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97 / 예술, 미술] 100권의 그림책. 마틴 솔즈베리. 서남희 옮김. 시공아트. (2016)
요즘은 현실도피와 공감을 핑계로 책을 고른다.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SNS 라는 가상 공간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공감하고 교류하고 싶어 이것저것 뒤적이다 골라 읽는다.
그래서 읽게 된 ‘100권의 그림책’의 저자 마틴 솔즈베리는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교 케임브리지 스쿨 오브 아트에서 ‘영국 최초’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 석사과정을 이끌고 있다.
그림책 작가 양성 지도자가 쓴 ‘100권의 그림책’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인데 책 분류가 ‘어린이’가 아니라 ‘예술’이다. 동화책이 아닌 그림책은 어린이 문학이라기보다는 ‘미술’보다 넓은 영역, ‘예술’이 맞을 것이다.
그림책이 예술사처럼 길고 긴 역사나 학문적 가치를 가진 게 아니기에 어떠한 기준으로 100권의 책이 선택됐는지 궁금했고, 아무래도 작가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을 거라 짐작했다. 반신반의다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1910년도부터 2014년까지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교적 다양한 나라 다양한 작가의 책이 소개되고 있다. 서양인의 책이 주류였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동양 작가의 책도 눈에 띄어 한 개인의 취향이라기보다는 그림책의 역사나 흐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시장의 규모와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생들과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좋아할 책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의 시선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책이지만, ‘어린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100권’은 아닌 것 같다.
‘정서적으로 와 닿을 때’, 그때가 바로 그 그림책과 내가 인연을 맺는 때일 테고, 내 마음의 그림책으로 자리 잡는 때일 거예요. (218)
무언가, 누군가와 만날 때 번쩍이는 순간이 있다. 내게는 ‘순이와 어린 동생’(한림출판사, 1995)과 ‘100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 비룡소)이다. 뛰어난 예술성과 가치가 있는 그림책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림책을 읽던 시절 어떠한 순간에 정서적으로 와 닿아 마음에 자리 잡은 그림책.
문득 나만의 100권의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졌다. 나 같은 사람들이 쓴 이야기들이 모여 그림책의 역사나 취향이 담겨있는 책이 많아져, 그림책이 아동문학의 한 부분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살아남게 되길. 언젠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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