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9 / 인문학. 동양철학] 주체적으로 산다. 임홍태. 문헌재 (2019)-왕양명의 <전습록> 읽기
내게 고등학교 2학년, 윤리 시간은 참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이다. 암기 과목 외우듯 뜻도 모르고 단어만 달달달 외워 시험만 잘 보면 그만인 시간이었다. 교과목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간 중 단 1년, 일주일에 한두 시간 동안 시공간을 초월한 여러 학자의 사상을 훑어보려면 영어단어 외우듯 달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윤리 선생님의 교육방식이 조금은 이해되지만, 정말 재미가 없었고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동서양 학자들의 사상을 쉽게 설명한 책들을 가끔 읽는데, 위인들로부터 통하는 큰 줄기의 방향 같은 게 있다는 걸 느낀다. 지행합일, 격물치지, 심즉리의 양명학, 주자학을 반대하여 나타난 왕양명의 양명학 책을 읽게 되었다. 20년 전 그저 외웠던 그 실체를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 ‘주체적으로 산다’를 선택했다.
동양사상과 철학을 연구하는 저자 임홍태는 왕양명의 <전습록>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책을 집필하였는데, 동양철학에 대한 깊이가 얕은 독자로서 비슷한 단어들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글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며 읽어냈지만, 전체를 이해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외부나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 양명학의 핵심은 마음이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싫어하던 윤리 과목, 사상가들의 사상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본다.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학자들과 사상, 그 속뜻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살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을 잃고 헤맬 때 선인들의 책에 기대어 숨 고르기를 하게 된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칠 때마다 버팀목 같은 책을 만난다. 4년 전 최진석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위즈덤하우스, 2015), 3년 전 이진우의 니체(휴머니스트, 2015)가 그랬다. 그 책들을 읽으며 어렴풋이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좀 많이 지치고 무기력한 요즘의 내게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말고 나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라는 이 책 덕분에 생각 가지치기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진 않지만, 꾸역꾸역 해내고 싶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시켜서 꾸역꾸역 외워야만 했던 양명학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지키고 싶은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조금 어려웠지만,- 그런 의미에서 좋은 때에 좋은 책을 만났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반드시 나무의 뿌리를 북돋아야 하며, 덕을 심는 사람은 반드시 그 마음을 길러야 한다. (38)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생각하는 바를 믿고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서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시시각각 ‘... 하려고 하는’ 생각을 유지한다면 나의 생각이 ‘나는... 하려 한다’는 데서부터 점차 ‘나는... 해야 한다’ 또는 ‘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어감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아서 대담하게 견지해나갈 때 비로소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잠재 능력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습니다. (33)
자기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자기를 이길 수 있다.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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