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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18 / 인문학, 교양 인문학] 사기 인문학. 한정주. 다산초당. (2018)

작년 즐겁게 읽었던 문장의 온도(다산초당, 2018)의 저자 한정주의 신간 ‘사기 인문학’.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만화책으로 ‘항우와 유방’은 읽은 적은 있다. 작년 이맘때 최인아 책방에서 진행된 ‘문장의 온도’ 저자 초청 북토크도 아주 유익했기에 한정주 님의 신간 소식이 아주 기대되었다. 첫 장을 넘긴 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어 읽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왔지만, 이 책은 소장용이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전해주는 비평이 흥미로운 건 분명하지만, 사기 초보자인 내게는 고전연구가 한정주 님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사기 인문학’이 내용이나 깊이 등 이해하기 적당했다. 조만간 내공을 쌓아 진짜 ‘사기’를 읽어보고 싶다.


유방이 항우를 승리한 이유(48)
첫째, 자신의 모자람을 알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줄 알았다는 점.
둘째, 곤경에 처했을 때 쉽게 좌절하지 않고 훗날을 도모했다는 점.
셋째,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오만해지거나 거시적인 목표를 잊지 않았다는 점.
넷째,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는 점.

위기의 조짐은 지위가 편안할 때, 멸망의 조짐은 일이 잘 보존되고 있을 때, 변란의 조짐은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 싹튼다. 따라서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잘 보존될 때 몰락할 것을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 어지러워질 것을 잊지 않으면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나라도 보존할 수 있다. -<주역>(계사전) (120)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면 미리 방비를 한다. 때에 따른 쓰임을 알면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이 어떤 것인지 안다.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재물의 이치도 깨닫게 된다. 별자리를 보면 풍년과 수해, 기근, 가뭄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 가뭄이 들 것 같으면 미리 배를 준비하고, 수해가 들 것 같으면 미리 수레를 준비하는 것이다. 풍년, 가뭄, 흉년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6년마다 한 차례씩 풍년과 가뭄이 들며, 12년마다 한 차례 흉년이 든다. 대풍년이 들어 쌀값이 한 말에 20전으로 떨어지면 농민이 고통받고, 큰 흉년이 들어 쌀값이 90전으로 오르면 상인이 고통받는다. 상인이 고통받을 땐 상품이 잘 유통되지 않고, 농민이 고통받을 땐 논밭이 황폐하게 된다. 쌀값은 비싸도 80전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고, 쌀 때에도 30전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면 농민과 상인 모두가 이롭다. 이처럼 쌀값을 안정시키고 물자가 고르게 유통되게 해 관문과 시장에 물건이 풍족하도록 만드는 것이 곧 나라를 잘 다스리는 법이다. 물자를 축적하는 목적은 그것을 온전히 보존하는 데 있지 그저 오래 쌓아두려는 게 아니다. 재물을 사고팔며 유통할 때는 부패하기 쉬운 것을 남기면 안 되고, 물건을 쌓아두고 값이 오를 때까지 너무 오래 기다려도 안 된다. 물건이 많은지 부족한지 살피면 그것의 귀천을 알 수 있다. 물건의 값이 오를 대로 오르면 도리어 헐값이 되고, 떨어질 대로 떨어지면 다시 비싸진다. 값이 오를 때 오물을 배설하듯이 팔고, 값이 떨어질 땐 귀한 구슬을 손에 넣듯이 사들인다. 이처럼 물자와 돈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활발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사기>(화식열전). (201)

사람들은 가뭄이 들어 경제적으로 궁색해지면 식량에 마음이 쏠리고, 풍년이 들어 여유로워지면 사치품에 마음을 뺏기게 됩니다. 이렇듯 범려는 오직 시세의 흐름과 변화를 살펴, 그 이치에 따라 물건을 사들이거나 내다 팔았기 때문에 다른 상인들이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큰 재물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202)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잘 파악해, 자신의 주장을 그 속마음에 얼마나 잘 맞춰 전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224)

용이란 짐승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도 올라탈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에도 반드시 조심할 점이 있다. 턱 밑에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다른 비늘과 달리 거슬러서 난 비늘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 만일 그 역린을 건드리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인다. -<한비자>, (세난) (226)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상황을 믿는 방법. 말은 숨길 수 있지만, 상황은 완벽하게 감추기 어렵다. (227)

인간관계를 맺을 때, 신뢰를 받을 때 의심을 살 것을 고려하고, 사랑을 받을 때 미움을 받게 될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뢰와 사랑을 맹신하지 않으면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고, 혹시나 상황이 변해 의심과 미움을 받게 되더라도 큰 화를 입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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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9. 3. 26. 12:22



[완독 2019-16 / 인문학. 글쓰기] 와세다 글쓰기 표현 강의. 기타무라 가오루. 조소영 옮김. 엑스북스. (2018)

작년 여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하여 오늘에서야 완독. 책이 재미없진 않았지만, 생각만큼 나를 끌어당기진 않았다. (핑계) 일본 내에서는 다소 유명한 작가이자 강연자인 듯 하지만 나에게는 정보가 하나도 없어 생소했기에 책 속 설명이나 예시 대담 등도 수박 겉핥기 하는 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일본 문학 문외한이라면 나처럼 쉽게 읽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대화 형식의 강연을 책으로 엮은 형태라 뒷배경을 모르니 몰입할 수가 없어 끌림이 부족했다. 소설가이자 교육자(?)인 한국 사람의 이런 책이 출간된다면 읽어볼 의향은 있다.

군데군데 글쓰기에 좋은 팁이 담겨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힘겹게 읽었기에 발췌 같은 걸 할 수가 없었다.

내겐 아직 어려운 이 책. 책장 속에 꽂아두어 다음 기회를 노려보아야겠다.




우리는 글을 쓰며 ‘나’를 나타냅니다. 동시에 ‘당신’을 읽음으로써 또한 ‘나’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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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9. 2. 18. 23:28



[완독 2019-10 / 인문, 출판 편집]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윤성근. 산지니. (2018)

진정한 자립이란 무얼까?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버텨낸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전히 대답은 찾아가는 중이다. 이건 마치 우주의 끝을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막연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겠다. 자립이란 ‘살아남아 제 스스로 서는 것’인데 혼자 서면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이다. (...) ‘꽃 한 송이 핀 것으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온갖 꽃들이 함께 피어야 비로소 봄’이라는 의미다. 자립 역시 그와 같다. 자기 혼자만 일어서는 것은 결국 제 혼자 사는 삶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더디게 움직이더라도 여럿이 함께 설 수 있는 자립이 필요하다. (256)

전문가는 다름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적어도 자기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전문가는 우리들 속에 이미 있다. (99)

세상은 생각만 가지고 돌아가는 게 아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선 멈춰 있으면 안 된다. 평화로운 서해바다 풍경을 보며 누구라도 이 바다가 멈춰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는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이다. 사람은 다르다. 자유의지가 있기에 움직일 수도, 멈춰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머릿속에 생각만 가득한 채로 한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문제를 알아보고 이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추리에 있지 않고 결단에 있다고 말한 일리치의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평화롭기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결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105)


이반 일리치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책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책. 이반 일리치와 좋아하는 책, 그리고 헌책방까지 곁들여져 있다니! 이건 나를 위한 맞춤 책이 아닌가!

저자 윤성근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헌책방으로 일터를 옮긴 이유와 운영 시 경험했던 에피소드, 일본 헌책방 나들이 등을 책에 담았다. 돌이켜보니 어린 시절엔 동네 헌책방에서 책도 보고, 사고팔고 놀면서 추억을 쌓았던 경험이 있는데 최근엔 시내 대형 헌책방에 중고 책을 사거나 팔아본 경험만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헌책방의 수입구조 덕분에 이제는 부산 보수동 골목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 헌책방. 그곳을 자신만의 의지로 꽤 오랜 시간 운영하는 저자의 삶을 응원한다. 책 속에 등장한 막막한 독서 모임 ‘막독’도 참여하고 싶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운영자 윤성근처럼 세상 속에서 재미있게 자립하여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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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9. 2. 10. 13:27



[완독 2019-9 / 인문학. 교양인문학]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 강수희. 패트릭 라이든. 열매 하나. (2017)

요즘 읽던 여러 책의 무게와 깊이 덕분에 버거워 고르게 된 이 책. 그래 가끔은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책도 필요하다. 그동안 너무 무거운 것들만 읽느라 고생한 내 머리와 눈에 감사를.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저자 강수희, 패트릭 라이든은 주말농장에서 시작된 경험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넓혀가면서 사진과 글로 담았다. 2015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보통 사람들에게 소개하였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2017년 책으로 소개한 것이 바로 이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농사 방식, ‘자연농’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지만, 삶을 대하는 궁극적인 방향을 찾은 것 같아 쉬운 내용이었음에도 마음이 동요되었다.

자연농에 대한 관심보다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라는 제목에 혹해 읽게 되었지만, 제목에서 느꼈던 첫 느낌만큼 역시나 좋았다. 나의 사소한 생각들이 한 방향으로 만나고 있었다. 우주 속에 아주 사소한 존재인 나로 살아가며,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책들도 어서 읽고 싶다.

‘우주’를 마음에 품고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할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거듭해서 보고 듣고 배워온 자연농의 답, ‘이 지구 위에서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간다.’라는 원칙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면 결국 바른길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안심할 수 있다. (13)

원숭이의 역사 속에서 어느 순간 동시적으로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한 현상이 벌어진 거죠. 저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무엇보다도 스스로 즐겁고 뜻있는 인생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적당한 시기가 오면 사람들의 의식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깨달음이 퍼져나가서, 자연농을 시작한다든지 전쟁을 그만둔다든지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 믿습니다. (53)

내가 이익을 얻는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는 게 아닐까요? 개개인 단위로 따져본다면 손해 혹은 이익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지구 전체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좀 더 뿌리에 가까운 삶을 살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기존의 경제 관념은 매달 월세를 낸다든가, 연간 손익계산을 해서 세금을 낸다든가, 이런 식으로 짧게 기간을 나누어서 계산합니다. 이 역시 더 넓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서 마침내 사라질 때까지, 긴 시간에 걸쳐 생명 활동에 무엇이 바람직하고 더 옳은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79)

무상무주 : 집착하지 말고, 머무르지 말고, 흘러가듯 살라. (157)

행복한 생활의 기회를 얻게 된 사람들은 보다 친절해지고, 서로 덜 괴롭힐 것이고, 의심의 눈빛으로 남을 바라보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며 이는 경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드런트 러셀, 사회평론)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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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8 / 인문, 철학]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김윤경 옮김. 다산초당. (2019)

2019년에는 신간 읽기를 지양하고 고전이나 알찬 스테디셀러를 읽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짐이 무색하게 올해 1월 21일에 출간된 따끈한 신간을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만족이다. 2년 전 감명 깊게 읽었던 ‘위대한 사상가(와이즈베리, 2017)’가 생각나는 이 책은 역시 ‘다산초당’의 책답게 참 좋았다.

대학에서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학 미술사 석사과정을 수료한 저자 야마구치 슈는 조직 개발, 혁신,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책날개 참고) 철학을 전공한 경영 컨설턴드이기에 철학 이론이나 경제경영에 대한 원론적 입장보다는 다양한 일상 속에서 연관 지을 수 있는 철학적 사고와 사례를 다루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할까?’라는 물음에 대하여 저자는 철학적 사고법의 4가지 핵심 요소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예리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통찰력
-변화를 위한 비판적 사고
-정확한 어젠다 설정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교훈

삶의 무기로 활용 가능한 50가지 철학 사상을 4가지로 구분한다. 사람, 조직, 사회, 사고로 구분된 50가지의 철학 사상은 융의 페르소나, 뒤르켐의 아노미, 미셸 푸코의 판옵티콘 등 익숙하게 들어본 용어도 있고, 탈구축, 미래 예측 등 생소한 것도 있다. 책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깊어지고 심화하는 전개 덕분에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수 없었지만, 철학서이면서 실용서의 모습을 가진 이 책의 매력 덕분에 조만간 재독 하고 싶다.

당장 해결책을 알려주는 실용서보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되새기며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인문서, 철학서의 매력을 알게 해 주는 이 책, 저자의 다른 책도 궁금하다.

———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상식을 의심하는 태도를 몸에 익힐 게 아니라, 그냥 넘어가도 좋은 상식과 의심해야 하는 상식을 판별할 줄 아는 안목을 갖추는 일이다. 이러한 안목을 길러 주는 것이 바로 공간 축과 시간 축에서 지식을 확산하는 일, 즉 교양을 갖추는 일이다. (14)

사고의 함정에 관한 지적은 우리가 인생 앞에서 깊은 고뇌에 빠져 있을 때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32)

대가를 약속받으면 높은 성과물을 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스스로 과제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니라 가장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과제를 선택하게 된다. (65)

인간이 이상으로 여기는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사를 생각하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데 용기와 강인함을 지니고 자아를 철저하게 긍정하는 일이다.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88)

안다는 것은 그로 인해 자신이 변하는 것이다.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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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11. 20. 11:53



[완독 127 / 인문학, 교양인문학] 인생 직업. 인생학교 지음. 이지연 옮김. 와이즈베리. (2018)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218)

10여 년 전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를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와이즈베리에서 ‘new’ 인생 학교 시리즈를 출간했고, 여전히 쌤앤파커스에서도 새로운 ‘인생 학교’ 책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두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 학교 시리즈가 왠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성인이 되었으니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왕 일하는 것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 직업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지 못한 나의 무지와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이 있을 뿐,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오랜 역사를 간접경험 해보니 이런 걸 사회 초년생 때 읽었다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하는 ‘취업특강’이나 ‘진로 교육’은 선후배들의 대화로 전공 관련 직업을 간접 경험하거나, 성격이나 성향 테스트로 나와 맞는 직업을 추천받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인생 직업’이라는 개념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쓰여 직업을 선택하기 전 여러모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책은 책일 뿐, 이 세상 모든 직업의 장단점 같은 것을 미리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왕 선택한 직업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은 각자의 선택과 책임에 달린 것.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218)

이 정도의 내 직업을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한 책 한 권을 읽었다.


많은 부모가 조용히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그리고 그런 짐을 자녀의 어깨에 지웠다는 사실은 보통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메세지는 전달된다. 주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사랑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과 딸은 부모가 겁먹고 되지 못했던 건축가가 되거나, 부모에게는 금지되었던 사업가가 된다. 아무도 소리 내어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야망은 심리적 공기 속에 언제나 자리하고 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특정한 직업으로 쏠려 있는 15년간의 동경 어린 눈길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110)





지난주에 읽었던 ‘우리가 몰랐던 섹스’와 인용된 문구가 아예 똑같은 키에르케고르의 <이것이냐 저것이냐> 속 구절. 같은 시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올 책이라면 이정도 중복쯤은 없애도 좋을 것 같은데. 2%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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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11. 14. 22:27



[완독 126 / 인문학, 교양인문학] 우리가 몰랐던 섹스. 인생 학교 지음. 이수경 옮김. 와이즈베리. (2018)

이런 주제의 책은 아직도(?) 열린 공간에서 꺼내어 놓고 읽기가 불편하다. ‘와이즈베리’ 출판사의 서포터즈여서 읽게 된 것을 굳이 밝히고 시작.

10여 년 전 샘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를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이맘 때 와이즈베리에서 ‘new’인생학교 시리즈를 출간했고, 여전히 샘앤파커스에서도 새로운 ‘인생 학교’ 책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두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 학교 시리즈가 왠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167658238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171816755

빨리 읽기도, 곱씹어 읽기도 민망한 이 책은 ‘XX 한 권으로 끝내기’ 식의 가벼운 무게를 지니고 있어 앉은 자리에서 한 두 시간 내에 훌훌 다 읽어버렸다. 10여 년 전 정독하면서 읽었던 나의 인생 학교 시리즈는 어디에….

목차가 책 전부이고, 곳곳에 더해진 삽화가 분위기를 더했다.

그 외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직접 책장을 넘겨보시기를.

1800년경에는 많은 의료인들이 돌팔이 의사였다. 그들은 정확한 의학 지식이 한참 부족했다. 하지만 환자는 많았고, 엉뚱한 치료법일지언정 늘 의료 수요가 있었다. 당시에는 의사가 오늘날처럼 존경과 선망을 받는 직업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풍경이 바뀐 이유는, 진지하고 똑똑하고 훌륭한 진짜 전문가가 의료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건강은 너무 중요한 사안이므로 신비의 묘약이나 팔고 다니는 자칭 의사에게 맡겨둘 수 없었다. (125)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1843)
결혼하라. 그러면 그대는 그것을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라. 그것도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비웃어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탄식하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 (...) 목을 매달아 자살하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달지 말라. 그래도 역시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달든 매달지 않든 후회할 것이다. 그대가 목을 매달든 매달지 않든 간에, 어느 쪽을 택해도 후회할 것이다. 이것이 모든 철학의 요점이자 본질이다.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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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10. 24. 11:02



[완독 120 / 인문, 심리] 담백하게 산다는 것. 양창순. 다산북스. (2018)

인간의 삶은 이진법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결정을 내리고 선택함에 있어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완전히 미련을 버리는 것. 둘 중 하나만 취하면 이진법의 담백함을 취할 수 있다.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 이 바로 담백한 삶의 기술이 아닐까. (13)

요즘은 책을 읽기 전 이 책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지 찾아본다. 읽으며 알 수 있는 책도 있지만 헷갈리는 것도 있기에 인터넷 서점에 구분된 장르 구분을 따르는 편이다. 처음엔 편식 같은 편독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행위였는데 인문, 사회과학, 자기계발, 등 책이 속한 장르를 구분하면서 내가 읽은 책들을 나만의 책 분류로 구분해가는 과정이 즐거워 나만의 사이버 책장을 만든 기분이 든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신간이다. 인간관계 심리학의 바이블인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양창순의 신작이라 설렘으로 책장을 넘겼다. 나긋나긋한 말투가 연상되는 문장 덕분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학문적 깊이나 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담백함’을 주제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쓴 에세이로 구분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인문, 심리’로 구분되어 있었다. 얼마 전 읽은 ‘마흔에게(다산초당, 2018)’는 자기계발에 속해있었다. 책 장르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마흔에게’는 자기계발이라는 실용적인 책보다는 인문이나 심리 치유 쪽에 가깝게 느끼며 읽었기에 왠지 아리송했다.

담백하게 살자고 이야기하는 이 책이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양장본의 모습을 하고 있어 의아한 기분도 들었다.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출판사와 저자, 편집자, 서점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어떤 순간들이 얽혀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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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10. 15. 12:29



완독 118 / 인문학, 글쓰기] 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임옥희 옮김. 홍익출판사. (2008)

​​평생 동안의 행복! 그런 것을 견뎌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생지옥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 <인간과 초인> (256)

2년 전 읽기 시작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아 미뤄두기를 반복하다 오늘 아침 문득 생각나 남아있는 100페이지를 훌훌 읽어낸 책.

치유는 내 삶의 가장 큰 화두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절망과 우울은 언제나 나를 감싸고 있다. 의식적으로 쫓아내려고 노력하면 잠시 떠오르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쳇바퀴 같은 인생의 길을 찾으려 수많은 심리학책을 읽었지만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2년 전부터 참여해온 글쓰기 읽기 모임을 통해 치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읽고 쓰기라는 과정을 통해 내 안에서 억눌려있던 무언가를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다. 밝아진 만큼 과장하고, 무리해서 다시 또 그 자리로 돌아가곤 했지만 어쨌든 지금만큼 나를 일어서게 해준 건 그 모임이었다.

마음의 무게 덕분에 쉽게 읽지 못했지만, 읽을 때마다 발췌가 한가득하였던 이 책은 작년 두 번 읽고 행동했던 ‘아티스트 웨이(경당, 2012)’를 닮았다. 아티스트 웨이 저자 줄리아 카메론의 인터뷰도 책 곳곳에 실려있는 걸 보니 두 책은 ‘치유’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래전부터 읽던 책이라 앞부분은 가물가물하지만, 감정에 솔직한 글쓰기, 무의식을 활용하기 매일 쓰기 등이 떠오른다.

쌓여있는 책탑을 치워내면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치유는 내 삶의 화두와도 같다. 어린 나의 상처를 보듬고 현재를 잘 살아내고 싶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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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10. 5. 12:42



[완독 115 / 인문학, 교양인문학] 헤밍웨이. 백민석. 아르테. (2018)


전쟁의 본질이란, 그저 어느 때는 전진하고 어느 때는 후퇴하는 의미 없는 반복 속에서 결국 불구가 되거나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같은 사병에게 전쟁의 본질이란 공허함이다. (144)

헤밍웨이에게 사냥은 그저 살육을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었다. 1930년대 사냥의 개념은 지금과 달랐다. ‘쿠바의 헤밍웨이’를 쓴 그의 조카 힐러리 헤밍웨이를 따르면 당시에는 “루즈벨트의 전공에 의거하여 자연보호론자가 된다는 건 내일 사냥을 할 수 있도록 오늘 동물을 보호한다는 의미였다. 이는 자연의 서식지에서 동물을 연구하며 이동과 먹이, 일생에 걸친 육체적 변화를 분석하여 이들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쿠바의 헤밍웨이’, 59쪽) 헤밍웨이는 실제로 자신을 ‘자연주의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3)

백민석이 소개하는 헤밍웨이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키워드로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거장을 찾아 연구한 결과물을 시리즈로 엮은 책이다. 헤밍웨이는 006이라는 번호를 달고 있다. 001 셰익스피어, 002 니체, 003 클림트도 좋았고, 앞으로 출간될 다른 책들도 기대된다.

헤밍웨이 인생의 발자취를 좇아 그의 삶과 작품을 연결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살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든다. 거장의 사상이나 학문적 깊이를 논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보다 넓고 쉽게 저자 백민석이 곱씹어준 이야기라 융·복합적 사고를 지향하는 요즘 시대에 걸맞은 책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헤밍웨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그의 인생과 작품 이야기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노자와 공자가 그랬듯,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예술가와 사상가는 빛을 발한다. 프랑스 산업혁명 이후의 살롱전이나 미국의 경제공황 때의 앤디 워홀도 마찬가지. 헤밍웨이의 삶 역시 순탄치 않았다. 가족관계가 한 사람의 성격과 작품에 미치는 영향, 세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주변 환경 덕분에 이토록 치열하고 무섭게 삶을 살며 작품을 썼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나 보다.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학고재, 2000)’을 읽으며 감정의 끝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예술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헤밍웨이 같은 예술가(작가)가 결코 될 수 없겠지만 가능하더라도 시도 같은 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고통의 순간을 견뎌내야 대가가 될 수 있다면, 보통 사람인 지금 이대로의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자 백민석이 공들여 풀어낸 이 책, 사람 헤밍웨이에 대하여 알게 된 건 정말 좋았지만, 어릴 적 ‘노인과 바다’를 읽다 포기한 게 전부다. 앞으로는 그 작가의 책 한 권 정도는 읽어보고 이런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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