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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

[책 추천] 사기 인문학. 한정주. 다산초당. (2018)


[완독 2019-18 / 인문학, 교양 인문학] 사기 인문학. 한정주. 다산초당. (2018)

작년 즐겁게 읽었던 문장의 온도(다산초당, 2018)의 저자 한정주의 신간 ‘사기 인문학’.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만화책으로 ‘항우와 유방’은 읽은 적은 있다. 작년 이맘때 최인아 책방에서 진행된 ‘문장의 온도’ 저자 초청 북토크도 아주 유익했기에 한정주 님의 신간 소식이 아주 기대되었다. 첫 장을 넘긴 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어 읽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왔지만, 이 책은 소장용이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전해주는 비평이 흥미로운 건 분명하지만, 사기 초보자인 내게는 고전연구가 한정주 님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사기 인문학’이 내용이나 깊이 등 이해하기 적당했다. 조만간 내공을 쌓아 진짜 ‘사기’를 읽어보고 싶다.


유방이 항우를 승리한 이유(48)
첫째, 자신의 모자람을 알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줄 알았다는 점.
둘째, 곤경에 처했을 때 쉽게 좌절하지 않고 훗날을 도모했다는 점.
셋째,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오만해지거나 거시적인 목표를 잊지 않았다는 점.
넷째,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는 점.

위기의 조짐은 지위가 편안할 때, 멸망의 조짐은 일이 잘 보존되고 있을 때, 변란의 조짐은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 싹튼다. 따라서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잘 보존될 때 몰락할 것을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 어지러워질 것을 잊지 않으면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나라도 보존할 수 있다. -<주역>(계사전) (120)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면 미리 방비를 한다. 때에 따른 쓰임을 알면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이 어떤 것인지 안다.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재물의 이치도 깨닫게 된다. 별자리를 보면 풍년과 수해, 기근, 가뭄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 가뭄이 들 것 같으면 미리 배를 준비하고, 수해가 들 것 같으면 미리 수레를 준비하는 것이다. 풍년, 가뭄, 흉년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6년마다 한 차례씩 풍년과 가뭄이 들며, 12년마다 한 차례 흉년이 든다. 대풍년이 들어 쌀값이 한 말에 20전으로 떨어지면 농민이 고통받고, 큰 흉년이 들어 쌀값이 90전으로 오르면 상인이 고통받는다. 상인이 고통받을 땐 상품이 잘 유통되지 않고, 농민이 고통받을 땐 논밭이 황폐하게 된다. 쌀값은 비싸도 80전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고, 쌀 때에도 30전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면 농민과 상인 모두가 이롭다. 이처럼 쌀값을 안정시키고 물자가 고르게 유통되게 해 관문과 시장에 물건이 풍족하도록 만드는 것이 곧 나라를 잘 다스리는 법이다. 물자를 축적하는 목적은 그것을 온전히 보존하는 데 있지 그저 오래 쌓아두려는 게 아니다. 재물을 사고팔며 유통할 때는 부패하기 쉬운 것을 남기면 안 되고, 물건을 쌓아두고 값이 오를 때까지 너무 오래 기다려도 안 된다. 물건이 많은지 부족한지 살피면 그것의 귀천을 알 수 있다. 물건의 값이 오를 대로 오르면 도리어 헐값이 되고, 떨어질 대로 떨어지면 다시 비싸진다. 값이 오를 때 오물을 배설하듯이 팔고, 값이 떨어질 땐 귀한 구슬을 손에 넣듯이 사들인다. 이처럼 물자와 돈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활발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사기>(화식열전). (201)

사람들은 가뭄이 들어 경제적으로 궁색해지면 식량에 마음이 쏠리고, 풍년이 들어 여유로워지면 사치품에 마음을 뺏기게 됩니다. 이렇듯 범려는 오직 시세의 흐름과 변화를 살펴, 그 이치에 따라 물건을 사들이거나 내다 팔았기 때문에 다른 상인들이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큰 재물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202)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잘 파악해, 자신의 주장을 그 속마음에 얼마나 잘 맞춰 전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224)

용이란 짐승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도 올라탈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에도 반드시 조심할 점이 있다. 턱 밑에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다른 비늘과 달리 거슬러서 난 비늘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 만일 그 역린을 건드리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인다. -<한비자>, (세난) (226)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상황을 믿는 방법. 말은 숨길 수 있지만, 상황은 완벽하게 감추기 어렵다. (227)

인간관계를 맺을 때, 신뢰를 받을 때 의심을 살 것을 고려하고, 사랑을 받을 때 미움을 받게 될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뢰와 사랑을 맹신하지 않으면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고, 혹시나 상황이 변해 의심과 미움을 받게 되더라도 큰 화를 입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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