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2019-10 / 인문, 출판 편집]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윤성근. 산지니. (2018)
진정한 자립이란 무얼까?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버텨낸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전히 대답은 찾아가는 중이다. 이건 마치 우주의 끝을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막연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겠다. 자립이란 ‘살아남아 제 스스로 서는 것’인데 혼자 서면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이다. (...) ‘꽃 한 송이 핀 것으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온갖 꽃들이 함께 피어야 비로소 봄’이라는 의미다. 자립 역시 그와 같다. 자기 혼자만 일어서는 것은 결국 제 혼자 사는 삶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더디게 움직이더라도 여럿이 함께 설 수 있는 자립이 필요하다. (256)
전문가는 다름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적어도 자기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전문가는 우리들 속에 이미 있다. (99)
세상은 생각만 가지고 돌아가는 게 아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선 멈춰 있으면 안 된다. 평화로운 서해바다 풍경을 보며 누구라도 이 바다가 멈춰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는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이다. 사람은 다르다. 자유의지가 있기에 움직일 수도, 멈춰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머릿속에 생각만 가득한 채로 한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문제를 알아보고 이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추리에 있지 않고 결단에 있다고 말한 일리치의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평화롭기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결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105)
이반 일리치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책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책. 이반 일리치와 좋아하는 책, 그리고 헌책방까지 곁들여져 있다니! 이건 나를 위한 맞춤 책이 아닌가!
저자 윤성근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헌책방으로 일터를 옮긴 이유와 운영 시 경험했던 에피소드, 일본 헌책방 나들이 등을 책에 담았다. 돌이켜보니 어린 시절엔 동네 헌책방에서 책도 보고, 사고팔고 놀면서 추억을 쌓았던 경험이 있는데 최근엔 시내 대형 헌책방에 중고 책을 사거나 팔아본 경험만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헌책방의 수입구조 덕분에 이제는 부산 보수동 골목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 헌책방. 그곳을 자신만의 의지로 꽤 오랜 시간 운영하는 저자의 삶을 응원한다. 책 속에 등장한 막막한 독서 모임 ‘막독’도 참여하고 싶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운영자 윤성근처럼 세상 속에서 재미있게 자립하여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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