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완독 109 / 인문학, 서양철학]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트 에코.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9)

패러디의 사명은 그런 것이다. 패러디는 과장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패러디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웃거나 낯을 붉히지 않고 태연하고 단호하고 진지하게 행할 것을 미리 보여줄 뿐이다. (7)

선생님, 죽음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하나뿐이야. 모든 사람들이 다 바보라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지. (270)

똑똑한 사람들이 보는 유머책 같은 느낌의 이 책은 오늘처럼 무기력할 때 읽으며 피식거리기 딱 좋은 ‘꼭 알아야하는 건 아니지만 궁금하기도 한 삶의 팁’을 알려준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싶은 말만 하고 정작 그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
도서관에서 빌려읽었지만, 이 책은 소장용이다. 이 책의 재미(?)를 알려준 분의 이야기대로 심심할 때 아무쪽이나 펼쳐 놓고 읽기 좋다. 어이없이 피식거리게 되지만, 허를 찌르는 냉철함에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 싶다. ‘장미의 이름으로’를 읽기 전 워밍업으로 읽었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읽고 또 읽기/인문2018. 8. 26. 21:04




[완독 105 / 인문학, 교양인문학] 시크:하다. 조승연. 와이즈베리. (2018)

15년 전 다녀온 배낭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지만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느꼈던 거만한 영국에 비해 더러운 만큼 자유분방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입은 옷의 색이 미묘하게 세련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색채에 예민한 내게는 그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10년 전 미술관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한 작가님의 초대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고, 특히 와인에 문외한이었다. 몇 가지 와인을 권해주셨지만 쓰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몇몇은 쓰고 떫은 와인들이 굉장히 좋다며 행복해했다.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특별히 기억나는 만큼 맛있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맛없는 음식이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프랑스 음식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로 유학 간 대학 동기의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고자 내게 조언을 구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도도하고 거만하게 전시회를 치렀다. 학부 때에도 보던 특별히 다를 게 없던 전시였지만 그의 작품 세계가 좀 더 견고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고, 아마도 ‘프랑스’라는 나라의 분위기가 더해졌음이 분명했고, 그녀의 세상이 부러웠다.

내가 아는 단편적인 프랑스는 복합적이다. 가장 화려하면서 가장 서민적이기도 하고, 테러도 파업도 많은 이상하게 매력적인 나라.

<시크:하다>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한 저자 조승연이 경험하고 바라본 프랑스인의 이야기이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삶, 누군가는 동경하는 프랑스인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외국인으로서 그곳에서 몇 년 살다 온 저자의 시선이 과연 ‘모든 프랑스인의 삶의 모습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들의 방식이 전부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얇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었던 건 프랑스와 관련된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보았기 때문일까? 저자가 경험한 책 속에 담긴 프랑스가 이상적인 모습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에 쌓여 한 장 한 장 곱씹으며 읽어냈다. 책을 읽기 전 아리송했던 부분이 무색할 만큼 금방 해결되었다. 이 책은 ‘인문학 관찰 에세이‘가 맞았다.



‘시크하다’를 떠올리면 프랑스 여배우 샬롯 갱스부르가 떠오른다.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유니크한 그녀를 참 좋아하는데, 그 이미지를 차용한 제목이라면. 음….
그럴듯하다. 제목도 소제목도 표지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용케도 잘 돌아가는 구닥다리 톱니바퀴 같은 포근한 편안함.
예측 가능한 삶 (25)




​​그렇지 않아도 지구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태게 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다. 비록 지주 고장나기는 했지만, 근처에 있는 철물점에서 나사나 용수철 같은 부품만 적절하게 교체해주면 큰 문제 없이 몇 달은 더 쓸 수 있었다. (16)





한 프랑스의 슈퍼마켓 벽에는 루이제 콜렛이라는 여류 시인이 했던 말로 여겨지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내게 장가 보낼 아들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아들아! 와인과 치즈와 송로버섯을 즐겨 먹지 않는 여자와 절대로 결혼하지 말거라.”
(...) 식자재를 까다롭게 고를 줄 아는 사람은 인생에서 자기 갈 길을 제대로 선택할 줄 안다는 프랑스식 근대 철학에서 나온 말이다. (72)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읽고 또 읽기/인문2018. 7. 23. 11:55


[완독 91 / 인문학, 출판]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정상태. 유유출판사. (2018)

책을 읽기 전 저자강연회에서 먼저 만났던 정상태는 신뢰 가득한(?) 생김새와 말투를 가진 사람이었다. 본인의 경험담과 가진 정보를 최대한 덤덤한 말투로 사람들에게 나누려는 모습이 좋았고 책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다. 그리고 보름쯤 지난 후에야 겨우 완독한 이 책은 결코 읽기 버거운 책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빨리 읽을 수는 없었다.) 책 몇 권 읽었다고 내 책 한 권쯤 쓸 수 있을 것 같던 자만을 조금 숨겨야 했던 책.

작가가 자신의 원고를 투고하는 과정과 출판사의 담당자가 그것을 받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의 순서와 노하우가 담겨 나처럼 생초보자에게는 아직 그 강을 건너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걸 읽으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과 함께 글 잘 쓰는 사람도 읽을 책도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꾸자꾸 쓰다 보면 언젠가 나도 잘 쓰는 날이 오려나..
싶다가도 안 올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메멘토, 2015) (12)

투고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중요한 질문에서 시작해 원고 다듬기, 콘셉트 만들기, 예상 독자 찾기, 기획서 완성하기, 투고할 출판사 찾기. 중에서 중요한 것은 ‘왜 투고하려 하는가?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가? 어떤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16)

지금까지 내가 읽어 온 책 중에서도 오랫동안 길잡이 역할을 해 준 책들은 정답이나 해법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기 전보다 좀 더 나은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책, 그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질문할 수 있게 한 책이었다. (16)

당신의 원고는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세상)과 사람들(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거울 앞에 선 채 당신 자신만을 비추며 독백하고 있는가? (26)


기획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투고의 과정이다. (95)


투고하기 전에 읽어 보면 도움이 되는 책들
-글쓰기 생각 쓰기. 윌리엄 진서,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메멘토, 2015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한겨레. 2010
논픽션 쓰기. 잭 하트, 정세라 옮김. 유유. 2015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임승수, 한빛비즈. 2014
작가의 시작. 바버라 애버크롬비. 박아람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6
출판의 미래. 장은수. 오르트. 2016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완독 83 / 인문학, 서양철학] 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강주헌 옮김. 나무생각. (2018)

십 년 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공감하고 사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던 몽롱한 그 글귀들을 읽고 감동하고 친구들에게 권할 만큼 그 책의 기운이 좋았다. 그리고 올해 에리히 프롬의 신작을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 시대의 도덕적 문제는 자신에 대한 무관심이다. (357)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자기를 위한 인간’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후속작(본능과 신과 권위로부터 더욱 독립적이고 자발적으로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다. 심리학, 윤리학, 철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이 골고루 섞여 있어 이 책의 장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저 ‘인문학’책이라는 것.

학창시절 ‘윤리’ 과목은 수많은 학자의 이름과 비슷한 사상을 그저 외워야 했던 괴로운 과목이었다. 에리히 프롬에 대한 애정 덕분인지 ‘자기를 위한 인간’ 속 등장하는 스피노자, 스토아학파, 니체, 괴테 등 수많은 학자가 반가웠고 좋았다.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모두 그럴듯하지만 알쏭달쏭한 부분이 있다. 현실의 문제나 고민거리를 인간의 삶으로 해결하려는 방식과 논리적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 이 두 가지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레빈과 그의 둘째 형의 갈등처럼 내 삶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객관적인 수치로 분석적으로 정리할 수 없으니 명확하게 ‘이것이다’라고 정의할 순 없지만, 그래서 더욱 다양한 함의를 지니고 있고 더욱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철학책이자 윤리, 정신분석, 사회학을 담은 이 책이 좋았다.

나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나의 존재와 가치를 돌이켜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완독 82 / 인문학, 서양철학]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하노 벡, 알로이스 프린츠. 배명자 옮김. 다산초당. (2018)

경제학자가 논하는 행복이라니, 왠지 끌리지 않았지만 궁금했다. 경제와 행복을 연관 지어 ‘부자가 되는 법’ 따위를 이야기하진 않을까? 부와 행복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책장을 넘겼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연구한 전문가에게서 풍기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경제학자로 살아오는 동안 경제학자의 눈으로 분석한 인간의 삶
행복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자신의 전공이 아닌, 관심 있는 분야를 전공 분야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파헤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경제학자로서 경제 현상을 분석하듯 행복을 만드는 요소들을 객관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다루며 분석하고 연관 지었다.

행복은 한 가지 방법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다소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에우다이모니아 그러니까 삶의 만족감을 얻으려면 우리는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별함, 바로 이성을 완성해야 한다. 행복하려면 마티유 리카르처럼 정신을 훈련해야 한다. 우리는 밤낮으로 정신을 훈련하고 난 다음에야 오로지 바르게 살 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27)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은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다. (60)

함께 식탁에 앉아 있을 시간을 내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을 나누는 기쁨을 누려라. 식사는 사회적 활동이다. 그것을 즐겨라. (139)

행복에 도움이 되는 소비와 지출방법을 배워야 한다. 돈을 쓰는 것도 기술이다. 우리가 지출하는 모든 돈이, 우리가 간절히 소망하는 행복감을 주는 건 아니다. (153)

중년의 위기는 의미를 묻는 질문, 스트레스, 공허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새 옷, 새 배우자, 새 직장, 새 종교 무엇으로든 인생은 변하고 의미를 묻는 질문에 새로운 답을 찾는다. 중년의 위기는 확실히 존재한다. 인생의 중간쯤인 약 40세와 50세 사이에 행복감이 추락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추세는 거의 변함이 없고, 한 국가의 경제발달수준이나 문화와 무관하다. 예를 들어 미국 자료에서 38만 명 이상이 중년의 위기 증상을 보였다. 이때 분노, 슬픔, 스트레스, 근심 같은 감정도 포함하여 분석했다. (210)


삶에 초연해지는 6단계 (237)
1단계 : 숨을 크게 들이쉬어라. 조용히 앉아 차를 마셔라.
2단계 : 말은 말일뿐 현실이 아님을 늘 명심하자.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실제 내용보다 이야기된 방식을 더 중시한다. 그러니 싸우지 말고 도발을 그냥 무시해버려라. 원하든 원치 않든, 어차피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3단계 :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의 힘을 믿자.
4단계 : 가치관 리셋하기.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 초연해지는 길은 과도한 흥분이 아니라 냉정함에 있다.
5단계 :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하자.
6단계 : 다른 사람의 지지를 찾아라.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서로 지지해 주면 웬만한 불행은 다 이겨낼 수 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읽고 또 읽기/인문2018. 5. 24. 12:36




[완독 67 / 인문, 심리]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와이즈베리 (2018)

이 책의 원제는 ‘지루함과 기발함’이다. 저자 마누시 조모로디(manoush zomorodi)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열혈 워킹 우먼으로 바쁘게 살아가다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면서 겪었던 놀라운 변화를 한 권의 책으로 기록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it기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지루함을 이용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책소개 참고)

와이즈베리에서는 이 책의 제목을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라고 하였지만, 원작의 제목은 ‘지루함과 기발함(Bored and Brilliant)이다. ‘지루함’과 ‘심심함’은 뉘앙스 자체가 다르고, ‘기발함’과 ‘똑똑함’도 전혀 다르다. ‘기발함’은 ‘창의성’과 연관되어 있고, ‘똑똑함’은 지적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똑똑함을 추구하고 싶지 않은 반감으로 한국어판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똑똑해지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지루함을 즐길수록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얼마전 관심 있게 읽었던 ‘우울할 땐 뇌과학’(홍익출판사, 2018)과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원작 제목에 충실했다면 훨씬 긍정의 기운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마케팅 측면에서 좀더 눈에 띄는 제목을 정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아무튼 제목은 아주 맘에 들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썩 흥미로웠다.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7단계
1. 자신을 관찰하라.
2. 이동할 때는 기기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둬라.
3. 하루 동안 사진을 찍지 말라
4. 앱을 삭제하라
5. 페이크케이션을 떠나라
6. 다른 것들을 관찰하라
7.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익숙함이 나를 망가트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 핸드폰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클릭 한 번만으로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활용할 때는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실행적이고, 조직적이고, 비판적인 자기 점검 기술이 필요하다. (84)

산만함은 선택이다.
아이들은 당신의 관심이 필요할 때 문제를 당장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 그들에게는 사회적인 한계선에 대한 개념이 없다. 다시 말해서 당신을 방해해도 될 때와 그래서는 안 될 때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허용하면 아이들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규칙을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게 더 나은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우리를 방해하는 기기에서 우리의 주의력을 보호하는 기기로 바꿀 수 있다. (110)
알렉스 수정 김 방 (alex soojing-kim pang),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 저자.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는 제목의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재미있는 제목 덕분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심심함’도 책을 보고 알아내야 하는 나와 요즘사람들의 갑갑함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나를 더욱 심심하게 하고, 똑똑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나는 그저 나대로 살고 싶다. 더욱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더 열심히 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누리고 살고 있으니, 받은만큼 베풀고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더 똑똑해지고 싶다거나, 더 많이 누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요즘 어린이들은 미세먼지와 좋지 않은 여러 환경덕분에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지 못한다. 그대신 깨끗하게 관리된 키즈카페와, 블럭방,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 운동센터에 다니며 줄넘기도 하고 얼음땡도 하고 땅따먹기도 배운다.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나 어릴적엔 집 앞 땅바닥에 돌멩이 세워서 선을 그려놓고 놀면 그만인 땅따먹기, 공기놀이를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쪼개서 다닌다.

우리를 쫓기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무엇이 나와 우리를 심심함과 여유로움 까지 책을 통해 학습해야 하는걸까.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읽고 또 읽기/인문2018. 5. 23. 01:14



[완독 66 / 인문, 심리] 엄마와 딸 사이. 곽소현. 소울메이트출판사. (2018)



‘착한 딸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라.’ (7)

뻔한 심리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가벼운 심리학 서적은 공감이 어렵다. 대중을 의식하여 깊이가 없는 건지 읽을수록 짜증과 스트레스를 가져와 웬만하면 심리 서적을 읽지 않는 편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룬 ‘엄마와 딸 사이’는 심리치료 전문가로 20여 년간 일해온 곽소현 박사의 새 책이다. 엄마 없는 사람 없고, 엄마와 갈등 없는 자식(!)은 없을 것이다. 부모와의 마찰을 책으로 풀고 싶은 남성은 많지 않을 듯하니 ‘거의 모든’ 20~30 여성을 위한 책이다. 가족학 박사인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책을 풀어가는지 궁금했다.

사람의 감정이란 것은 순서가 정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목차 같은 거로 분류할 수 없다. 이 책 전체를 공감했다기보다는 부분적으로 내 이야기 같은 것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엄마를 아빠로 바꿔도 적용된다.

‘엄마와 딸 사이’ 모녀 관계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이 책은 엄마를 아빠로 바꾸어도 적용된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엄마라는 글귀에 아빠를 넣어 읽었다. 속상하고 화나고 슬펐던 모든 인간관계가 부모와의 관계를 해결하지 못해 벌어진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당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하며 공허함을 느끼는 요즘 부모와의 관계를 잘 풀어내지 못한 흔적이 아닐까. 이 책 한 번 읽는다고 수십 년 동안 켜켜이 쌓여있는 애증의 관계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한 번 토닥이면서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았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오랜만에 많은 부분을 메모하며 읽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읽고 또 읽기/인문2018. 5. 16. 01:34




[완독 64 / 인문학] 정원으로 가는 길. 질 클레망. 이재형 옮김. 홍시출판사. (2012)



장석주의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2015)’를 읽다가 ‘게으름의 즐거움(2003)’을 알게 되었다. 게으름과 휴식에 관한 여러 사람의 에세이를 읽다가 질 클레망의 글이 좋아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찾게 된 책, ‘정원으로 가는 길(2012)은 프랑스 원예가이자 조경 디자이너이며 식물학자 및 곤충학자인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의 책이다.

생태적인 정원 디자인, 움직이는 정원으로 유명한 질 클레망은 유년시절 정원에서 아버지를 돕다 농약에 중독되어 이틀간 혼수상태에 빠진 경험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정원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책 소개 참고)

유목민들은 정원을 만들지 않는다.
최초의 정원은 방랑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던 인간의 것이었다. 어떤 인간이나 어떤 사회의 삶에, 이 단계를 위한 시대는 없다.
최초의 정원은 식량 생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채소밭이 최초의 정원이다. 채소밭 정원은 시간을 초월한다. 채소밭으로부터 정원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원의 역사를 관통하는 모든 시대마다 깊은 흔적을 남겼다. (20)


최초의 정원에서부터 미래 상상의 정원까지, 자연과 공존하는 서양인이 자연이나 정원을 바라보는 관점이 동양인의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물의 자람에 따른 자연현상과 원예학적 깊이로 내용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원’이라는 자연의 모습 하나로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원 인문학책을 쓸 수 있는 작가의 정원 탐구가 멋지게 느껴졌다. 더불어 인간의 생각을 탐구하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은유나 비유 등 단어나 글 자체가 가진 함축적 의미가 많아 쉽게 읽히지 않았지만, 프랑스 사람의 느낌이 담긴 글이어서 마냥 좋았다.



이 같은 태도는 우주(항상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며 인간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는)와 마주한 인간의 위치를 중시한다. 하늘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 그것은 곧 별들과 협력하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다. 스타이너 학교 출신의 생체역학자들은 자연을 문화로 변모시키는 데 적극적이지 않으며, 별들을 신뢰한다.





시골에서는 정원이라는
단어가 다름아닌
채소밭을 가리킨다.
그 나머지는 다 풍경이다.
이 풍경이 어떤 구성의
대상이 될 때 사람들은 그걸
공원이라고 부른다. (24)




우리는 역사로부터 정원만을 넘겨받을 뿐 정원과 함께 살아가는 정원사들은 넘겨받지 못한다. 부지런한 노동자를 화학약품으로 대체하여 정원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원래의 설계를 유지하되 오염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 (43)







정원사들은 별과 달을 올려다보다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일종의 원예 우주력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뿌리를 수확하는 종, 열매를 수확하는 종, 잎이나 꽃을 수확하는 종들의 씨를 뿌리기에 좋은 날들이 각기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원예와 관련한 하나하나의 활동은 하루 중의 어떤 정확한 시간에 중단되거나 시작될 수 있다. (111)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완독 57 / 인문학, 책읽기]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 후지하라 가즈히로. 고정아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5)




독서를 통해 인생을 바꾸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회사생활을 하다 구립 중학교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도내 최초의 민간인 출신 교장이 되었다. 현재 오사카 부 교육 특별고문으로 여전히 교육개혁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읽기를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준다. (책날개 참고)

이 책은 책을 도구나 수단으로써 이용하는 방법을 초급자에서부터 상급자까지 단계별로 소개한다. 책을 좋아하지 않다가 어떠한 계기로 책과 함께한 인생을 살게 된 저자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였기에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읽기 :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상위 10% 인재가 될 수 있다.
-난독하기 : 독서 수용체를 활성화하기
-생각하는 힘 키우기 : 자신만의 의견을 만들어내기 위한 독서하기
-관계 맺기 : 롤 플레잉(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이나 마음을 상상하는 기술)
-아웃풋 : 자신의 의견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성공 체험

책 읽기를 위한 동기부여가 가득한 이 책은 일본인 특유의 섬세하고 다정함이 느껴져 사이토 다카시의 책과 비슷하지만 다름도 느껴진다. 아마도 내가 읽는 ‘후지하라 가즈히로의 첫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독서량을 축적해 수용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 자신이 서툴고 잘 알지 못하는 낯선 분야,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놀랍고 새로운 내용 또는 지금까지 전혀 흥미를 갖지 못했던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 뇌의 수용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이질의 회로’를 만들어 내야 하며 이런 시도를 통해 수용체의 형상이나 질이 다양해질 수 있다.
쉽게 말해 난독을 하라는 말이다. (80)

인생 후반에 여러 개의 산을 오르락내리락할 생각이라면 일을 통해 오른 가장 중점이 되는 산과는 다른 산을 인생의 전반이나 중반부터 만들어 둬야 한다. 그 산을 구축하기 위해 25세에서 55세까지의 30년간 조직에서 일하는 주축과 달리 왼쪽에 두 개, 오른쪽에 두 개 정도 각기 다른 커뮤니티에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116)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완독 56 / 인문] 작은 집을 권하다. 다카무라 토모야. 오근영 옮김. 책 읽는 수요일. (2013)

대화는 ‘내가 누구인가를 찾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닌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자기중심의 시야에서 떠나 세상을 이해하는 법이라고 그녀는 강조한다. (176)


어떠한 경로로 읽기 시작한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 이 책은 최근 읽은 ‘작은 집’에 대한 종착점이자 시작점과도 같은 책이다. 작고 가벼움 덕분에 들고 다니기 편해 쌓여있는 책 탑 중 먼저 시작한 이 책은 글에 담긴 무게와 깊이 덕분에 가장 오래 사색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다카무라 토모야는 일본 법률이 정한 주택 규모에 미달하는 세 평 남짓 규모의 자신의 집을 지었고, 그 경험을 담아 ‘B라이프’라는 웹사이트와 책을 출판했다. 그리고 ‘스몰하우스’라고 불리는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삶을 성찰한다. (책날개 참고)

이 책에 등장하는 6명의 사람이 ‘스몰하우스’에 사는 이유는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이나 자연주의 또는 경제적인 이유처럼 단순하고 간단하지 않다. 그들의 삶의 철학이나 가치들이 ‘스몰하우스’에 맞닿아있을 뿐, 하나의 유행이나 사회적 현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공간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것은 가진 공간, 스몰하우스. 아직은 미국과 일본에 국한된 이야기이지만 조만간 우리도 자연스럽게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이 되기를.







우리는 어느 순간 내가 있는 바로 이곳을 중심으로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기억과 경험과 상상의 세계, 당장에라도 폭팔할 것 같은 자유, 그리고 그것들을 묶어 한 인간으로서의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자아’라는 존재를 문득 깨닫는다. 동시에 그 자아를 억압하고 사고 형태를 획일화하려는 외부의 압력과 내적인 세계 따위는 없다는 듯 내 주위에 접근하고 있는 거대한 사회의 존재를 감지하기도 한다.
그러한 사회에 항거하듯이 어린이는 종이상자로 아지트를 만들고 어른들은 스몰하우스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폐쇄적인 작은 공간을 통해 얻는 저 신기한 감각은, 보호받고 있다는 동물적인 이유보다도 오히려 너무나 당연한 나머지 평소에는 신경 쓰지도 않았던 자신의 의식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닐까. 스몰하우스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154)





생활을 간편하게 꾸려가고자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무엇이 자신의 행복과 연결되는가를 깊이 따져보고 그 이외의 불필요한 것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적당히 기울어진 지붕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차양을 좋아했어요. 그것이 바로 내 행복을 이어가게 해주는 것이었죠. (44)

‘소유한다’는 것은 곧 필요할 때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세상은 언제라도 거리로 나가면 필요한 서비스는 거의 모근 면에 있어 준비되어 있다. 개인이 반드시 소유해야 할 물건으로서의 의미가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71)

Posted by 따듯한 꽃.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