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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

[북 리뷰]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조화로운 삶(위즈덤하우스). (2006)


[2022-13 / 종교, 불교문학]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조화로운 삶(위즈덤하우스). (2006)

말과 침묵(82-83)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지만
마음속으로는 남을 꾸짖는다.
그는 쉼없이 지껄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을 하지만
침묵을 지킨다.
필요 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말이 가진 힘에 대하여 생각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던데 나는 살면서 얼마나 고운 말로 복을 짓고 살았는지,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지, 해야 할 말을 골라 적당히 말할 수 있는 능력, 그런 에너지.. 같은 것을 나도 전달하고 있는지 생각한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판할 때도 있다. 말로 꺼내지 않았을 뿐, 때때로 마음속에 불평불만으로 채우곤 한다. 그런 생각이 나를 채우고 있는 시기에 이 책을 읽으며 스님의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덕 책처럼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멍하니 그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적절한 인연으로 만난 글귀다. 말로 꺼내지 않은 쓸데없는 생각들도 불필요하다는 것. 말과 침묵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책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류시화 시인이 엮은 잠언집으로 시처럼 짧은 글에 담긴 함축적인 에너지는 전달되지만, 법정 스님의 일상과 본인의 삶 속에 담긴 생각과 말씀이 궁금한 내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법정 스님의 냉정하지만 따듯한 말투나 에너지보다는 류시화 시인이 다듬고 정리한 깔끔함이 더 와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의 온도(이기주, 2016) 같은 가볍게 읽기 좋은 자기 계발서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올해 동안 서너 권의 법정 스님의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스님 말씀의 요약정리니 본 같다. 돌아가신지 십수 년이 훌쩍 넘었고 이미 절판된지도 한참 지나 많은 사람들에게 잊힌 법정 스님의 잠언집이지만, 책에 담긴 에너지만큼은 그 어떤 책보다도 강렬하고 따듯하다. 살면서 헛된 욕심과 화가 나를 채울 때 내 마음을 가다듬는 도구로 이따금씩 펼쳐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도구로 삼아야겠다.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
생과 사를 물을 것 없이
그때그때의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불교의 생사관이다.

우리가 순간순간 산다는 것은
한편으론 순간순간 죽어 간다는 소식이다.(134-135)



존재 지향적인 삶(118-119)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이미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오늘을 마음껏 살고 있다면
내일의 걱정 근심을
가불해 쓸 이유가 어디 있는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생에 집작하고 삶을 소유로 여기기 때문이다.
생에 대한 집착과 소유의 관념에서 놓여날 수 있다면

엄연한 우주 질서 앞에 조금도 두려워 할 것이 없다.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이므로.

물소리에 귀를 모으라.
그것은 우주의 맥박이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다.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갈 곳이 어디인가를 깨우쳐 주는
소리 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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