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 에세이, 명사에세이]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문학의 숲. (2008)
좋은 책을 읽으면 그 좋은 책의 내용이 나 자신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때 문자의 향기와 서권의 기상이 내 안에서 움트고 자란다. (239)
임인년 입춘을 맞이하는 오늘의 내게 좋은 책은 법정 스님의 책이다. 지난겨울 혼란스럽게 요동치는 정신과 마음을 다잡기 위한 동아줄이 간절히 필요했는데, 그때 문득 법정 스님이 떠올랐다. 스님의 책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었고,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스님의 책 몇 권을 샀다.
그중 첫 번째로 읽게 된 ‘아름다운 마무리’는 ‘홀로 사는 즐거움’ 이후 4년 만에 세상에 나온 책이자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출간한 책이기도 하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라는 끝과 시작은 맞닿아있다는 단순하고도 간단한 문구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스님의 평온한 글을 읽다 보면 사사로운 것에 집착하는 어린 내가 보인다. 정신이 산란해지는 걸 붙잡기 위해 정기구독하던 신문을 해지했고, 정리하리라 마음먹었던 몇가지를 버렸다. 앞으로도 일상을 단순하게 정리하며 나 자신에 집중하고 싶다. 그러고나면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스님이 쓰신 수많은 글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나도 조금 더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함으로 시작한 첫 책. 벌써 마음이 편안해진다. 스님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 중 ‘아름다운 마무리’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여러 번 되새김질하면서 스님을 닮아가고 싶다.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 시간이 불쑥 튀어나오는 뾰족한 성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보듬어주고, 앞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의 늪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 우리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저버릴 때 늙는다. (15)
불필요한 것들을 갖지 않고 마음이 물건에 얽매이지 않아 홀가분하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 할 수 있다. (17)
그때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22)
우리들 생활환경은 본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겉을 보면 속을 안다는 말은 이를 가리키고 있다. (51)
혼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시시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밖에서 간섭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자기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한다. (61)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자신의 행동을 항상 살피라.
하느님이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확실히 믿어라.
말을 많이 하지 말라.
공허한 말, 남을 웃기려는 말을 하지 말라.
다툼이 있었으면 해가 지기 전에 바로 화해하라. (79)
자신의 삶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두면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듯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90)
사람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 그리고 그 그릇에 차면 넘친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이다. (124)
오늘날 우리들은 자신을 좁은 틀 속에 가두고 서로 닮으려고만 한다. 어째서 따로따로 떨어져 자기 자신다운 삶을 살려고 하지 않는가. 각자 스스로 한 사람의 당당한 인간이 될 수는 없는가. 저마다 최선의 장소는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바로 그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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