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 에세이, 불교] 무소유. 법정. 범우사. (1999)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 버린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본래무일물(122)
‘무소유는 곧 법정 스님’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낼 만큼 법정 스님의 책 중 가장 유명한 책 무소유를 읽었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10여 년 전에 분명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건데 전혀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책에 몰입할 수 없던 그 시절의 안쓰러운 내가 느껴졌다.
이전에 읽은 두 권, 홀로 사는 즐거움(2004), 아름다운 마무리(2008)는 유연하고 너그러운 인자함이 느껴지는 내용이라면, 이 책 ‘무소유’는 그보다 30여 년 전 70년대에 쓰인 책으로 문체나 내용의 깊이, 본질을 드러냄이 날카롭고 냉철하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가장 의미 있는 책으로 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법정 스님의 책 중 가장 많은 쇄를 찍어낸 책이자 스님의 유언대로 더 이상 찍어내지 못해 절판된 책이다. 그래서인지 한 글자 한 글자가 소중해서 쉬이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1932년생으로 70년대에 쓰인 글을 묶은 것이니 30대 후반~40대 초반, 지금의 내 나이와 같은 시절에 쓴 글에 이만한 울림이 담겨있다니. 보통 분은 아니구나 싶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 나는 괜찮은 건지 현재 내 삶을 돌이켜보게 된다.
이 살벌하고 어두운 세상이 너의 그 청청한 아름다움으로 인해서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되도록 부디 슬기로워지거라. 네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라. 그것이 곧 너 자신일 거다. (137)
나는 나로서 살아가지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내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내 방식을 모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지금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지금 이렇게 법정 스님을 다시 만나고, 이 순간을 다시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겠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47)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나누어 짊어진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우리 이웃의 기쁨과 아픔에 대해 나누어 가질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다. 우리는 끌려가는 짐승이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 할 인간이다. (92)
아니꼬운 일이 있더라도 내 마음을 내 스스로가 돌이킬 수밖에 없다.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아니꼬운 생각이나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그 피해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간다면 내 인생 자체가 얼룩지고 만다. (94)
맺힌 것은 언젠가 풀지 않으면 안 된다. 금생에 풀리지 않으면 그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95)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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