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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

[책 리뷰] 조세 피난처



[완독 41 / 인문학] 조세 피난처. 시가 사쿠라. 김효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세금은 공평한가?’, ‘세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자금 세탁, 조세 회피, 탈세, 테러 자금 관여 등 검은돈이 거쳐 가는 조세 피난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부자들이 검은돈 세탁을 위해 스위스의 은행을 이용한다’ 정도로 알고 있던 조세 피난처는 ‘세금이 없는 국가나 지역’ 혹은 ‘세금이 거의 없는 국가나 지역’을 가리킨다.

완벽한 비밀은 없다.
개인 부유층 대상의 자산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프라이빗 은행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는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한 사원이 고객 명부를 빼내 독일의 연방정보국에 팔아넘긴 일(80)도 있고, 완벽하게 근면하고 철두철미한 준법정신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 독일인도 오스트리아의 프라이빗 은행을 이용하고 있었다(81).

시가 사쿠라는 1971년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해 대장성(현 재무성) 입성 후 구마모토 국세국 미야자키 세무서장, 외무성 영일 대사관 참사관, 대장성 주세국 국제 조세 과장 겸 OECD 조세위원회 일본 대표, 등 일본 조세, 금융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활동하였다. (책 소개 참고)

저자는 콜롬비아의 내전이 한창일 무렵 국제회의 중 납치하듯 가게 된 곳에서 상처를 입은 대통령을 보게 되었지만 어떠한 내막을 듣지 못한 경험이 있다. 조세 피난처나 자금 세탁과 같은 국제 금융의 이면에 섞여 있는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자금에 영혼을 빼앗긴 자들과 맞서 싸우려면 시민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는 권유를 듣고 2013년 이 책을 출판하였고, 그리고 올해 우리나라 이와나미 문고를 통해 출판되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이야기, 혐의 18개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지만, 하루 전 구속심사 일정이 취소된 전직 대통령의 사건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http://naver.me/FLCUKKHa

http://naver.me/GwgbcAje



어려운 책은 있지만 나쁜 책은 없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고 나쁜 책이 아니고 쉽게 읽힌다고 좋은 책은 아니다. 호기심만으로 관심 분야가 아닌 ‘조세 피난처’를 읽기에 편안하지 않았지만, 책 내용 전체를 곱씹고 시험 봐야 하는 수험생은 아니니까,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섭취하였다. 단지 책 한 권 읽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뉴스 보듯 세상사를 알아가기에 좋은 책이었다.

양질이면서 저렴하기까지 한 이와나미 문고 시리즈는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올재클래식이 그랬듯 얇고 단순한 겉모습에 비교해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인문학에 관한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살펴볼 만 하다. 가볍지 않은 양질의 도서를 한 권을 읽었다.


하지만 이런 협정의 실효성에는 커다란 의문이 남는다. 조세 피난처 당국이 가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의미 있는 협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중요한 정보는커녕 애초에 정보를 확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없는 정보를 교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교환협정은 형식에 불과하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조세 피난처들이 협정을 맺겠다고 나선 것이다. (43)

정부 자금으로 외환 시장의 통제가 가능하다면 애초에 변동환율제를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정환율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은 시장의 집중 투매에 대항해 정부가 매수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등이 동원하는 투기 자금은 한 나라의 경제를 집어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까지 뒤흔들 만한 규모이다. (164)

헤지펀드는 거액의 자금을 동원해 위험천만한 머니 게임을 벌이며 세계 경제를 심각한 위기에 빠트린다. (189)

세금은 문명의 대가이다.
미합중국 최소재판소 판사 올리버 웬델 홈즈 Jr.
‘세금이 문명의 대가’라면 세금을 내는 사람은 그 대가인 ‘문명’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세 피난처는 그런 ‘문명’의 향유를 방해하고 더 나아가 ‘문명’에 재앙을 가져온다. (...) 이제 남은 것은 세금의 대가로서 ‘문명’을 향유할 권리가 있는 일반 납세자가 문제를 확실히 이해하고 주목하는 것이다. 이 책을 펴내는 목적은 오직 그것 뿐이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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