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40 / 인문] 고전의 시선. 송혁기. 와이즈베리.
고전의 시선은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다. 고려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송혁기는 한문 고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오늘의 언어로 나누는 영역으로 글쓰기를 확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송혁기의 책상물림’이라는 제목으로 3년째 칼럼 연재를 했던 글을 묶어 ‘고전의 시선’이 탄생했다. (책 소개 참고)
우리 문학과 역사에 대해 알고 싶지만, 한자 무식자인 내가 직접 읽어낼 수는 없으니 이런 연구물이 나오면 정말 반갑다. 특히 상세한 설명과 붙임 말이 더해져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책, 시를 읽듯 언제든 가볍게 한 두 장씩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
요즘 유행하는 고전 한정주의 ‘문장의 온도(2018)’는 이덕무의 소품문을 재해석한 글로 한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담은 시집 한 권을 보는 것 같았다면, 송혁기의 ‘고전의 시선(2018)’은 송혁기가 추천하는 우리 고전 묶음 집이다. 두 책의 공통점이라면 ‘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기게 된다는 것이다.
한시로 쓰인 옛글을 한글로 풀어쓴 글, 그리고 시대적 배경 없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오늘날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해석한 글까지, 하나의 주제로 쓴 여러 글을 보면서 한시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 어떤 글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해 저자의 한시를 대하는 깊이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주어지는 수많은 임무와 업무들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흐름이 짧고 전하는 바가 분명한 고전의 시선은 위안을 준다. 짧은 한시를 내가 직접 읽고 음미할 수는 없으니 전문가의 손을 빌려 이렇게 옛사람들의 생각을 나누어 받을 수도 있으니 나도 옛사람들과 함께 사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SNS 덕분에 짧고 간단하고 단순한 신변잡기 식의 글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글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의미 없는 글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꾸밈말과 감성을 가득 담은 글이나 유명인의 일상생활을 담은 글 등 요즘 유행하는 산문, 비문학, 에세이류의 책 말고 다른 게 궁금했다. 책을 읽는 이유와 읽는 이들이 제각각이라지만 허공을 떠도는 가벼운 느낌의 글이 싫었다. 내 글도 누군가에겐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나서부터는 짧고 간단한 글쓰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고전을 재해석하는 시선을 가진 책 덕분에 글을 쓰고 음미하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공부는 책상 위에 서는 것입니다. 더 넓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고 신영복 선생)(7)
어떤 허기짐을 충족하기 위해 눈과 머리로 책을 쑤셔 넣는 행위를 근 1년째 하는 중이다. 아마 더 넓고 먼 곳이 어디인지 알아가기 위함이 아닐까, 읽기와 쓰기는 멈춰있는 나를 깨어나게 해준다. 지금 하는 이 행위들이 나를 어느 곳으로 데려다줄지 기대된다.
부지런하게 살수록 바빠지기만 할 뿐이라는 게으름뱅이의 일갈은 여전히 유효하다. 쳇바퀴 도는 삶처럼 목적을 상실했다면 우리의 부지런함은 그저 그만큼의 고역일 뿐이다. 그러나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면 부지런함도 기쁨일 수 있다.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부지런한가? 그래서 어디로 가는가? (37)
근심과 즐거움
“군자에게도 근심이 있습니까?”
자로의 질문에 공자는 답했다.
“없다. 군자는 벼슬을 얻기 전에는 뜻을 즐기고, 얻고 나서는 다스림을 즐긴다. 그러므로 종신토록 즐거울 뿐 근심할 날이 없다. 소인은 그렇지 않다. 벼슬을 얻기 전에는 못 얻으면 어쩌나 근심하고, 얻고 나서는 잃으면 어쩌나 근심한다. 그러므로 종신토록 근심할 뿐 즐거운 날이 없다.” (52)
도둑 부자 이야기 도자설, 강희맹.
배워서 이룬 지혜는 한계가 있고 스스로 터득한 지혜라야 여유롭다. 너는 아직 멀었다.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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