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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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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무렇지 않게 ​ 아무렇지 않게 이별의 이야기를 쉽게 건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경우의 만남이라도 헤어짐은 아쉽다. 함께한 시간을 그럭저럭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포장한다. 처음 시작만큼 마지막 마무리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다. 모든 이들이 내 뜻대로 행동하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그들의 행동 하나에 상처받고 마음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자꾸 마음이 간다. 이 몹쓸 오지랖 덕분에 돌아오지 못할 곳에 마음 쓰다 감기몸살에 걸려버렸다. 이 미련함을 티 내지 말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살아야 한다. 어른의 나이로 살다 보니 나의 감정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특히 업무를 대할 때에는. 적당한 관계와 적당한 눈치만 존재할 뿐이다. 모두의 바람대로 덤덤하게 오늘 하루를 대해야겠다. ..
[일상] 반하다 ​ 반하다 요즘의 나를 반하게 만든 건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체크 코트다. 마지막 방송을 아쉬워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창에 ‘서지안 체크 코트’를 찾아봤는데 역시나 한 벌에 139만 원짜리였다. 드라마의 완성이 PPL 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역시 드라마 인기를 실감했다. 극 중 주인공은 그렇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는데 139만 원짜리 코트를 입었다니, 그렇게 비싸 보이지 않았는데 현실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중 한 벌은 45만 원이었는데 이미 품절이었다. 혹시나 해 중고나라에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 거래되고 있었다.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들은 며칠 전에도 품절된 그 코트를 구할 수 있었다. 이미 따듯한 봄이 와버려서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었던 코트를 입으려면 가을이 와야 하니까 관심 갖지 않아도 되..
[일상] 집중 ​​ 집중 평소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지만 정작 나는 집중을 잘 하고 있던가. 아니,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집중을 할 수 있는 거지?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라도 이것저것 딴짓을 하게 마련이고, 밥을 먹다가 옷을 입기도 하고 화장을 하면서 양치질도 하고. 한 가지에 온전히 집중하기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랜 시행착오 덕분에 미련할 만큼 우직함을 지니고 있어서 먹고사는 일을 빠르게 그만두거나 때려치우진 않는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다. 이 글을 쓰는 단 15분 동안이라도 이 행위에 몰입하고 싶은데 주변의 거슬리는 것들에 신경 쓰고 있다. 나의 에너지는 이렇게 우수수 흩어지고 있다. 한곳으로 모아 담아도 많지 않을 텐데. 끝이 없는 업무 중이라는 굴레를 핑계로 이것저것 ..
[일상] 파란색 ​ 파란색 얼마 전 레드 벨벳의 ‘빨간 맛’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아이돌 같은 건 내 삶에서 멀어진 지 오래라 주말 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발랄한 여자아이들이 앵두나 딸기 모양의 액세서리를 하고, 빨간색 니트, 하얀 테니스 치마, 하얀 반타이즈 같은 걸 입고 빨간색 포인트 반지도 꼈던 것 같다. 축 처지고 가라앉은 지금의 나와 너무도 다른 모습을 지닌 젊고 밝은 여자아이들의 공연을 한참이나 넋 놓고 바라보았다. 평소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날따라 젊음과 밝은 에너지를 가진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받은 기분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랑, 빨간색, 흰색 그중 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자주 쓰는 아이디에 ‘blue’가 들어가고 파란 아이템을 많..
[일상] 글쓰기 ​ 글쓰기 3월을 맞이하여 (2월부터 하긴 했지만) 매일 15분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글쓰기 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고민한다고 글의 깊이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매일 꾸준히 15분 바짝 글을 쓰고 다듬고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시작한 이 시간. 혼자 하는 거라 매일 15분을 딱 맞추긴 어렵다. 15분 30초 정도 들이기도 하고, 글을 쓴 후 맞춤법 검사를 하고 문맥을 정리하다 보면 17분도 걸리고 어떤 날은 저녁 늦게 조사 같은 것을 수정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전보다 글쓰기에 공들이는 시간과 무게가 많이 줄었고 쓰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도 조금 편해졌지만, 여전히 매일 일기 같은 것만 쓰고 있는 건 아쉽다. 누군가의 조언이나 피드백 없이 혼자 쓰는 중이라 그런 것인지, 누구나..
[일상] 공항 ​ 공항 공항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행의 출발점인 그곳이 좋아 아무 이유 없이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 구경을 몇 번이나 다녀온 적도 있을 만큼 공항을 좋아한다. 비행기들의 집, 공항이 좋다기보다는 공항을 생각하면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리는 설렘이 좋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오느라 인천 공항에서 집을 향해 공항철도를 타러 가던 중, 이제 막 열차에서 내린 수많은 인파를 본 적이 있다. 여행자 차림은 아니었으니 아마도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나 보다. 정오가 막 되려던 시간이었는데 서울 강남 어느 지하철역 출근길 풍경과 비슷할 만큼 많은 사람이 공항을 향하고 있었다. 일부는 뛰어가고 일부는 젖은 머리를 말리지 못한 채 종종걸음으로 나를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항도 누군가에게는 업무의 공간이었..
[일상] 옛날 ​ 옛날 언제부터 지금이고 언제부터 옛날인지 모르겠지만 옛날보다 지금 남들에 대해 많이 의식하게 되어버렸다. SNS 같은 실생활 노출을 즐기면서 누군가를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내 의지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예전만큼 끈끈하지 않은 요즘의 관계 덕분에 남을 더 의식하며 지내면서 나도 함께 끈끈하고 싶은데 어렵다. 뭐든 쉬운 게 있을까만은. 새로 만난 누군가와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란 내 생각이 자만이었나, 나 빼고 서로서로 끈끈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없는 관계에 허탈하다. 그때 그 사람도 나고, 지금 이 모습도 나니까 의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상황을 즐겨야 하는 것도 알고 있는데, 나만 빼고 돌아가는 모습이 아리송하다. 노력해도 안 되는 건가? 노력의 초점이 틀린 건가? ..
[일상] 반전 ​ 반전 ‘키 크면 싱겁다는 옛날얘기가 맞아 맞아 정말 맞아 딱 맞아’ 이런 가사의 동요가 있다. 그 말이 딱 맞다. 적어도 나에게는. 키가 큰 만큼 어리숙하고 헛똑똑이다. 반면에 키가 작은 나의 친구들은 알차다. 야무지고 야무지다. 나름대로 지적으로 생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그에 비교해 속은 덜 익었다. 절친한 나의 친구들은 나를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애 취급을 한다. 이런 내 모습이 싫지도 좋지도 않다. 나는 나니까,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나를 잘 모르는, 가벼운 사이의 사람들은 차갑고 지적인 분위기를 지녔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지만 이제 우리의 관계는 약간 느슨해졌다. 애 낳고 살림하랴 일하랴 바쁜 시기를 살고 있어서 연락 두절인 친구들이 태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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