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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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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금 이 순간 ​ 지금 이 순간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요가를 한다. 이렇게 정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한 루틴으로 생활하는 지금이 좋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더 많이 갖지 않아도 바로 이 순간, 지금 이대로가 좋다. 커다란 쾌락을 쫓지 않더라도 지금 이만큼의 리듬이 좋다. 좋지 않은 순간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모든 것을 ‘좋다’라고 뭉뚱그릴 수 있을만큼 점점 견고해지는 이대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생각하는대로 꿈꾼다. 바라는대로 이루어질테니 마음과 정신, 행동을 하나의 연장선으로 이어 놓아야한다. 나의 인생을 마음껏 준비하고 즐길 수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태해지지 않도록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즐겁고 감사하게 살고 싶다.
[일상] 일단 쓴다. ​​​ 일단 쓴다. 폴바셋의 아이스 라테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와 일터, 나의 동선에서 찾을 수 없어서 외출 계획이 있을 땐 근처에 폴바셋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내게 폴바셋은 어릴 적 생일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케이크 같은 존재이다. 약간 짭조름한 원두의 향과 진한 우유의 맛이 뒤섞여 끈적끈적하고 차가운 폴바셋의 아이스 라테가 좋다. 요즘엔 더 강렬하고 -더 비싸고- 맛 좋은 커피가 많지만, 프랜차이즈 카페 중 아이스 라테가 가장 맛있는 곳은 -적어도 내게는- 폴 바셋이다. 오늘의 외출은 서울국제도서전. 봉은사역 근처에 있는 폴바셋에서 라떼를 주문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좋고, 한 손에 라떼를 들고 기분 좋게 도서전을 방문했다. 쓰는 행위가 삶에 반복되는 움직임으로 찾아오니 ‘좋은 글을 ..
[후회, 아니 조금] ​ 후회, 아니 조금 청춘이 영원할 줄 알았다.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지만 이제는 연륜과 나잇값을 함께 챙겨야 하는 진짜 어른이 되어 돌이켜보니,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도 지금처럼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어제보다 오늘을 사랑하고 만족하지만 요즈음 옛 생각이 종종 머무는 걸 보니 좀 지쳤나 보다. 많이. 아니 조금 덜 열심히 살아도 괜찮은데 덜 계산해도 괜찮은데. 똑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아야겠지만 오늘은 비가 오니까, 상념에 빠져 과거를 추억하고 싶지만 쌓여있는 업무와 책임감이 나를 짓누른다. 후회도 지금의 내겐 사치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나라는..
[일상] 나를 알아간다는 것 ​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다.”라는 말은 모든 게 내 탓이라는 나에 대한 불만이나 모든 해결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밖이 아닌 ‘나’ 자신에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무언가 때문에 속상하고 힘들다고 남 탓을 하게 되면, 표면적으로는 쉽게 해결되지만,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 하지만 모든 게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면 현재 순간에 깨어있게 된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너 때문이 아닌, 나 자신으로 초점을 돌리면 관계의 실마리가 풀린다. 나를 인정하고 지금 이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일상] 초심 ​ 초심 한동안 ‘주말에 일하지 않기’를 목표로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는데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니 이젠 뭐 닥치는 대로 할 수 있는 대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온종일 일과 업무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법. 아무리 노력해도 내 본능은 늘 원하는 대로 가고 싶은 대로 방향을 틀어버려 동글동글 유연한 고무공이 아니라 점점 더 모난 돌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늘 순간에 깨어있고자 노력한다는 것, 그것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었다. 최근 골머리를 썩..
[일상] 오늘 아침 ​ 테일러커피 선물 받은 원두의 두 번째 커피 불쑥불쑥 치솟는 화 덕분에 벌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작했다. 아니 4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요즘은 몸에 좋지 않은 걸 즐기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무색할 만큼 커피를 달고 산다. 그래 봤자 하루에 한 잔이지만, 불과 몇 년 전 나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했던 커피, 어마어마한 양이다. 에스프레소+물+얼음으로 이루어지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평소처럼 핸드 드립으로 내리면 차갑고 시원한 그 맛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핸드드립 커피는 따뜻한 게 제맛이라 이 시기에는 아이스를 주로 마신다. 그래서 선물 받은 지 3주 정도가 지났지만 겨우 두 번째 마시는 테일러 커피. 아침에 눈을 뜨면서 찜찜했던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 확 빈정이 상해버렸지만, ..
[일상] 시간 ​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만 누릴 수 있다는 듯 여유롭게 연휴를 보내고 나니 공허함만 남았다. 벌써 5월,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지. 옷 정리가 늦어져 박스를 열자마자 다시 넣어버렸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데 나는 그걸 쫓아가지 못하고 비껴가라고 길을 내주었다. 그동안 날씨의 변덕이 심했고 나는 추위를 많이 타고, 즐겨 입는 옷은 따로 있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게으름 덕분에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가을을 기다려야 하는 옷이 많은 건 사실이다. 덜 입는 옷을 골라내서 계절마다 옷을 꺼내야 하는 수고를 덜어야 할 텐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무엇에 홀린 듯 붕 떠서 허공을 헤매고 있다. 한고비 잘 넘겼으니 또 한고비 잘 넘기면 되는데 조금 더 쉬고 싶단 생각이 의지를 흐려지게 만든다. 당장 ..
[일상] 흐름 ​ 한동안 매일 반복하던 읽고 쓰기 행위에서 멀어졌더니 다시 돌아가기가 어렵다. 습관이란 만들기 나름이다. 좋은 습관 갖기는 어렵지만 풀어헤치기는 쉽다. 최근 공들이던 ‘15분 글쓰기’ 덕분에 긴 흐름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적절한 에너지 분배가 필요한데 요즘의 나는 그런 사소한 밀땅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흐름을 잃었다. 한번 잃은 흐름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만에 찾은 단골집 커피숍에서 낯선 불편함을 느꼈다. 초라함과 위축되는 그 마음의 무게, 왜 그런 마음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는 그런 가라앉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더 외롭고, 그래서 더 두렵다. 뭐라도 써야겠기에 굳이 노트와 자판을 펼쳤다. 연휴가 끝나간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언제쯤 흐름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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