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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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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불안함 ​ 불안함 필요악 같은 것. 뭘 하든 하지 않든 늘 나를 감싸고 있는 그것, 불안함. 지금껏 나를 키운 팔 할은 불안함이다. 불안했기에, 사소한 것까지 챙겼고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삶을 살아왔다. 늘 대비하고 준비하며 종종거렸던 이유는 불안감 덕분이었다. 달리기할 때만은 불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았기에 달리기하는 걸 즐겼지만, 그것도 잠시뿐, 호흡기가 좋지 않은 나에게 달리기를 하면서 숨이 차오르는 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목이 약한 내가 목을 많이 쓰는 직업으로 살기 위해서는 일하지 않을 땐 목을 아껴야 하는데, 달리기를 취미로 하면 쉬는 순간에도 목과 폐를 많이 쓰게 되니까 결과적으로 내 몸에 쉴 틈을 주지 않는 셈. 요즘은 불안감의 폭과 깊이가 다양해져 갑자기 번개가 나를 향해 내려치진 ..
[일상] 똑같은 ​ 똑같은 어제와 똑같이 일어나 밥을 먹었다. 그리고 또….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거의 조금씩 다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같지만 각자 다른 하루를 살고 있다. 내가 그렇듯 사람들도 매일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 지난주처럼 오늘도 활기차고 싶었지만, 몸의 기운은 그럴 수 없었다. 평일과 다르게 휴일은 에너지 변화의 폭이 크다. 알차게 보내는 날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도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고 그나마 오늘 이정도 늘어질 수 있으니 내일을 버틸 수 있겠지. 봄이 온줄 알았는데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몸이 썰렁하다. 바깥의 공기도, 방바닥도 찬기가 가득한 것이 내 가라앉음을 더 늘어지게 만든다. 며칠째 혀가 부어 말할 때 발음이 정확하지가 않다. 그러고 보니..
[일상] 똑같은 ​ 똑같은 남들과 똑같은 걸 선택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고 그냥, 그러고 싶어서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보통 사람처럼 지내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나만의 고유한 취향 같은 게 있지만 남과 다르다는 걸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그들과 같은 척, 비슷한 척하곤 했다. 하지만 사실은 남들과 똑같은 건 그냥 싫다. 돌이켜보니 커피를 마시지 않았던 이유도 남과 똑같기 싫어서였다. 지금은 남들처럼 엄청 마신다. 사진은 바닐라라테 ​
[일상] 덤덤한 덤덤한 마음은 덤덤하지 못하다. 덤덤한 마음은 덤덤하지 않은 움직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덤덤한 듯 고요하고 잔잔한 수면도 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출렁이듯이, 덤덤하게 평온함을 유지하던 마음도 누군가 건드리면 훅 쏟아내듯이 덤덤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덤덤함은 전혀 덤덤하지 않은 바람을 꼭꼭 숨기고 있다가 ‘척’과 만나 욕심을 내비치기도 하고 삐뚤어지기도 한다. 덤덤한 마음과 덤덤하지 않은 마음은 한 몸이라 덤처럼 붙어있어서 덤 더하기 덤, ‘덤덤’이 되었나 보다. 덤 뒤에 숨어있다가 누군가 건드려주길 기다리다 훅하고 나타난다. ​
[커피 한 잔] 욕망 ​ 욕망 [명사]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 요즘엔 단어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뜻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이 워낙 비슷한 것으로 대충 이해하면 넘어가 버리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국어는 원래 그렇게 알듯 말듯 사용하면서 익숙해지는 건지, 구체적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들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하는 직업으로 살아왔기에 반사적으로 이런 생각이 드나 보다. 아무튼, 오늘도 사전 앱을 열어 단어 검색부터 시작. 내가 가장 갖고 싶고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욕심부렸지만 갖지 못했던 건 누군가의 마음인 것 같다. 물질적인 것에 큰 욕심도 관심도 없고, 누군가보다 더 갖고 싶은 것도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같은 건 더 받고 ..
[일상] 신념 신념 ​ 올해는 나의 대운이 바뀌는 해이다. 사주 같은 걸 철석같이 믿진 않지만 안 믿는 것도 아니다.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명리학,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자연과 사물의 이치를 다룬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흐르는 대로 흘러가도 되는 인생을 살아왔다. 약 지난 10년 동안은 그랬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거라기보다는 큰 뜻을 두지 않고 선택한 일들이 내가 흘러갈 방향을 제시해주어서 그저 안내하는 대로 따르기만 할 뿐이었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흐름에 내맡기니 욕심도 불만도 후회도 없이 그저 흘러갔다. 몇 년 전부터 여러 가지로 욕심낸 것들을 원하는 대로 해결하지 못해 아등바등 마음 졸이고 무리했더니 작년 후반기 즈음 여러 군데에서 반응이 왔다. 그만하라고 그냥 흘러가라고. 그 신호를 무시한..
[일상] 배고픔 ​ 배고픔 배가 고프든 그렇지 않든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먹으려 노력한다. 끼니를 제때에 먹지 않아 생기는 배고픔이 싫어서이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던 시절이 있던 건 아니지만, 적당한 때에 주유해야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처럼 정해진 시간에 식사로 흡수한 그 에너지로 반나절씩 버텨왔다. 내 에너지의 원천은 적당한 식사이다. 돌이켜보니 최근엔 배고픔으로 버티기 힘들던 기억은 없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음식을 충전시키며 생활을 유지해왔다. 배고픔이라는 닥치지 않은 힘듦과 직면하기 싫어서 간식을 먹었다. 그리고 세끼 다 챙겨 먹는다.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배고픈 건 정말 싫고, 살이 쪄서 미련해지는 것도 싫고. 해결책은 배고프지 않음을 유지하는 건가, 적당한 배고픔을 즐겨야하는 건가.
[일상] 쓰는 일 ​​ 쓰는 일 꽤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다. 초등학생 아니 국민학생 시절 학교 숙제검사를 위한 일기 쓰기로 시작하여 교환 일기장도 쓰고 연애편지도. 그때의 나는 쓰는 행위를 즐겼던 것 같다. ‘나 정도면 잘 쓴다’고 생각했고, 글쓰기에 대해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논문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논물을 준비하며 쌓여있는 자료 뭉치를 보면서 한 문장도 쓸 수 없었다. 머릿속으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손은 전혀 진도를 내지 못했다. 그때 내 생각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과 논리적인 글쓰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좌절했다. 내가 가진 몇 가지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쓰기 실력이 사실은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겸손을 배웠던 것 같다. 적당히 논문을 썼고 졸업을 했다. 논문을 완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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