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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일상] 신념

신념


올해는 나의 대운이 바뀌는 해이다. 사주 같은 걸 철석같이 믿진 않지만 안 믿는 것도 아니다.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명리학,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자연과 사물의 이치를 다룬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흐르는 대로 흘러가도 되는 인생을 살아왔다. 약 지난 10년 동안은 그랬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거라기보다는 큰 뜻을 두지 않고 선택한 일들이 내가 흘러갈 방향을 제시해주어서 그저 안내하는 대로 따르기만 할 뿐이었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흐름에 내맡기니 욕심도 불만도 후회도 없이 그저 흘러갔다.

몇 년 전부터 여러 가지로 욕심낸 것들을 원하는 대로 해결하지 못해 아등바등 마음 졸이고 무리했더니 작년 후반기 즈음 여러 군데에서 반응이 왔다. 그만하라고 그냥 흘러가라고. 그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갔더니 역시나 그래서 아팠고, 아팠다. 몸도 마음도 업무도 관계도 모든 것이 폭발했고 멈춰버렸다.

다시 추스르고 보니 흐르는 대로 가면 되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강 한가운데 그저 누워있듯 물길이 세면 센 데로, 느리면 느린 데로 험하면 험한 데로 가다 보면 어딘가에 도달할 거라는 걸 안다. 적어도 강이 끊길 일은 없다는 믿음이 있다. 바다에 도달하든 더 좁고 얕은 쪽으로 흘러가든 거대한 강 한가운데에 있든 어디든 내가 있는 곳에서 즐겁게 살아가면 되는 건데, 그럼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잘 흘러가는 것에 대한 감사함만 갖게 된다.

어디로 흘러가든 잘 살아낼 막연한 자신감을 잠깐 잊고 지냈다. 봄이 내게 오는 이 시기에 잊고 있던 내 안의 힘을 되찾고 싶어졌다. 흐르는 대로 내 몸을 내맡기며 새로운 10년을 맞이해야겠다. 시작을 의식하고 준비할 수 있어 감사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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