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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추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완독 31 / 어린이, 동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다케다 미호 그림. 사이토 다카시 엮음. 정주혜 옮김. 담푸스. 일본 현대 문학의 본보기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어린이가 읽기 쉽게 엮은 동화책, 원작과 동명으로 출간된 이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보통 이런 형식의 책을 그림책이라 말하는데, 이 책은 동화책이라고 칭하고 싶다. 글과 그림이 바탕이 되어,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책을 그림책이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원작자의 글이 강렬해서인지, 엮은자의 요약이 좋아서인지, 글의 힘이 강렬하여 그림은 단지 도울 뿐, 그림만이 가진 고유한 에너지를 내뿜기보다는 글을 돕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림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글이 가진 흡입력이..
[일상] 신념 신념 ​ 올해는 나의 대운이 바뀌는 해이다. 사주 같은 걸 철석같이 믿진 않지만 안 믿는 것도 아니다.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명리학,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자연과 사물의 이치를 다룬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흐르는 대로 흘러가도 되는 인생을 살아왔다. 약 지난 10년 동안은 그랬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거라기보다는 큰 뜻을 두지 않고 선택한 일들이 내가 흘러갈 방향을 제시해주어서 그저 안내하는 대로 따르기만 할 뿐이었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흐름에 내맡기니 욕심도 불만도 후회도 없이 그저 흘러갔다. 몇 년 전부터 여러 가지로 욕심낸 것들을 원하는 대로 해결하지 못해 아등바등 마음 졸이고 무리했더니 작년 후반기 즈음 여러 군데에서 반응이 왔다. 그만하라고 그냥 흘러가라고. 그 신호를 무시한..
[일상] 배고픔 ​ 배고픔 배가 고프든 그렇지 않든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먹으려 노력한다. 끼니를 제때에 먹지 않아 생기는 배고픔이 싫어서이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던 시절이 있던 건 아니지만, 적당한 때에 주유해야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처럼 정해진 시간에 식사로 흡수한 그 에너지로 반나절씩 버텨왔다. 내 에너지의 원천은 적당한 식사이다. 돌이켜보니 최근엔 배고픔으로 버티기 힘들던 기억은 없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음식을 충전시키며 생활을 유지해왔다. 배고픔이라는 닥치지 않은 힘듦과 직면하기 싫어서 간식을 먹었다. 그리고 세끼 다 챙겨 먹는다.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배고픈 건 정말 싫고, 살이 쪄서 미련해지는 것도 싫고. 해결책은 배고프지 않음을 유지하는 건가, 적당한 배고픔을 즐겨야하는 건가.
[일상] 쓰는 일 ​​ 쓰는 일 꽤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다. 초등학생 아니 국민학생 시절 학교 숙제검사를 위한 일기 쓰기로 시작하여 교환 일기장도 쓰고 연애편지도. 그때의 나는 쓰는 행위를 즐겼던 것 같다. ‘나 정도면 잘 쓴다’고 생각했고, 글쓰기에 대해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논문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논물을 준비하며 쌓여있는 자료 뭉치를 보면서 한 문장도 쓸 수 없었다. 머릿속으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손은 전혀 진도를 내지 못했다. 그때 내 생각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과 논리적인 글쓰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좌절했다. 내가 가진 몇 가지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쓰기 실력이 사실은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겸손을 배웠던 것 같다. 적당히 논문을 썼고 졸업을 했다. 논문을 완성하..
[책 추천] 문장의 온도. 이덕무. 다산초당. ​ [완독 30 / 인문학] 문장의 온도. 이덕무. 한정주 옮김. 다산초당. 이덕무는 북학파 실학자이자 영정조 시대에 활약한 조선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독서가이다. 가난한 서얼 출신으로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자신의 힘으로 학문을 갈고닦았다. 당대 최고 지성인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과 교류하면서 ‘위대한 백 년’이라 불리는 18세기 조선의 문예 부흥을 주도했다. 1792년 개성적인 문체 유행을 금지하는 문체반정에 휘말렸음에도 사후 국가적 차원에서 유고집 ‘아정유고’가 간행될 만큼 대문장가로 인정받았다. (책 소개 참고) 조선 시대 역사와 고전을 연구하고 있는 한정주는 자칭 ‘이덕무 마니아’를 자처하며,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다산초당, 2016)를 출간한 바 있으며 이번..
[책 리뷰] 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 [완독 29/ 소설] 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윤미연 옮김. 푸른숲출판사. 소설이 어려운 내게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소설은 시작부터 긴장하게 된다. 어릴 적엔 책읽기를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왜 소설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그리고 진학하고 나서 ‘취업’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으로 책읽는 걸 사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기계발책이나, 전공서적만 읽느라 감을 잃었고, 전공공부하기 위해 읽은 전공 관련 책은 분석적으로 읽어야했기에 소설은 두려운 분야였다. 얼마 전 부터 책읽기에 부담과 무게를 줄이고자 다양한 장르의 책읽기를 도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에 대한 무거움을 내려놓는 중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읽게된 이 책, ‘한 시간만 그 방에’는 제목과 ..
[시] 조약돌을 던지며. 정호승 ​ 조약돌을 던지며 강무리 흘러간다는 것이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인 줄 알지 못하고 강물이 흘러가면서 자기의 모든 시간을 나에게 주고 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오늘도 저녁 강가에 나가 조약돌을 던지며 흐르는 물의 시간을 바라본다 물결 위에 눈부시게 햇살로 반짝이는 시간의 슬픈 얼굴을 바라본다 울지는 말아야지 종이배인 양 강물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당신의 신발 한짝을 따라가 다시 돌아오지 못해도 울지는 말아야지 바다로 흘러간 강물이 강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은 언제나 나의 잘못일 뿐 저녁 강가에 앉아 물새 한마리 갈대처럼 잠시 날개를 쉬는 동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강물에 멀리 조약돌을 던지며 나를 던진다. (141)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창비시선 406 ​
[커피 한 잔] 조심 ​조심 조심성이 많은 나이지만, 이따금 무리할 때가 있다. 평소보다 오래 일해야 할 상황이 올 때, 빠르게 해결하고 싶을 때 나도 모르게 잠깐 몸을 혹사해 직업병 같은 아픔이 있다. 2년 전 머그잔 4~50개를 빨리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 한꺼번에 들다가 허리와 손목을 삐끗한 후부터 오른쪽 손목과 팔목, 허리가 종종 욱신거린다. 2~3번 나눠 옮겼으면 다치거나 아프지 않았을 텐데 조금 더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도록 적당히 해야 하는데 그놈에 '적당히'가 늘 어렵다. 돌이켜보니 몸 뿐 아니라 말을 조심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잠시 방심했다가 무너진 인간관계들이 적지 않다. 처음부터 끊어내려고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조심하지 않는’ 나의 고질병 덕분에 내 몸과 마음도, 상대방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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