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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란색 ​ 파란색 얼마 전 레드 벨벳의 ‘빨간 맛’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아이돌 같은 건 내 삶에서 멀어진 지 오래라 주말 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발랄한 여자아이들이 앵두나 딸기 모양의 액세서리를 하고, 빨간색 니트, 하얀 테니스 치마, 하얀 반타이즈 같은 걸 입고 빨간색 포인트 반지도 꼈던 것 같다. 축 처지고 가라앉은 지금의 나와 너무도 다른 모습을 지닌 젊고 밝은 여자아이들의 공연을 한참이나 넋 놓고 바라보았다. 평소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날따라 젊음과 밝은 에너지를 가진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받은 기분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랑, 빨간색, 흰색 그중 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자주 쓰는 아이디에 ‘blue’가 들어가고 파란 아이템을 많..
[일상] 글쓰기 ​ 글쓰기 3월을 맞이하여 (2월부터 하긴 했지만) 매일 15분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글쓰기 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고민한다고 글의 깊이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매일 꾸준히 15분 바짝 글을 쓰고 다듬고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시작한 이 시간. 혼자 하는 거라 매일 15분을 딱 맞추긴 어렵다. 15분 30초 정도 들이기도 하고, 글을 쓴 후 맞춤법 검사를 하고 문맥을 정리하다 보면 17분도 걸리고 어떤 날은 저녁 늦게 조사 같은 것을 수정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전보다 글쓰기에 공들이는 시간과 무게가 많이 줄었고 쓰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도 조금 편해졌지만, 여전히 매일 일기 같은 것만 쓰고 있는 건 아쉽다. 누군가의 조언이나 피드백 없이 혼자 쓰는 중이라 그런 것인지, 누구나..
[책 리뷰] 마음이 콩 밭에 가 있습니다. ​ [완독 35 / 에세이] 마음이 콩받에 가 있습니다. 최명기. 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 늘 다양한 생각 거리 덕분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이 책은 ADHD 라고 불리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산만해도 괜찮아’ 버전의 책이다. 저자 최명기는 정신과 전문의로 심리센터 연구소장 등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처리해야 하는 업무 덕분에 후천적 산만함(?)을 갖게 된 나는 전체를 이해하고 끄덕일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성격과 개성은 천차만별이고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도 모두 다를 테니까. 남들보다 활동적인 사람들이 순간..
[일상] 공항 ​ 공항 공항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행의 출발점인 그곳이 좋아 아무 이유 없이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 구경을 몇 번이나 다녀온 적도 있을 만큼 공항을 좋아한다. 비행기들의 집, 공항이 좋다기보다는 공항을 생각하면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리는 설렘이 좋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오느라 인천 공항에서 집을 향해 공항철도를 타러 가던 중, 이제 막 열차에서 내린 수많은 인파를 본 적이 있다. 여행자 차림은 아니었으니 아마도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나 보다. 정오가 막 되려던 시간이었는데 서울 강남 어느 지하철역 출근길 풍경과 비슷할 만큼 많은 사람이 공항을 향하고 있었다. 일부는 뛰어가고 일부는 젖은 머리를 말리지 못한 채 종종걸음으로 나를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항도 누군가에게는 업무의 공간이었..
[일상] 옛날 ​ 옛날 언제부터 지금이고 언제부터 옛날인지 모르겠지만 옛날보다 지금 남들에 대해 많이 의식하게 되어버렸다. SNS 같은 실생활 노출을 즐기면서 누군가를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내 의지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예전만큼 끈끈하지 않은 요즘의 관계 덕분에 남을 더 의식하며 지내면서 나도 함께 끈끈하고 싶은데 어렵다. 뭐든 쉬운 게 있을까만은. 새로 만난 누군가와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란 내 생각이 자만이었나, 나 빼고 서로서로 끈끈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없는 관계에 허탈하다. 그때 그 사람도 나고, 지금 이 모습도 나니까 의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상황을 즐겨야 하는 것도 알고 있는데, 나만 빼고 돌아가는 모습이 아리송하다. 노력해도 안 되는 건가? 노력의 초점이 틀린 건가? ..
[책 추천] 펫숍보이즈. ​ [완독 34 / 소설] 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최윤영 옮김. 놀. 일상에 쫓겨 이제서야 읽을 수 있었던 게 아쉬울 만큼 아름답고 따뜻한 소설이다. ‘카모메 식당’이나, ‘하나와 앨리스’, ‘웰컴 투 맥도나르도’처럼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 몰리스 펫숍처럼 반려동물과 생활용품도 함께 파는 펫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 ​​‘이곳은 펫숍. 언제나 사건으로 가득한 내 직장이다.’ 일본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이런 나레이션이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나올 것 같은 독백체의 문구가 등장한다. 띠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책 자체에 자신이 없어 포장한, 쓸모없는 광고 용품으로 여겨 책을 펼치면서 바로 버리곤 하는데, 이 책은 띠지가 신의 한 수다. 귀여운 동물 스티커도 좋았지만 띠지 안쪽에 등..
[일상] 반전 ​ 반전 ‘키 크면 싱겁다는 옛날얘기가 맞아 맞아 정말 맞아 딱 맞아’ 이런 가사의 동요가 있다. 그 말이 딱 맞다. 적어도 나에게는. 키가 큰 만큼 어리숙하고 헛똑똑이다. 반면에 키가 작은 나의 친구들은 알차다. 야무지고 야무지다. 나름대로 지적으로 생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그에 비교해 속은 덜 익었다. 절친한 나의 친구들은 나를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애 취급을 한다. 이런 내 모습이 싫지도 좋지도 않다. 나는 나니까,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나를 잘 모르는, 가벼운 사이의 사람들은 차갑고 지적인 분위기를 지녔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지만 이제 우리의 관계는 약간 느슨해졌다. 애 낳고 살림하랴 일하랴 바쁜 시기를 살고 있어서 연락 두절인 친구들이 태반이고..
[일상] 불안함 ​ 불안함 필요악 같은 것. 뭘 하든 하지 않든 늘 나를 감싸고 있는 그것, 불안함. 지금껏 나를 키운 팔 할은 불안함이다. 불안했기에, 사소한 것까지 챙겼고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삶을 살아왔다. 늘 대비하고 준비하며 종종거렸던 이유는 불안감 덕분이었다. 달리기할 때만은 불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았기에 달리기하는 걸 즐겼지만, 그것도 잠시뿐, 호흡기가 좋지 않은 나에게 달리기를 하면서 숨이 차오르는 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목이 약한 내가 목을 많이 쓰는 직업으로 살기 위해서는 일하지 않을 땐 목을 아껴야 하는데, 달리기를 취미로 하면 쉬는 순간에도 목과 폐를 많이 쓰게 되니까 결과적으로 내 몸에 쉴 틈을 주지 않는 셈. 요즘은 불안감의 폭과 깊이가 다양해져 갑자기 번개가 나를 향해 내려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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