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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해당되는 글 70건

  1. 2018.03.19 [일상] 3월
  2. 2018.03.18 [일상] 기계
  3. 2018.03.17 [일상] 첫 만남
  4. 2018.03.16 [일상] 그리다
  5. 2018.03.15 [일상] 오늘도
  6. 2018.03.14 [일상] 온도계
  7. 2018.03.13 [일상] 아무렇지 않게
  8. 2018.03.12 [일상] 반하다
  9. 2018.03.11 [일상] 집중
  10. 2018.03.10 [일상] 파란색
카테고리 없음2018. 3. 19. 10:49


3월

매년 3월이 되면 끝도 없는 쓸쓸함을 주체하지 못해 마음이 아픈 시기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올해는 봄이 너무 좋다. 너무 멀쩡하게 봄맞이를 하는 내 모습이 어색할 만큼 봄이 편안하다. 아직은 진짜 봄이 찾아온 건 아니니까 쌀쌀하니까, 내게 찾아올 마음의 폭풍 같은 걸 조만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별 일없이 지내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 탓에 감정 변화에 무덤덤해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더 우울해지지 않으려 긴장하던 나의 봄이 올해에는 마냥 가라앉지 않아서 다행이다.

3월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동안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던 화장품과 새 옷을 샀다.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보내며 옷은 내 체온을 보호해주는 수단이었고 흐르는 콧물 덕에 늘 마스크를 하고 다녀 화장 따위 할 수도 없었다. 지난 겨울 동안 산 옷이라고는 수면 바지와 수면 양말, 내복 몇 벌이 전부였으니 징글징글한 겨울이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싹처럼 나도 날씨에 맞서는 기운 같은 게 충전되고 있나 보다. 기온이 높든 낮든, 날씨가 맑든 흐리든, 봄을 맞이하는 이 시기 자체가 마냥 좋다. 고생한 만큼 단단한 봄이 되길.

Posted by 따듯한 꽃.개
TAG 3월, ,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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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8. 3. 18. 16:56



기계
감정 변화 같은 건 애초부터 갖고 있지 않은 기계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억지 감정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발연기, 로봇 연기하던 장수원이 그 자체로 가십거리가 되어 기사화되고 패러디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는데 아예 로봇 사람이 주인공인 ‘보그맘(2017)’이란 드라마를 보면서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이상함을 경험했다. 발연기인지 원래 그런 듯 아닌 듯 기계 엄마 연기에 충실했던 박한별은 이쁨 그 자체였다.

사실 박한별이니까 가능했던 거지 덜 예쁜 누군가가 로봇 사람을 연기했다면 그만한 재미도 호응도 없었을 거다. 그러고 보니 1998년에 데뷔한 사이버 가수 1호 아담도 있었다. 아담 외에도 여자가수도 있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동건 같은 조각 미남 얼굴을 하고 다소 어색한 동작, 입 모양을 가지고 사이버 가수로 활동하던 그 캐릭터(?)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그래픽 기술 발전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아담 류의 사이버 가수에 관한 관심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하긴 보그맘도 명령과 실행 값으로 움직이던 박한별이 인간의 감정을 느끼며 변화하는 모습덕분에 드라마 소재가 된 거지, 사이버 캐릭터가 전부였다면 재미와 관심이 덜했을 거다. 감정 소모 없는 건조한 마음으로 살 수 있길 바랬지만 아담처럼 감정이 없다면 관심도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동마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흘린 내 눈물은 바람이 쌀쌀해서였을까, 알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쳐 올라 눈물을 뚝뚝. 아무렇지 않은 듯 장갑 낀 손으로 훔쳐냈다. 참 애증의 존재다. 공기가 차서 흐른 걸 테지.

Posted by 따듯한 꽃.개
TAG 기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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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7. 13:44



첫 만남

2008년 8월 비 오는 주말 오후, 아마 셋째 주쯤 종각역 스타벅스.
두세 시쯤이었나, 커피숍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다 자리를 옮겼는지 무얼 먹었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그 커피숍에 혼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이 몇 있었던 건 기억이 난다. '저 사람은 아니길, 저 사람이면 좋겠다' 둘 다 맞지 않았지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그저 그랬던 그 날. 수많은 첫 만남 중에서 굳이 그날 그 사람과 첫 만남이 생각나는 이유는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려서일까. 기억을 손에 쥐지 않고 사는 요즘은 뭐든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서일까, 만나지 못할 사람은 그 말고도 많은데 새삼 그를 다시 떠올리며 나라는 사람의 미련함에 헛웃음이 나온다.

요즘은 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를 한 지 오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과도 겨우 연락만 유지하는 정도. 이조차도 버거워 노력하며 살고 있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들뜨는 분위기를 즐겼던 사람이었다. 집은 그저 잠을 자는 곳에 불과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지금 내 모습으로는 상상되지 않는 그런 삶을 살던 적이 있었다. 누구랑 만났는지 그때의 내가 즐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들의 중심에 있고 싶어 노력했던 내 모습은 기억난다. 그 시절 나는 노력한 만큼 즐거웠던가.

살다 보니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살다 보니 주어진 삶에 충실히 하고자 애쓰는 내가 보인다.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다. 오늘처럼 마음 놓고 잠에 취해 주말 따위 보내도 큰 문제 될 것이 없는 정도를 살고 있어 다행인 인생이다.

어제 처음 만난 하이볼은 고독한 언니의 마실 거리처럼 같았다. 동그란 얼음에 멋짐을 담고 무겁고 씁쓸하며 시원하던 한 모금을 마시며 오랜만에 무언가와 첫 만남을 갖게 됨을 기록한다. 한참 아프고 난 후 내 몸은 술을 원하지 않는 몸이 되어버렸지만 어차피 마시지 못할 술이라면 하이볼과 친해져야겠다. 다시 만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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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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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6. 09:37



그리다

아침잠이 길어지면 으레 꿈을 꾼다. 예지몽 같은 게 아닌, 수면의 질이 얕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의미 없는 꿈이지만 꿈 자체를 믿는 편인 나는 그 개꿈조차도 의미부여 하게 된다. 이상하고 찜찜했지만 조금 그리웠던 감정의 꿈을 꾸다가 잠시 깼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잠들어 새 꿈을 꾸었는데 그 내용이 참 현재 감정 상태를 반영한 듯 불안하기도 하고 변화가 필요하기도 한 요즘의 업무를 대하는 내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운 그 상황에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상황에 직면해 당황하던 꿈속 내 모습이 아쉽기도 하고, 진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떨까 철렁하기도 하고.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하고 싶은 얼토당토않은 이 마음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듯이 바라는 대로만 꿈을 꿀 수 없다. 마음먹기는 내 나름이지만 잠들면서 무의식이 그리는 그 꿈은 아무리 바라고 또 바래도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다. 한때는 그 꿈에 집착하여 어제 꿨던 그 꿈과 이어지는 내용의 꿈을 꾸길 바라는 마음에 자기 전에 꿈꾸는 바를 그리며 잠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드라마처럼 내용이 이어지는 꿈을 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욕심 그 자체일 뿐, 꿈은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먼지 같은 무의식중 하나가 슬쩍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일 뿐. 그걸 알면서도 오늘도 나는 어젯밤, 아니 오늘 아침에 꾼 그 꿈에 집착한다. 누군가가 나를 살뜰히 아끼던 그 꿈,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로부터 침범당한 그 꿈이 실제 상황이라면?

연이어 꾼 두 꿈의 공통점이라면 불안한 나의 마음이다. 현실에선 온화한 척 다짐하고 포장하지만 내 안에선 그렇지 못한가 보다.
무의식을 내 맘대로 다룰 수는 없으니까 깨어있을 동안엔 의지를 갖추고 괜찮다고, 충분히 행복하다고 맑은 정신을 그려가야겠다. 석연치 않은 방법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덜 불안할 테니. 전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니까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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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5. 09:59



오늘도

몸의 기운이 예전 같지 않다. 날씨 같은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읽을 수 있을 만큼 맑은 기운을 가졌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무언가로부터 오염된 것 같다.
이런 변화를 느끼며 오늘도 평소와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몇 개월 전까지는 커피를 내리면서 명상 비슷한 걸 했었지만 요즘은 사과를 깎고 당근을 자른다. 아침에 먹는 사과가 우울한 마음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밤새 비가 왔는지 바깥이 촉촉이 젖어있다. 예전의 나라면 습도와 빗소리,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비의 기운을 느꼈을 텐데, 오늘은 직접 창밖을 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나만이 가진 무기라고 생각했는데 내 기운이 사라져가는 게 아쉽다. 맑은 기운을 끌어올릴 수는 없을까? 조금이라도 되찾고 싶은데. 이런 기운과 상관없이 오늘도 시간은 흐른다. 유칼립투스와 한 화분에 둥지를 튼 튤립 두 송이가 어느새 꽃을 피웠다. 난 아직도 겨울 코트와 양모 스웨터를 입고, 스카프를 두르고 출근하는데 봄이 코앞까지 성큼 와버렸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서인지 이번 봄이 낯설다. 겨울이 지속될 것 같았는데 이젠 봄, 벌써 봄이다.

봄의 기운을 맞이하여 며칠째 쇼핑 중이다. 코트와 비타민을 샀고, 물광 크림을 샀다. 태블릿 피시를 하나 더 사고 싶은데, 통장 사정 덕분에 2주 후로 미뤄두었다.

오늘도 어제와 내일과 똑같은 하루지만, 지나 가버리고 나면 잊혀지는 어떤 하루지만 아플 동안 놓치고 있던 나의 어떤 기운을 기억해냈다는 점에서 소중하고 특별한 하루다. 단 15분 동안이지만 무언가를 기록하기 위해 무언가를 떠올리는 작업은 소중하다. 차 한 모금을 마시고 남은 하루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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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4. 19:45



온도계

어릴 적 학교 앞에 있던 온도계와 방향계. 경비실보다 작은 나무집 같은 곳에 작은 울타리 속에 걸려있던 그 온도계. 과학실이나 어린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늘 있던 그 온도계를 못 본 지 오래다. 요즘은 핸드폰이 만능이라 뭐든 그 안에 다 있으니까 쓰임을 갖고 있던 물건들이 사라지고 있다. 쓸모를 가진 물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치 나도 쓸모가 없어지면 사라져야 할까 봐, 내 존재와 겹쳐 별 것 아닌 온도계를 떠올리며 아쉬운 감정이 교차한다.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는데 하나하나 신경 쓰이는 걸 보니 나이 듦을 느낀다. 나이 들면 관심사가 넓어지는 건가, 걱정이 많아지는 건가. 뭐 하나 하려 하면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내게 보인다. 큰 의미 두지 않고 한 귀로 흘려버리던 할머니의 그 말씀들에 사랑이 담겨있었다는 걸 온도계를 떠올리며 느낀다.

온도계와 할머니라니, 주말에 할머니를 뵈러 갈 생각으로 떠올리는 나의 할머니의 따스함. 오늘 따뜻했던 날씨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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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3. 11:12



아무렇지 않게

이별의 이야기를 쉽게 건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경우의 만남이라도 헤어짐은 아쉽다. 함께한 시간을 그럭저럭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포장한다. 처음 시작만큼 마지막 마무리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다. 모든 이들이 내 뜻대로 행동하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그들의 행동 하나에 상처받고 마음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자꾸 마음이 간다. 이 몹쓸 오지랖 덕분에 돌아오지 못할 곳에 마음 쓰다 감기몸살에 걸려버렸다.

이 미련함을 티 내지 말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살아야 한다. 어른의 나이로 살다 보니 나의 감정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특히 업무를 대할 때에는. 적당한 관계와 적당한 눈치만 존재할 뿐이다.

모두의 바람대로 덤덤하게 오늘 하루를 대해야겠다.
별 감정이 없는 듯
아무렇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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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2. 09:42



반하다

요즘의 나를 반하게 만든 건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체크 코트다. 마지막 방송을 아쉬워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창에 ‘서지안 체크 코트’를 찾아봤는데 역시나 한 벌에 139만 원짜리였다. 드라마의 완성이 PPL 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역시 드라마 인기를 실감했다. 극 중 주인공은 그렇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는데 139만 원짜리 코트를 입었다니, 그렇게 비싸 보이지 않았는데 현실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중 한 벌은 45만 원이었는데 이미 품절이었다. 혹시나 해 중고나라에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 거래되고 있었다.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들은 며칠 전에도 품절된 그 코트를 구할 수 있었다. 이미 따듯한 봄이 와버려서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었던 코트를 입으려면 가을이 와야 하니까 관심 갖지 않아도 되는데 눈이 간다.

오랜만에 뭔가 사고 싶었는데, 살 수 없어 아쉬운 마음에 이번에 알게 된 브랜드의 옷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예쁜 옷들이 많았지만 서지안 체크 코트 말고 사고 싶은 건 없었다. 역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가녀리고 당찬 이미지를 등에 업은 코트, 어쩌면 난 그녀에게 반했고, 그 이미지를 갖고 싶어 그 코트를 찾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드라마가 아름답게 끝나 다행이지만, 나는 그 코트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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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1. 17:04

​​



집중
평소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지만 정작 나는 집중을 잘 하고 있던가. 아니,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집중을 할 수 있는 거지?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라도 이것저것 딴짓을 하게 마련이고, 밥을 먹다가 옷을 입기도 하고 화장을 하면서 양치질도 하고. 한 가지에 온전히 집중하기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랜 시행착오 덕분에 미련할 만큼 우직함을 지니고 있어서 먹고사는 일을 빠르게 그만두거나 때려치우진 않는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다. 이 글을 쓰는 단 15분 동안이라도 이 행위에 몰입하고 싶은데 주변의 거슬리는 것들에 신경 쓰고 있다. 나의 에너지는 이렇게 우수수 흩어지고 있다. 한곳으로 모아 담아도 많지 않을 텐데.

끝이 없는 업무 중이라는 굴레를 핑계로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계속 새 가지를 뻗어가며 늘어지는 업무들, 관계들, 고민거리들. 뭐 하나 해결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일주일 중 하루, 반나절은 그나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가 있다. 잠깐 주어지는 이 순간 나는 새소리를 듣는다. 다양한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새삼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잠깐 새들의 울음소리에 집중하며 자유로움을 느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시 핸드폰을 만지며 SNS를 확인하고, 오후에 할 일을 되새김질한다. 어휴 정신없어. 정돈된,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이번 생애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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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0. 12:06



파란색

얼마 전 레드 벨벳의 ‘빨간 맛’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아이돌 같은 건 내 삶에서 멀어진 지 오래라 주말 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발랄한 여자아이들이 앵두나 딸기 모양의 액세서리를 하고, 빨간색 니트, 하얀 테니스 치마, 하얀 반타이즈 같은 걸 입고 빨간색 포인트 반지도 꼈던 것 같다. 축 처지고 가라앉은 지금의 나와 너무도 다른 모습을 지닌 젊고 밝은 여자아이들의 공연을 한참이나 넋 놓고 바라보았다. 평소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날따라 젊음과 밝은 에너지를 가진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받은 기분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랑, 빨간색, 흰색 그중 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자주 쓰는 아이디에 ‘blue’가 들어가고 파란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니 한글 ‘파란색’이 가진 어감보다는 ‘blue’가 가진 어감, 약간 쓸쓸하고 우울하고 가라앉은, 약간 신비스러운 그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 짧은 글을 쓰면서 글자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그 단어를 소리로 바꿀 때 귀로 느끼는 느낌, 머릿속에 떠올릴 때 느껴지는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느꼈다. 무언가를 생각할 때 나는 머릿속에 간직한 추억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나 보다. 그래서 파란 기운을 가진 내가 ‘빨간 맛’이라는 밝고 화사한 노래를 듣고 기운을 받은 것처럼. 요즘은 뭐든 즉각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예전처럼 사색하고 생각하고 넋 놓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예전보다 업무시간이 훨씬 적은 편인데도 자유 시간이 적게 느껴진다. 짧은 글쓰기 시간을 통해 단어 하나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요만큼의 여유 부림이 좋다. 이 루틴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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