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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해당되는 글 70건

  1. 2018.04.04 [일상] 낡은 책
  2. 2018.04.03 [일상] 같은 자리
  3. 2018.03.28 [일상] 안도
  4. 2018.03.27 [일상] 이방인
  5. 2018.03.24 [일상] 괴리
  6. 2018.03.23 [일상] 사기꾼
  7. 2018.03.22 [일상] 커피 한 잔
  8. 2018.03.21 [일상] 적당히
  9. 2018.03.21 [일상] 미완 2
  10. 2018.03.20 [일상] 미완
- 일상2018. 4. 4. 10:23



낡은 책

낡은 책이 가진 빛바램과 촌스러움이 좋다. 내가 가진 책 중 가장 ‘낡아 보이는 책’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다. 스무 살 중턱에 읽었던 그 책은 그 무렵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하는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2005, 생각의 나무)를 읽고 알랭 드 보통에 푹 빠져 고른 다음 책이 ‘불안’이었다. 풍부한 심리묘사로 불안하고 깜깜하던 나의 이십 대를 위로해주던 그 책. 하도 들고 다녀서 표지도 위아래 모서리도 너덜너덜, 심지어 커피인지 차인지 모를 음료도 쏟아 얼룩도 있다. 더럽게 낡았지만 차마 버리지 못한 건 이 책이 불안하디불안하던 이십 대의 나를 위로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되기 전, 청계천이 지금의 깨끗한 모습이 아닌, 고가도로와 헌책방도 있던 시절에 청계천 헌책방을 종종 다녔다. 각각의 책은 전주인의 사연을 담고 있다. 요즘은 오래된 헌책방을 찾기가 어렵다. 헌책방을 찾아가는 사람도 드물기도 하고 헌책방이 보유한 책은 정말 ‘헌책’이 대부분이다. 시중에 너무 많이 나와 있거나, 너무 오래되어 쓸모를 잃은 책. 부산여행 때마다 들리는 보수동 책방 거리는 점점 규모가 작아짐을 느낀다. 그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도 찾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 테지.

각자의 추억을 사고팔던 헌책방의 책거래는 ‘중고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거래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낡은 책이 아닌 깨끗한 책들이 세련된 방식으로 거래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새 책은 약간 비싸게, 인기가 없는 책은 약간 싸게, 너무 많은 물량을 보유한 책은 받지도 않는다. 전주인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던 헌책방의 책과는 다르다. 많이 사면 덤을 끼워주는 사장님의 정도 없다.

편리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거래가 나쁘진 않지만, 책방 사장님의 후덕한 인심과 추억이 가득하던 그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아쉽다. 나도 낡고 쓸모없어지면 잊혀지고 버려지게 될까 봐.

낡고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을 쓰다가 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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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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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4. 3. 09:48


같은 자리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오늘도 아무도 없는 고요한 이 시간에 이곳에 앉았다. 어딘가 공사하는 소리도 들리고 비둘기, 참새 우는 소리도 들린다. 구구~꾸, 구구~꾸, 짹짹, 드르르, 다다 다닥다닥, 찌이이이잉.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리가 화음을 이루어 내 자리에 찾아왔다.

십여 년 전부터 이 공간은 어머니의 공간이었다. 매일 아침 홀로 고요히 앉아 이 공간에서 책을 읽으셨다. 그 모습을 보기만 했는데 언제부턴가 내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비슷한 행위를 한다. 책을 읽거나 생각을 담거나 커피를 마신다. 이 모든 것을 함께 하기도 하고, 한 두 가지만 하기도하고. 그래서 이 공간에 앉아 있으면 내가 어머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그렇게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머니를 그리고, 닮고 싶은 마음에 나도 이 공간을 차지하고 앉았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나의 공간이 되었다.

늘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 지루하지 않다. 책 탑에 둘러싸여 언제 읽을지 모르는 더미들에 눌려있을지라도 오늘도 이곳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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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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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28. 10:55


안도
요 며칠 가슴이 답답했는데 오늘 아침 기운이 좋다. 매일 아침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자고 계획했지만 실천하진 못했다. 아침에 눈 뜨면 비몽사몽 세미와 인사를 나누고 아침밥 먹기 바쁘다. 하긴 이 정도의 인생이라면 감사한 게 맞다. 매일 아침 나를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 아직도 나를 돌봐주는 사람과 반려견이 있다는 것. 이만큼도 행복해야 하는 게 맞다.

화병인가 싶을 정도로 가슴 한쪽이 갑갑하고 답답하고 응어리진 무언가 덕분에 탄산수를 쟁여두고 마신다. 그나마 이걸 마시면 잠시나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탄산수는 약한 나의 목에 좋지는 않다. 알고 있지만 자꾸 즐기게 되는 커피와 탄산수. 그래도 해결되지 않았던 답답함은 어떻게 떨쳐버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웬일로 오늘 아침에는 그 무게가 줄어든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라 그 크기와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최근의 나를 힘들게 한 건 맞다. 늘 그래왔듯 원래부터 내 것이려니 하며 순응하고 지냈는데 오늘은 다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커피를 내릴 때 어제보다 신선한 거품이 많이 올라왔다. 아침에 벌어지는 작은 행동과 사건 하나하나가 나의 하루를 만든다.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다.

어제와 오늘의 차이점이라면 평소보다 잠이 조금 부족했고, 업무량이 많았고, 체력 소모도 많았다. 평소보다 육체와 정신의 피로도가 조금씩 증가했는데 컨디션이 나아진 게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지난겨울보다 건강해짐 덕분이 아닐까.

1월부터 시작된 동네 뒷산 느린 산책이 아차산으로, 둘레길로 이어져 3개월째 진행 중이다. 고작 일주일에 하루 산에 간다고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아직 근력도 운동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순간순간을 돌이켜보면 마음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생기가 돌아오고 있다. 이 리듬대로 몸의 무게도 가벼워지기를.

한숨 돌렸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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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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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27. 10:19


이방인
여행이 좋은 이유는 낯선 공간에서 동떨어진 사람처럼 거리감을 두고 주변을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평소 생활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들. 끈끈하게 얽혀있고 속해있는 주변에서 잠시 멀리 떨어져 미술관 속 작품을 감상하듯 그것들을 구경하고 나면 낯선 이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내가 보이기도 한다.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지.

해마다 한 두 번씩 여행을 꼭 챙겨가던 적이 있었다. 즐기기에, 충분한 휴가 기간이 주어졌고, 적당한 여유 자금도 있었고, 건강했고, 마음의 여유도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생전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떠나 외로움을 오롯이 즐기며 시간을 보내며 여행지에서의 설렘도 좋았지만, 내가 속해있는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가를 느끼며 돌아오곤 했다. 최근 몇 년은 긴 휴가를 낼 수 없는 마음의 여유 덕분에 짧게, 근교의 호텔로 재충전을 핑계로 돌아다니고 있지만, 예전만큼 설레지도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만족스럽지도 않아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올해엔 그나마 짧은 휴일을 긁어모아 일정을 계획 중이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예약하고, 숙소를 알아보는 과정에 설렌다. 낯섦은 나를 긴장하게 하고 설레게 한다. 늘 그랬듯 잠깐 영어 공부에 빠져있을 테고, 여행지에서 사 온 원두를 마시며 그곳을 추억하게 되겠지. 이 여행을 다녀와서도 후련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쩌지 하는 고민도 있지만, 그런 고민까지 하면서 나를 들들 볶지 말아야 한다. 이미 충분히 스트레스로 가득한 인생을 사는 중이니.

나 혼자 만들어낸 삶의 무게에 눌려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 한 달 정도 일상에서 도망쳐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내 인생이니까 내가 계획하고 만들어가기 나름이지만 미련한 책임감이 그럴 수 없게 만들었다. 큰 변화 없이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좋지만 지치기도 한다.

뭐든 적당한 게 좋은 법. 낯섦과 익숙함을 적당히 섞어야 하는데 적당한 상태를 만드는 게 제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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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8. 3. 24. 12:39



괴리
재미있지도 않은 말을 내뱉으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나를 반성한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가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말 한마디 잘하지 못해서 관계를 자꾸 어그러트린다. 늘 신경 쓰고 정신 차리려 노력하는데 가끔 그런 실수를 반복한다.
소심한 주제에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어 자꾸 불쑥 솟아오르는 튀는 말, 아니 카톡 대화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와 서로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그런 공간에서 지나치게 돋보이려는 행동은 나란 존재를 더욱 세상과 동떨어지게 만든다. 그럴수록 함께하기 어렵다는 괴리감도 들고.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 고치지도 못하고. 한없이 자상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외로운 아이. 자꾸 나이는 먹는데 나잇값을 못하는 안타까운 중생.

오늘도 또 한 번 실수를 거듭했고, 더욱 말조심 글 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이런 고민과 생각 말고도 해야 할 업무와 처리할 숙제들이 많은데 괜스레 여러 사람 마음에 흠집을 내고 사서 고생 중. 반성하자….

Posted by 따듯한 꽃.개
TAG 괴리,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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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23. 10:28


사기꾼
업무 능력이 뛰어나 ‘보이는’ 사람은 대략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다. 남에게 사기를 쳐서 해를 입힐 정도로 과한 사기꾼이라기보다 자신의 업무나 배경 등을 과장하여 적당히 과시하는 정도, 그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나, 이만큼 잘 하고 있어’를 누군가에게 항상 어필하고 있는 사람들.

드러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마냥 재수 없고 시시하게 느껴지던 그 사람들이 요즘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그런 과시를 가진 사람들은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이며, 대체로 돈을 쉽게 벌고, 돈을 다룰 줄 안다. 아니, 그보다는 돈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룰 줄 아는 것 같다.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에서 “네가 무얼 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해”라는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나는 상당히 은둔자답게 생각을 하고, 생활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일이 한가지 정답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지인의 말에 내가 살아온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 헛산 건가.

그나마 나에게도 과시욕이 있는데, SNS로 읽은 책을 죄다 사진 찍어 올리는 것이다. 순간순간 기억하고 곱씹으려 사진을 찍던 그 행동이 너무 과한가 싶어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 지인들과 연결되지 않도록 관리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자기만족으로 거의 매일 책 읽는 사진을 올리지만 어쩌면 지적 허영을 드러내고 싶은 내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그조차도 사람들과 연결된 사생활이 드러나는 개인 계정에서 자랑했어야 했나,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니 이 정도로….

무언가로부터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때면 일의 진행이 순조롭게 흐르지 않는다. 업무도 인간관계도 생활도. 오늘이 금요일이라 천만다행이다. 주말 동안 재충전하여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면서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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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22. 11:41



오늘의 커피 : 빈브라더스 벨벳 화이트

아이돌 레드벨벳을 알고있기 때문인지, 하얀 신부 드레스 모습을 가진 빈브라더스의 시그니처 원두 벨벳 화이트를 화이트 벨벳으로 기억하다가 다시 찾아보니 벨벳 화이트.
벨벳 화이트나 화이트 벨벳이나, 자꾸 반복하니까 헷갈린다. 그거나 그거나. 라테와 어울리는 향과 맛이라던데, 적당한 아메리카노도 괜찮았다.

한동안 몸의 기운이 마비되어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각성제로만 이용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냉동실에 있던 원두를 꺼내어 쓱쓱 갈았다. 이 아이를 11월 초에 사 왔으니 벌써 반년 전이다. 반년 만에 세상에 나온 빈브라더스의 원두는 예전에도 느꼈지만 보통 알고 있는 크기에 비교해 작고 밝은 갈색을 띤다. 원두의 모양과 색이 맛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더 볶아서 어두운 색을 띠면 더 탄 맛이 나겠지.

고생고생 생고생을 하던 어제를 뉘우치고 오늘은 어제보단 덜 정신사납기를 바라며,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세미를 바라보며,

이런 게 행복이지.
누구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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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8. 3. 21. 23:48




적당히

오랜만에 대학 2학년 시절 한학기를 함께 보낸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자유로운 영혼이던 그 선배는 쓸쓸하고 우울한, 우수에 잠긴 표정으로 도덕 선생님 같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했으니 우리보다 4학번이 높았던 선배의 눈에 우리가 얼마나 아이 같았을까, 선배가 우리에게 조언하던 말투, 그걸 놀리던 동기의 말투, 함께한 순간은 짧았지만, 행복하고 재미있던 시절의 기억이다.


세월이 지나며 나이가 든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부쩍 나이 드는 것을 몸과 마음이 거부하고 있다. 자꾸 실수하고 놓치고 깜박하고.
적당히 하자. 기억이든 일이든 스트레스든
그게 뭐든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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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8. 3. 21. 21:22


미완

“언니도 이제 늙었다.”

그녀는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국회도서관이 내 집인 듯 주말마다 출석하며 학구열을 불태우던 그녀는 어디에.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며 100일 계획을 세우던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피부 유지의 비결을 물을 때 ‘물 많이 마시고 잠 푹 자면 되.’ 라고 말하던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젠 sk-2 피테라 에센스 같은 고가의 화장품과 매일 한 장씩 붙이는 팩 없이는 피부를 유지할 수 없다. 요즘 들어 부쩍 모공도 커지고 있다. 폭삭이란 말이 어울릴만큼 갑자기 ‘폭삭’ 늙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아직 괜찮은 나이인데.

또래보다 더 많은 업무에 짓눌리거나, 가정을 돌보거나 애를 키우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몸 하나 건수하기만하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늙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존재가 되어버렸지. 또래보다 부쩍 생기와 활력을 잃어가는 것도 속상한데 단기기억상실증마냥 자꾸 깜빡 놓친다. 남의 카드를 잃어버릴 뻔 했고, 약속 장소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채 핸드폰을 놓고 다닌다.

“왜 그랬어.”

글쎄, 이유를 알고 있다면 이렇게 살진 않겠지. 나도 궁금하다. 왜 이럴까. 요즘의 나.

미완으로 시작하려했는데 글의 흐름이 이상해졌다.
두렵다. 뭐가 잘못된 걸까.

Posted by 따듯한 꽃.개
TAG 미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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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20. 10:06


미완

뭔가 깔끔한 끝맺음을 하고 싶은데 요즘의 나는 끝이 없는 굴레를 돌고 있다. 주말 동안 방 정리를 하려 마음먹었지만, 으슬으슬 찾아오는 몸살 기운으로 일찍 잠을 청해 다음 주로 미뤄졌고, 지난주까지 마감하려 했던 업무 자료도 끝을 맺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매일 할 수 있는 만큼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다음으로 넘겨버리는 이상한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데, 끝내고 싶은 의지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의지가 더 큰가 보다. 출근길 해야 할 일들 산더미 ‘투두리스트’를 떠올리며 곧바로 적어두는데 업무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면 아무런 정리도 하지 못한 채 멍하게 퍼져있다가 정신만 챙겨 퇴근한다.

업무뿐 아니라 일상도 미완의 연속이지만 그나마 서평단 활동은 책 한 권을 다 읽고 느낌을 쓰고 완료 표시를 한다. 밑줄 긋는 행위로 깔끔하게 완료할 수 있는 서평단 활동을 가장 열심히 하는 이유도 바로 그 점이다. 요즘 삶에서 내 의지로 열심히 할 때 결과도 따라오는 것. 책 한 권 더 읽었다고 특별한 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십여 년 동안 편독하던 내게 학습하듯 새 지식을 불어넣는 일은 어쨌든 언젠가는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런 거창한 이유는 제쳐두더라도 책을 읽고 글쓰기로 끝맺음할 수 있음이 좋다. 책 한 권을 한 번 읽었다고 ‘완성’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무의미한 미완성으로 반복되는 내 인생 중, 요만큼이라도 내 의지로 시작과 끝을 정리할 수 있고, 그걸 내가 알고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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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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