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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미완 2


미완

“언니도 이제 늙었다.”

그녀는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국회도서관이 내 집인 듯 주말마다 출석하며 학구열을 불태우던 그녀는 어디에.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며 100일 계획을 세우던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피부 유지의 비결을 물을 때 ‘물 많이 마시고 잠 푹 자면 되.’ 라고 말하던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젠 sk-2 피테라 에센스 같은 고가의 화장품과 매일 한 장씩 붙이는 팩 없이는 피부를 유지할 수 없다. 요즘 들어 부쩍 모공도 커지고 있다. 폭삭이란 말이 어울릴만큼 갑자기 ‘폭삭’ 늙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아직 괜찮은 나이인데.

또래보다 더 많은 업무에 짓눌리거나, 가정을 돌보거나 애를 키우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몸 하나 건수하기만하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늙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존재가 되어버렸지. 또래보다 부쩍 생기와 활력을 잃어가는 것도 속상한데 단기기억상실증마냥 자꾸 깜빡 놓친다. 남의 카드를 잃어버릴 뻔 했고, 약속 장소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채 핸드폰을 놓고 다닌다.

“왜 그랬어.”

글쎄, 이유를 알고 있다면 이렇게 살진 않겠지. 나도 궁금하다. 왜 이럴까. 요즘의 나.

미완으로 시작하려했는데 글의 흐름이 이상해졌다.
두렵다. 뭐가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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