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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계



기계
감정 변화 같은 건 애초부터 갖고 있지 않은 기계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억지 감정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발연기, 로봇 연기하던 장수원이 그 자체로 가십거리가 되어 기사화되고 패러디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는데 아예 로봇 사람이 주인공인 ‘보그맘(2017)’이란 드라마를 보면서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이상함을 경험했다. 발연기인지 원래 그런 듯 아닌 듯 기계 엄마 연기에 충실했던 박한별은 이쁨 그 자체였다.

사실 박한별이니까 가능했던 거지 덜 예쁜 누군가가 로봇 사람을 연기했다면 그만한 재미도 호응도 없었을 거다. 그러고 보니 1998년에 데뷔한 사이버 가수 1호 아담도 있었다. 아담 외에도 여자가수도 있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동건 같은 조각 미남 얼굴을 하고 다소 어색한 동작, 입 모양을 가지고 사이버 가수로 활동하던 그 캐릭터(?)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그래픽 기술 발전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아담 류의 사이버 가수에 관한 관심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하긴 보그맘도 명령과 실행 값으로 움직이던 박한별이 인간의 감정을 느끼며 변화하는 모습덕분에 드라마 소재가 된 거지, 사이버 캐릭터가 전부였다면 재미와 관심이 덜했을 거다. 감정 소모 없는 건조한 마음으로 살 수 있길 바랬지만 아담처럼 감정이 없다면 관심도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동마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흘린 내 눈물은 바람이 쌀쌀해서였을까, 알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쳐 올라 눈물을 뚝뚝. 아무렇지 않은 듯 장갑 낀 손으로 훔쳐냈다. 참 애증의 존재다. 공기가 차서 흐른 걸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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