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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3월


3월

매년 3월이 되면 끝도 없는 쓸쓸함을 주체하지 못해 마음이 아픈 시기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올해는 봄이 너무 좋다. 너무 멀쩡하게 봄맞이를 하는 내 모습이 어색할 만큼 봄이 편안하다. 아직은 진짜 봄이 찾아온 건 아니니까 쌀쌀하니까, 내게 찾아올 마음의 폭풍 같은 걸 조만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별 일없이 지내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 탓에 감정 변화에 무덤덤해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더 우울해지지 않으려 긴장하던 나의 봄이 올해에는 마냥 가라앉지 않아서 다행이다.

3월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동안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던 화장품과 새 옷을 샀다.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보내며 옷은 내 체온을 보호해주는 수단이었고 흐르는 콧물 덕에 늘 마스크를 하고 다녀 화장 따위 할 수도 없었다. 지난 겨울 동안 산 옷이라고는 수면 바지와 수면 양말, 내복 몇 벌이 전부였으니 징글징글한 겨울이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싹처럼 나도 날씨에 맞서는 기운 같은 게 충전되고 있나 보다. 기온이 높든 낮든, 날씨가 맑든 흐리든, 봄을 맞이하는 이 시기 자체가 마냥 좋다. 고생한 만큼 단단한 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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