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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에 해당되는 글 34건

  1. 2018.04.04 [일상] 낡은 책
  2. 2018.04.03 [일상] 같은 자리
  3. 2018.03.23 [일상] 사기꾼
  4. 2018.03.22 [일상] 커피 한 잔
  5. 2018.03.06 [일상] 반전
  6. 2018.03.05 [일상] 불안함
  7. 2018.03.04 [일상] 똑같은
  8. 2018.03.01 [커피 한 잔] 욕망
  9. 2018.02.26 [일상] 쓰는 일
  10. 2018.02.25 [커피 한 잔] 조심
- 일상2018. 4. 4. 10:23



낡은 책

낡은 책이 가진 빛바램과 촌스러움이 좋다. 내가 가진 책 중 가장 ‘낡아 보이는 책’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다. 스무 살 중턱에 읽었던 그 책은 그 무렵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하는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2005, 생각의 나무)를 읽고 알랭 드 보통에 푹 빠져 고른 다음 책이 ‘불안’이었다. 풍부한 심리묘사로 불안하고 깜깜하던 나의 이십 대를 위로해주던 그 책. 하도 들고 다녀서 표지도 위아래 모서리도 너덜너덜, 심지어 커피인지 차인지 모를 음료도 쏟아 얼룩도 있다. 더럽게 낡았지만 차마 버리지 못한 건 이 책이 불안하디불안하던 이십 대의 나를 위로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되기 전, 청계천이 지금의 깨끗한 모습이 아닌, 고가도로와 헌책방도 있던 시절에 청계천 헌책방을 종종 다녔다. 각각의 책은 전주인의 사연을 담고 있다. 요즘은 오래된 헌책방을 찾기가 어렵다. 헌책방을 찾아가는 사람도 드물기도 하고 헌책방이 보유한 책은 정말 ‘헌책’이 대부분이다. 시중에 너무 많이 나와 있거나, 너무 오래되어 쓸모를 잃은 책. 부산여행 때마다 들리는 보수동 책방 거리는 점점 규모가 작아짐을 느낀다. 그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도 찾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 테지.

각자의 추억을 사고팔던 헌책방의 책거래는 ‘중고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거래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낡은 책이 아닌 깨끗한 책들이 세련된 방식으로 거래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새 책은 약간 비싸게, 인기가 없는 책은 약간 싸게, 너무 많은 물량을 보유한 책은 받지도 않는다. 전주인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던 헌책방의 책과는 다르다. 많이 사면 덤을 끼워주는 사장님의 정도 없다.

편리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거래가 나쁘진 않지만, 책방 사장님의 후덕한 인심과 추억이 가득하던 그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아쉽다. 나도 낡고 쓸모없어지면 잊혀지고 버려지게 될까 봐.

낡고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을 쓰다가 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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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4. 3. 09:48


같은 자리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오늘도 아무도 없는 고요한 이 시간에 이곳에 앉았다. 어딘가 공사하는 소리도 들리고 비둘기, 참새 우는 소리도 들린다. 구구~꾸, 구구~꾸, 짹짹, 드르르, 다다 다닥다닥, 찌이이이잉.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리가 화음을 이루어 내 자리에 찾아왔다.

십여 년 전부터 이 공간은 어머니의 공간이었다. 매일 아침 홀로 고요히 앉아 이 공간에서 책을 읽으셨다. 그 모습을 보기만 했는데 언제부턴가 내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비슷한 행위를 한다. 책을 읽거나 생각을 담거나 커피를 마신다. 이 모든 것을 함께 하기도 하고, 한 두 가지만 하기도하고. 그래서 이 공간에 앉아 있으면 내가 어머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그렇게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머니를 그리고, 닮고 싶은 마음에 나도 이 공간을 차지하고 앉았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나의 공간이 되었다.

늘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 지루하지 않다. 책 탑에 둘러싸여 언제 읽을지 모르는 더미들에 눌려있을지라도 오늘도 이곳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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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23. 10:28


사기꾼
업무 능력이 뛰어나 ‘보이는’ 사람은 대략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다. 남에게 사기를 쳐서 해를 입힐 정도로 과한 사기꾼이라기보다 자신의 업무나 배경 등을 과장하여 적당히 과시하는 정도, 그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나, 이만큼 잘 하고 있어’를 누군가에게 항상 어필하고 있는 사람들.

드러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마냥 재수 없고 시시하게 느껴지던 그 사람들이 요즘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그런 과시를 가진 사람들은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이며, 대체로 돈을 쉽게 벌고, 돈을 다룰 줄 안다. 아니, 그보다는 돈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룰 줄 아는 것 같다.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에서 “네가 무얼 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해”라는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나는 상당히 은둔자답게 생각을 하고, 생활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일이 한가지 정답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지인의 말에 내가 살아온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 헛산 건가.

그나마 나에게도 과시욕이 있는데, SNS로 읽은 책을 죄다 사진 찍어 올리는 것이다. 순간순간 기억하고 곱씹으려 사진을 찍던 그 행동이 너무 과한가 싶어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 지인들과 연결되지 않도록 관리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자기만족으로 거의 매일 책 읽는 사진을 올리지만 어쩌면 지적 허영을 드러내고 싶은 내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그조차도 사람들과 연결된 사생활이 드러나는 개인 계정에서 자랑했어야 했나,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니 이 정도로….

무언가로부터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때면 일의 진행이 순조롭게 흐르지 않는다. 업무도 인간관계도 생활도. 오늘이 금요일이라 천만다행이다. 주말 동안 재충전하여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면서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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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22. 11:41



오늘의 커피 : 빈브라더스 벨벳 화이트

아이돌 레드벨벳을 알고있기 때문인지, 하얀 신부 드레스 모습을 가진 빈브라더스의 시그니처 원두 벨벳 화이트를 화이트 벨벳으로 기억하다가 다시 찾아보니 벨벳 화이트.
벨벳 화이트나 화이트 벨벳이나, 자꾸 반복하니까 헷갈린다. 그거나 그거나. 라테와 어울리는 향과 맛이라던데, 적당한 아메리카노도 괜찮았다.

한동안 몸의 기운이 마비되어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각성제로만 이용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냉동실에 있던 원두를 꺼내어 쓱쓱 갈았다. 이 아이를 11월 초에 사 왔으니 벌써 반년 전이다. 반년 만에 세상에 나온 빈브라더스의 원두는 예전에도 느꼈지만 보통 알고 있는 크기에 비교해 작고 밝은 갈색을 띤다. 원두의 모양과 색이 맛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더 볶아서 어두운 색을 띠면 더 탄 맛이 나겠지.

고생고생 생고생을 하던 어제를 뉘우치고 오늘은 어제보단 덜 정신사납기를 바라며,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세미를 바라보며,

이런 게 행복이지.
누구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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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6. 10:06



반전

‘키 크면 싱겁다는 옛날얘기가 맞아 맞아 정말 맞아 딱 맞아’ 이런 가사의 동요가 있다. 그 말이 딱 맞다. 적어도 나에게는. 키가 큰 만큼 어리숙하고 헛똑똑이다. 반면에 키가 작은 나의 친구들은 알차다. 야무지고 야무지다. 나름대로 지적으로 생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그에 비교해 속은 덜 익었다. 절친한 나의 친구들은 나를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애 취급을 한다. 이런 내 모습이 싫지도 좋지도 않다. 나는 나니까,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나를 잘 모르는, 가벼운 사이의 사람들은 차갑고 지적인 분위기를 지녔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지만 이제 우리의 관계는 약간 느슨해졌다. 애 낳고 살림하랴 일하랴 바쁜 시기를 살고 있어서 연락 두절인 친구들이 태반이고, 그나마 연락을 주고받아도 아기 이야기나 사는 이야기, 경조사 이야기를 나누면 끝.

그래서 지금 내 주변엔 나이 들어서 만난, 비교적 덜 가까운 사람들만 있다. 나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 사이. 십몇 년 전 어릴 때처럼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끈끈해지는 사이가 아니니까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친근한 사이를 지키는 사이의 사람들. 서로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알고싶은 사이의 관계가 아니니까 굳이 끄집어 낼 필요가 없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살가움 정도가 필요할테지.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나잇값 한답시고 일 처리만은 야무지게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흰머리가 늘었다. 원래도 많았지만 더 많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든 건지, 나이 든 사람의 가면을 쓰고 있는 건지 헷갈리지만 어쨌든 지금 이 모습도 나다.
키 크면 싱겁다는 반전 아닌 반전 이야기의 결론도 싱겁다니 요즘 쓰기의 결말은 늘 애매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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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5. 11:54



불안함

필요악 같은 것.
뭘 하든 하지 않든 늘 나를 감싸고 있는 그것, 불안함.

지금껏 나를 키운 팔 할은 불안함이다. 불안했기에, 사소한 것까지 챙겼고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삶을 살아왔다. 늘 대비하고 준비하며 종종거렸던 이유는 불안감 덕분이었다.
달리기할 때만은 불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았기에 달리기하는 걸 즐겼지만, 그것도 잠시뿐, 호흡기가 좋지 않은 나에게 달리기를 하면서 숨이 차오르는 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목이 약한 내가 목을 많이 쓰는 직업으로 살기 위해서는 일하지 않을 땐 목을 아껴야 하는데, 달리기를 취미로 하면 쉬는 순간에도 목과 폐를 많이 쓰게 되니까 결과적으로 내 몸에 쉴 틈을 주지 않는 셈.

요즘은 불안감의 폭과 깊이가 다양해져 갑자기 번개가 나를 향해 내려치진 않을지, 지금 걷고 있는 이 땅이 꺼지진 않을지 별의별 불안함에 두근거린다. 아마 이런 감정이 좀 더 심해지면 연예인들이 겪는 폐소공포증과 비슷한 감정으로 발전하겠지. 부디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오늘 새로 찾은 커피집은 시큼함과 고소함이 비엣남 로브스타와 비슷한 맛과 향이 난다. 첫 향은 시큼한데 맛은 꽃향기도 나고 고소한 맛도 느껴지고, 오묘하다. 보리차 같은 느낌은 딱 비엣남 로브스타인데 다른 향과 맛도 느껴지니까 헷갈린다. 내가 가진 정보와 다른 출력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사실 커피도 내게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

부들부들 손 떨림은 당연하고 카페인 덕분에 뇌까지 흔들리는 느낌을 종종 받지만 그런데도 커피를 마시는 건 파블로프의 실험처럼 '커피=나만의 시간'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에 중독될수록 몸의 맑은 기운 같은 걸 자꾸 잃어버리는 느낌이라 안타깝지만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흐르는 대로 흘러가야 하니까.

아무튼, 불안함은 나를 키워왔다. 불안하지 않으려 종종거리며 살았고, 그래서 더 대비할 수 있었으며, 언제나 나를 휘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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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4. 01:47




똑같은
남들과 똑같은 걸 선택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고 그냥, 그러고 싶어서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보통 사람처럼 지내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나만의 고유한 취향 같은 게 있지만 남과 다르다는 걸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그들과 같은 척, 비슷한 척하곤 했다. 하지만 사실은 남들과 똑같은 건 그냥 싫다.
돌이켜보니 커피를 마시지 않았던 이유도 남과 똑같기 싫어서였다. 지금은 남들처럼 엄청 마신다.

사진은 바닐라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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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3. 1. 19:25




욕망
[명사]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

요즘엔 단어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뜻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이 워낙 비슷한 것으로 대충 이해하면 넘어가 버리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국어는 원래 그렇게 알듯 말듯 사용하면서 익숙해지는 건지, 구체적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들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하는 직업으로 살아왔기에 반사적으로 이런 생각이 드나 보다. 아무튼, 오늘도 사전 앱을 열어 단어 검색부터 시작.

내가 가장 갖고 싶고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욕심부렸지만 갖지 못했던 건 누군가의 마음인 것 같다. 물질적인 것에 큰 욕심도 관심도 없고, 누군가보다 더 갖고 싶은 것도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같은 건 더 받고 싶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군가를 질투하고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내 안에는 아직 보살핌을 원하는 투정으로 똘똘 뭉쳐있는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어떤 방법으로 얻는지 알지 못하는 미련한 나는 늘 욕심낸 만큼 그것으로부터 멀어져 버린다. 그래서 가장 갖고 싶던 사람들의 마음은 늘 저만치 떨어져 나가버리고, 큰 기대나 관심, 욕심이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얻는다. 그러한 삶의 경험을 통해 나는 욕심내지 않는 삶을 살려고 늘 노력하지만, 늘 수련하지만 그런데도 해내지 못하는 게 바로 그것.

늘 관심받고 싶고, 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아마 혼자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 덕분일 것이다. 혼자라는 것에 익숙하면서도 혼자 있기 싫은 마음. 의식하고 있을 땐 버틸 수 있는데 의식하지 않으면 으레 흔들흔들 바보처럼 누군가의 관심을 바라는 마음. 나의 이 작은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 딜레마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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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2. 26. 10:42

​​



쓰는 일

꽤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다. 초등학생 아니 국민학생 시절 학교 숙제검사를 위한 일기 쓰기로 시작하여 교환 일기장도 쓰고 연애편지도. 그때의 나는 쓰는 행위를 즐겼던 것 같다. ‘나 정도면 잘 쓴다’고 생각했고, 글쓰기에 대해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논문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논물을 준비하며 쌓여있는 자료 뭉치를 보면서 한 문장도 쓸 수 없었다. 머릿속으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손은 전혀 진도를 내지 못했다. 그때 내 생각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과 논리적인 글쓰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좌절했다. 내가 가진 몇 가지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쓰기 실력이 사실은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겸손을 배웠던 것 같다. 적당히 논문을 썼고 졸업을 했다.

논문을 완성하고 한동안 그것을 쳐다보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끄러웠고, 나의 한계를 느낀 종이 뭉치였고,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리고서도 쓰기를 향한 나의 열망은 계속되었다. 쓰기라는 행위에 좀 더 에너지를 쏟기 위해 매일 일기 쓰기를 다짐했었고, 그 시절 함께 응원하고 고민하던 동기 중 한 명이 벌써 책을 4권이나 냈다.

나는 제자리이다. 물론 그때보다 주절주절 더 길고 많은 글을 쓰고 있지만 내 글이 매력적이거나,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솔직하긴 하겠지, 거짓을 쓰진 않으니까.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기 위한 쓰기를 하고 싶은지,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한 쓰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쓰는 행위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요즘은 너무 많이 쏟아내어 방전된 느낌도 들지만 이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다 보면 답을 찾게 되는 날도 오겠지.

다시 새순이 돋아나는 봄이 왔다. 나도 봄의 기운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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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2. 25. 17:30

조심

조심성이 많은 나이지만, 이따금 무리할 때가 있다. 평소보다 오래 일해야 할 상황이 올 때, 빠르게 해결하고 싶을 때 나도 모르게 잠깐 몸을 혹사해 직업병 같은 아픔이 있다. 2년 전 머그잔 4~50개를 빨리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 한꺼번에 들다가 허리와 손목을 삐끗한 후부터 오른쪽 손목과 팔목, 허리가 종종 욱신거린다. 2~3번 나눠 옮겼으면 다치거나 아프지 않았을 텐데 조금 더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도록 적당히 해야 하는데 그놈에 '적당히'가 늘 어렵다.

돌이켜보니 몸 뿐 아니라 말을 조심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잠시 방심했다가 무너진 인간관계들이 적지 않다. 처음부터 끊어내려고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조심하지 않는’ 나의 고질병 덕분에 내 몸과 마음도, 상대방의 몸과 마음도 아프게 하나 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게 변명이 되진 않는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늘 조심해야 한다. 적당한 거리와 긴장감을 유지하고 적당히 편안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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