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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2. 17. 15:09

지금 먹고사는 일에 생계와 빚이 걸려있으니 다른 어느 때 보다 절박해진 건 사실이다. 점점 여유와 유머(얼마 갖지도 못한 것들) 따윈 버려두고 묵묵히 일만 하고 있다.

꼬면 꼴수록 꼬인 것만 보게 되니까 이제 멈출 때가 온 것 같은데 자꾸 삐쭉삐쭉 원래대로 돌아가려 한다. 습관처럼 가던 길이 쉬우니까 자꾸만 더 열심히 일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처절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데..
이미 알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당장 책을 좀 줄여야겠다. 글도 좀 줄이고, 멍때리기를 늘리고, 쉽지 않겠지만.

‘되면 좋고 아님 말고’의 마음을 오래도록 유지하기가 어렵다. 간이 콩알만 해서 앞으로도 프리랜서로 살긴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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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2. 14. 21:17





작고 소소한 이야기

학창시절 실과 시간 바느질 숙제는 늘 이모께서 도와주셨다. 손이 크고 동작이 더딘 나는 촘촘한 홈질 같은 게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마다 이모께 도움받으며 해결했다. 이모는 만능박사로 느껴질 정도로 뭐든지 뚝딱뚝딱 해결해주셨다. 반면 엄마는 잘 몰라서 도와줄 수 없으니 스스로 해보라 하셨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라는 말씀 덕분에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의지하지 않고 알아서 해결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오늘 길을 걷다 문득 그 시절 우리 집에 재봉틀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재봉틀은 꽤 어릴 적부터 집안 한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엄마의 것이었는지,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은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낡고 커다란 빨간 뚜껑의 그것. 엄마는 재봉틀을 다룰 줄 알지만, 바느질은 서툴 수도 있고, 고단한 삶에 치여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을 수도 있고, 재봉틀을 다루고 싶어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았지만, 삶에 치여 사용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단 한 번도 엄마가 재봉틀로 무언가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빨간 재봉틀은 언젠가 사라졌다. 어느 순간 버려졌는지, 주인에게 돌아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집에 분명 빨간 재봉틀이 존재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재봉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잊혀졌다. 그러다 갑자기 집에 재봉틀이 있던 어느 한 장면이 문득 떠올라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어떤 이유였든 재봉틀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한 여자의 팍팍한 삶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그때 엄마의 나이와 지금 내 나이가 비슷해져 버렸다. 그 시절 엄마의 재봉틀처럼 지금 내 곁에 있는 무엇도 곧 잊혀질수도, 잠시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된다.
오늘의 소중함도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하루하루가 좋은 순간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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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2.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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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보다 약간의 언덕, 숨을 헉헉대고 때론 땀도 송골송골 맺히는 그런 곳을 오르는 행위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보통사람의 삶에서 살고 지내는 공간 대부분이 평지이기에, 평평한 곳을 걸을 땐 절대 느낄 수 없는 알 수 없는 그 기운을 얻기 위해.

7~8년 전 추운 겨울밤 운동한답시고 따뜻한 물을 담은 생수병을 아령 삼아 양손에 들고, 온 동네를 빨빨거리고 걸어 다니던 시절, 언덕을 오르내리던 그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있다. 그때 그 경험을 그리워하며 다시 언덕 오르기 시작했다.

겨울을 벗어나기 위해 둘레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두 번째 날, 오늘은 약 10㎞ 정도 걸었다. 첫 번째 날 걸은 게 겨우 5㎞ 정도였으니, 두 번 만에 두 배를 걸은 건 엄청난 발전이다. 혹독한 지난겨울을 벗어나려고 나 스스로 선택한 길, 함께해준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울 둘레길 약 200여 킬로미터 중 이제 겨우 10㎞ 남짓 걸었을 뿐인데 울컥하는 부분이 있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어쩌면 내 속에 품고 있는 정상으로 향하고 싶은 욕구를 언덕을 오르는 행위로 대리만족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언덕을 오르고 내릴 때 느끼는 희열, 힘듦, 고통이 좋다. 오른 만큼 내려갈 수 있다는 당연함도 좋고.

미세먼지가 많아 콧물이 마르지 않았지만 참 좋은 날이었다.


​​​​


그리고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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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2. 8. 12:12

올해 2월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달이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을 맞이하는 힘찬 새싹처럼 처절하게 골골대던 지난겨울을 보상받듯 다시 일어날 기운을 얻는 순간순간을 기록한다.

늘 되새기게 되는 '시작과 끝은 함께 한다'는 말.
어제는 그런 순간이었다. 울컥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던 일을 하기도 하고, 평소와 같은 일도 하고. 늘 비슷한 하루를 보내면서 이런 순간에 깨어있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내가 쌓아온 시간이 축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아무리 멈춰있으려 해도, 그런 내 의지와 상관없다는 듯 시간은 흐른다.
아쉽지만 그런 순간을 모두 기억하고 기록하기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그래서 늘 그래왔듯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놓아버리고 새로운 지금을 준비한다.

한때는 왜 나만 해탈해야 하는지 억울하고 분하기도 했다. 어리고 작은 나는 내가 보살펴야 하는 거지. 모두 티 나지 않게 여린 자아를 보살피듯이.

오랜만에 쓰기라는 행위가 즐거워졌고, 의미 있었다.
이러한 순간을 맞이한 것도, 시간이 쌓임을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내가 해야 하는 것.
조급하지 말고 나의 순간을 인정하자.
그리고 감사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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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2. 4. 12:05



각자 잘 삽시다. 가끔씩 옆사람도 보면서

좋아하던 드라마를 보면서 적어둔 글귀.
잘 나가는 지인들의 sns를 보면 자꾸 작아진다. 특히 요즘처럼 자존감이 낮은 시기에는 더더욱. 나도 적당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시기가 되면 자꾸만 작아짐이 반복된다.
이번 봄은 얼마나 활짝 피어나려고 이렇게 혹독한 겨울을 겪는건지 봄이 기대되면서, 잘 살아야겠다. 가끔씩 옆사람도 보면서.




요즘 우유+사과를 갈아먹는 집사람들 덕분에 도깨비방망이의 기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저걸로 적당히 우유거품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여유가 있는 어느 날 오전, 실천으로 옮겨보았다. 적당량의 우유를 넣고 도깨비 방망이를 몇번 눌렀더니 우유가 여기저기 튀다가 결국,, 조금 거품이 생겼다. 생각한 것 처럼 많은 거품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카누 녹인 물에 우유거품낸 것을 부었다. 모양은 그럴듯한데,,,, 맛을 보니 오, 마이 갓. 생각보다 괜찮았다. 카페에서 먹는 따끈한 라테는 아니었지만 몽글몽글 일어난 거품 덕분에 생각보다 부드러운 라테가 되었다. 집에 카누는 없고 드립이나 원두만 있는데, 카누 좀 사다놓아야겠다.
아프고나니 좋은 점은 커피맛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이상 맛 좋은 커피 골라마시느라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괜찮다. 카누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대중 입맛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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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2. 2. 11:05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 유머


어릴적엔 유머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헛소리만 하는 것 같은 사람,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던 그 사람들이 사실 나보다 한 수 위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원래 유쾌하거나 즐거운 편의 사람은 아닌지라 매사에 신중하고 고요하고 조심스러운 편이다. 매해 겨울이 되면 굉장히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몸이든 마음이든 찢어지게 아프고 나서 봄을 맞이한다. 의도치않았지만 나만의 겨울나기 방법이랄까, 아무튼 올해도 힘겨운 겨울나기 중인데,

문득 유머가 얼마나 삶을 알차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나를 위해 관대하게 대처해왔는가. 적당한 유머로 나를 긴장시키지 않으며 나와 주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가. 유머를 장착하고 있다면 힘든 순간에도 찰라의 기쁨 정도는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남을 위한 적은 몇 번 기억나지만, 나를 위한 유머와 여유는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더욱 못살게 굴었으면 굴었지. 계속 가라앉는 와중에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자꾸 제자리로 돌아와 맥빠지는 요즘. 나를 위한 유머를 선사한 적이 언제였나.

오늘만큼은, 오늘 딱 한 순간만큼은 나를 위해 얼빠진 짓 하나쯤은 허락해주어야겠다. 이 가라앉음을 조금이나마 떠오르게 해줄 것만 같다. 뭐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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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1. 22. 13:05

오랜만에 셀렉토커피에서 퓨어 마일(가장 위에 써있는 메뉴)를 마신다.

커피를 즐기는 시기에 비하면 요즘은 커피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은 그저, 몽롱한 정신을 깨우려고 들렀을뿐. 온 몸이 깨어있지 못한 죄책감도 든다. 지난 연말부터 원두를 바꾸고 업그레이드 하면서 가격도 300원 올랐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현재 나의 몸 상태로는 섬세하게 느낄 수 없었지만, 먹고살기 힘드니까 300원쯤 오르는 것 당연하고 그럴 수 있다.

오늘따라 동네가 썰렁하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한 상가와 잿빛 하늘 아래 높게 솟은 아파트를 보면서 죽은 도시 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목소리, 기운, 에너지 확실히 그것들이 활기를 가져오는 건 분명하다. 나보다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의 열정과 기운을 보면서 덩달아 나도 전달받게 된다.


나 이렇게 늙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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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1. 21. 13:27


오늘은 깜짝 선물 받은 커피 한 잔.
별거 아닌 인스턴트커피지만 내 돈 주고 산 것보다 훨씬 맛이 좋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자기 것을 조금 나누어 준 것, 아니 어쩌면 사무실 탕비실에 있던 걸 몰래 챙겨와 내게 주었을지도. 어쨌든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관계’를 나누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려 했던 오늘을 보통 때와 같은 일상으로 보내려니 아쉬움이 크다. 좀 더 의욕적으로 대처하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더 이상 후회하지 않으련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나의 선택과 결과는 같을 것이다. 아직도 내 선택과 삶에 대한 확신이 없지만,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누군가가 아닌 내가 선택하고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 이것을 날 것 그대로 즐기고 싶은데 여전히 어렵다.

오늘을 사는 내게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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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1. 20. 15:07



“너네가 고생을 안 해봐서 그래.”

고생은 안 해봤지만 눈치는 많이 보고 살아서 그런지 정말 행복했다는 기억이 많지 않다. 이제야 조금 남 신경 덜 쓰는 삶을 살게 되었는데 이젠 나이가 많이 들어버렸네.

“강남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려는 이유가 있니? 우리가 강남 3구에서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이유를 아니?”

가만히 앉아 책을 읽자니 책 내용은 들어오지 않고 옆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꾸 들어와 귀를 막아버렸다.

“우리 00는 탄력근무제라서 다른 사람들이랑 달라요.”

브라이언 맥나잇의 노래가 귓가를 채운다. 십년도 더 된 것 같은 노래. 사람의 취향은 변하지 않는다.

더이상 앞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그들은 결국 자식들의 뜻대로 강남이 아닌 곳에서 새 삶을 살게 되겠고, 부모님 뜻대로 하지 않아 자유를 누리겠지만 고생도 따르겠지.


* 만약에 우리
‘연애시대’, sbs 드라마 ost 중 하나였는데.

자꾸 힘이 빠진다. 기운을 차리고싶은데
언제쯤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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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 1. 19. 11:24


커피와 집착 그 사이 어디쯤.

정해진 루틴과 약간의 일탈이 더해진 삶을 추구하는데 나의 일정한 루틴들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인데, 최근 1~2년 사이에 부쩍 나와 가까워진 커피, 이 녀석 덕분에 일상 속 루틴이 흔들리고 있다. 커피와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한 두해 전 정말 맛 좋은 커피를 접하게 된 후 19세기 유럽 사람들 처럼 커피에 중독된 듯 매일 한 잔씩 사색하는 하루가 참 좋았는데.

딱 한 잔 뿐이었다.

매일 아침 내가 나에게 선물하듯 즐긴 건 딱 한 잔뿐이었다.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 커피를 마시며 보내던 시간 덕분에 매일매일 행복했다. 그 잠깐 동안 가질 수 있었던 여유 덕분에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만족스러운 시간도 만 3년을 채우지 못했다. 세 달 정도 아프고 난 후, 커피를 즐기지 않던 3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손이 떨리고 어지럽다. 무엇보다도 향과 맛으로 채워지던 만족감이 사라졌다. 아무런 감흥이 없다. 이렇게 점점 더 커피와 멀어지게 될지, 다시 가까워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멀어진 건 확실하다. 분명한 건 커피 요 녀석이 내 인생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불안하다.

나의 루틴이 깨져버린 이 순간, 어떻게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나는 커피에게 집착하며 고민하고 있다.


집착의 연속이던 내 인생, 이렇게 커피에 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본다. 되돌아오지 않는 강물을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고민하고 방황한다. 이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나, 매 순간 반복되는 모습이 어쩌면 이것 또한 내 삶의 루틴인지도 모르겠다. 쳇바퀴 도는 게 인생의 모습인건가.

커피든 뭐든 나를 들뜨게 할 무언가를 다시 찾고 싶다.
아주 조금이라도 떠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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