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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02.14 21:17





작고 소소한 이야기

학창시절 실과 시간 바느질 숙제는 늘 이모께서 도와주셨다. 손이 크고 동작이 더딘 나는 촘촘한 홈질 같은 게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마다 이모께 도움받으며 해결했다. 이모는 만능박사로 느껴질 정도로 뭐든지 뚝딱뚝딱 해결해주셨다. 반면 엄마는 잘 몰라서 도와줄 수 없으니 스스로 해보라 하셨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라는 말씀 덕분에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의지하지 않고 알아서 해결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오늘 길을 걷다 문득 그 시절 우리 집에 재봉틀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재봉틀은 꽤 어릴 적부터 집안 한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엄마의 것이었는지,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은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낡고 커다란 빨간 뚜껑의 그것. 엄마는 재봉틀을 다룰 줄 알지만, 바느질은 서툴 수도 있고, 고단한 삶에 치여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을 수도 있고, 재봉틀을 다루고 싶어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았지만, 삶에 치여 사용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단 한 번도 엄마가 재봉틀로 무언가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빨간 재봉틀은 언젠가 사라졌다. 어느 순간 버려졌는지, 주인에게 돌아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집에 분명 빨간 재봉틀이 존재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재봉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잊혀졌다. 그러다 갑자기 집에 재봉틀이 있던 어느 한 장면이 문득 떠올라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어떤 이유였든 재봉틀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한 여자의 팍팍한 삶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그때 엄마의 나이와 지금 내 나이가 비슷해져 버렸다. 그 시절 엄마의 재봉틀처럼 지금 내 곁에 있는 무엇도 곧 잊혀질수도, 잠시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된다.
오늘의 소중함도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하루하루가 좋은 순간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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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