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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6/ 소설. 호러소설] 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북오션. (2019)

무덥고 무기력한 여름밤엔 아무래도 호러소설이 제격이다. 2년 전 교토를 배경으로 쓰여진 야행(예담, 2017)을 읽으며 보낸 여름밤이 좋아서 올해 여름도 일부러 공포 소설을 찾았다. ‘한밤중에 나 홀로’는 냉면(안전가옥, 2019)에서 알게 된 전건우 작가의 호러 단편소설 신작이다. 호러소설은 여름과 궁합이 좋다. 긴 것보단 단편이 좋고, 직접적인 것보단 엉뚱하고 열린 결말처럼 유연한 게 좋다. 이미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지만, 전작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한 도전은 꽤 괜찮았다.

소설 자체를 즐기지 않고, 장르 소설도 익숙하지 않지만 몇 권 읽다 보니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과격한 호러가 아니어서 나 같은 초보자가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써야 하는 독서 노트에 밀려 읽은 지 한참 지난 후의 기록이라 전반적인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한동안 가방 속엔 늘 이 책이 있었다. 밤에 읽긴 무서워서 출퇴근길 이동 중에 한참 동안 함께 했다. 하루에 한 편씩 약 일주일 동안 이동길이 덥지 않았다.

냉면(안전가옥, 2019) 덕분에 인스타 인친이된 저자는 밝고 가벼운 무게의 로맨틱 소설 같은 걸 쓸 것 같은 꽤 편안한 인상이던데 이런 장르 소설 작가라니. 역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선 안 되는 거다. 내겐 일탈 같은 장르 문학, 저자의 다음 작품도 궁금하다. 내년 여름을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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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8 / 사회과학. 여성문화] 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박한아. 21세기북스. (2019)

한때 남자아이들만 다니는 미술학원이 이슈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남자 선생님이 남자 어린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르친다는 그 학원은 만들기를 주로 하는 만들기 전문 미술학원이다. 관계자가 아니라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만들기부터 전문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한 만들기까지 온갖 만들기를 즐길 수 있는 그 학원의 단점은 다른 미술학원보다 조금 더 비싸다는 점이다. 지점이 많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있다.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미술을 전공한 어른으로서 ‘남자아이를 남자 선생님이 남자만의 방식’으로 가르친다는 게 교육철학이 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그 미술학원에 갈 수 없는 건가? 만들기를 잘하는 여성 교육자는 그 학원의 교사가 될 수 없는 건가? ‘남성 전문’이라는 타이틀이 교육자 개인의 취향일 수는 있지만, 미술교육 프랜차이즈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가치가 될 수 있을까? 그만큼 깊이 있는 연구일까? 의심스러웠다. 한때 꽤 인기가 있었고 지금도 그 인기가 여전한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 할 말은 없다.

조카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해 본 적은 있으니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사고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기까지 부모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과 상황의 영향을 받아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는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또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해온 걸 생각하면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어떤 생각과 무게를 지니고 아이를 키워야 할지를 생각하면 부모 되기가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21세기북스, 2019)’는 그런 내 생각에 맞장구치는 책이다. 성별의 구분보다 먼저 중요한 것은 그 아이답게 키우는 것일 테고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려면 먼저 부모가 자신다워야 가능할 텐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박한아는 본인의 가치관 안에서 시도 가능한 것들을 아이에게 적용하고 나누고 있다.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을 기록한 에세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워낙 글을 잘 쓰는 사람의 글이라 아이를 키우지 않는 내가 읽기에도 흥미롭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남아 전문 미술학원에 대한 생각이 담긴 부분(98)은 꽤 통쾌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저자의 생각이 육아의 정석이나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유별나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아이 바당이는 꽤 괜찮은 아이로 자랄 것 같다. 고민하고 흔들리고 연구하는 엄마 박한아의 아이이니까. 수년 후 사춘기를 보내고 성인을 앞둔 바당이의 모습이 궁금하다. 아이가 변한 만큼 엄마도 변해있겠지. 아니, 엄마가 성장한 만큼 아이도 성장하는 건가. 육아를 마친 후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아니, 육아 말고 저자의 다른 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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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7 / 인문학. 교양인문학] 산의 마음을 배우다. 권부귀. 바이북스. (2019)

몸과 마음이 지쳐 무기력에 빠져있던 작년 겨울, 우연히 다녀온 아차산에서 서울 둘레길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아차산 등산로 초입에 빨간 우체통이 하나 있는데, 서울 둘레길을 다녀갔음을 인증하는 스탬프 찍는 공간이었다. 서울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잇는 둘레길을 돌며 정해진 위치에서 인증 도장을 찍으면 완주를 인증할 수 있는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이 썩 부담스럽지 않아서 바로 다음 주부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차산 다음 구간인 광나루역에서 시계 방향으로 출발하여 한강을 건넜다. 체력이 좋지 않던 시기라 가이드북이 안내하는 하루 코스 중 1/3 정도만 겨우 걸을 수 있었다. 하루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는 3~5㎞ 정도, 시간은 3~4시간, 등산이라고 하기엔 다소 가벼운 능선을 따라 걷는 서울 둘레길은 비교적 즐거웠다. 힘들지 않게 서울 외곽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주말마다 둘레길을 돌며 가장 좋았던 건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여정이라 처음엔 칼바람에 앙상한 나무숲을 지났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건조한 겨울나무에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는 생명력, 구름과 바람과 해의 변화무쌍함, 푸르른 잎이 주는 그늘 등 지나가는 동네마다, 나무마다 변화하거나 멈춰있거나 내게 주는 무한한 에너지에 기운과 체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일정에 밀려 완주는 하지 못했고 20% 정도 남겨두었지만, 둘레길을 돌던 그 시간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암 환자가 1,000회 등반으로 터득한 치유의 길’이라는 부제가 흥미로워 책장을 펼쳤다. 나 역시 산에서 받은 에너지를 알기에 산이 가진 무엇이 암까지 치유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권부귀라는 한 여성의 삶이 담긴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산을 통한 치유기이지만, 스승님 또는 부모님 세대의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느 방향을 향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용감하고 건강한 권부귀 님의 글을 읽으면서 김형석 할배의 백 년을 살아보니(덴스토리, 2016)도 생각나고,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나고, 엄마도 생각난다. 일과 삶의 기준을 정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나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산에 가면 암이 회복된다.’ 같은 내용이 아니어서 더욱더 좋았던 이 책. 나의 엄마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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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4 / 에세이] 자기만의 침묵. 엘링 카게. 김민수 옮김. 민음사. (2019)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을 지켜야 한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122)





'자기만의 침묵'은 극지 탐험가 엘링 카게의 침묵 체험기이다. 쫓기고 눈치 보고, 견제하느라 더욱 열심히 일에 매진하는 요즘의 내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불쑥 쳐들어오는 외부의 횡포(?)에 맞설만한 나만의 무기를 챙기는 것. 적당한 거리와 방패, 여유로운 마음가짐이라는 무기를 확보해야 한다. 침입 따위 불편하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면 그따위는 필요 없겠지만, 부쩍 뾰족하고 예민한 요즘의 나에게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무더운 여름날에 찾아온 짜증과 화와 넘치는 업무에서 벗어나 나를 찾아야 할 이유를 되새김하게 해준 이 책. 작년 봄 읽었던 게으름의 즐거움(호미출판사, 2003)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골똘히 생각하기를 즐기는 엘링 카게의 에세이는 두서없고, 정돈된 느낌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 ‘나만의 방식으로의 침묵’이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책이라 올여름 읽은 책 중 가장 의미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두려움은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에 대한 것이다. 그러한 두려움을 회피하려 할 때마다 나한테서 비겁한 악취가 확 풍긴다. (21)

나는 길이 바뀔 때마다 자연도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 주변 환경은 변함 없이 그대로였다. 변한 것은 나였다. (23)

시간은 과거와 미래로 대비되지 않는다. 시간은 지나가는 경험에 더 가깝거나,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듯이 "소멸된 연속"에 더 가깝다. 시간은 정지되어 있다. (131)

당신이 경험하는 침묵은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침묵과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라.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침묵이 있다. (137)

소리는 움직이고 있는 공기이다. (...) 당신의 뇌 활동은 음악이 이곳과 저곳을 계속 오갈 수 있는 중간 지대에 있을 때 귀 기울이고 싶어 한다. 바로 그때 당신의 뇌가 외부로 확장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146)

내가 침묵에 잠기는 이유는 어쩌면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무언가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넘어설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은데, 예술은 내게 그러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좀 더 솔직해지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더 몰두하면서 살고, 세상을 차단한다. 그 외에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조금 보탠다면 나는 장거리 스키 여행으로 기진맥진할 때, 혹은 정말 맛있는 무언가를 먹거나 마실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 나는 더 이상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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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53 / 사회과학] 주목하지 않을 권리. 팀 우. 안진환 옮김. 알키. (2019)

우리 삶의 경험은 생이 끝나는 시점까지 선택에 의해 그랬든 무심히 그랬든 주의를 기울였던 모든 것과 동등하다. (514)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패턴으로 나의 시간을 갉아먹는 SNS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몇 개의 앱을 깔았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는 중이다. 업무상 필요한 순간도 있기 때문에 업무만 마무리하고 다시 하던 일로 돌아오면 되는데, 나의 무의식은 그곳에 머무르기를 원한다. 업무 때문에 시작한 것이 10분이 흐르고 30분이 흐르고, 한 두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돌아서면 의미 없는 인터넷 서핑이나 SNS 사람들 일상 구경, 유튜브 등을 이성적으로 그만두고 싶어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책이 ‘주목하지 않을 권리’(알키, 2019)이다. 시공사의 자회사(?)쯤으로 느껴지는 알키출판사의 신간. 시공사는 왠지 모를 이미지(!) 덕분에 읽기를 꺼리곤 했는데, 역시 대형 출판사여서인지 책이 야무지다. 내가 읽은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몇 년 전 읽은 다산초당의 혐오사회(다산초당, 2017)과 관점(와이즈베리, 2018) 등이 있다.

지금의 나를 못살게 구는 SNS를 끊어내고 싶어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생각보다 상당한 사회과학적 지식을 담고 있다. 수 세기 전, 신문이나 방송 속 광고가 생겨나기 시작할 때부터 누군가를 ‘주목’하기 위한 목적을 담은 행위와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 목적은 단순한 관심일 수도, 금전적인 목적에 의해 생겨났을 수도 있지만, 오늘날 내게 닥친, 단편적인 SNS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읽으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현 상황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한 세기 전에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던 어떤 산업이 극적이고 인상적으로 부흥하면서 오늘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주의력 사업”이 바로 그 산업이다. (...) 각각의 거래가 윈윈으로 보인다는 전제하에 그것들 모두는 엄청난 총량으로 인간의 살아가는 방식에 더욱 모호하면서도 심오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3)

뉴스에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방송으로, 컴퓨터에서 핸드폰으로 점점 사람들의 삶 속에 정교히 침투하는 이것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실제 목적은 우리 삶을 편리하기 위함이 아니라, ‘광고주로부터 많은 광고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인데, 나는 아주 쉽게 그들의 상술에 빠져 생각과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주의력 사업가’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내 삶 여러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존재의 무서움을 느꼈다. 읽기 쉽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일깨우게 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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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51 / 인문학. 교양심리학]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 피터 홀린스. 서종민 옮김. 명진서가. (2019)

‘뻘짓’이라는 단어가 지닌 뉘앙스 덕분에 가벼운 공감 에세이쯤으로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지만, 비교적 알찬 심리학적인 뒷받침이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에 연결된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만 약간 바보스러워 후회하는 모든 행동’을 뻘짓이라는 용어로 다양한 상황과 예를 들어 설명한다. 가령 ‘뻘짓의 범위는 무한대’(9)이며, ‘기억에 관한 한 자신감은 결코 정확성을 보증하지 않는다.’(31) 처럼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현상 들을 사례로 들며 설명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40)도 마찬가지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란 특정 부문에서 평균 이하의 능력치를 가진 사람이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탓에 스스로를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본능과 직관으로 아무 이야기나 지껄였던 지난 내 모습이 떠올랐고, 비슷한 사건들도 기억났다. 어쩌면 생활 속 상당히 많은 순간 나타나는 ‘뻘짓’은 나만이 가진 치부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가진 자연스러운 현상 같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말을 꺼낸 사람, 혹은 현재 상태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주장을 내놓은 사람이 바로 자신의 말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던진 사람에게 그 질문의 진실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90)

우리의 뇌는 가장 한정된 정보를 토대로 곧장 결론 내리기를 좋아하며, 한번 결정을 내린 뒤 돌이키는 일은 거의 없다. (181)

저자 피터 홀린스는 최근 SNS 피드에서 종종 보게 되는 베스트셀러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the science of introverts)'의 저자이기도 하다. 영어 제목에 비해 한국어판 제목이 가벼워 보이지만, 덕분에 대중적 인기를 취하는 것 같기도 하다.

뇌 방귀에 맞서려면 무엇보다도 까다로운 일 한 가지를 해내야 한다. '생각'에 대하여 '생각' 해야 하기 때문이다. (225)

피터 홀린스는 꽤 다양한 뻘짓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래도 괜찮아~라며 우리를 위로한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두 가끔, 이따금 저지르곤 하는 실수라는 것. 그래서 너무 자책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말라고 토닥인다.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심리학의 무거움을 덜어낸 재미있는 심리학책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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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9. 7. 28. 12:37






[완독 2019-49/ 문학. 일본문학] 마음. 나스메 소세키. 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6)

나는 처음부터 선생님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신비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다가가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이 어딘가에서 강하게 작동했다. 선생님에게 이런 느낌을 가진 사람은 많은 사람들 중에 어쩌면 나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직감이 나중에 나에게만은 사실로 입증되었기 때문에 나는 너무 어리다는 말을 들어도, 바보 같다는 비웃음을 당해도, 아무튼 그것을 내다본 자신의 직감을 미덥고 기쁘게 생각한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손을 벌려 안아줄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선생님이었다. (29)

작년 여름 2018 서울국제도서전 현암사 부스에서 나스메 소세키 전집을 알게 되었고, 눈여겨보다가 올해 여름 문득 읽게 되었다. ‘마음’이라는 단어가 품는 느낌에 끌렸고, 제목과 잘 어울리는 내용의 책이었다. 마음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상)는 선생님과 나, 2부(중)는 부모님과 나, 3부(하)는 선생님과 유서이다. 1, 2부는 나의 시선으로, 3부는 선생님의 시선으로 쓰여있다. 왠지 모르게 비밀스러우며 매력이 느껴지는 선생님, 그리고 그런 선생님과 아버지의 모습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화자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쓰여져 있다. 3부에서는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선생님의 속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 부분 역시 선생님의 생각이나 판단일 뿐, 선생님과 관계한 사람들이 직접 무언가를 전달한 건 아니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마음 전부를 알 수 없을 텐데.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기분은 화자의 생각일 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심정이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쉽게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특히 3부에서는 선생님이 꺼내놓은 글이 잘 읽히지 않아 - 선생님의 마음일 뿐, 독자인 나의 마음과 다르니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아서- 몇 번 씩 되뇌며 읽어냈다. 그런데도 계속 생각을 곱씹게 되는 것이 나쓰미 소세키라는 사람의 글의 매력인 것 같다. 좋은 책을 혼자서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읽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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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48 / 유아. 그림책. 동물] 끼리끼리 동물친구들. 나타샤 덜리. 김영선 옮김. 박시룡 동물 감수. 보림. (2019)

어린이가 아니지만, 그림책을 즐겨 보는 이유는 재미있고 쉽고 가볍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어른의 책처럼 심각하지 않아도, 조금 가벼워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아 방전될 때마다 틈틈이 그림책을 읽으며 자신을 스스로 토닥인다. 그중에서도 보림출판사의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양질의 책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괜찮은 유·아동 그림책은 전집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전집을 사야만 좋은 그림책을 볼 수 있어 전집이 필요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시중에서 낱권으로 읽고 싶어도 읽을 수가 없다. 그런 판이 짜여진 유·아동 출판물 유통 시장이 야속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매년 찾아가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아동 물 출판사를 눈여겨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서점(마케팅 수단)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양질의 책, 시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인지 알 수 없기에, 내 눈으로 직접 찾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매년 보림출판사 부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동물들은 크기가 제각각이에요. 몸에 비늘이나털, 줄무늬, 점이 있는 등 생김새도 제각각이고요. 또 빠른 동물도 있고 느린 동물도 있지요.

동물들은 흔히 깃털을 가진 새나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크게 몇 무리로 나뉘어요. 그런데 동물을 분류하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코가 큰 동물, 뿔이 거대한 동물 같이 재미있는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답니다! 이 책에서는 흥미진진한 특징별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동물들을 끼리끼리 모아 볼 거예요.



‘끼리끼리 동물 친구들’은 보림스럽다. 예쁘고, 과하지 않으며, 의미가 담겨 있다. 유·아동 그림책 중에 동물을 소개하는 책은 정말 많아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러스트 기법이 특별하거나 책의 판형에 차이가 있는 정도.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대부분 동물을 분류할 때 종이나 사는 곳 같은 일반적인 분류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끼리끼리 동물 친구들(2019, 보림)’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동물의 생김새나 특징을 찾아 분류한다. 예를 들면 코가 큰 동물, 튼튼한 뿔을 가진 동물, 갈퀴가 있는 동물 등 동물의 분류방식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동물을 분류하고 있다. 예쁜 그림체로 표현되어 책에 나온 동물들의 실제 생김새가 어떤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림 자체가 호감이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롭다. 유아 대상의 책이라 글 밥이 많지 않지만, 분류의 방식 자체가 신선하여 책장이 계속 넘어간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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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9. 7. 21. 15:20



[완독 2019-47 / 소설, 스릴러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노진선 옮김. 푸른 숲. (2016)

모임 도서여서 읽기 시작한 책. 이런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아 나의 의지로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종류의 책을 읽는다는 건 한편으론 스트레스지만, 읽고 나면 색다른 뿌듯함이 있다.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사람과의 대화로 시작되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청미래, 2002)가 문득 오버랩되었다. 비행기 옆좌석 사람과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게 무슨 헛소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지 않았고, 화자의 시선이 바뀔 때마다 전환되는 시점과 이야기의 변화도 정신없었다.

하지만, 첫인상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법. 이 책도 마찬가지다. 1/2 정도 책장을 넘기니 왜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엉켜있는지, 왜 그렇게 정신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는지, 남은 절반은 다음 장이 궁금해서 앉은자리에서 곧바로 읽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이런 일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무엇이 그들을 본인이 다른 누군가를 ‘죽여’ 마땅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을까? 소설 ‘안나 카레니나’(문학동네, 2009)의 안나를 보는 것 같았다. 자기 의지로 절망 속으로 인생을 몰아가는 주인공들이 안타까웠고, 그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도덕적이며 정석적인- 나는 절대 저지를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소설이 짜릿했다. 무더운 여름날 아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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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건강2019. 7. 18. 22:47




[2019-46 / 가정. 요리] 오! 스파이스 카레. 미즈노 진스케. 정미은 옮김. 심플라이프. (2018)

최근에 본 요리책 중 최고!
요리에 소질이 없는, 워킹맘이던 어머니께서 내게 가장 많이 해주셨던 음식은 카레와 김치찌개였다.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나는 내가 카레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자랐다. 많이 먹어봤던 음식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실제로 맛있기도 했다. 다 커서 카레 전문 음식점에서 먹는 카레는 엄마의 카레와는 달랐다. ‘커리’라고 불리던 카레는 비슷한 듯 완전 달랐다. 엄마표 카레는 3분 요리 같았는데, 사 먹는 커리는 수제 버거 같았다.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들른 대형마트에서 기념품으로 살만한 물품을 찾다가 카레 몇 개를 집어 들었다. 3분 요리 같은 인스턴트 카레였는데, 집으로 가져와 먹어보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던 엄마표 카레, 3분 요리 카레와는 전혀 달랐다. 강황이 들어간 건 분명한데, 맛도 향도 알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었고, 흡사 ‘커리’와 닮아있었다. 대체 어떤 음식이 카레인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오! 스파이스 카레’는 카레 덕후 저자가 인도에서 살며 몸소 배워온 카레 요리법을 소개한 책이다. 먼저 카레에 대한 기본(정의, 중요한 양념 몇 가지, 조리도구 등)을 설명한 후, 기본 카레 요리법을 굉장히 자세히 소개한다. 불의 세기, 다진 마늘과 생강을 편리하게 준비하는 법, 양파가 익는 정도, 베이스 양념의 농도 같은 상태 등 카레의 기본인 썰고 볶고 끓이기를 충분히 설명한다. 그리고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만드는 카레를 소개하고, 특별한 양념이나 향신료 몇 가지를 더해 감칠맛 나는 카레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고 응용하길 좋아하는 이과형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최상의 요리책을 만났다.

​멤버들과 이야기하며 놀랐던 점이 있다. 어머니의 맛이라고 할 만한 카레가 없다는 것. 대다수 일본인에게는 어머니의 카레가 있다. 한입 먹어보면 “아아, 이거지 이거!”라고 외치게 되는 카레. 시판되는 루를 사용해 만든 ‘늘 먹던 맛’에 대한 추억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집에서 먹었던 카레는 계절이나 날씨, 가족의 몸 상태에 따라 스파이스를 쓰는 방법이 달랐다. 언제 먹어도 조금씩 맛이 달라지는 인도 요리였던 것이다. (126)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았던 구문은 ‘정해져 있는 맛’이 아니라, ‘계절이나 재료, 양념 등 먹을 때마다 조금씩 맛이 달라지는 요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향신료와 계량컵, 계량 수저, 강판을 샀다. 재료 손질 시간을 포함하지 않고 조리 시간만으로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시간이 담기는 요리, 카레를 만드는 순간이 재미있었다.

엄마의 카레와 비교하자면, 술술 만들기엔 엄마표가 최고지만, 맛과 정선 분위기 등 편리성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이 책에서 배운 카레가 최고다. 언제든 곁에 두고 카레가 먹고 싶을 때 참고하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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