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6 / 소설. 독일 고전]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이은경 옮김. 아이템 비즈. (2019)
헤르만 헤세의 저서 ‘데미안’을 두세 번 정도 읽다가 포기했던 적이 있다. ‘절망 독서’, ‘시 읽는 엄마’ 등의 몇몇 책에서 헤세의 시를 인용한 구절을 만난 적이 있지만, 고전은 어려울 것 같은 부담감으로 작가의 저서 한 권 전부를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게 되었다.
1892년 신학교에서 도망쳤다가 붙잡혀 처벌을 받고 우울증을 앓는 등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는 19세기 말 독일 교육체계를 배경으로 하여 학교 비판의 맥락에서 쓰인 교육소설이다.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 청소년 자살 등의 사회문제를 담고 있어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고, 불안한 청소년기 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수레바퀴 아래~’가 나온 구절을 3번 정도 읽었다. 수레바퀴가 어떤 의미인지 강렬하게 와 닿진 않지만, 돌아가는 바퀴 아래로 깔리지 않게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7장으로 나뉜 각 장의 구분이 적절하다는 점이다. 읽기 학습하기에 딱 적당한 내용으로 구분되어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1장은 배경 설명과 신학교 시험을 치르고 온 주인공, 2장은 고향에서 즐거운 한때, 3장은 수도원 생활, 4장은 위기, 5장은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 6장은 이성에 눈뜬 한스, 7장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한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각 장마다 세월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헤세(작가)의 시선인지, 한스(주인공)의 관심인지, 둘 다인지 모르지만, 독자로서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묘사가 특히 좋았다. 헤세의 글에서 느껴지듯 자연과 유유자적을 사랑하던 주인공 한스 기벤트는 정체성을 찾기 이전 주위 어른들의 기대와 강압에 눌려 아름다운 꽃을 미처 피우지 못하고 꺾여버렸지만, 저자인 헤르만 헤세는 위대한 문학가로 살아남아 다행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영혼을 더럽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육체를 썩히는 게 더 낫다. 너는 장차 목사가 될 사람이야. 목사가 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 아마 너는 틀림없이 훌륭한 목사가 될 거야. 너를 위해 기도 하마. (77)
주인공 한스를 향한 어른들의 강요와 억압적 시선은 21세기를 사는 성인인 내가 읽는 것만으로도 답답하다.
곱씹을 거리를 만들어주는 고전의 재미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읽기 어렵지 않고 적당한 무게를 지닌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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