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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30 / 어린이, 세계사] 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1.고대. 신현배 글. 김규준 그림. 도서출판 뭉치. (2019)

어느 날 농촌을 산책하다가 어미 소와 송아지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어미 소는 자식에게 젖을 먹이려고 울고, 송아지는 어미를 그리워하며 울고.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며 목이 쉴 때까지 운다고 한다. 그러한 뒷이야기를 알지 못했을 때는 시끄럽게만 들리던 소 울음소리가 모정을 그리워하며 울부짖는 소리라는 걸 알고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동물이나 곤충, 식물 등 우리 생태계는 서로를 헤치지 않으며 관계를 유지하고 사는데 오직 인간만이 함께 사는 이 공간을 망가트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밤늦은 시간 차를 타고 시골길을 지나다 보면 도로를 가로지르는 노루나 멧돼지 같은 산짐승을 종종 보게 된다. 원래는 동물과 인간 모두 지나다니던 길목인데, 인간의 편의로 도로를 만들어 쇳덩이들이 빠르게 지나다니게 되었으니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고, 얼마나 두려울까.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생태계가 아니라 인간도 함께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의 첫 번째 고대 편을 읽었다. 초등 인문학 첫걸음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초등 중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지만, 성인인 내가 보기에도 아주 흥미로웠다. 이미 알고 있던 고대 세계사 속 여러 이야기 중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골라 읽고 있으니 우리 인간이 얼마나 동물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세계사 속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가 큰 영향력이 있진 않았지만, 제주도에 사는 거인 할머니 이야기나 통일신라 경문왕 이야기, 백두산(장백산)에 사는 곰 이야기 등 우리나라와 관련 있는 이야기가 곳곳에 실려있었기에 더욱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는 1. 고대, 2. 중세, 3. 근현대가 출간 예정이다. 동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인간의 삶에 동물이 감초 역할을 해주는 게 아니라 각자가 조화롭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세계사시리즈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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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 29 / 소설, 한국소설] 냉면. 안전가옥 앤솔로지 1. 김유리. 범유진. Dcdc. 전건우. 곽재식. 안전가옥. (2019)

장르문학을 응원하고 창작자와 협업, 지원하는 안전가옥.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성수동의 핫플레이스 안전가옥은 관계자(?)를 위한 공간도 있지만, 수다 없이 고요히 책 읽기를 원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꽤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소나기가 내리던 지난여름 어느 날, 지붕 위에 투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으며 낭만적인 한 때를 보낸 적이 있다. 커피 전문점이 아닌데 커피 맛도 제법 괜찮아서 많이도 찾아다녔다.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 11시부터 11시까지 영업을 하니, 퇴근이 늦은 나도 저녁 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아지트가 되었다. 그런 안전 가옥 앤솔로지를 선물 받아 읽게 된다니, 영광이다.

앤솔로지는 하나의 주제로 쓰인 여러 명의 작품을 묶은 것이다.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품 집 ‘냉면’. 단편 소설이라 두께의 부담도 적고, 작가별로 냉면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흥미로웠다.

김유리 작가의 ‘a, b, c, a, a, a’는 안전가옥의 냉면 앤솔로지 첫 작품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냉면 이야기가 아닌 듯 냉면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평소 소설을 즐기지 못하는 내가 읽기에도 달달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 김유리는 십수 년 전 재미나게 읽고 보았던 <옥탑방 고양이>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확히 내용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고 정다빈과 이현우의 약간 어설프고 생기발랄한 장면이 문득 생각났다. 오래전 좋아하던 친구를 우연히 만난 기분이 든다. 십수 년 동안 적당히 농익은(?) 글에 연륜이 느껴졌다.

범유진 작가의 ‘혼종의 중화냉면’은 첫 소설에 비해 읽는 진도가 더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나라는 사람이 원체 소설을 즐기지 못하기도 하고, 첫 소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쉽게 읽혔던 것에 비해 ‘혼종의 중화냉면’은 어떤 무게 같은 게 느껴져 술술 넘겨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중국식 냉면을 먹어본 적이 있다. 슴슴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화려한 중국식 냉면이 과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맛도 재료도 기름진 무게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느껴 딱 한 번 먹어보고 그 후로 도전해본 적이 없다. 작가 범유진은 중화냉면이 가진 아리송한 무게를 ‘혼종(잡종, 혼혈)’으로 풀어냈다. 섬세한 글쟁이만이 풀어낼 수 있는 비유가 멋지게 느껴졌다.

Dcdc의 ‘남극낭만담’은 냉면 앤솔로지 중 내게 가장 충격적인 소설이면서 장르문학의 개성을 확 느낄 수 있는 sf 소설이다. 평소 ‘장르문학’이 뜻하는 게 무언지 궁금했는데, 남극낭만담을 읽으며 이런 게 ‘장르’라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일반인에게 미지의 공간 남극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낯섦과 설렘, 학문적이며 사실적인 설명과 묘사, 등장인물로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허구일 텐데. 살벌하지만 한 번쯤 맛보고 싶은 냉면이다.

초대작인 전건우의 목련 면옥은 수상작이 아니라 초대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인지, 안전가옥 앤솔로지의 무게 중심을 담당하고 있는 듯 이전 세편의 글보다 단단하고 묵직함이 느껴졌다. 평소 밍밍하고 슴슴한 평양냉면을 즐겨 먹는다. 자극적인 맛있는 맛도 아닌데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많은 사람이 좋아할까 궁금하던 적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초대작인 곽재식의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소재가 냉면일 뿐, 흥미로운 단편소설이다. 다른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지만,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기발하게 재미있다. 있을법한 등장인물, 있을법한 상황과 전개가 짧지만 강렬하게 느껴졌다.

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적당히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면 ‘냉면’ 책을 추천한다. 단편이라 부담스럽지도 않고, 5가지 소설이 조화롭게 어울려 나의 식욕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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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28 / 경제경영] 사장 교과서. 주상용. 라온북. (2019)

‘경영 멘토가 들려주는 사장의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법’

사장이 되고 싶어 사장이 된 게 아니라, 먹고살려다 보니 사장이 된 사람들, 사원은 대리가 알려주고, 대리는 과장이, 과장은 부장이 알려주는데 사장은 누가 알려줄까? 사장은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 조력자가 있다면 좋겠지만 홀로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사장 스스로의 역량에 따라 결정짓고,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침반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이 딱 맞다.

저자 주상용은 20여 년간 이랜드 그룹 다양한 직무로 일하며 주변 사람(사장)들의 자문과 코칭을 통해 ‘사장을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경험과 상담을 바탕으로 이 책을 출간하였다. (책날개 참고)

1부에서는 사장이 왜 배워야 하는지, 사업이 아닌 경영으로 돈을 버는 사람으로서 사장이 가져야 할 매출, 수익, 그리고 핵심지표 관리 역량에 대하여 소개한다. 2부는 사장이 지시 또는 사정이 아닌 성장을 모티브로 일을 잘 시키는 방법을 생각하는 법, 조직의 생산성과 위기관리에 대하여 설명한다. 3부는 사장이 일하는 이유와 자기 정체성이 어떻게 회사의 정신과 문화를 만들고, 직원들과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다양한 직종의 사장에게 ‘정답은 이것이니 이 책을 꼭 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막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이나, 어쩌다 사장이 되어 어떤 것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한 사장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요즘은 투잡을 가진 사람도 많고, 창업자를 위한 경제경영서도 꽤 많다. 특히 갓 창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성공한 ceo들의 조언이나 마음가짐을 다룬 책이 많다. 이 책은 ‘사장 교과서’라는 제목답게 사장이라면 한 번쯤 해야 할 고민이나 경영 마인드를 그리는 법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자가 경영 멘토로 여러 사장과 나눈 대화와 조언은 다른 사장들의 고민이 곧 나의 고민과 닿는 부분이 있어 선택과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월급은 만족한 고객이 준다. 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장은 그런 사실을 직시하도록 고객 관점을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237)


인재를 성장시키는 기술 (29)
1. 테크니컬 스킬, 사무적 기술적 능력-실무자
2. 휴먼 스킬, 사람을 다루는 능력-관리자
3. 콘셉추얼 스킬, 개념적 기술, 전체를 보는 시각.-경영자

‘사업’은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경영’은 고객 가치 창출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을 통해 일하는 것이고 돈은 그에 따르는 결과이다. 이것이 좋은 매출이다. (38)

‘자신이 경영자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는 ‘사장’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신간 서적을 무조건 사서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 ‘본질적인 문제’와 ‘현상적인 문제’를 분별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는 무척이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77)

직원들은 사장의 이런 고민을 알까? 직원들이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안다. 다만 내색하지 않으면서 사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기다리는 경우가 다수다. 그래서 경영학에서는 사장의 인사에 대한 의사결정이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역할 도구라고 한다. 만약 해고를 고민할 만큼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이 있는데 사장이 미적지근하게 반응하면 누구도 조직의 가치를 중요시하지 않게 되어 조직이 위험해진다. 조직의 정예화에 반하는 현상이 더욱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108)

모든 포상에는 회사에서 강조한 핵심가치 중 하나인 ‘성장’이라는 배경이 흐르고 있었다. 포상은 조직문화와 함께 가야 한다. 그러므로 보상제도를 고민하는 사장들에게 돈보다는 먼저 자신의 회사 문화에 맞는 창의적인 포상제도를 적극 개발해서 활용하기를 권한다. (167)

인재와 함께 일하려면 먼저 그런 사람들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장이어야 한다. 사람을 기능이 아닌 투자로 볼 줄 아는 경영철학과 경영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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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 27 / 어린이] 나는 매일 꿈을 꾸어요. 왕수연 글. 이은주 그림. 전성수 기획 감수. 브레멘플러스. (2019)

‘네 생각은 어때?’
(What do you think?) ‘천천히’, ‘깊게’ 읽은 독서 퍼포먼스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창의적 생각 놀이책인 브레멘+의 하브루타 생각 놀이터의 새 책.

하브루타 교육법의 장점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굳이 생각을 끌어내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질문의 깊이나 수준에 따라 아이들이 몰입하기도 하고, 전혀 몰입하지 않기도 하는데 희한하게도 하브루타 방식으로 제시하는 질문은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그럴듯하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나 문답을 나눌 때 유의미한 질문을 하고 싶을 때 하브루타 교육법 서적을 참고하는 편이다.

‘나는 매일 꿈을 꾸어요’는 상당히 교육적인 책이다. 어린이의 일상, 어린이의 시선에서 보이는 소소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 하브루타 질문지로 엮었다. 다 큰 어른이 보기에 시시하고 뻔한 전개로 흘러가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행복과 불만 같은 감정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도 내가 느낀 그 느낌을 알아챌 수 있을지 궁금하다.

훌륭한 상을 받았고, 유명한 글 그림 작가가 제작했다는 외국 동화책들이 종종 소개된다. 정말 재미있는 책도 있지만, 이 책이 왜 상을 받았는지 어느 부분을 재미있게 읽어야 하는지 알쏭달쏭한 책도 종종 있다. 문화적 차이나 유행 같은 시대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가진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 받은 외국 동화책보다 이야기 전체를 100%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우리 책이 훨씬 더 사랑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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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건강2019. 4. 23. 11:09

[완독 2019- 26 / 건강] 우아한 건강법. 김경철. 소동. (2019)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며, 상대적인 변견이자 진짜가 아닌 허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 우리가 접촉하는 대상도 상대적이고 내 느낌과 생각과 판단도 상대적이므로 그 모습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이 점을 명확하게 알고 실행하면서 살아간다면 자유롭고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24)

오전 시간이 여유로운 직업 특성상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봤다. 일찍 출근해보기도 하고, 공부나 학원도 다녀보기도, 운동, 모임 등 다양한 일로 오전 시간을 보냈지만, 그중 가장 좋은 건 따듯한 차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고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이었다. 오전을 활기차게 보내면 오후에 시작되는 업무(직업)를 에너지 넘치게 몰입할 수 없었다. 남들보다 나의 체력이 부족한 것 같아 체력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다 고요한 오전을 즐겼고, 특히 따듯한 커피와 책 읽기로 보내는 이 시간은 정말 좋았다.

운동이나 공부, 모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남들처럼’ 강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운동을 하거나, 강도 높은 공부나, 여러 모임에 참여하기에 나의 에너지가 부족해서 내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운동량, 모임 참여 등 여러 생활을 조절했더니 훨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소화기관이 약해 아무거나 먹으면 속이 불편해서 어려서부터 좋은 음식을 먹는 게 습관이 되었다. 제철 채소나 과일, 기름지지 않은 음식, 덜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게 남들과 다른 나를 알아가고 있고, 스스로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우아한 건강법’은 배가 아파서 소화제를 먹고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는 즉각적 처방보다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지키는 전통 한의학에 기초한 양생법을 담은 실용서이다.

한의학이 강조하는 생활 양생에서 ‘양생’이란, 질병의 예방과 재활 회춘(회복)을 통해 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이다. 곧, 심신을 건강하게 닦아 생활이 행복하고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양생은 한의학 이론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실천적인 내용이다. (9)

<포박자>에서 양생을 잘 실천하는 사람은 늘 생각을 줄이고 걱정을 줄이고 욕심을 줄이고 일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웃음을 줄이고 근심을 줄이고 즐거움을 줄이고 기쁨을 줄이고 노여움을 줄이고 좋아하는 것을 줄이고 싫어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 열두 가지를 줄이는 것이 양생의 총칙이다. (180)

총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는 ‘양생’에 대하여 설명하고, 2부는 음식에 대하여 설명한다. 3~7부는 거처, 감정, 관계, 기후에 대하여 어떻게 수행하고, 적응하고 관리하여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 후반부만 보면 자기 계발서 같은 실용서의 느낌이지만, 전체적으로 이러한 방식이 한의학이 이야기하는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공부와 인간관계는 요즘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본능적인 경험의 축적이었다. 나의 기운을 인지하고 방향성을 찾아가는 내게 좋은 이정표가 될 것 같은 이 책, 곁에 두고 때때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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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24 / 과학, 물리학] 에너지 상식사전. 이찬복. 엠아이디. (2019)

‘저 사람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야.’
‘오늘은 에너지가 부족해.’
습관처럼 종종 사용하는 ‘에너지’라는 단어.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의 본질이 무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겼다. 태양에너지,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지속가능한 에너지, 환경에 대하여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떤 반응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서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되는지 거의 모든 에너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모든 움직임이나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것들은 에너지이다. 에너지는 일할 수 있고, 가열할 수 있고, 냉각할 수 있고, 통신을 할 수 있고, 이동할 수 있게 한다. (14)

이 책은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저자 이찬복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첫 책이다. 복잡한 화학기호와 전문 용어로 복잡해 보이지만 읽기 힘든 정도는 아니다. 새로운 그림문자(?)와 에너지의 관계를 상상하며 읽어가니 부담스럽진 않았지만, 원자력 전문가가 에너지에 관해 설명하면서 ‘원자력 에너지도 안전하다’를 밝히기 위해 쓴 책처럼 원자력에 대한 설명이 가장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모든 지구 생명체의 활동을 추진하는 동력은 태양이 주는 햇빛에너지이다. (76)

몇 년 전 코스모스를 읽으며 우주 속 미세먼지 같은 나를 느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기운을 받았다. 드러나진 않는 에너지와 기운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 속에서 무엇을 취할 것인지는 내가 선택하는 거지만, 이러한 나의 선택의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도. 이미 잘 짜여있는 이 체계에서 내가 무얼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에 맞춰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

우주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존재와 공유하는 이 공간, 수많은 에너지를 인간이 가장 많이 남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만 하더라도 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상호대차, 여러 권 한꺼번에 대출, 구입과 책콩 서평 등 다양한 통로로 전해 받은 책을 쌓아놓고 읽는다. 이러한 에너지 과잉이 무리한 패턴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절이 쉽지 않다. 좀 더 쉽고 빠른 에너지로 대체 가능한 지금의 삶이 편리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어떻게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궁금했고, 조목조목 설명된 이 책은 제법 괜찮았다. 저자 이찬복처럼 지식을 가진 자의 바른 생각을 담은 이런 책이 많이 출판되고 대중의 관심을 받길 바란다. 양질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엠아이디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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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23 / 사회과학, 노동] 그림자 노동. 이반 일리치. 박홍규 옮김. 미토. (2015)

만일 당신이 통근 시간대를 피하여 통근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만일 당신이 자택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다면 당신은 필경 엘리트 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같다. 당신이 병들었을 때 의사에게 가지 않고 스스로 낫는다면 당신은 타인이 모르는 특별한 지식에 정통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면 당신은 부유하고 행복한 것이다. 만일 당신이 당신의 오두막을 지을 수가 있다면 당신은 결코 가난한 것이 아니다. (23)

요즘은 사회과학 분야 그중에서도 노동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다. 그림자 노동 같은 걸 하는 게 지금 나의 직업이기 때문인가 보다. 오늘은 퇴근 무렵 아주 불쾌한 경험을 했다.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영업 전략 떠봄과 몰아 붙임을 당했다. 내게 무언가 물어봐 놓고 대답을 듣지도 않고 대답을 가로막은 후 다음 질문을 해댔다. 어쩌라는 건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 갔다. 이런 게 그림자 노동인가? 내게 요구되지 않았지만, 서비스직종으로서 견뎌야 하는 감정 소비+낭비의 시간. 요즘 직업적으로 느끼는 허무함을 극복하고자 사회비판이나 노동 관련 분야의 책을 즐기나 보다. 세상사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고 싶어서.

그런 의미에서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은 꼭 한번 읽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이 책을 처음 펼친 지 수개월이 지났고, 드디어 어젯밤 꾸역꾸역 다 읽었다. 사회비판이나 노동 경제를 논하기엔 나의 앎의 깊이가 충분하진 않지만, 나라는 사람은 정체되어 고여있지 않음을 추구하는 사람이니까. 덮어버리고 다음 책을 보면 그만이지만, 지금 내 상황의 가장 큰 불만을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로 읽어냈다. 장하다.

책장을 덮었지만,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물간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사상을 요즘 누가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가 유행의 흐름대로 세상사를 대하는 사람이 아니니 그런 건 문제 되지 않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들이 이반 일리치의 책 속 문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의 의견이 궁금했고 지금의 나를 깨우치려면 철학 같은 뜬구름 이야기 말고 이런 글도 필요할 것 같았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장에는 이반 일리치가 바라보는 세상의 불합리한 구조를 나타낸다. 2, 3, 4장은 세계사 속에 등장하는 ‘보통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의미를 담아 행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그림자 노동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 5장은 이반 일리치가 생각하는 요즘의 그림자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이 가진 사회적 의미, 모어와 토박이 언어의 차이, 언어를 학습함으로써 가정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부모와 아이 사이의 교류가 학습자와 교수자 사이의 관계로 변질되었다는 점, 상류의 언어를 알고 있는 것이 계급을 쟁취할 수 있다는 점, 민중에 ‘의한’ 연구인지 민중을 ‘위한’ 연구인지 그 의미가 어떻게 섞여버리게 된 건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의 임무가 그림자 노동으로 취급받게 된 필연적 요소들. 살면서 평상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나의 무지가 부끄럽고,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는 이 사람의 글을 살면서 계속 알아가고 싶다.


위그의 과학과 우리의 과학이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알려면, 우리는 딘디무스처럼 위그의 용어에 충실하게 과학을 필로소피아로 말하긴 하되 다음과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딘디무스가 말하기를, 과학이란 “잘 알려진 것을 소중히 아끼는 사랑의 태도라기보다는, 이미 맛보았고 그래서 만족을 얻었던 것을 더 얻으려는 욕망에 이끌린 사려 깊은 진리 추구”라는 것이다. (...) 이것은 오늘날 ‘민중에 의한 과학’ 말고는 마땅한 이름이 없다. (153)

이성으로는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안토니오 그람시. (...) 일리치를 읽는 것은 나 자신과 이 사회를 재발견하고 우리 자신에 대한 희망을 다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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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9. 4. 10. 23:47

[완독 2019-22 / 인문, 철학]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김윤경 옮김. 다산초당. (2019)


아티스트 웨이(경당, 2012)와 법정 스님의 일기일회(문학의 숲, 2009),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레, 2005)을 제외하고 오랜만에 재독 하는 책

이 책이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한 글은 지난번 리뷰에 썼으니 이번엔 다른 시선으로.

https://ahmu.tistory.com/m/258


1. 재독에 대하여
막연하게 책장을 넘기다가 첫독과 재독의 의미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지난 읽기에서 부족했거나 더 알고 싶은 부분을 곱씹어 읽는 행위’가 재독이 아닐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앞으로 넘겼다, 뒤로 넘기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행위는 ‘재독에 대한 나의 책임이나 무게를 내려놓는 행위’가 되었다. 뭐든지 과한 의미부여를 하는 내게 꼭 필요한 것.

2. 함께 읽기
오랜만에 한책 같이 읽기 모임에 참여했다. 2017년 12월 카프카의 변신 이후로 처음이다. 리더님이 미리 공유해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닮은 건지, 비슷한 기운의 사람들이 모인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1시간 반을 보냈다. 시간이 모자랐고, 다음 모임도 기대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첫독 때엔 생각지 못했던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이래서 사람들이 철학책을 보는구나’ 싶었다. 그동안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3. 제목에 대한 물음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모임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물음표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필요하지만, 모두에게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모임을 마치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분명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고, 아는 만큼 변화할 수 있으니까.


그들은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어서 일을 했다. (13)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69)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이 고독과 책임을 감당하고 견디면서, 더욱이 진정한 인간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 자유를 끊임없이 갈구함으로써 비로소 인류에게 바람직한 사회가 탄생하는 법이다. (87)

사람의 일생에서 ‘우발 사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95)
자유롭다는 것은 사회나 조직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손에 넣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97)

안다거나 이해한다는 것은 ‘바뀐다’는 뜻이다. (163)

내시균형(176)
1. 결코 자신이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
2. 좋은 녀석이지만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면 되받아친다.
3. 상대가 다시 협조로 돌아오면 협력한다.

반취약성(198)
사람을 하나의 기업으로 생각할 때, 이 사람의 대차대조표는 그 회사에서 나오는 순간 극히 취약해진다.
가능한 한 젊을 때 많은 실패를 맛보는 것, 여러 조직과 커뮤니티를 경험하면서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을 한 장소가 아닌 분리된 여러 장소에 형성하는 것. 중요한 것은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의 축적이다.

반드시 분명한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곳은 위험할 것 같으니 일단 움직이자. (...) ‘도망친다’는 딱히 명확한 행선지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벗어나겠다. 를 뜻한다. 이 마음 자세가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의 특질이다. (241)
의지가 되는 것은 사태의 변화를 인식하는 센스, 우연에 대한 직감, 그뿐이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안테나의 감도와, 도망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다. 사람들은 으레 착각하곤 하는데, 도망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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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18 / 인문학, 교양 인문학] 사기 인문학. 한정주. 다산초당. (2018)

작년 즐겁게 읽었던 문장의 온도(다산초당, 2018)의 저자 한정주의 신간 ‘사기 인문학’.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만화책으로 ‘항우와 유방’은 읽은 적은 있다. 작년 이맘때 최인아 책방에서 진행된 ‘문장의 온도’ 저자 초청 북토크도 아주 유익했기에 한정주 님의 신간 소식이 아주 기대되었다. 첫 장을 넘긴 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어 읽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왔지만, 이 책은 소장용이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전해주는 비평이 흥미로운 건 분명하지만, 사기 초보자인 내게는 고전연구가 한정주 님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사기 인문학’이 내용이나 깊이 등 이해하기 적당했다. 조만간 내공을 쌓아 진짜 ‘사기’를 읽어보고 싶다.


유방이 항우를 승리한 이유(48)
첫째, 자신의 모자람을 알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줄 알았다는 점.
둘째, 곤경에 처했을 때 쉽게 좌절하지 않고 훗날을 도모했다는 점.
셋째,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오만해지거나 거시적인 목표를 잊지 않았다는 점.
넷째,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는 점.

위기의 조짐은 지위가 편안할 때, 멸망의 조짐은 일이 잘 보존되고 있을 때, 변란의 조짐은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 싹튼다. 따라서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잘 보존될 때 몰락할 것을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 어지러워질 것을 잊지 않으면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나라도 보존할 수 있다. -<주역>(계사전) (120)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면 미리 방비를 한다. 때에 따른 쓰임을 알면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이 어떤 것인지 안다.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재물의 이치도 깨닫게 된다. 별자리를 보면 풍년과 수해, 기근, 가뭄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 가뭄이 들 것 같으면 미리 배를 준비하고, 수해가 들 것 같으면 미리 수레를 준비하는 것이다. 풍년, 가뭄, 흉년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6년마다 한 차례씩 풍년과 가뭄이 들며, 12년마다 한 차례 흉년이 든다. 대풍년이 들어 쌀값이 한 말에 20전으로 떨어지면 농민이 고통받고, 큰 흉년이 들어 쌀값이 90전으로 오르면 상인이 고통받는다. 상인이 고통받을 땐 상품이 잘 유통되지 않고, 농민이 고통받을 땐 논밭이 황폐하게 된다. 쌀값은 비싸도 80전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고, 쌀 때에도 30전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면 농민과 상인 모두가 이롭다. 이처럼 쌀값을 안정시키고 물자가 고르게 유통되게 해 관문과 시장에 물건이 풍족하도록 만드는 것이 곧 나라를 잘 다스리는 법이다. 물자를 축적하는 목적은 그것을 온전히 보존하는 데 있지 그저 오래 쌓아두려는 게 아니다. 재물을 사고팔며 유통할 때는 부패하기 쉬운 것을 남기면 안 되고, 물건을 쌓아두고 값이 오를 때까지 너무 오래 기다려도 안 된다. 물건이 많은지 부족한지 살피면 그것의 귀천을 알 수 있다. 물건의 값이 오를 대로 오르면 도리어 헐값이 되고, 떨어질 대로 떨어지면 다시 비싸진다. 값이 오를 때 오물을 배설하듯이 팔고, 값이 떨어질 땐 귀한 구슬을 손에 넣듯이 사들인다. 이처럼 물자와 돈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활발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사기>(화식열전). (201)

사람들은 가뭄이 들어 경제적으로 궁색해지면 식량에 마음이 쏠리고, 풍년이 들어 여유로워지면 사치품에 마음을 뺏기게 됩니다. 이렇듯 범려는 오직 시세의 흐름과 변화를 살펴, 그 이치에 따라 물건을 사들이거나 내다 팔았기 때문에 다른 상인들이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큰 재물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202)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잘 파악해, 자신의 주장을 그 속마음에 얼마나 잘 맞춰 전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224)

용이란 짐승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도 올라탈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에도 반드시 조심할 점이 있다. 턱 밑에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다른 비늘과 달리 거슬러서 난 비늘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 만일 그 역린을 건드리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인다. -<한비자>, (세난) (226)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상황을 믿는 방법. 말은 숨길 수 있지만, 상황은 완벽하게 감추기 어렵다. (227)

인간관계를 맺을 때, 신뢰를 받을 때 의심을 살 것을 고려하고, 사랑을 받을 때 미움을 받게 될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뢰와 사랑을 맹신하지 않으면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고, 혹시나 상황이 변해 의심과 미움을 받게 되더라도 큰 화를 입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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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17 / 어린이. 사회. 인권] 자유자유자유. 애슐리 브라이언.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2019)



오랜만에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오전의 여유를 누린다. 자유란 무얼까. 네이버 국어사전은 자유를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어쩌면 내가 이생에서 바라는 삶 자체가 자유인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자유.

차분한 이 시간 오롯이 홀로 앉아 나만의 여유를 누리며 이런저런 끄적임과 읽기, 그리고 소소한 어떤 일을 하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나만의 방식을 쌓아가는 삶. 매일 즐기고 있던 거지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자유로움을 누려도 되나, 이렇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도 되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어젯밤 읽은 그림책 ‘자유 자유 자유’는 1800년대 중반에 쓰여진 노예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글과 그림을 만든 애슐리 브라이언의 그림책이다. 20대의 나를 생각하게 만든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2003)’, ‘헬프(2011)’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그린북(2018)’까지. 흑인의 인권과 평등에 관한 문제는 가라앉아있던 나를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만든다. 다수의 백인이 만들어온 처참한 인권침해, 말도 안 되는 생각도 강자라고 생각되는 다수에 속하게 되면 얼마나 한심한 판단을 하게 되는지. 링컨, 마틴 루서 킹, 등 그나마 뜻이 있는 몇몇 위인의 도전과 노력 희생으로 지금의 문화가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세상 곳곳엔 불평등이 존재한다.

단일민족국가로 불리는 우리나라, 내가 사는 주변에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곳에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인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의식적으로 ‘너와 나는 평등하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나와 다름이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런 부분에서는 1800년대 다수 백인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흑인 인권 불평등 같은 일을 다른 곳에서 또 벌어지게 할 수는 없다. 내가 그들의 자유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나와 다르지만,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이런 소소한 자유는 나보다 먼저 살아온 분들의 도전과 노력, 희생으로부터 얻게 된 것이니 더욱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고 싶은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삶, 읽고 쓰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삶,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 자유는 나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동등하게 누려야 하는 것.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 금전적인 성공도 바라지만, 자유와 행복이 우리 모두의 가장 근원적인 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른의 시선으로 이 그림책을 무겁고 마음 저리며 읽었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다 큰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충분히 깊이 있고 아름다운 책이었다. 보물창고 출판사의 ‘사회탐구 그림책’은 사회 곳곳의 현상들을 탐구하고 그 바탕으로 쓰여진 책으로 ‘자유 자유 자유’가 7번째 책이다. 보물창고의 아동·청소년 문학 기획팀인 ‘마술 연필’의 다른 책도 읽고 싶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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