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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3. 10. 23:35



[완독 36 / 인문]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읽어본다. 요조. 사진 이종수. 난다.

난다 출판사의 읽어본다 시리즈 5권 중 하나.
한때 홍대 여신으로 불렸고 현 책방 무사의 주인, 예술가이자 작가인 요조의 서평 모음집.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이라는 오묘한 제목에 약간 끌렸지만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았다. 요즘 SNS에 많이 등장하는 가볍고 예쁜 감성의 책, 예쁨으로 한껏 포장하여 홍보하는 책처럼 느껴져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우연히 장강명과 요조의 ‘책, 이게 뭐라고’라는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고 그때 요조라는 사람이 풍기는 오묘한 매력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그녀의 음악을 귀 기울여 들어본 적도 없고,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모르지만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그녀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짧은 글들을 보다 보니 예쁜 사람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의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이 만든 음악이라면, 책방이라면?

가볍고 자유롭고 싶은 흔한 예술가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을수록 요조라는 사람의 매력이 느껴진다. 글을 읽으며 그의 목소리를 상상했다. 변태 같지만.

‘서평 쓰는 법(2016, 유유)’을 읽으며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그 책에 의하면 요조의 책에 등장하는 이 글들은 서평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도 서평 같다. 쓴 사람의 취향과 개성이 느껴지는 글이니까.

책을 읽고 기록하기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잘 쓰는 글을 쓰고 싶다는 강박에 분석적으로 읽으며 읽는 재미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요조의 신간을 읽으며 서평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글자 수 제한 따위, 내 생각과 느낌을 조금 드러내면 어떠랴, 취미생활인데, 아무렴 어때.

이런 사람과 알고 지내면 어떨까? 신수진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지는 예쁜 책이었다.




책방에 대해서라면 나는 진짜 할말이 많다. 근데 대체로 있는 그대로 말하지는 않는 편이다. 어떻게 말해도 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언제나 곡해되는 느낌이 든다.
할말이 많은데 안 하는 데에는 수고가 조금 필요한데, 이 책 덕에 견딜 만 하다.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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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5 / 에세이] 마음이 콩받에 가 있습니다. 최명기. 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 늘 다양한 생각 거리 덕분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이 책은 ADHD 라고 불리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산만해도 괜찮아’ 버전의 책이다. 저자 최명기는 정신과 전문의로 심리센터 연구소장 등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처리해야 하는 업무 덕분에 후천적 산만함(?)을 갖게 된 나는 전체를 이해하고 끄덕일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성격과 개성은 천차만별이고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도 모두 다를 테니까.

남들보다 활동적인 사람들이 순간순간 겪는 일상 속 어려움을 해결하고 위로 받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활동적이지 않지만 산만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리다 마지막 챕터 ‘모든 개인의 성향들은 독립 변수로 작용한다. (175)’ 부분을 읽으며 물음표를 내려놓았다. 모든 이에게 딱 맞는 책일 수는 없을 테니까.

귀여운 일러스트와 비교적 가벼운 깊이로 쓰인 예쁜 책, 이 책에 공감하기에 나는 너무 늙어버렸나 보다.




​살다 보면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에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보다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사이에서 결정해야 할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온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중에서 골라야 할 때는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사이에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 이때는 내가 아니라 상황이 나를 결정하게 된다. (34)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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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4 / 소설] 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최윤영 옮김. 놀.

일상에 쫓겨 이제서야 읽을 수 있었던 게 아쉬울 만큼 아름답고 따뜻한 소설이다. ‘카모메 식당’이나, ‘하나와 앨리스’, ‘웰컴 투 맥도나르도’처럼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 몰리스 펫숍처럼 반려동물과 생활용품도 함께 파는 펫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


‘이곳은 펫숍. 언제나 사건으로 가득한 내 직장이다.’

일본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이런 나레이션이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나올 것 같은 독백체의 문구가 등장한다.


띠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책 자체에 자신이 없어 포장한, 쓸모없는 광고 용품으로 여겨 책을 펼치면서 바로 버리곤 하는데, 이 책은 띠지가 신의 한 수다. 귀여운 동물 스티커도 좋았지만 띠지 안쪽에 등장인물의 이름과 성격을 엿볼 수 있는 간단한 스케치(책 표지에도 나와 있는 인물 스케치) 덕분에 등장인물 헷갈릴 염려 없이 편하게 읽었다. 너무 귀여운 소설과 덩달아 귀여운 띠지였다. 덕분에 버려지지 않을 유일한 띠지가 될지도.

삭막하고 단순 반복적인 나의 업무에도 이 소설처럼 찰나의 행복과 즐거움이 공존할 것이다. 밥벌이의 무거움 덕분에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있었다. 아름다운 소설 덕분에 업무를 맞이하는 하루의 시작이 즐겁다. 모두 ‘펫숍보이즈’ 덕분이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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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3 / 인문학, 책읽기] 우리는 독서모임에서 읽기, 쓰기, 책쓰기를 합니다. 남낙현, 더블엔

2년, 횟수로 3년 전 시작한 모임 덕분에 읽고 쓰기에 익숙해졌다. 처음엔 모임의 규칙대로 한 달에 한 권 정도를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췌하곤 했다. 잘 읽는 법에 관한 관심으로 ‘잘 읽는 법’에 대한 책을 읽었고, 읽고 기록하는 것이 즐거워 ‘서평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렇게 읽고 쓰는 행위에 중독되어 이제는 일주일에 2~3권은 거뜬히 읽고 쓸 수 있는 속도(?)를 지니게 되었다. 잘 읽고, 잘 쓰기를 즐기는 행위 자체는 즐거웠지만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이 행위에 매너리즘을 갖게 된 지금, ‘우리는 독서 모임에서 읽기, 쓰기, 책쓰기를 합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보게 되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당장 읽어나갔다. 안개 가득한 길에서 불빛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세 아이의 아빠이자 맞벌이 남편, 독서모임 기획 연구가인 남낙현의 신간이다. 그는 혼자 읽는 독서에서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과 함께 읽고 싶어 독서 모임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삼독모임 기획자로, 읽기, 쓰기, 책쓰기 모임을 운영 중이다. ‘책을 읽어야만 나오는 곳이 아닌, 책을 읽기 위해 나오는’, ‘독서토론만 하는 게 아닌, 글쓰기와 책쓰기로 이어지는’ 삼독모임을 지향하고 있다. (책 소개 참고)

자신이 운영하는 모임에서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독자에서 저자로 성장해가는 3단계 독서모임 활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누구나 책쓰기를 할 수 있다고 반복하여 이야기한다. 읽기 모임 2년, 쓰기 모임 1년, 책쓰기 모임 1년 차례대로 따라가다 보면 결국 어딘가에 도달할 수 있으니 도전하라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독서 모임을 선택하여, 일단 참여하길 권한다. 책을 완독하든 하지 못했든, 결국 독서모임을 통해 얻는 것은 결국 함께 한 사람, 사람들이 읽어낸 다양한 생각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에 꼭 참여하길 권한다. 읽기 모임을 2년 정도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쓰기 모임에 관심을 두게 되는데, 완벽하지 않아도 솔직하고 담백한 자신이 드러나는 글쓰기를 권한다. 15분 글쓰기 같은 것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무언가를 쓰는 힘이 생기게 되고 그 힘은 자연스럽게 책쓰기로 이어지게 된다. 책쓰기 모임을 통해서 독자가 아닌 저자의 시선으로 쓰는 글을 쓸 수 있게 되고, 주제를 정하고 머리글을 쓰고 목차를 정하는 일련의 기획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함께’, ‘꾸준히’이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로 쓰인 이 책은 요약하면 간단하다. (부록이 요약판이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실천하기 어려운 자기계발서처럼 이 책은 ‘한 번 도전해봐, 쉽지 않을걸’ 같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북마크를 붙였고, 모두 발췌할 거지만 그 내용은 이 글에 붙여넣지 않고 비공개로 볼 것이다. 책의 정수는 스스로 찾아 읽고 발견해야 제맛이니까.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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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2 / 경제경영] 왓츠 더 퓨처. 팀 오라일리. 김진희 이윤진 김정아 옮김. 와이즈베리.

당장 어제 무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20년 전 어떻게 지냈는지는 기억한다. 삐삐를 사용하다가 삼성의 은색과 금색이 섞인 오묘한 빛의 핸드폰을 썼다. (뚜껑(?)을 열면 안테나가 자동으로 올라오는 모델이었다. 흑백화면에서 영어 암호 같은 글이 깜박이던 컴퓨터를 켜고 하이텔을 이용했고, 아이러브스쿨에 가입하고 동창생들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싸이월드를 이용했다. 기억을 떠올려 기록하니 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다.

카톡 클릭 한 번으로 계좌이체도 하고, 배달음식도 시켜 먹고, 택시도 부를 수 있는 요상한 세상이 조금은 무섭다. 자꾸 변화하는 새로움보다는 익숙한 게 좋은 사람으로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책을 종종 읽는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닥치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인지 그 어떤 책도 내게 후련함을 주진 못했다. ‘다들 막연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마크 트웨인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리듬이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를 연구하고 그 패턴을 파악하자. 이것이 바로 내가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방법에서 배운 첫 교훈이다. (44)


최근 세계사, 한국사 관련 책을 즐겨 읽는데 아마도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왓츠 더 퓨쳐’는 온라인 학습, 도서 출간, 콘퍼런스 개최 등으로 끊임없이 혁신의 물결을 이끌어온 오라일리 미디어 설립자이자 CEO인 팀 오라일리의 신간이다. 저자는 오라일리 미디어가 정보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데 이바지하길 원하며, 월드와이드 웹, 오픈소스, 웹2.0, 정부2.0, 빅데이터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쳐온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소개하고 있다. (책 소개 참고)


‘왓츠 더 퓨쳐,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의 원제는 ‘what’s the future and why it’s up to us’로 ‘더 나은 미래, 누가 결정하는가?’로 한국어판 제목이 우리에게 좀 더 강렬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 정서에 맞게 적절한 제목을 지은 것 같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지도’인가 아니면 ‘도로’인가?
지도는 보는 것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는 도로가 아닌 지도만 보고 갈 경우 방향을 틀 곳을 미리 알아서 준비할 수는 있지만, 예상 지점에서 방향을 틀 곳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잘못된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62)



변화하는 현상을 이해할 때 본질을 탐구해야 한다고 말하며, 공유 경제의 대표적 모델인 우버와 리프트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우버는 자사 소속의 차량이나 공유된 차량을 승객과 중계하여 승객이 이용 요금을 내며, 그 회사에서 수수료 이익을 얻는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무 위키 참고) 공유의 개념으로 쏘카와 비슷하고, 원하는 탑승 장소를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버와 리프트의 가치를 비교하며 공유 경제에 관해 설명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예로 들어 인간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특정 알고리즘과 악용하는 사례로 변화하는 시대에서 대처방법을 제시한다.


처음 접하는 사례와 이야기의 방대함으로 힘겨웠지만, 끝까지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생소한 분야이기에 저자가 이끄는 대로 생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고, 책이 제시한 대로 읽다 보니 미래에 대한 어떤 돌파구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루해질 때쯤 등장하는 ‘하늘색 파란 글씨’ 덕분에 각 장의 핵심 구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달한 지점은 ‘사람’이었다. 새로운 알고리즘에 대처할 사람, 인간의 가치를 높여 미개척지를 탐색할 사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보살핌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창의성과 도덕성, 긴 안목을 위해 생각의 범위를 넓혀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북마크가 나에게 손 흔들고 있지만, 550페이지의 결론이 사람이라는 점은 만족스럽다.

코딩 교육이 유행인 요즘, 코딩 기술 활용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것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 어떤 가치를 위한 일인지 사고하는 능력과 그것을 위해 탐구하는 인간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결론이다.







몽롱해질 때 쯤 나타나는 구세주, 하늘색 글씨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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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1 / 어린이, 동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다케다 미호 그림. 사이토 다카시 엮음. 정주혜 옮김. 담푸스.

일본 현대 문학의 본보기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어린이가 읽기 쉽게 엮은 동화책, 원작과 동명으로 출간된 이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보통 이런 형식의 책을 그림책이라 말하는데, 이 책은 동화책이라고 칭하고 싶다. 글과 그림이 바탕이 되어,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책을 그림책이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원작자의 글이 강렬해서인지, 엮은자의 요약이 좋아서인지, 글의 힘이 강렬하여 그림은 단지 도울 뿐, 그림만이 가진 고유한 에너지를 내뿜기보다는 글을 돕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림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글이 가진 흡입력이 좋아 읽는 대로 상상하며 웃음 지으며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몸은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짧지만 강렬한 이 첫 문장에서부터 이 내용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름 없는 작은 고양이가 누군가로부터 구해져 보살핌을 받으며 고양이의 시선으로 주인과 주변을 관찰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자신을 ‘이 몸’이라 칭하는 우스꽝스러운 고양이의 일상을 유머스럽게 담아 흐뭇한 미소를 담으며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었다. 그림책이 가진 특성 비교적 적은 페이지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하기에 결말 부분의 빠른 전개로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 또한 이 책이 가진 유머스러움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귀여운 시선의 고양이 모습이 그려진다.

원작인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간결한 이 동화책만 보아도 흥미로움이 전해져 나쓰메 소세키의 원작도 함께 살펴보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책이다. 다 큰 어른의 시선으로 읽기에도,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의 시선으로 읽기에도 적당한 즐거운 소설이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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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2. 26. 10:15




[완독 30 / 인문학] 문장의 온도. 이덕무. 한정주 옮김. 다산초당.

이덕무는 북학파 실학자이자 영정조 시대에 활약한 조선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독서가이다. 가난한 서얼 출신으로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자신의 힘으로 학문을 갈고닦았다. 당대 최고 지성인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과 교류하면서 ‘위대한 백 년’이라 불리는 18세기 조선의 문예 부흥을 주도했다. 1792년 개성적인 문체 유행을 금지하는 문체반정에 휘말렸음에도 사후 국가적 차원에서 유고집 ‘아정유고’가 간행될 만큼 대문장가로 인정받았다. (책 소개 참고)

조선 시대 역사와 고전을 연구하고 있는 한정주는 자칭 ‘이덕무 마니아’를 자처하며,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다산초당, 2016)를 출간한 바 있으며 이번에 이덕무의 소품문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를 정리한 ‘문장의 온도’를 출간했다.

역사와 문화, 우리 문학에 관한 관심이 이어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학창시절 시험을 위해 외웠던 단편적 지식 말고 내 의지로 고전문학을 읽는 건 도덕경, 논어 다음으로 처음이다.

베스트셀러로 크게 인기 있는 어떤 책과 제목이 닮았다. 함축적이고 간결한 제목 덕분에 바이럴 마케팅 일부인가 싶었지만, 일상 속 한순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짧은 글로 기록하는 이덕무의 한시를 읽고 나니 오늘날 유행하는 에세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깊이 있었다. 1,000년이나 시대를 앞서갔던 에세이스트 이덕무.

저자 한정주는 이덕무의 문장이 동시대 다른 선비들의 그것과 조금 다르다고 한다. 아마도 본인이 처한 환경 덕분이 아닐까? 문장에 뛰어났지만, 양반이 아니니까 틀에 박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자신의 관심사를 파고들어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숨에 읽기보다 시를 즐기듯 한편씩 곱씹으며 오랫동안 곁에 두고 조금씩 읽기 좋았다. 한자를 잘 알았더라면 한시를 직접 읽으며 이덕무가 의도한 음률 같은 것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번역가 한정주 님의 글로 대신할 수 있었다.


고단한 삶을 살아내느라 힘든 순간에도 늘 책을 놓지 않았던 부모님 덕분에 나도 책벌레가 되었다. 양질의 책을 읽거나, 자주 읽는 것으로 중요하겠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길 때 책으로 해결한다. 책에서 얻는 지혜는 수많은 성인이 내게 가르침을 주는 거라 전부를 흡수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을 곱씹는 행동은 알 수 없는 후련함을 가져다준다. 내게 책은 그런 존재다.
이덕무의 책도 법정 스님의 책처럼 오랫동안 내게 울림을 줄 것 같다.







겸재 정선이 진경 산수화의 대가였다면, 진경 시문의 대가는 이덕무였다. 그는 그림과 시문을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로 보았다. (...) 글을 읽을 때 그림이 그려지면, 그 글은 진실로 좋은 글이다. (...) 마찬가지로 그림을 볼 때 글이 떠오르면, 그 그림은 참 훌륭한 그림이다. 이러한 까닭에 옛 그림에는 반드시 화제나 발문이 있었다. 글을 쓰듯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글을 써야 할 까닥이 바로 여기에 있다. (16)


돈오점수와 돈오돈수라는 말이 있다. 돈오점수는 단박에 깨치고 점진적으로 닦는다는 말이다.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돈오돈수는 단박에 깨달음을 얻고 단박에 닦는다는 뜻이다. 단박에 깨달음을 얻어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전자가 깨달음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라면, 후자는 한 번의 깨달음만으로도 수행이 완성된다는 말이다. (69)


이덕무는 박물학자, 박지원은 문학가, 홍대용은 천문학자, 박제가는 사회개혁가, 유득공은 역사학자, 정철조는 돌과 조각칼을 잘 다루는 공장, 유금은 기하학자였다. (91)




복숭아꽃 붉은 물결
삼월 푸른 계곡에 비가 개고 햇빛은 따사롭게 비춰 복숭아꽃 붉은 물결이 언덕에 넘쳐 출렁인다. 오색빛 작은 붕어가 지느러미를 재빨리 놀리지 못한 채 마름 사이를 헤엄치다가 더러 거꾸로 섰다가 더러 옆으로 눕기도 한다. 물 밖으로 주둥아리를 내밀며 아가미를 벌름벌름하니 참으로 진기한 풍경이다. 따사로운 모래는 맑고 깨끗해 온갖 물새 떼가 서로서로 짝을 지어서 금석에 앉고, 꽃나무에서 지저귀고, 날개를 문지르고, 모래를 끼얹고, 자신의 그림자를 물에 비추어 본다. 스스로 자연의 모습으로 온화함을 즐기니 태평세월이 따로 없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웃음 속에 감춘 칼과 마음속에 품은 화살과 가슴속에 가득 찬 가시가 한순간에 사라짐을 느낀다. 항상 나의 뜻을 삼월의 복숭아꽃 물결처럼 하면 물고기의 활력과 새들의 자연스러움이 모나지 않은 온화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줄 것이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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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8. 2. 25. 23:39



[완독 29/ 소설] 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윤미연 옮김. 푸른숲출판사.

소설이 어려운 내게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소설은 시작부터 긴장하게 된다. 어릴 적엔 책읽기를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왜 소설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그리고 진학하고 나서 ‘취업’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으로 책읽는 걸 사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기계발책이나, 전공서적만 읽느라 감을 잃었고, 전공공부하기 위해 읽은 전공 관련 책은 분석적으로 읽어야했기에 소설은 두려운 분야였다.

얼마 전 부터 책읽기에 부담과 무게를 줄이고자 다양한 장르의 책읽기를 도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에 대한 무거움을 내려놓는 중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읽게된 이 책, ‘한 시간만 그 방에’는 제목과 책 소개가 흥미로웠기에 이 책이라면 나도 도전해볼만 할 것 같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그런 알 수 없는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 요나스 칼손은 스웨덴 대표 배우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한 시간만 그 방에>는 그의 첫 번째 장편 소설로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중국 등 세계 12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책 소개 참고)
이 책은 완벽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사회성이 조금 부족하고, 약간 야망도 있는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비에른이 상사의 권유로 이직을 하면서 벌어진 이야기이다. 55분 일하기, 5분 휴식이라는 자신만의 업무 규칙으로 새로운 공간에 빠르게 적응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애매한 관계로 지내던 주인공의 사회생활 이야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오묘한 기운이 가득한 회사에 다니는 등장인물들이 주인공 비에른을 경계하는 느낌만은 분명하다. 그 ‘공간덕분에’ 사람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던 그가 그 ‘공간덕분에’ 어울릴 수 있게 된다. 그 ‘공간’은 과연 존재하는 곳인가? 주인공의 환상 속에서 존재하는 곳인가.



‘당신들은 절대로 여기 있는 나를 찾아내지 못할 거야’




책을 다 읽고 줄거리를 생각해보니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건지 결말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주인공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허무하게 방어를 하는 주인공 비에른을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소설이니까 문학적 관점으로 이해하려 들자면 실존주의와 허무주의를 잘 드러내는 공간과 인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방어할 수밖에 없는 작은 한 사람과 그와 다를 바 없는 우리들. 소외된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도 보이고 우리도 보인다.

한 번 더 읽으면 저자의 숨은 뜻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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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5/ 에세이]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나이즈미 렌. 최미혜 옮김. 애플북스.

몇 년 전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2013, 은행나무)라는 책이 ‘행복한 사전’(2014)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책을 사랑하는 순박하고 성실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그 영화. - 영화보단 책의 깊이가 좀 더 좋았다. - 상영 기간이 짧았던 걸 보면 출판과 관계된 이야기 같은 건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나 보다.

‘서재 결혼시키기’(2002, 지호)는 한 남녀가 오랜 시간 연애를 하고 드디어 결혼하여 부부가 되면서 ‘책’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책의 취향과 배치 정리 등 두 사람이 함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책이라는 매개체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서재’의 ‘결혼’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웠지만, 그 책에 나온 ‘책 속의 책’들을 많이 알지 못해 공감의 깊이가 덜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소재로 다룬 책이 종종 나온다. 책을 즐기는 사람이 10명 중 2~3명 정도인데, 그들 중 1명 정도만 겨우 읽는 책을 다룬 책들. 인기가 없는 게 당연하다. 책을 읽는 인구가 적으니까 책 속의 책 따위 관심이 없을 수밖에.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말해주듯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쓰는 작가의 글쓰기
다른 나라의 책을 소개하는 에이전트
교정과 교열
서체
디자인
종이
활판인쇄와 활자
제본, 제본 문화

책과 관련된 모든 일과 모든 순간에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쌓여가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책을 만드는 과정과 참 잘 어울린다. 기술의 발전으로 책과 관계된 많은 직종이 사라졌다. 이제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기계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책이 출간되고 있다. 장인의 손으로 낱자 글자를 새기고, 교정하고 정교한 교열을 보진 않지만 그래서 예전보다 더욱 간편하고 쉽고 빠르게 생산된다. 그래서 양질의 글을 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책을 만들었던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싶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겨있는지, 읽는 내내 행복했다.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적은 부수라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권, 그 사람에게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한 권을 만들려고 할 때 제본 기술이 잊혀진다면 책을 둘러싼 소중한 세계는 사라져버릴 겁니다. 거기에는 아직 심오하고 우리 마음에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266)

인간은 풍부한 상상력을 펼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발견한 후에는 꾸준히 계속하려 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마음껏 살리려고 궁리합니다. 저는 그런 세계를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기려고 해요. 제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써온 것도 그러한 생각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계속 써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게 그 사람의 마법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38)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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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니 굉장히 흥미롭네요 ~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2018.03.30 0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읽고 또 읽기/문학2018. 2. 12. 02:41



[완독 24/ 소설] 시월의 저택. 레이 브래드버리. 조호근 옮김. 폴라북스.

특이한 등장인물, 짧고 빠른 전개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속도감에 몰입하여 술술 읽어나갔지만, 많은 등장인물과 빠른 전개로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 새로운 장면과 앞뒤의 인과관계가 이해되지 않아 몇 번이나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굉장히 유명한 작가의 신작으로 알고 있는데 나의 ‘소설 공포증’ 덕분에 경직되어 리뷰와 작가 이력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평소의 나라면 책을 다 읽고 곱씹을 거리를 되새김질하면서 보는 것인데, 도대체 이해하기가 어려워 작가 이력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저자 레이 브래드버리(1920~2011)는 70여 년 간 약 300여 편의 단편 소설을 쓴 ‘단편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미국 작가이다. 서정적 과학소설의 대가로 SF의 음유시인으로 4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1949년 전미 판타지 최우수 과학 소설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그의 이름을 딴 ‘9766 브래드버리’라는 소행성도 존재할 만큼 SF 문학을 주류 문학으로 끌어올린 전설의 거장이다. (책 소개, 네이버 인명사전 참고)

빠르게 많이 쓴 저자의 이력에 비하면 ‘시월의 저택’은 1945년 처음 집필에 착수하여 2000년 작업을 끝낸 아주 오랜 시간이 담긴 소설이다. 어린 시절 고모와 삼촌, 조부모와 보낸 핼러윈의 경험을 책으로 남기겠다 생각하여 20대 초반부터 ‘기이하고 이상한, 흡혈귀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가족’이라는 착상으로 집필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출판사와의 관계 등 여러 문제로 출간될 수 없었고, 2000년에 드디어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작가의 말 참고)

저자의 이력과 책이 쓰여진 배경을 알고나니 책 내용 자체에 몰입하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느껴야 할 소설을 ‘분석적 읽기’로 읽으며 어렵게 느끼고 있었다. 경직된 긴장을 내려놓으니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글의 마술사처럼 술술 흘러감이 신기하여,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좀 더 어릴 적, 좀 더 머릿속이 말랑말랑할 때 이런 부류의 책을 읽었더라면 책 읽기와 소설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라도 재미있는 분야의 책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쉽고 가볍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책을 종종 읽고 싶다. 영어를 잘 안다면 번역본이 아닌 원서도 도전해보고 싶다.







“태어난 후로 나는 한 번도 죽지 않았다네. 위태롭기는 해도 죽지는 않았지. 온 세상 문의 경첩에 기름칠을 하더라도, 언제나 기름칠 되지 않은 문 하나, 경첩 하나만은 남아 있었으니까. 나는 그런 곳에서 하룻밤, 1년, 또는 한 사람의 일생 동안 잠들어 있곤 했지. 이런 식으로 나는 자신만의 언어를, 지식의 보고를 지닌 채 대륙을 건너 자네들과 함께 쉴 수 있게 된 거라네. 이 넓은 세상의 모든 열리고 닫히는 존재들의 대표로서 말이야. 내가 쉬는 장소에는 버터도, 윤활유도, 베이컨 껍데기 기름도 바르지 말게나.”
부드러운 웃음이 뒤를 이었고, 모두 그 웃음에 동참했다.
“우리가 할아버지를 어떻게 적어야 할까요?” 티모시가 물었다.
“바람도 공기도 필요로 하지 않은 이야기꾼의 종족이라고 적어라. 한낮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라고.”
“다시 말씀해주세요.”
“천국의 문에 들어가기 위해 도착한 죽은 이들에게, ‘살아 있는 동안 그대는 열정을 알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작은 목소리라고 적어라. 만약 답이 ‘그렇다’라면 그는 천상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 지옥에서 불타오르게 될 것이니.”
“여쭈어볼 때마다 답이 길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테베의 목소리’라고 적어라.”
티모시는 끄적이다 말고 물었다.
“‘테베’는 철자가 어떻게 되죠?”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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