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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1/인문학, 뇌과학] 석세스 에이징. 대니얼 J. 레비틴. 이은경 옮김. 와이즈베리. (2020)


아끼는 텀블러를 잃어버렸다. 분명 가방에 넣어둔 것 같은데 무엇에 홀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력 하나는 최고이던 나인데 나이 들면서 하나둘씩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가위로 싹둑 잘라내듯 기억의 일부가 사라지는 현상을 종종 겪는다. 모두가 겪는 건망증인지, 나이 들고 있다는 증거인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가득하던 날 이 책을 만났다.

‘석세스 에이징,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어렵지 않게 뇌과학과 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인문교양서이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J. 레비틴은 신경과학, 심리학,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뇌와 노후의 관계를 푸는 ‘석세스 에이징’을 출간했다. 인생 3막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노인, 노년을 바라보는 방식을 곱씹게 한다.

1부는 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과학적 배경을 제시한다. 성격과 지능, 정서 및 통증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한다. 2부는 바람직한 노화로 인도하는 간단한 지침들을 제시한다면, 3부는 장수와 삶의 질 등 좀 더 구체적이고 방향성 있는 고민을 해야 함을 설명한다.

이 책은 노화와 관련된 교양서적이지만, 뇌과학이라는 흥미로운 분야이면서 학문의 깊이가 깊지 않아 대중서로서의 매력을 지녔다. 번역도 괜찮고, 어려운 전공 서적 같은 무거움도 없다. 신문이나 잡지의 연재 칼럼처럼 짧은 글이 연관성을 가지며 이어져있어 책장을 넘기는 데에 부담스럽지 않다. 나이 듦을 인지하고 있고, ‘노화’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지금 여기 나의 희로애락이 중요하니까 노화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단지 어제보다 조금 달라진 내 모습이 아쉬운 정도. ‘석세스 에이징’은 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깊이를 전해준다. 건망증과 스트레스가 늘어가고 나이 들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 아직 늙지 않았고, 도전해야 할 것이 많고, 감사해야 한다고 책이 나에게 이야기한다.


2018년, 84세의 글로리아 스타이넘에게 “당신은 누구에게 횃불을 건넬 것입니까?”라고 묻자 스타이넘은 웃으면서 “아무에게도 건네지 않을 겁니다. 나는 내 횃불을 계속 들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 횃불로 그들의 불을 밝히도록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당신의 횃불을 계속 들고 있어라.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그리고 웃음을 잊지 말라.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잊지 말고 웃어라.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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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2020. 5. 11. 17:50

[2020-20/역사, 세계사]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오치 도시유키. 서수지 옮김. 사람과 나무 사이. (2020)

어쩌다 보니 올해엔 역사 관련 책에 관심이 간다. 삼국지 첩보전, 완벽주의자들, 그리고 이 책, 37가지 물고기 이야기까지. 코로나로 인한 사회 상황에 깨어있기 위해 신문을 자주 읽다 보니 역사나 세계사에 관심이 생겨났나 보다.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는 서양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물고기들에 대한 저자의 궁금증으로 시작된 책이다. 그중에서도 청어와 대구, 그리고 기독교에서 물고기가 상징하는 바를 중심으로 쓰여있다. 물고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소금에 절인 청어, 훈제 청어, 말린 대구 등 물고기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활용하여 어업산업을 장악했는지, 각 나라가 어떤 관련을 맺으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어업 활동 중심의 세계사 책인 셈이다.

이 책의 저자 오치 도시유키는 일본인으로 셰익스피어와 미국 사회를 전공한 학자다. 일본인이 쓴 유럽의 물고기 역사라니.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느껴졌지만, 책을 읽다 보니 당연한 관심의 흐름이 아니었나 싶다.

“너를 절여 말린 대구로 만들어버리겠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중에서)

저자는 셰익스피어를 전공하였는데, 셰익스피어는 물고기를 종종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시켰고, 상징성을 담곤 했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물고기는 좋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고기 vs 생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나뉘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청어는 주로 천덕꾸러기나 비하하는 의미로 쓰였다.

영토의 경계가 없는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어업활동은 고기를 잡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공하여 어떻게 보관하는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물고기로부터 연결되는 해양 지배의 헤게모니를 설명하고 있다. 보통 역사적 사건의 흐름에 따라 알고 있던 세계사의 전개와는 아주 다른 방식의 이 책은 물고기 이야기가 전부라 어렵지만, 그럴듯하다.

파란 글씨는 저자가 발췌한 원문의 일부이고 검정 글씨는 저자의 견해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발췌한 원문에 대한 궁금증을 저자 나름대로 찾은 자료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동양인으로서 대서양이나 지중해 등에서 잡히는 청어를 먹어본 적이 없고, 들어본 적도 없어 어떠한 영향력을 가졌는지 상상할 수 없다. 그저 책이 알려주는 정도만큼만 이해할 수 있었기에 깊이 있는 읽음이 되진 못했지만, 물고기로 부터 풀어가는 서양사를 알게 되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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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8/자기계발, 창의적사고] 직감이 무기가 된다. 우치다 카즈나리. 이정환 옮김. 한빛비즈. (2020)

결국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그것이 옳다거나 해야 할 일이라는 식의 이론, 즉 논리가 아니다. 하고 싶다거나 재미있어 보인다거나 반드시 해야겠다는 마음, 즉 감정이다. (31)

예술전공자로 '촉'이나 '감'을 믿는 편이다. 취업이나 승진하는 순간을 비유하는 중요한 꿈도 꾼 적이 있다. 업무에 찌든 요즘은 감보다는 성실과 계획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본능을 거스르는 느낌이 든다. 의도적으로 감을 살려보려 치면 논리와 체계에 치여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르곤 한다. 앞이 막막하던 시기에 '직감이 무기가 된다.'라는 제목의 책이 내게 단비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만났다.

저자 우치다 카즈나리는 와세다대학 비즈니스 스쿨 교수로 공대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좋다'. '싫다' 같은 감정이 논리적 사고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논리만으로 사업할 수 없음을 '직감'과 함께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저술하고 있다.

이 책은 좌뇌(논리) 형 사람이 직관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 직관형의 사고가 얼마나 유익하고 꼭 필요한지 객관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우뇌(직관) 형 사람으로 읽기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직관형 인간으로서 살면서 점점 더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내 모습을 일깨우고 자신감을 되찾고 싶어서, 나의 직감을 무기로 활용하는 방법이 궁금했는데 더 복잡해졌다. '촉'이나 '감'으로 생각하던 감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그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되니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저자는 논리적 사고로 틀을 세우고 직감적으로 살을 붙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직관형 인간으로서 나는 반대로 사고하고 반응하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고민되는 부분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나와 같은 직관형 사람들을 위해 반대되는 입장의 글도 한 챕터 정도 추가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나와 반대의 사람들이 훨씬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뭔가 이상한 뭔가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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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4. 20. 19:00

[2020-16/소설, 영국 문학] 리어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우리 옮김. 더 클래식. (2020)

책 읽기를 즐기지만, 문학 작품 읽기는 부담스럽다. 특히 ‘세계 문학 컬렉션’ 같은 건 더욱더 어렵다. 독서 모임을 통해 고전 읽기를 도전했다가 포기했던 적이 있다. ‘데미안’과 ‘1984’인데 몇 페이지 못 보고 책장을 덮은 경험 덕분에 고전 문학을 대할 때면 두려움이 앞서는 편이다.

그 후로 몇 권을 다소 힘겹지 않게 완독 했고,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고전문학에 대한 약간의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쩌다 보니 여러 출판사로 읽게 되었다. 그중 ‘더 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책의 두께나 크기, 글씨체와 종이의 느낌, 특히 번역체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들에 비해 편안하게 느껴졌다.

더 클래식 출판사에 대한 약간의 호감으로 리어왕에 도전했다. 리어왕은 더 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25번으로 올해의 신간(?)은 아니다. 2020년 3월에 개정판 1쇄를 찍으며 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과 같은 양장본으로도 함께 출간하였다. 더 클래식 출판사의 개정판 ‘리어왕’이 컬렉션과 양장본, 총 두 가지의 표지 디자인으로 출간된 셈이다. 책 소장을 즐기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아니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인테리어용(?)으로 솔깃할 만한 예쁜 책 한 권이 나타났다.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읽는다는 그 셰익스피어의 책을 나는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20여 년 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등장하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게 전부이다. 그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왜 저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말투로 연기를 하는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풀렸다. 그건 셰익스피어 소설 속의 말투였다. 1600년대 소설의 특징일지도 모르겠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숭고한 작품이라는 ‘리어왕’은 작가나 제목의 유명세로 첫인상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내용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고, 쉽고 재미있었다. 죽음, 변절, 배신과 신념, 의지 등 요즘 세상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 만한 소재나 주제가 아니었지만, 이해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줄거리와 풍자와 비판을 담긴 글을 읽으며 과연 ‘권장 도서’라 부를 만 하구나 싶었다.

언젠가부터 외국 소설을 읽을 때면 관계도를 그리곤 한다. 헷갈리는 사람들의 이름만 정리되어도 훨씬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리어왕’은 처음부터 연극 무대용으로 쓰인 글인지는 몰라도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인물의 성격도 파악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 관계도 하나만 있어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총 5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마다 주제나 암시 등이 명확해서 나처럼 고전 초보자가 도전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1600년대 시대적 배경을 알고 있다면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었겠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체 읽는 리어왕도 괜찮았다. 작품 해설에 나오는 ‘nothing can come of nothing.’ 문구가 마음에 남는다. 영어에 능숙하진 않지만, 원어로 읽고 이해하면 더욱 깊이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더 클래식 출판사는 영문판도 함께 제작하여 증정한다. 언젠가 영문판도 술술 읽어보고 싶다.


잘 들어봐요, 아저씨.
가진 것을 다 보여 주지 말고
아는 것을 다 말하지 말고
가진 것을 다 빌려 주지 말고
걷는 것보다는 말을 타며
듣는 말은 다 믿지 말고
내기에는 다 걸지 말며
술과 계집은 뒤로하고
집 안에만 머무르면
열의 두 곱인 스물이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을 거야. (41)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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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3. 18. 15:00

[2020-09/소설, 독일문학] 개가 인간과 통하는데 꼭 필요한 대화 사전. 오셀로. 이형진 그림. 선우미정 옮김. 율리 체 받아 적음. 들녘. (2008)

 

2020년 초, 율리 체의 '새해'를 읽고 작가의 전작을 살펴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도전한 책인데 저자명에 '오셀로'라고 쓰여있다. 율리 체와 오셀로는 어떤 관계지?

 

이 글을 쓴 오셀로는 여류작가의 개다. 작가를 주인으로 둔 덕에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마침내 견공들이 인간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면 할수록 오해의 소지가 줄어들며, 견공과 호모사피엔스의 공생도 훨씬 수월해지고 행복해질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오셀로는 '개가 인간과 통하는 데 꼭 필요한 대화 사전'을 통해 견공의 시각에서 본 인간의 세계를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율리 체 받아 적음.

 

 

이 책은 소설가 율리 체의 독특한 발상과 시선이 담긴 '반려견 생활 탐구 백과사전'이다. '오셀로'라는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사를 ㄱ부터 ㅎ까지 사전의 형식으로 설명한다. 그림작가 이형진의 자유로운 그림체와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오셀로의 마음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듯 개의 시선으로 본 인간 세상을 위트 있게 표현한다. 한국에서만 살아본, 한국인의 정서로 읽다 보니 공감할 수 없는 유럽? 독일식 유머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건 그저 허구일 뿐. 부담 갖지 않고 그저 소설처럼 느끼는 대로 읽으면 된다.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라. 율리 체라는 작가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난해한 편집 덕분에 가독성이 좋지 않지만 이 차도 저자 오셀로의 의도일 수 있으니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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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2. 28. 23:34

[2020-08 / 소설] 새해. 율리 체. 이기숙 옮김. 그러나 출판사. (2019)


슈피겔 종합 1위, 16개월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소설, ‘새해’
휴양지의 호텔 같은 예쁜 일러스트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새해’는 독일 작가 율리 체의 2019년 신간이다. 율리 체(1974~)는 독일의 본에서 태어나 파사우와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미국의 뉴욕과 폴란드의 크라쿠프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데뷔작 ‘독수리와 천사’(2001)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기타 소설들도 3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2002년 라우리스 문학상부터 여러 차례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다. (책날개 참고)

법학을 전공하고 유럽법과 국제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쓴 소설이라니. 연결고리가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깔끔한 표지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내용 구성 등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는데, 역시나였다.

주인공 헤닝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전거로 언덕길을 올라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만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보통 글에서 생각을 담을 때 ‘작은따옴표’를 사용하고, 대화를 담을 때 “큰따옴표”를 사용하곤 하는데 그런 구분 없이 사실 묘사와 주인공의 생각을 넘나들며 왔다 갔다 한다. 그 부분이 어렵거나 헷갈린다기보다는 좀 어지러웠다. 마치 힘든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숨이 차고 머리가 띵해지는 그런 기분. 아마도 ‘그것’의 정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소설의 초반부에 시점의 이동인지, 상상인지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면 중반부 이후부터는 순식간이다. ‘그것’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결말까지 너무 빠르게 훅 지나와버린 기분이다. 자신의 글에 확신을 가진 작가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공포나 호러 소설은 아니지만, 더한 고통스러움이 있다. 주인공 헤닝과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없지만, 누구든 그런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면 누구든 갖게 될 공포. 그래서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강한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지, 그것을 극복하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가 담겨있어 책장을 덮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면서 괜찮은 소설 한 권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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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에세이] 마흔의 서재. 장석주. 프시케의 숲. (2020)


<마흔의 서재>는 물안개 자욱한 새벽 마당을 가로질러 서재로 나가 써 내려간 그 시절의 조촐한 마음을 담은 책이다. 그때 찾아 읽은 책과 나를 품었던 서재는 나의 피난처이자 은신처였다. 갈매나무 한 그루 품지 못한 채 마흔에 불시착한 이들에게 나침반 같은 책이기를 바랐다.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날의 꿈을 기획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랐다. 미망과 의혹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깨어 있을 땐 숨결을 가지런하게 하고 밤에는 작은 꿈들을 꾸며 고요하게 살기. (7)-작가 서문 중에서


2012년 한빛비즈에서 출간한 동명의 책 ‘마흔의 서재’가 출판 계약의 법적 시한을 다 채운 2020년 1월 프시케의 숲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저자 장석주가 마흔이던 시절 읽고 쓰고 느낀 것들을 엮은 이 책은 어떠한 울림을 주었길래 8년 만에 또다시 나오게 되었을까. 출간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베스트셀러에 속해있다.


‘마흔의 서재’는 장석주가 마흔을 맞이하며 읽은 책을 소개하고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책 속 소개되는 저자가 읽어낸 수많은 훌륭한 책 보다 저자의 생각에 더 공감하고 감동받았다.

-목차-

제2장 삶의 갈림길마다 책이 있다.
제3장 이전과는 다른 생이 기다린다.
제4장 넓어지지 말고, 깊어지는 삶을


성인으로 불리는 나이가 되면 좋은 스승님을 만나기가 어렵다. 물론 학창 시절에도 좋은 스승님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지만,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더하다. 생계를 살다 보면 그저 살아가기에도 급급하고, 점점 여유가 없어지는데 마흔이 아마 그 중턱쯔음 되나 보다. 열심히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이룬 건 없고, 돈을 좇으며 살아온 건 아니니까 적은 게 당연한데 남과 비교하게 되고, 방향을 잃으니 더욱 혼란스러운 시기가 바로 마흔인가 보다. 나의 마흔은 남들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아왔나 허무해진다.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보지만, 그동안 마음먹은 대로 살아왔던 건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무튼 마흔이라는 새로운 성장통을 맞이하게 되어 힘겨운 사람들에게 나침반 같은 스승님이 되어줄 책이다.


저자는 마흔 시절에 이 책을 쓸 만큼 단단하고 야무진 사람인데 나의 마흔은 여전히 아직도 어설프다. 마흔쯤이 되면 남들처럼 어른처럼 살 줄 알았는데 나의 마흔은 그렇지 못하다. 얄궂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업무가 휘청거려 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지만, 다시금 정신을 붙잡고 나아가야겠다.

——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독은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심리적 피난처”를 찾는 일이다. 대개 작가나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해 스스로 고립의 환경을 찾아내 고독을 추구한다. 이때 고독은 “위안과 새로운 활력, 내적 평온”이라는 선물을 준다. 명상, 휴식, 기도와 같은 활동도 고독을 동반한다. 이때 고독은 일상의 번잡함에 매여 지친 영혼을 달래고 내적인 여유와 평화를 가져다준다. (74)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비상의 가장 단순한 사실-즉 먹이를 찾아 해안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방법 이상의 것을 배우려고 마음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갈매기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었다. 어떤 것보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나는 것을 사랑했다.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129)

비가 내리는 풍경에 무심한 눈길을 주고 있는 이 순간, 그 순간들이 바로 삶이라는 꽃이 피어 있는 순간이다. ‘나’란 존재는 바로 이 순간의 순수의식 그 자체이다. 이 순간밖에 없는 삶은 없다. 산다는 것은 바로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178)

나는 삶을 소유할 수 없다. 삶 그 자체가 바로 나이고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180)


——
장석주와 연관된 책을 5권이나 읽었다. 옛 기록을 찾아보니 내가 만난 장석주의 책은 모두 좋았다. ‘마흔’이라는 제목에 끌려 손이 간 줄 알았는데 역시 장석주의 글이어서 더욱 마음이 기울었나 보다.

1. 은유의 힘. 장석주. 다산책방. (2017)
2.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장석주. 박연준. 난다 출판사.(2018)
3. 게으름의 즐거움. 피에르 쌍소 외 지음. 함유선 옮김. 호미 출판사. (2003)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장석주 쓰고 엮음. 추수밭 출판사. (2015)
5. 정원으로 가는 길. 질 클레망. 이재형 옮김. 홍시 출판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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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1. 27. 16:42

[2020-04 / 문학, 한국소설] 사랑의 생애. 이승우. 예담. (2017)

사랑은 모든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게 하는 근거이다. 사랑의 근거이고 사랑의 깊이이고 사랑 자체이다.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근거이고 깊이이며 사랑 자체인 사랑 없이는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품고 있다.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 안에 포섭되어 있다. 사랑 자체인 이 사랑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자기 생애를 시작한다. 그 생애가 연애의 기간이다. 어떤 생에는 짧고 어떤 생애는 길다. 어떤 생애는 죽음 후에 부활하고, 어떤 생애는 영원하다. (167)


2019서울 국제 도서전 기념품(?)이었던 '맛의 기억(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맛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소책자)'을 통해 이승우라는 소설가를 알게 되었다. 언어를 가지고 노는(!) 저자 특유의 필력에 반해 이승우의 여러 책을 담아왔고, 그중 첫 번째로 완독한 책이다. 작가는 저자의 말을 통해 '떠오르는 대로 순간의 단상들을 적어둔 여러 개의 메모들을 여러 권의 몰스킨 수첩을 거쳐 스마트폰의 메모장으로 옮겨 왔다가 책으로 만들었다.'라고 소개한다. 저마다 다르지만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랑이라는 경험의 신비를 담은 책이다.


'사랑의 생애'는 등장인물 형배, 선희, 영석, 그리고 준호의 사랑 이야기가 우연하게 얽혀있다. 각자 자신만의 어쩔 수 없는, 치열하고 못나빠진 날것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저마다의 사정에 공감되는 것은 작가 이승우의 솜씨 덕분일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때로는 형배에게, 때로는 선희에게, 영석, 그리고 준호에게 감정이입하여 내가 그 사람인 듯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감성, 심리 묘사가 너무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어 한때 즐겨 읽던 알랭 드 보통이나 김형경의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내 감정을 들킨 것만 같은 이런 묘사는 마음이 바쁠 때에는 잘 읽히지 않다가 여유가 있고, 한가한 시기에 후루룩 읽게 된다.

어떤 방식이 더 좋거나 괜찮다고 말할 수 없는 각자 사랑에 대한 경험, 사랑의 생애는 작가의 말마따나 사랑 그 한가운데 빠져 있는 자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라는 글귀가 마음에 남는다. 책을 읽으며 사랑이 하고 싶어졌고, 삶이 궁금해졌다.

분명하고 알아듣기 쉽게 고백하기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자의 말은 불가피하게 우회하는 말이다. 사랑의 말은 직선을 모른다. 아니, 모르지는 않지만 쓰지 못한다. 쓰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두근거림과 조심스러움, 즉 수줍음이 쓰지 못하게 한다. 직선의 언어는 빠르지만 날카로워서 발화자든 청자든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쉽다. 자기든 남이든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시작되는 현장에서 직선의 언어는 여간해서는 채택되지 않는다. (48)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사람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저 사람도 반드시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 이 사람에게 대단한 일이 저 사람에게는 대단하지 않거나, 저 사람에게 하찮은 일이 이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인 경우는 허다하다.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하는 일에 우리는 가치를 부여한다. (...) 우리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하는 대단한 일을 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일을 견딘다. 그 대단한 일을 하기 위해, 혹은 그 일을 하기를 갈망하며 이 대단하지 않은 일을 한다. 이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건 그 일 때문이다. 그 일에 대한 기대가 이 일을 감당하게 한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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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1. 21. 01:34

[2020-03 / 문학, 한국소설] 서독 이모. 박민정. 현대문학. (2020)


요즘은 수많은 근심 걱정으로 책 읽기가 쉽지 않은데, 서독 이모는 예외였다. 큰 기대 없이 책장을 넘겼다가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흡입력이 좋고 재미있으면서 명쾌(!)하지만, 마냥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라 곱씹을 거리도 있다. 서독 이모는 1985년생 작가 박민정의 소설이다. 소설에 있어 나이라는 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기준이 되어버리니 ‘나보다 어린 작가’가 되었다. 어리면서 잘 나가는 대부분 사람들의 소설은 전개가 빠르거나 소재가 자극적이어서 불편한 경험이 많았다. 도도하고 거친 느낌이 싫어서 웬만하면 피하는 편이다. 하지만 박민정의 소설은 그런 나의 선입견을 깨트렸다.


소설 속 주인공 정우정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위해 구질구질한 대학원 생활을 버티며 논문과 소설을 쓴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소재를 찾다가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인 이모와 이모부 이야기를 선택했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쓴 글과 석사 논문 통과 과정인 자신의 이야기가 소설이 되었다. 흥미롭다. (이런 과정을 책 뒤편에 드라마투르기라고 표현한다.)


드라마투르기는 작품에 대한 여러 해석 중 하나의 관점을 채택하여 작품에 의미를 구체화하는 비평적 활동이다. 즉, 하나의 스토리에 대한 비평적 시선 및 연출을 위한 이론적 실천이다. (106)


너에게는 이모의 불행이 심심풀이 땅콩이니, 나는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두 번째 단락을 넘어서고 나서도 꽤 많은 분량을 단숨에 써버렸지만 더는 이 이야기를 이어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82)


나의 쓰기도 떠올랐다. 고작 나의 경험과 내 주변 이야기를 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미천한 글짓기가 부끄러웠지만, 정우정, 아니 박민정 작가처럼 나도 할 수 있다면 계속 쓰면 작가가 될 수 있으려나?!


소설 속 작가는 본인의 가족사, 서독과 동독의 통일에 엮인 비극, 정체성과 삶, 씀이라는 행위 등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무겁지만 한 건 아니다. 이 소설에 재미가 더해지는 것은 통일 전후 독일과 현재 한국의 상황이 오버랩되는 점이다. 정우정이 박민정은 아닌지, 이 소설 자체가 진실인지 허구인지 궁금증을 갖고 ‘서독 이모’를 읽으며 최근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떠올랐다.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통일 같은 소재를 독일 이모와 그녀의 남편 클라우드의 이야기를 통해 불쑥 차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너무나 거짓말 같은데 그래서 더욱 진짜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이렇게 덜컥 통일이 이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책날개 참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 선은 현재 021권까지 발행되었고, 30권까지 예정되어 있다. 어떤 출판사에서 이렇게 앙큼(!) 발랄한 책을 시리즈로 묶어놓았나 찾아보았더니 좋아하는 미래엔 출판사의 성인 단행본 브랜드 중 하나였다. 미래 엔에는 와이즈베리, 북폴리오, 현대문학이 속해 있다. 소설을 잘 알지 못할 때는 양질의 인문 서적을 출간하는 와이즈베리를 좋아했지만, ‘서독 이모’를 알게 된 이상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에 관심 갖고 챙겨보려 한다. 다음 책은 017 이승우의 캉탕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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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20. 1. 20. 23:57

[2020-02 / 인문 에세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노수경 옮김. 사계절. (2017)


일에 치이던 지난 연말 ‘왜 나는 매일 일하고 있는데 매일 일에 쫓기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할 때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2세대로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현재 구마모토 현립극장 관장 겸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의 이름이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 나쓰메 소세키를 소개하는 책에서 만난 적이 있는 작가였다. 자기 계발서 같은 뻔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고전, 인문과 역사 속에서 일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보라는 조언이 좋았다. 목차부터 깔끔하게 정리되어 책의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는 점도 좋았다.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사이토 다카시의 3으로 생각하라,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등이 오버랩되었다. 일본인 특유의 분위기일 수도, 교육을 가르치는 교수님의 깊이일 수도.


바쁨과 아픔에 쫓겨 나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정신 차리기 위해 이 책을 찾아갔다. 하지만 금세 또 일을 만들어 분주해져 버렸고, 지난 연말 동안 느꼈던 절실함은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도 이 책은 좋은 책이 분명하다. 생계유지만을 위해 주어진 업무를 적당히 때우는 식의 일을 원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의 의미나 살아가는 이유, 일의 본질 같은 것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상을 좇으며 일할 수 있는 나의 삶, 선택과 책임 같은 것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내 인생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처방전 :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100%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 일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삶의 방식도 그렇습니다.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47)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에서 창조성이 생겨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타자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다시 있는 그대로의 타자에게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성립되는 사회는 본래 그러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상호 자유롭게 개방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위축되었던 창조성의 문 또한 열릴 것입니다. (63)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 : “그대에게 해로운 사람이 품은 생각과 그 사람이 그대에게 품게 하려고 하는 생각을 품지 말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물을 보라”(4장 2절) (197)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란 내게 맞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삶입니다. 일을 통해 사회라는 공공의 장으로 ‘들어가라’고 권한다. ‘나가라’가 아니라 ‘들어가라’라는 표현을 통해 저자는 공적 영역의 ‘시코토’ 밖에 훨씬 더 넓고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일과 삶의 영역이 펼쳐져 있음을 시사한다. 폭넓게 배우고 더 큰 기회를 얻기 위해 먼저 사회로 들어가라고,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나’를 새롭게 발견하라고 말한다. (228)


-로빈슨 크루소 -나스메 소세키 ‘산시로’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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