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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6 / 종교. 주역] 돈보다 운을 벌어라. 김승호. 쌤앤파커스. (2013)



2017년 다산초당의 명상인문학을 읽으며 알게 된 초운 김승호 선생의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힘든 요즘,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이 책은 추천받은 여러 권의 책 중 가장 쉬운 책인 것 같아 먼저 읽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20대 때에는 바깥으로 모든 기운을 소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람 만나는 행위를 좋아해 늘 바깥을 헤매고 다녔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의 나는 원래부터 바깥 구경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안으로 기운을 모으는 중이다. 고요한 이 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데, 조금은 떠올라도 괜찮다고 조언해주는 이 책은 최근 읽고 있는 ‘아티스트 웨이(경당, 2012)’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한 책은 운을 나에게 모으라는 내용이고, 한 책은 자신이 가진 창조성을 깨우치고 따르라는 내용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방향은 겹친다. 지금 느끼는 표면적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좀 더 본질적인 가능성을 깨닫고 생각하게 하는 책. 이 책을 추천해준 지인에게 감사하고, 많은 사람과 함께 이 책을 읽고 나누며 운을 나와 우리에게로 끌어들이고 싶다.

운은 밖으로부터 온다. 사람을 만나야 미래가 있다. (32)

현실이 고통스러운 것은 현재 상황을 탈피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더 나아지려는 노력 속에서 그 고통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43)

행운은 귀한 성품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생기는 법이다. 사람도 가려 사귀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에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79)

풍천소축 : 말이 많으면 기운 또는 운명이 새어나간다. (89)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은 운을 버는 것이다. (94)

1년 내내 별 볼일 없이 지낸 인생이라면 밖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요즘 들어 잘 나가는 것 같다면 더더욱 조심하고 자중하며 조용히 살아야 한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인생의 봄이 오는 듯하면 조용히 살아야 하고, 가을이 오는 듯하면 열심히 나서야 한다. (117)

옛사람들은 ‘매사에 살얼음 밟듯이 하라’고 말했다. 이는 항상 미래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미래란 곧 운명이다. (153)

무인도에 혼자 살아도 온 세상을 존경하면 된다. 존경심이란 밝은 곳으로 걸어가는 마음이다. 계속 걸어가면 행운도 만난다. 사회가 존경심으로 가득 차면 나 자신부터 살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존경심은 나도 살리고 남도 살리는 길이다. (181)

많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그들로부터 생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 평생 한적한 곳에서만 사는 사람은 크게 좋은 운을 기대할 수 없다. (206)

매 순간 강한 의지를 품고 아름답게 행동하라.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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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9. 1. 30. 12:28


[완독 2019-5 / 소설, 중남미소설] 백 년의 고독 2.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0)

두 번째로 읽은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이자, 두 번째로 읽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자, 두 번째로 읽은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책이다. (첫 번째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은 안나 카레니나(민음사, 2009)였고, 첫 번째로 읽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민음사, 2010)이며, 첫 번째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책은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다산책방, 2017)’이다. -Tmi)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27년 콜롬비아의 아라까따까에서 태어나 콜롬비아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다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기자 생활을 한다. 1954년 특파원으로 파견된 로마에서 본국의 정치적 부패와 혼란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계기로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멕시코 등지로 떠돌며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했다. 그 사이 여러 책을 발표했고 1982년 ‘백 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겪어야 했던 역사의 ‘리얼리티’와 원시 토착 신화의 마술 같은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소설 미학을 일구어낸 작가에게 세계의 문인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는 헌사를 바쳤다. ‘백 년의 고독’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설이란 장르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으며, 문학이 21세기에 다시 소생하는 것을 예비하는 작품이다. (책날개 참고)

비교적 빠른 시간 동안 읽었던 1권(약 2주)에 비해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던 2권(2주, 기간은 같지만 몰입한 시간의 깊이가 달랐다). 알 수 없이 반복되는 부엔디아 집안사람들의 무기력과 허무함, 무모함 때문이었다. 불편한 마음이 드는 부분도 많았지만, 책 마무리에 ‘마꼰도와 라틴 아메리카의 고독에 대한 탐구’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힘겹게 넘겼던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여러 시간대를 넘나드는 작가의 서술방식 덕분에 집중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기 쉬워 책 맨 앞에 있던 가계도를 따로 적어두고 틈틈이 살펴보았다. 마지막 20장을 읽을 때 몰입도는 첫 장을 넘길 때와 비슷한 에너지였고, 왜 그렇게 시대를 넘나드는 복잡한 서술 구조를 사용하였는지 이해가 되면서 소름이 돋았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내가 이해하기 힘든 근친상간과 엄청난 성욕(?)을 지닌 부엔디아 가문의 남자들, 생존을 위한 능력치를 지닌 여자들, 그들에게 일어난 허무맹랑한 이야기들. 작가와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책의 깊이를 좀 더 느낄 수 있으려나. 이 책을 다 읽은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졌다. 이런 마음 덕분에 수많은 책모임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나 보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마꼰도를 건설하기 위해 산맥을 넘었던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의 엄청난 과단성, 무익한 전쟁을 이끌어 갔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맹목적인 자존심, 가문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우르술라의 무분별한 집요함을 지닌 채, 그렇게 단 한순간도 낙심하지 않고 페르난다를 찾아다녔다. (16)

그러나, 기적소리와 거친 숨소리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안정을 되찾은 주민들은 모두 길로 쏟아져 나와 기관차 위에서 손을 흔드는 아우렐리아노 뜨리스떼를 보았고, 예정보다 여덟 달이나 뒤늦게 마을에 처음으로 도착한, 꽃으로 장식된 기차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많은 불안과 확신을, 많은 즐거움과 고난을, 많은 변화를, 재난을, 향수를 마꼰노에 실어날라야 했던 그 아무것도 모르는 노란 기차를. (36)

꿈을 꾸신 게 틀림없습니다. 마꼰도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현재도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여긴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157)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과거는 거짓이고, 추억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고, 지난봄은 다시 찾을 수 없고, 아무리 격정적이고 집요한 사랑도 어찌 되었든 잠시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할 것을. (286)

가르시아 마르케스 자신이 ‘작가보다 마술사가 되고 싶었다’라고 했던 말은 그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표현하기 위한 기재로 차용한 마술적 사실주의와 연관이 있을 법도 하다. 마술사처럼 하는 것, 즉 현실을 무한히 확대하고, 현실을 재해석하려는 그의 시도는 ‘백 년의 고독’에서 충분히 탐지되는데, 이 허구적 세계는 마치 창조주가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마술에 의해, 마술 속에서, 마술로부터 생성되고 파괴되고 있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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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4 / 사회과학. 비평 칼럼] 대리사회. 김민섭. 와이즈베리. (2016)

요즘 읽는 책 두 권이 묘하게 닿아있다. 한 권은 와세다 글쓰기 표현 강의(엑스북스, 2018)이고, 또 한 권은 대리사회(와이즈베리, 2016)이다. 연두색 표지색이 똑같고, 좋은 글쓰기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닮았다. 다른 점은 한 권은 직접적인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지만, 딱히 와닿지 않고, 다른 한 권은 르포르타주의 형식(글쓰기책이 아님)으로 대리운전자로 사는 삶을 잘 쓴 글쓰기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남을 대신하는 사회, ‘대리(代理)사회’인 줄 알았는데 ‘대리’운전에서 나온 대리였다. 하긴 대리운전도 ‘代理’이긴 하지. 훈의 시대(와이즈베리, 2018)를 읽고 김민섭의 다른 책이 궁금하여 찾아 읽게 된 대리사회는 글작가를 업으로 삼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대리운전 기사로 밥벌이를 하는 저자의 삶이 담겨있다. 직업의 귀천을 넘어서서 좋은 글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 대리사회는 월간지 ‘작은 책’과도 닮아있다. 저자처럼 나도 나의 분야에서 글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마구 생기는 책이었다.

어쩌면 가족은 끊임없이 서로를 위한 ‘대리’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 우리는 너를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주체와 대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나는 아직 모든 가족을 주체로 두는 방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내하고든 아이하고든, 조금은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한다. 기꺼이 그들을 위한 대리의 삶을 살며, 그렇게 조금은 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105)

갑과 마주하려는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들’이다. 그들은 한 걸음 물러서거나 밀려난 을에게 “너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갑의 욕망을 대리하는 대리인간이면서도, 자신을 그 공간의 주체로 굳게 믿는다. 자신들이 괴물이 되었음을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노는 주변의 을이 아닌 저 너머의 갑을 향해야 하고, 공고하게 구축된 시스템에 닿아야 한다. 모두가 돌아서서 갑과 마주하고, 대리사회의 괴물과 싸워나가야 한다. (178)

그 누구도 가르쳐준 바 없지만, 결국 우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밀려나기는 쉽지만 스스로 물러서기는 어렵다. 그것은 공간의 주체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고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그러고 나면 시스템의 균열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그 균열의 확장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욕망을 대리시켜 온 대리사회의 괴물과 마주할 수 있다. 그때부터는 ‘사유하는 주체’가 된다. 여전히 행동과 언어는 통제될지라도, 정의로움을 판단하고 타인을 주체로서 일으키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강요되는 천박한 욕망을 거부할 용기를 얻는다. 우리 모두는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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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 3 / 사회과학. 사회학]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이반 일리치 지음. 신수열 옮김. 사월의 책 (2018)

제주도에 사는 지인과, 지인의 지인을 응원하기 위해 무명서점에서 구매한 책 두 권 중 하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를 완독하였다. 무명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느꼈던 따듯함이나 뭉클함 덕분에 책 소유를 즐기지 않는 나인데 선뜻 두 권을 담아왔다.

*무명서점은 제주도 서귀포시 한경면에 있는 독립서점이다. ‘시, 사랑, 정치, 자연’이라는 4가지 주제로 큐레이팅 되어 있다. 주류출판사의 신작과 베스트셀러 위주로 전시되어있는 대형서점을 주로 찾는 사람이라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명서점에는 예스럽고 아리송한 가구들이 많은데, 주인장이 지인에게 기증받은 가구들이다.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제주 곳곳에 수많은 독립서점이 존재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곳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도심의 화려한 어느 서점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기분 좋은 설렘과 따듯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과 적정기술에 관한 관심, 자전거를 탈 때 느낄 수 있는 바람을 좋아한다. 이런 가벼운 호기심으로 이 책이 지닌 무게를 전부 이해하긴 어려웠다. 속도와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수송산업이 지닌 부조리한 패러다임을 1인당 에너지 사용량과 총에너지 사용량으로 아주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용어 자체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알면서도 행동하지를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얇고 가벼운 무게의 책이지만 글자를 훑어낸 정도를 완독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의 이해가 조금 깊어졌을 때 한 번 더 읽어야겠다.

‘풍요로의 해방, 의존으로부터 해방.’

이 책에서 이반 일리치가 말하고자 하는 ‘풍요와 의존으로부터 해방’은 에너지 사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환경, 경제, 관계 등 나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해할 수 있을 듯 말듯 어려웠지만, 궁극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있었기에 좋은 스승님을 만난 기분이 든다.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미토, 2005)을 다음 책으로 골랐다. 이 책 만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나의 무지를 한 덩어리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공간의 사회적 재구성을 통해 우리가 서 있고 걷고 생활하는 곳이야말로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모든 이가 끊임없이 새롭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여야 한다. (104)

에너지로부터의 해방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돈이 별로 들지 않은 일이지만 부자들에게는 호된 비용을 요구한다. 하지만 수송체계의 속도 증가로 인해 교통이 멈추는 즉시 부자들은 더 높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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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9. 1. 13. 20:22



[완독 2019- 2 / 소설, 중남미소설] 백 년의 고독 1.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0)

읽기의 깊이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지인에게 고전 몇 권을 추천받았다. 그중 덜 부담스러울 것 같은 책을 골랐는데, 가장 난해한 작품을 골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긴장하며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이 책, 백 년의 고독. 아직 1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 책에서 느껴지는 특징은 시간이다. 부엔디아 가문에서 100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 같은 이 책은 시간의 흐름이 왔다 갔다, 복잡한 가족사 전개도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반복되는 강렬한 느낌은 어떠한 상황에도 가정을 지키려 무한으로 노력하는 강인한 여성, 전쟁이나 다른 무엇에 빠진 남성, 되풀이되는 이야기들이 어떠한 상징성을 지니는지, 콜롬비아에서 벌어졌거나 작가의 어떤 경험에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뒷 내용이 궁금해 책장을 덮기 어려웠으니 재미있는 소설임은 분명하다. 소설이 힘든 내게 의미 있고 재미까지 있는 책을 권해준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2권을 펼쳐야겠다.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27년 콜롬비아의 아라까따까에서 태어나 콜롬비아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다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기자 생활을 한다. 1954년 특파원으로 파견된 로마에서 본국의 정치적 부패와 혼란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계기로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멕시코 등지로 떠돌며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했다. 그 사이 여러 책을 발표했고 1982년 ‘백 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겪어야 했던 역사의 ‘리얼리티’와 원시 토착 신화의 마술 같은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소설 미학을 일구어낸 작가에게 세계의 문인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는 헌사를 바쳤다. ‘백 년의 고독’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설이란 장르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으며, 문학이 21세기에 다시 소생하는 것을 예비하는 작품이다. (책날개 참고)




“친구, 한 가지만 얘기해 주게, 자넨 왜 전쟁을 하고 있는가?”
“왜라니, 친구. 위대한 자유당을 위해서지” 헤리넬도 마르께스 대령이 대답했다.
“그걸 알다니 자넨 행복한 사람이군. 난 말이야, 자존심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걸 이제야 겨우 깨닫게 되었네” 그가 말했다.
“그것 참 안됐군” 헤리넬도 마르께스 대령이 말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친구의 놀란 표정이 재미있었다. “그래. 하지만 어찌 됐든,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것보다야 더 낫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말했다. 그는 친구를 쳐다보다가 미소를 머금으며 덧붙였다.
“또 말이야, 자네처럼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보단 더 낫지”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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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 1/ 사회과학] 훈의시대. 김민섭. 와이즈베리. (2018)



학교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는 논문 읽는 걸 좋아했다. 논문이란 건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걸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던지, 전혀 다른 두세가지를 접목시켜 새로운 틈새를 찾아내는 식으로 쓰여져 똑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는 흥미로운 읽기 거리였다. 내가 직접 논문을 써야하던 시절엔 그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알게되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객관적 자료와 논리적인 전개로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질의 논문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함께 알아버렸다.

이젠 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지났고 논문같은 건 읽지 않아도 되는 시기이지만, - 내가 생각하기에 - 논문과 비슷한 형식이나 접근 방법으로 쓰여진 책은 다른 것보다 유심히 보게 된다. 깔끔한 목차나 객관적인 분석, 남다른 시선 등 책을 내는 모든 사람들이 논문 한 편 정도는 써보려고 노력한 후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잘쓰여진 글을 읽는 재미는 쏠쏠하니까.

‘훈의 시대’ 저자 김민섭은 확실히 논문 여러편 써본 글솜씨를 지녔다. 이미 책 두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를 출간했다. 정확한 학력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마도 인문사회대 석사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저자이기에 논리적인 글쓰기와 사회 비판적 사고를 지녔을 거라 추측한다. (본문 어딘가에 문학 박사로 나옴)

80년대 국민학교 교과서에 등장할법한 영희와 철수가 그려진 표지, 그리고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는 제목 덕분에 쉽게 손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니 기대 이상이다. 저자는 이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훈’들을 비꼬는 이야길 책으로 담았다. ‘훈’이라는 단어가 담고있는 구속, 억압, 같은 것이 나와 이 사회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저자가 정의하는 ‘훈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훈’은 1)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언어이고, 2)지배계급이 생산, 해석, 유통하는 권력의 언어이고, 3)한 시대의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이다. (19)

예술가만 창의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다. 학창시절 나 자신이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예술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그쪽 직업으로 살고 있지만, 다른 어떤 분야에도 창의성은 존재하고, 각 분야에 존재하는 소수의 창의적인 사람들이 발견하고 전개해나가는 세상을 나 같은 다수의 시민들이 감탄하고 모방하며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김민섭은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이고, 계속 좋은 글을 쓰고 강의를 했으면 하는 사람. 어느 지방대인지 모르지만 그 지방대 학생들은 복받았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대리사회를 빌려왔다. 1983년생 김민섭 작가님 당신의 새책을 응원합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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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34 / 소설. 영미 근대문학]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김순영 옮김. 펭귄 클래식 코리아. (2015)





연애소설 같은 건 한가한 시간이 많은 사람의 놀잇거리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인문학이나 실용서를 즐겨왔다. 지금도 여전히. 학창시절 여고생이라면 한 번쯤 읽어봤을 법한 하이틴 로맨스 같은 책도 읽은 기억이 없다. 최근 쓰기와 읽기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제주도 서귀포 한경면에 위치한 무명서점에서 의미 있는 책 한 권을 샀다. 펭귄북스의 수석 북 디자이너인 코럴리 빅포드 스미스의 디자인으로 새롭게(!) 2015년에 선보인 ‘이성과 감성’은 책 등과 표지 디자인만으로도 ‘이거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화 ‘비커밍 제인(2007)’을 통해 이 소설의 저자 제인 오스틴이 멋진 여성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다. 명성은 익히 들어왔기에 호감이었고, 표지는 당연하고 두께에 비해 가벼운 무게도 마음에 들었다. 2018년의 마지막 책으로 함께하기에 손색없을 것 같아 바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의 느낌은 ‘역시’이다.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와 감성적인 동생 메리엔을 둘러싼 연애 이야기. 작가는 이성과 감성 중 어느 편에 손을 들어줄지 궁금했다. 소설을 쉬이 읽지 못했던 지난 경험을 떠올려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읽었더니 이해하기 쉬웠다. 지명을 종종 언급하는데, 영국 시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지도를 검색하며 지역적 거리감이나 특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더 했더니 공감각적 이해가 더해졌다. 뒤로 갈수록 반전과 빠른 전개 덕분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그래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 여운과 감탄을 담을 수 있었다.

작가는 이성과 감성 어느 한쪽에 편을 들어주었다기보다는 두 감정이 어떻게 조화롭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인과응보 권선징악을 좋아하는 내게도 불편함이 아닌 안정감을 주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위기는 가족 간의 사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듯하게 풀어냈다. 대시우드 모녀, 특히 엘리너와 메리엔의 관계는 정말 이상적이다. 그렇게 다른데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주는 관계가 과연 현실에도 존재할지 궁금할 정도이다. 다만 여주인공들의 나이가 10대 후반인데, 사춘기~청춘에 겪는 경험들을 10대가 훨씬 지난 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 웃프다. 하지만 인간사가 다 그런 거니까, 10대에만 사랑하고 이별하는 감정을 경험하는 건 아니니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문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책 속 등장인물들처럼 정답대로 나의 경험과 감정이 술술 풀리진 않겠지만, 각자의 사연을 알고 이해하면서 사람 사이의 거미줄 같은 관계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18세기에 살던 여성의 책이 21세기에 사는 많은 사람에게 아직도 사랑을 받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양질의 소설을 읽다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려나?

나의 2018년과 2019년을 이어준 ‘이성과 감성’. 시작과 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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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33 / 경제경영] 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와이즈베리. (2018)

오랜만에 만난 좋은 책을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어 서두르지 않을 만큼 괜찮은 역사+처세술 서적을 만났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 때 삼국지 같은 책을 읽으며 노련미를 쌓는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역사 속 위인들의 이야기를 나의 상황과 접목하고 싶어 얼마 전 읽은 책이 바로 ‘조조에게 배우는 경영의 기술(시그마북스, 2016)’이다. 번역자의 오류인지 저자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은 채, 바로 다음 읽게 된 이 책은 저자의 넓고 깊은 상식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며 ‘글쓴이는 뭐 하는 사람이지?’라고 저자를 떠올린 책도 오랜만이다.

저자 윤형돈은 역사 문화교육 컨설팅 전문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접하면서 사람들의 장점을 흡수해서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 그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를 활용한 교육컨설팅, 역사 리더십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제공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책날개 참고)

생소한 저자의 이력을 다시 되짚어볼 만큼 글에 흡입력이 있다. 다양한 방면의 역사적 지식 습득과 연구, 깊은 통찰이 없다면 결코 쓸 수 없는 글이다. 가볍게 읽으면 재미있는 시선으로 보는 역사서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역사 속 주인공이 어떠한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했는지 읽힌다.

리더십은 인간의 역사이자 미래다.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와 직업, 위치에서 생각할 때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중간관리자가 되고 누군가를 끌어가야 할 입장이 되니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배우고 싶지만, 인간관계만큼 쉽지 않은 것이 리더십을 익히는 것이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듯, 이 책 한 번 읽었다고 그들의 리더십을 내가 해내는 건 아니니까, 어떠한 사실과 한 사람의 생각이 잘 버무려진 이런 책이 자주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이 나라 사람들은 비록 주도적으로 변화한 경험은 없지만,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것이 역사가 증명하는 한국형 리더십이다. (252)

리더는 누군가가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의지를 가진 사람 자체가 자신을 이끄는 리더다.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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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8. 12. 21. 11:07



[완독 132 / 소설, 중국문학] 풍선인간. 찬호께이. 강초아 옮김. 한스미디어. (2018)

홍콩 여행을 준비하던 작년 이맘때 찬호께이의 ‘13.67(한스미디어, 2015)’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읽어보고 싶었지만, 소설에 대한 두려움과 책의 두께 덕분에 도전하지 못한 적이 있다. 지난주 산란하고 바쁜 시기에 우연히 도서관에 들러, 신간 코너에서 발견한 찬호께이의 ‘풍선인간’은 비교적 얇은 두께와 익숙한 이름 덕분에 선택되었다. 흡입력이 있는 짧고 쉬운 소설이어서 거부감 없이 몇 시간 만에 후딱 읽어버렸다. 평소 공포나 추리 같은 건 즐기지 않는 편인데 찬호께이의 ‘풍선인간’만큼은 잔인하거나 징그럽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행위에 엄청난 악의가 담겨있거나 사회 이슈나 비판을 포함하지 않았고 비교적 가벼운(?) 짓이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말하는 ‘길티 플레저’,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 잘못된 일이기에 나는 할 수 없지만, 간접경험 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것. 요즘 관심 갖고 있는 영국 현대미술작가 아니 낙서쟁이 뱅크시의 행보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같은 맥락이겠지.

‘나는 할 수 없지만, 너는 마음껏 해다 오. 내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올해에는 130여 권의 책을 읽었지만 기억에 남거나 감동적인 책이 딱히 없다. 시간과 마감에 쫓겨 읽은 책이 절반 이상이기도 하고 업무나 다른 일에 쫓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의미 있는 독서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소설이나 고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년엔 고전과 소설에 좀 더 도전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만 2년 동안 여러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많이도 읽었다. 책을 통해 상식과 지식을 쌓을 수 있던 것은 좋았지만,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느라 형식적인 읽기와 쓰기에 그친 적도 많았다. 내년 독서는 올해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내년엔 어떤 책과 만나 어떤 생각의 깊이를 키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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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31 / 경제경영] 조조에게 배우는 경영의 기술. 주신웨. 김지은 옮김. 시그마북스. (2016)

책이 내 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만 2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완독하게 된 이 책. 어릴 적 만화 삼국지를 읽어본 적이 있지만, 진짜 삼국지는 아니니까 꽤 오랜만에 삼국지 관련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내 기억 속 삼국지 주인공은 유비, 관우, 장비였다. 그들만 멋진 사람이고 나머지는 들러리 같았는데 수많은 인물 중 조조를 통해 그가 지도자로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남들과 다르게 판단하고 지휘하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상황에 따라 남달랐던 조조의 행동들로 경영자라면 생각해봐야 할 입문서처럼 가볍게 쓰였지만, 책을 읽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삼국지라는 큰 맥락을 이해하고 봤더라면 조금 나았을까? 다 읽고 난 후 진짜 삼국지가 읽고 싶어졌다. 나쁘진 않았지만 딱히 좋은 이유를 꼽기도 어려운 이 책. 역사와 경영을 더한 입문서로 당장 삼국지을 읽기엔 버거운 나 같은 사람들이 시작하기에 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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