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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9 / 사회과학. 환경]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최원형. 샘터. (2016)

​세상에서 모든 번뇌의 흐름을 막는 것은 조심하는 일이다. 그것이 번뇌의 흐름을 막고 그치게 한다. 그 흐름은 지혜로 막을 수 있다. <숫타니파타> (47)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남동 스틸북스 이달의 큐레이션 ‘환경, 쓰레기’ 코너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다. 요즘 나의 관심사와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이 책은 샘터 출판사에서 나오는 아우름 시리즈 중 하나이다. 깊이는 가볍지만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여건이 닿는다면 전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우름 시리즈 중 한 권을 이런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제목처럼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고 산다. 전공을 살려 직업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30여 년 동안 나를 위해 배운 것들을 이제는 좀 꺼내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적 깊이를 쌓아가는 행위가 즐거웠지만, 자기만족만을 위해 공부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전공 관련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고 나라는 사람이 가치 있음을 느꼈고 지금의 직업으로 살게 되었다.

아무튼 ‘이 땅에 태어나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지 해가 되지는 말자.’라는 생각은 환경과 생태로 이어졌다. 확고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의미 없는 삶을 살다가 사람의 식탁에 오르는 일부 식용 동물의 살덩어리가 혐오스럽게 느껴져 일부러 피하던 시절도 있었다. 쓰레기를 마구 만드는 상황도 싫고, 일회용품은 더더욱 싫었다.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버려대는 사람들이 싫었고, 이런 내가 예민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틀린 게 아님을 느꼈고,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도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뽑아대는 핸드타올이 나무 한 그루를 베어지게 하고,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조성된 숲은 생태 피라미드를 파괴하고, 생태계가 무너진다. 그렇게 무너진 환경은 다시 인간의 책임이 된다. 나는 이 책의 독자 한 명에 불과하지만,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담은 책들이 많은 사람에게 읽혀 모두가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4가지. 태양 물 식량 꿀벌 (179)

감인토, 참고 견뎌내야 할 행복, 즐거운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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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10. 15. 12:29



완독 118 / 인문학, 글쓰기] 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임옥희 옮김. 홍익출판사. (2008)

​​평생 동안의 행복! 그런 것을 견뎌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생지옥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 <인간과 초인> (256)

2년 전 읽기 시작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아 미뤄두기를 반복하다 오늘 아침 문득 생각나 남아있는 100페이지를 훌훌 읽어낸 책.

치유는 내 삶의 가장 큰 화두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절망과 우울은 언제나 나를 감싸고 있다. 의식적으로 쫓아내려고 노력하면 잠시 떠오르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쳇바퀴 같은 인생의 길을 찾으려 수많은 심리학책을 읽었지만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2년 전부터 참여해온 글쓰기 읽기 모임을 통해 치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읽고 쓰기라는 과정을 통해 내 안에서 억눌려있던 무언가를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다. 밝아진 만큼 과장하고, 무리해서 다시 또 그 자리로 돌아가곤 했지만 어쨌든 지금만큼 나를 일어서게 해준 건 그 모임이었다.

마음의 무게 덕분에 쉽게 읽지 못했지만, 읽을 때마다 발췌가 한가득하였던 이 책은 작년 두 번 읽고 행동했던 ‘아티스트 웨이(경당, 2012)’를 닮았다. 아티스트 웨이 저자 줄리아 카메론의 인터뷰도 책 곳곳에 실려있는 걸 보니 두 책은 ‘치유’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래전부터 읽던 책이라 앞부분은 가물가물하지만, 감정에 솔직한 글쓰기, 무의식을 활용하기 매일 쓰기 등이 떠오른다.

쌓여있는 책탑을 치워내면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치유는 내 삶의 화두와도 같다. 어린 나의 상처를 보듬고 현재를 잘 살아내고 싶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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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7 / 경제경영, 기업경영]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 주홍식, 알에이치코리아. (2017)

​​구글은 2012년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조직 성과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조직 성과는 우수한 인재 혹은 유능한 리더 보다 그 조직의 규범 그리고 문화와 연관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자유를 허용하는지, 수평적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지 여부가 성과와 상관관계가 높다는 결과였다. (170)

어릴 적 친구들과 밥 먹은 다음 코스로 습관적으로 가던 스타벅스와 조금씩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바라보는 스타벅스는 다르다. 스타벅스는 보면 볼수록 생각을 곱씹을수록 신기하고 대단한 곳이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불편한 것이 없고, 또 불편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바로 개선되는 시스템이 신기했다. 매년 연말 애증의 다이어리를 갖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하는 모습도 웃프기도 하지만 아마도 올겨울도 다이어리를 갖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도대체 스타벅스라는 기업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

이 책은 2011년 스타벅스 코리아 인사팀장으로 7년간 재직하며 스타벅스 매출 신화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한 주홍식이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녹여낸 책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스타벅스가 어떻게 생겨났고, 세계시장으로 커지면서 겪었던 과정과 역사, 그리고 저자가 경험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인사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전 지점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미 엄청난 규모로 커졌지만 전국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떻게 수많은 매장을 동일한 서비스로 운영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통계, 모바일 시스템, 그리고 조직문화가 뒷받침하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바리스타’라는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낸 강한 기업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던 저자가 이러한 책을 출간해주어서 스타벅스의 속내를 구경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책을 읽기 전 저자 강연회에 먼저 다녀왔는데, 작가 이전에 실무자이기에 강연도 참 좋았다. 보통 글이 좋은 사람이 있고 강연이 좋은 사람이 있는데 주홍식의 강연은 책에 담을 수 없던 에피소드 등을 들을 수 있어서 둘 다 유익했다.



​​




이 작은 책 한 권에 스타벅스 운영의 모든 노하우를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대기업이 얼마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관리’에 힘쓰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거리들을 찾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러한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대인배 스타벅스와 저자 주홍식님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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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6 / 자기계발]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전경아 옮김. 다산초당. (2018)

‘누구도 죽기 전에는 행복하지 않다.’ (250)

나이 듦과 죽음, 관계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는 요즘이다. 어릴 적엔 나보다 나이 많은 누군가에게 묻고 해답을 구하곤 했지만 이젠 내가 나보다 어린 누군가에게 대답해주어야 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정답 없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은 나 스스로 깨닫고 해결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읽게 된 ‘마흔에게’는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세를 치른 아들러 심리학의 일인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이다. 정해진 답이나 길이 있지 않고, 누구나 겪는 과정인 ‘나이 듦’은 인정하기 싫지만, 모두가 벗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20대 후반의 내가 사회생활 입문서나 재테크 책을 읽으며 30대를 대비했다면, 40대를 앞에 두고 이러한 책을 맞이하게 되어 반가웠다.

인문학, 철학 입문서로 읽어나간 ‘마흔에게’는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어있었다. 책 장르의 구분이란 것이 원래 명확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넓게 생각하면 30대 후반~ 40대 초반 나이 듦을 인정해야 하는 이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감정의 변화를 달래주는 책이니까 ‘자기계발서’로 구분된 것이 맞긴 하지만, 쉽고 뻔한 그런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나이 듦에 대한 성찰은 자기계발이라기보다는 깨달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관계로 고민하는 요즘, 나의 한계인지 성격의 문제인지 고민이 많았는데, ‘마흔에게’를 읽으니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나이를 맞이하는 성장통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시기를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해결해나가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요즘 겪고 있는 문제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닌, 나이 먹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 자체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책.

‘마흔’이라는 다소 직접적인 제목으로 깊이감이 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이 듦이라는 허무하고 알 수 없는 그 감정을 쉽게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게 쓴 저자 기시미 이치로와 출판사가 고마워지는 책이었다. 이런 책이 나의 이정표가 되어준다면 감사히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동체 감각이란 ‘나’를 주어로 사물과 인생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 ‘나’가 아니라 ‘우리’를 주어로 생각하고 살 수 있으면 ‘우리를 위해 나는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다. (205)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 풍요로운 숲을 만들고, 다음 세대의 양식이 되는 도토리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과거를 생각하고 후회하거나, 미래를 생각하고 불안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230)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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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8. 10. 5. 12:42



[완독 115 / 인문학, 교양인문학] 헤밍웨이. 백민석. 아르테. (2018)


전쟁의 본질이란, 그저 어느 때는 전진하고 어느 때는 후퇴하는 의미 없는 반복 속에서 결국 불구가 되거나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같은 사병에게 전쟁의 본질이란 공허함이다. (144)

헤밍웨이에게 사냥은 그저 살육을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었다. 1930년대 사냥의 개념은 지금과 달랐다. ‘쿠바의 헤밍웨이’를 쓴 그의 조카 힐러리 헤밍웨이를 따르면 당시에는 “루즈벨트의 전공에 의거하여 자연보호론자가 된다는 건 내일 사냥을 할 수 있도록 오늘 동물을 보호한다는 의미였다. 이는 자연의 서식지에서 동물을 연구하며 이동과 먹이, 일생에 걸친 육체적 변화를 분석하여 이들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쿠바의 헤밍웨이’, 59쪽) 헤밍웨이는 실제로 자신을 ‘자연주의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3)

백민석이 소개하는 헤밍웨이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키워드로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거장을 찾아 연구한 결과물을 시리즈로 엮은 책이다. 헤밍웨이는 006이라는 번호를 달고 있다. 001 셰익스피어, 002 니체, 003 클림트도 좋았고, 앞으로 출간될 다른 책들도 기대된다.

헤밍웨이 인생의 발자취를 좇아 그의 삶과 작품을 연결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살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든다. 거장의 사상이나 학문적 깊이를 논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보다 넓고 쉽게 저자 백민석이 곱씹어준 이야기라 융·복합적 사고를 지향하는 요즘 시대에 걸맞은 책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헤밍웨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그의 인생과 작품 이야기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노자와 공자가 그랬듯,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예술가와 사상가는 빛을 발한다. 프랑스 산업혁명 이후의 살롱전이나 미국의 경제공황 때의 앤디 워홀도 마찬가지. 헤밍웨이의 삶 역시 순탄치 않았다. 가족관계가 한 사람의 성격과 작품에 미치는 영향, 세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주변 환경 덕분에 이토록 치열하고 무섭게 삶을 살며 작품을 썼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나 보다.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학고재, 2000)’을 읽으며 감정의 끝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예술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헤밍웨이 같은 예술가(작가)가 결코 될 수 없겠지만 가능하더라도 시도 같은 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고통의 순간을 견뎌내야 대가가 될 수 있다면, 보통 사람인 지금 이대로의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자 백민석이 공들여 풀어낸 이 책, 사람 헤밍웨이에 대하여 알게 된 건 정말 좋았지만, 어릴 적 ‘노인과 바다’를 읽다 포기한 게 전부다. 앞으로는 그 작가의 책 한 권 정도는 읽어보고 이런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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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4 / 자기계발, 인간관계]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 더글러스 스톤 외. 김영신 옮김. 21세기북스. (2018)

정체성이 흔들리면 균형을 잃는다. (...) 인간의 자아에 대해서는 내진 설계를 할 수 없다. 자신의 정체성과 싸우는 것이 인생이며, 성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사랑과 성취감과 능력을 갖췄어도 정체성에 대한 도전을 예방할 수는 없다. (...) 그러나 몇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정체성에 타격을 입은 그때가 바로 그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계기라는 사실이다. (167)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아니었고, 시간도 충분했지만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직면하기 싫었던 인간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상황을 회피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마음도 몸도 많이 아팠다. 책을 들여다보면 또다시 해결하지 못한 나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테니 자꾸만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이상 도망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다시 펼쳤다.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 이라는 아주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된 ‘대화의 심리학’의 개정증보판이다. 15년 전에 만들어진 옛날 책인데 내용은 전혀 예스럽지 않고 세련되었으며, 어떤 곳도 흘려버릴 수 없었다. 모든 내용을 꼭꼭 씹어 소화하고 싶을 만큼 유의미했다. 누군가와 부딪히기 싫어 대화를 꺼리는 나 같은 사람이 나 말고도 꽤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었고, 생각보다 많은 하찮은 요소들이 진정한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목답게 인간관계 속 어려운 대화에 대하여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좋은 책은 목차부터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1장에서 갈등, 감정, 정체성이라는 세 가지 어려운 대화를 설명한다. 2장에서는 대화의 목적과 기술에 대하여 설명한다. 3장은 ‘불가능한 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10가지 방법’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결국은 내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이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어렵고 힘든 것이 인간관계이다. 두 명의 지인에게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둘 다 읽어보겠다고 말했다. 다들 나처럼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엄청난 길이의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수많은 인간관계 책 속에서 눈에 띈 만큼 많은 사람에게 읽혀 나도 우리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나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것은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나의 행동은 또다시 나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해서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이 나쁜 의도가 있다는 나의 최악의 추측이 그대로 실현된다. (86)

일반적으로 인간관계가 잘못된 까닭은 당사자들 모두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05)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 폭발한다. (135)
어떤 관계에서 감정을 배제한다는 것은 그 관계에서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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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3 / 에세이]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놀. (2018)

관계의 어려움으로 지끈거리는 요즘, 밀려있는 책 탑 중 먼저 손에 닿은 책이 나를 위로한다.
관계도 일도 책 읽기도 뭐든 목숨 걸고 하지 말자.

관계에 치여 유난히 피곤한 이번 달, 명절 휴일 내내 감기몸살로 헤롱거리다 겨우 힘을 내어 읽어낸 이 책은 보노보노 작가 김신회 님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보노보노처럼 엉뚱 발랄 유쾌한 아우라를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나처럼 예민하고 한없이 게으르고(!) 강박증도 있었다. 작가 김신회의 일상을 엿보면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제목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자기 위로했던 나의 9월을 다독였다.

아직 남아있는 감기 기운으로 눈이 침침하여 겨우 읽어냈다. 거절당하기 싫고, 초라해지기 싫어 보류된 나의 관계들을 되살리던지 정리하던지 흘려보내던지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뭐라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챙겼으니 이만하면 토닥여주어야겠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이는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착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다툼이 이로부터 시작된다. (17)

어제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다르듯, 어제의 우리가 다르고 오늘의 우리가 다르다. 관계는 그렇게 매일 변해간다. (31)



목숨 걸고 하지 마세요. 무슨 일을 하든 죽을 듯이, 아등바등대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35)

시간이 지날수록 연약해진다. 틈만 나면 서글퍼지고, 마음이 쓸쓸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풀썩 꺾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는 것은 나는 이렇게 약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말하고 나면 마음이 괜찮아진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싫은 걸 싫다고, 좋은 걸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하루를 더 살 수 있는 것이다. (214)

자존감은 자신의 부족함이 사랑받을 자격이나 관계의 화목함, 나아가 세상과의 유대감을 헤치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김진관, 홀로서기 수업(생각의힘, 2018)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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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2 / 에세이]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민음사. (2018)

축구 자체가 어차피 오해와 오해가 촘촘하게 엮여 만들어지는 운동인 게 사실이다. 앞서 아웃사이드 드리블의 최고 강점으로 말했던 “공을 이쪽으로 몰고 갈 것처럼 몸을 기울이는” 것으로, 그러니까 1956년 발롱도르의 첫 수상자이자 드리블로 세계 축구를 평정한 스탠리 매튜스의 말대로 “왼쪽으로 살짝 속이고 오른쪽으로 가는” 페인트들이 피치 위 여기저기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는 게 축구다. 이쪽으로 갈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고는 저쪽으로 도망가고, 이쪽으로 패스하는 척하다가 저쪽으로 패스하고, 골대 왼쪽으로 차는 척하다가 오른쪽으로 차서 골인시키는, 누군가의 오해를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게임. (75)

에세이는 매력적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축구에 전혀 관심 없지만, 호기심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 되었다. 격렬하고 치열한 몸싸움 덕에 남성 중심의 스포츠 같은 축구를 사랑하는 여성들이 아마추어 축구단에 소속되어 벌어지는 이야기. 글 속 상황에 빠져 함께 웃고 울고 안타까워하며 몰입하였다.

‘축구하고 글 쓰고 축구 보고 글 읽는 삶을 살고 싶다’는 저자 김혼비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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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1 / 에세이] 크리슈나무르티와 함께한 1001번의 점심식사. 마이클 크로닌. 강도은 옮김. 열림원. (2018)


웃음은 진지함의 일부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29)




나는 탐욕스럽지 않습니다. 단지 전부를 원할 뿐입니다. (123)




나는 채식주의에는 관심이 없고,채식주의 신봉자가 아닙니다. (...) 무슨 주의-ism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어떤 주의, 어떤 도그마, 어떤 이데올로기를 위한 곳이 아닙니다. 나는 단순이 죽이지 않을 뿐입니다. 죽이는 일은 잘못이니까요. 그게 전부입니다. (403)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태어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슬픔과 죽음, 공포, 죄의식, 허무를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삶을 향한 여정을 떠난 저자, 마이클 크로닌의 이야기이다. 1970년대 초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던 중 저자는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 크리슈나무르티는 깨달음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는 많은 이들이 정신적 스승으로 모셨던 유명한 인물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한 젊은이가 크리슈나무르티라는 인물을 만나 요리사로 지내며 겪은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마이클 크로닌이 바라본 크리슈나무르티’ 이야기로 한 젊은이의 순수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청아출판사, 2005)’가 오버랩되었다.

이런 책의 공통점은 생각의 폭이 좁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허공을 맴도는 말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가끔씩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이유는 내 마음이 공허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에 대한 불만과 불안으로 편안하다고 느끼지 못해서 옛사람의 이야기에 기대어 쉬운 길을 찾고 싶어서. 내가 책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정 스님을 참 좋아했다. 그리 오랫동안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돌아가시기 한 두 해 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스님은 법정 스님이다. 법륜 스님처럼 친근한 옆집 할아버지처럼 잔소리 많고(!) 따뜻한 분도 좋지만 법정 스님처럼 고요하고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지닌 분이 나는 더 좋다. 아무튼 깨달음을 얻은 분들에게 풍기는 아우라가 있다. 그 아우라를 경험하고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함께하는 보살님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크로닌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독일인으로서, 1970년대에 20대를 보냈던 젊은이로서 베트남 전쟁과 대안 문화가 팽배하던 시절에 정신적 스승으로 떠오른 크리슈나무르티를 사랑으로 모셨고, 그가 사망한 1986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까이에서 성인과 호흡하고 나누며 깨달음을 가진 저자의 순수한 애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좋은 외국 서적은 좋은 번역자를 만나야 깊이가 더해진다. 옮긴 이(강도은) 덕분에 시대 배경과 저자, 크리슈나무르티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떤 이유로 책도 글도 다른 그 무엇도 집중할 수가 없다. 관계에 대한 불신과 흔들림 때문인데 그 또한 오롯이 나의 문제다. 그러한 불안감이 나를 이 책으로 끌어당겼나 보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이 모여 내가 된다. 나의 하루를 위해 매일 보내는 시간을 다듬어야 한다. 자유롭게 흘러가지만 아무렇게나 보내진 않도록.
모든 순간에 의미를 담아 무거워질 필욘 없지만 대충 보내진 않도록.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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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08 / 사회과학, 통일]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필요한책. (2018)

​‘현명한 선택’은 ‘생존’이 달릴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52)


어제 우연히 한 동기 녀석이 월세 500만 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길 듣게 되었다. 그 아이는 학교 공부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딴 세상 사람처럼 허공을 맴도는 이야길 했고, 학교도 적당히 출석했고, 아마 학사경고를 받았을 것이다. 부모 잘 만난 그 아이는 대충 살아도 넉넉하고 풍족하게 살고 있는데, 거의 모든 학기에 장학금을 받을 만큼 매사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며 살아왔는데, 아직도 여전히 허덕이며 살고 있음이 억울했다. 그런 분통을 누그러트리고자 맥주 한 캔을 땄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아도 더 큰 삶의 무게에 허덕이게 되는 내 삶의 쳇바퀴가 무겁고 나의 열정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의 저자 마석훈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일했고, 탈북청소년들과 생활했다. 그러한 경험을 담아 쓴 이 책. 저자의 이력만 보아도 그간의 삶이 느껴진다. 나와 비교할 수도 없이 치열하고 빡빡하고 삶을 살아왔구나! 탈북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간간이 티브이에 등장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내 주변에서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 아마 그들 역시 치열하게 티 나지 않게 남한 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머리와 마음을 치열하게 단련하며 살아온 저자는 특유의 위트로 탈북자들과 함께한 일상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가슴으로 읽어내야 할 이야기들을 피식거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실어온 강물을 품고, 싯다르타는 고행을 통해 부처가 되었다. 사람들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구원을 얻고, 분단의 상처는 우리 집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자라는 모습에서 메워진다. 자식 잃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실연을 당한 갑순이와 취직을 못 한 갑돌이가 위로를 받는다. (...) 충분히 울면 용서하는 마음도 생긴다. 같이 울고 나누면 살아갈 수 있다. 슬픔은 힘이 세다. (210)

막연했던 탈북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남한 땅에서 버티듯 살고 있는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단지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견뎌야 하는 슬픔과 아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저자 같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만큼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상대적으로 내 고민 따위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고 사사로운 고민으로 질투하는 마음을 먹은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통일의 본질은 사람의 통일이다.

많은 이들이 관심 있게 읽을 주제의 책은 아니지만,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통일을 바라는 분단된 이 땅에 사는 성인으로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살면서 탈북민을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남한과 북조선의 통일은 ‘찌질’했으면 좋겠다. 잘사는 남한과 못사는 ‘북한’의 통일은 필연적으로 재난이 된다. 따라서 어느 한쪽을 주눅 들게 하고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는 반드시 쫒아내야 한다. 남북의 통일은 서로를 존중하고 꼭 필요한 부분을 돕고 나누는 대등한 통일이길 소망한다. 못난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것처럼 남북의 통일은 허접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고 덕 보는 시골 마을 축제 같은 통일이 되길 바란다. (7)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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