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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89 / 에세이 ] 100년전 우리가 먹은 음식-식탁 위의 문학 기행. 백석. 이효석. 채만식 외. 이상 옮김. 가갸날. (2017)

말이란 순수할수록 좋은 것이지 뒤섞고 범벅하고 옮겨 온 것은 상스럽고 혼란한 느낌을 줄 뿐입니다. -이효석. (20)

북촌 상인들이 망해 가는 것은 자본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쇠대가리들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현대인, 신경인들임에 불구하고 점주, 점원들은 의연자약 우두 상인들이기 때문이다. -이태준. (48)



잘 조리된 한 가지 음식이나 잘 차려진 한 상 요리는 역시 훌륭한 종합예술이다.
왜 그런고 하면 그는 혀의 예술이며, 코의 예술이며, 눈의 예술이며, 우리를 제일차적으로 만족시키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무대예술은 문학과 회화와 음악과 건축 등 각종 예술의 종합을 요하는 까닭에 종합예술이라 하는 것이다. 요리는 실로 그 이상으로 조건이 많다. 적당한 시기, 적당한 장소에서, 적당한 손님을 모아서 향연을 베푸는 것은 그 일 자체가 곧 문학이다. 한 상의 요리를 차리는 데는 회화와 건축의 예술감을 떠나서 만족한 것을 바랄 수 없거니와, 그밖에 냄새와 맛의 요소를 더한 것이 음식의 예술이니, 음식 예술이야말로 종합예술이라 하기에 가장 적당하다. 진품 중의 진품 신선로. 우보생. (190)




100년 전 사람들의 음식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한여름 밤 옛날 음식 이야기 읽는 게 재미있다. 침이 고인다.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 소머리 국물은 정말 좋은 것으로, 닭고기 국물이나 우유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커다란 솥을 연중 불 위에 걸어놓고 바닥을 비워 씻는 일 없이 매일 새 뼈로 바꾸어가며 물을 부어 끓여낸다. 이 국물, 즉 스프는 아주 푹 끓인 것으로, 매일 끓이기 때문에 여름에도 부패하지 않는다. 이것을 정제하면 아마 세계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양제가 되고, 향후 병에 담아 한국 특유의 수출품으로 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만화, 1909, 우스다 잔운. (61)





얼음은 갈아서 꼭꼭 뭉쳐도 안된다. 얼음발이 굵어서 싸래기를 혀에 대는 것 같아서는 더구나 못쓴다. 겨울에 함박같이 쏟아지는 눈발을 혓바닥 위에 받는 것같이 고와야 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솜사탕 같아야 한다. 뚝 떠서 혀 위에 놓으면 아무것도 놓이는 것 없이 서늘한 기운만 달콤한 맛만 혓속으로 숨어들어서, 전기 통하듯이 가슴으로 배로 등덜미로 쫙- 퍼져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 시원한 맛이 목덜미를 식히고 머리 뒤통수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옷을 적시던 땀이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빙수, 방정환.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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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86 / 에세이]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휴머니스트. (2018)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개인의 고집은 고요하다. 타인에게서 고집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나에게도 잘 맞는다면 슬며시 동참한다. 작업실에는 주스나 요플레를 먹고 나면 꼭 물로 헹구고 재활용 통에 넣기 전에 부엌 창문 앞에 놓아 물기를 말리는 사람이 있다. 반나절 동안 말린 후 재활용 통에 넣는 모습이 꽤 감명 깊어서 비타민 음료를 먹은 후에 물로 헹궈 같은 자리에 올려두었다.
‘그 고집에 동참합니다.’
기왕이면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고집을 키워볼까. (50)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나 한 명 정도는 있는 세상이라니, 왜인지 마음이 좀 놓인다. (138)

책을 만들 때 유일한 독자를 ‘나’로 설정해둔다. 내가 아는 이야기, 내가 아는 감정을 써놓으면 그 이야기를 아는 누군가가 찾아오는 걸 보게 된다. 단,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를 담거나 오류투성이인 언어로 쓰지 말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며 만든 이야기여야 할 것이다. (183)

매우 바쁨이 예상되는 한 주의 시작을 준비하며 머릿속이 울렁거리던 찰나에 읽기 시작한 이 책,
귀엽다. 어린 마스다 미리 같은 느낌?!

‘빵 고르듯 살고 싶다’는 최근 나의 책 구매 습관과는 다르게, 상당히 충동적으로 내게 온 책이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휴머니스트 부스에서 귀여운 앞치마를 입고 열심히 사인하는 저자를 보았다. 오늘 책을 사면 저자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후루룩 넘겨보다가 바로 구입했다. (평소의 나는 저자의 사인에 반응하거나,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 한 번 읽을 책은 도서관 희망도서를 이용하고, 업무용이나 간직하고 싶은 몇 권의 책만 소장한다. 다양한 루트로 내게 온 책은 읽고 나눔한다.)

최근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많은 신간을 속독하다 보니 내게 재미를 주든 그렇지 못하든, 이 책이 인기를 얻을지 그렇지 못할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잠깐 후루룩 책장을 넘겨본 ‘빵 고르듯 살고 싶다’는 곧 베스트셀러가 될 책이었고, 읽기 위해 산 책이라기보다는 쓰기 위해 산 책이었다. 언젠가 나만의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고, 첫 이야기 ‘커피식 생활’을 읽고 다시 덮었다. 내 책 한 권을 만드는 상상을 하며 매일 짧은 글을 쓰곤 하는데, 내 글과 소재는 같지만, 훨씬 재미있고 흡입력 있는 글이었기에, 생각보다 멋진 글솜씨에 속이 상해 책을 덮어버렸다. 그러다 오랜만에 다시 펼친 이 책은 상냥함과 풋풋함, 엉뚱하지만 속 깊은 작가의 매력이 가득 담겨있었다.

책 커버가 필요할 만큼 오랫동안 음미하며 읽지 않아도 되는, 발랄하고 가볍고 일상적이지만 예쁘고 따뜻한 임진아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오랫동안 책장 한쪽에 차지하고 있는 마스다 미리의 책들처럼, 그 옆에 소중히 넣어두고 힘이 들고 지칠 때 꺼내어 읽고 싶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라는 빵 향기 가득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작가 임진아의 일상과 생각과 그림과 글이 담긴 이 책,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빵은 무엇인가요?”
“음.. 글쎄..”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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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68 / 에세이] 시 읽는 엄마. 신현림. 놀. (2018)

여자이자 엄마를 위한 책을 연달아 읽었다. ‘엄마와 딸 사이(소울메이트, 2018)’와 ‘시 읽는 엄마(놀, 2018)’가 그것이다. ‘엄마와 딸 사이’는 심리학 박사 곽소현이 모녀 관계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어 다독이는 책이라면, ‘시 읽는 엄마’는 시인 신현림이 시와 자신의 글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를 토닥이는 책이다. 조금 다른 듯 비슷한 두 책은 여성의 삶을 위로하고 있다. 전자가 ‘관계’에 초점을 두었다면, 후자는 ‘시를 통한 치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문학 중에서도 시가 가진 힘, 곱씹을수록 드러나는 함축의 힘이 심리 상담이라는 직접적 방법으로 위로하는 것과 다른 토닥임을 느끼게 한다.

짧은 고전이나 시를 풀어 읽어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고전의 시선(와이즈베리, 2018), ‘문장의 온도(다산초당, 2018)’,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추수밭출판사, 2015)’을 읽으며 원작도 좋았지만, 원글을 곱씹어 재해석해주는 형식의 글이 쉽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런 기운을 이어 읽게 된 책, ‘시 읽는 엄마’는 시인 신현림이 이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엄마라면 공감할만한 소재와 이야기가 담긴 시를 골라 엄마로 사는 여자의 삶을 다독인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은 기운으로 느껴진 건,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른 시들을 검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색하게 된 시는

헤르만 헤세의 ‘내 젊음의 초상’이다.



내 젊음의 초상, 헤르만 헤세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된 먼 과거로부터
내 젊음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날 태양의 밝음에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불타고 있는가를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그 길을 이제 두 번 다시 걷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왔고
그 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
실패도 과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책에는 마지막 두 구절, ‘실패도 과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만 담겨있었지만 나를 응원하는 듯한 짧은 글이 깊은 울림을 주었고, 시 원문을 알고 나니 더욱 좋았다.

시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짧은 문장이 담고 있는 큰 에너지를 읽어내기엔 곱씹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본다. 조급한 마음 덕분에 현 상황을 해결해주는 실용서나 인문서를 즐겨 읽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풀어준 시들이 엄마 이전에 여자의 삶을 위로해준다.



예언자, 칼릴 지브란(81)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주인인 생명의 아들딸이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으나
당신으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은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줄지언정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그들에게 집을 줄지언정
정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정신은
내일의 집에 살아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당신이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당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생명은 뒤로 물러가는 법이 없고.
어제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활이요, 그들은 화살이니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엄마이자 딸인 저자는 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많은 글을 썼고, 자신의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며 책을 끝맺는다. 엄마이자 딸 일수밖에 없는 여성의 삶, 그 연결고리 덕에 먹먹함으로 책장을 덮었다.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무게와 내용의 책이지만 여자이기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는 없었다. 시가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삶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생물체처럼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다.




인생,
열심히 살다가, 발버둥 치다가 가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것. (170)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우리의 인생은 모든 걸 다 누리기엔 너무나 짧다. 상상 이상으로 짧다. 우리는 그저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206)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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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65 / 에세이]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종합재미상사. 들녘출판사. (2018)

종합적으로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어 종합(재미)상사를 운영 중인 김신범, 안정화 부부의 유럽 여행기 책,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는 운치 있게 비 내리던 5월 어느 토요일 우프 코리아에서 주관한 저자 강연회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우프(WWOOF)는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또는 ‘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유기농 농장에서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약자로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유기농가 및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곳에서 하루에 4~6시간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으로 전 세계 143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프 코리아 홈페이지 참고)

직장생활의 삭막함 덕분일까? 벌레 흙 관심도 없던 분야에 자꾸 눈을 돌리다 농촌 체험 생활 관련 책을 자주 읽게 되었다. ‘파밍 보이즈’(2017, 남해의 봄날)와 ‘천국은 아니지만 살만한’(2018, 북폴리오) 등 외국 농촌 체험기를 접할 때만 해도 남의 이야기로 읽혔는데, 이 책은 저자 강연회를 다녀온 후 읽어서인지 좀 더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만 6년간 하던 일을 그만두고 6개월간 유럽의 농촌 삶을 다녀온 저자의 여행기는 곳곳의 유적지보다는 숲과 텃밭, 대농, 휴양림 등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가 느낀 감정, ‘나도 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과 이웃이 된다면 시골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여행 후 농촌 생활을 준비하다가 현재 경기도 언저리에서 농부로 살고 있는 부부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경제적으로 풍족한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젊음과 용기, 함께하는 동반자가 있으니 그런 것쯤은 얼마든 극복할 수 있겠지. 있을까? 지금 나의 삶과 오버랩되어 가볍게 읽을 만한 내용의 책인데도 오랫동안 곱씹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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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63 / 에세이]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장석주 쓰고 엮음. 추수밭출판사. (2015)

장석주 님의 3번째 책.
짧고 간단한 글모음 집에 대한 리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른 바쁜 일에 쫓겨 잊고 있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몇 권(휴식, 게으름의 즐거움)은 이 책에서 그 존재를 알고, 마음에 들어 다시 찾아 읽게 된 거니, 내게 긍정의 영향을 끼친 책이기도 하기에 한두 달 지난 지금에서야 리뷰를 쓴다.

평소 머리를 ‘아주’ 많이 굴리는 ‘정신과 감정 노동자’로서 단순하게 손으로만 읽는 이런 책을 편안하게 읽곤 하지만 가끔은 이 책처럼 마음을 울리는 책도 좋다.


장석주 님이 고른 ‘필사하기 좋은 멋진 문장’을 읽으며 장석주라는 사람이 보였다.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나에 대한 부정으로 가득 찼던 이십 대 시절, 후끈한 감성을 가진 이들을 철이 없다고 여겼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사람들을 동경했다.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살아야 함을 알아가는 요즘, 나의 세상이 다시 보인다. 한없이 부정하던 그들의 감성과 생활을 인정하게 되었고, 철이 없던 작은 내가 보인다.

이성과 감정의 어느 중간쯤에 머물러있는 나는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지만, 둘 다 어느 정도 포용할 수 있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이런 마음으로 읽는 시인 장석주가 좋고, 그의 글이 좋고, 그가 추천한 책이 좋다.

이렇게 조금씩 나를 알아가면서 늙어가는 게 인생이려나.
그렇다면 이런 내 인생을 사랑해야겠다.
이런 내 모습을 인정해야겠다.


샛길로 새버렸지만,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은 가볍게, 따뜻하게, 편안하게 읽기에 좋았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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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58 / 에세이]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현대문학. (2010)

박완서님의 첫책.


작년 이맘때에는 작가의 위트가 느껴지는 글을 좋아했다. 임경선이나 사노 요코 처럼 톡톡 튀는 글이 좋았고, 그 말투와 성격을 닮고 싶었다. 에세이보다는 인문학책을 즐겨 읽는 요즘은 논리정연한 문체의 글이 좋아 잡다한 신변잡기식 상식 말고 진짜 전문가나 기자의 논리적이고 똑 떨어지는 설명글을 즐겨 읽는다. 이 책이나 저 책이나 쓴 사람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다. 나의 책 취향은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변할 예정이지만 그런데도 변치 않는 것은 잘 쓰인 글이 좋다는 것이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전문서적이든 잘 쓰여진 글은 읽기가 좋고, 모든 글에는 쓴 사람의 흔적이 담겨있다.

수업 교재로 내가 좋아할 책이라고 추천받아 읽게 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저자 박완서가 생활하고 책을 읽으면서, 옛사람을 추억하면서 썼던 산문을 엮은 책이다. 작가의 향기가 잘 묻어나오는 형식의 이 산문집은 에세이가 재미없는 요즘의 내가 읽기에 제법 흥미롭진 않았지만,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하나의 소단원을 어떤 흐름으로 어떻게 풀어가는지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작가와 교감할 수 있어 좋았다.

저자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책날개 참고) 우리나라 근현대사 중 가장 힘겨웠던 한국전쟁을 살아내면서 가질 수밖에 없던 생각과 감정, 여성으로서의 인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산문집이었다. 올곧은 사람의 글을 읽고, 나도 그와 닮을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다시 읽고 싶다.

좋은 글 읽기는 쉽지만 좋은 글쓰기는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좋은 글이 많이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우리를 덜 절망스럽게 하고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 그러나 자신을 믿고, 다른 누군가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정 따라야 한다거나, 확신 없는 믿음은 오히려 믿지 않느니만 못하다. 나를 믿는다는 것은 살아온 날에 대한 만족과 후회 없음 위에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읽으며 나에 대한 신뢰를 쌓는 법을 배우고 있다. 작가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쏟아부은 에너지 중 일부를 핥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깊이를 조금이라도 닮아가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73)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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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52 / 에세이] 게으름의 즐거움. 피에르 쌍소 외 지음. 함유선 옮김. 호미출판사. (2003)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강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 얇지만 한 장 한 장 내 이야기가 아닌 부분이 없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즐거웠다. 누군가 내 마음이나 기분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멋진 말로 풀어쓴 글 같달까.

2003년에 출판되어 ‘당연히’ 절판된 이 책은 프랑스 향기를 가득 채운 열 명의 사람들이 느림과 멈춤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에 대해 쓴 글을 엮었다. 정원 설계사, 기자, 물리학자, 작가 등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가득 담고 있어 각 장마다 풍기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사색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한동안 이런 책을 읽을 수도 공감할 수도 없었다. 그런 여유 부림은 지금처럼 먹고살기 노력해야 하는 시기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로 스스로를 억제하곤 했다. 하지만 생긴 대로 사는 게 인간이니까, 이 책 곳곳에 나온 구절들은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것 마냥 ‘나’ 그 자체였다.

경매테크, 미니멀리즘, 제4차 산업혁명 등 쓸모와 실용이 대세인 요즘 같은 시기에 유행하는 책은 분명히 아니기에 최근 읽었던 신작들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책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그리고 자칭 옛사람인 나는, 늙은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이미 오래전 절판된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200여 쪽의 얇은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행복했다. 허무함과 쓸쓸함, 게으름을 주제로 이만큼 정성 들여 쓴 책이 또 있을까, 감히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가득 찬 그것들을 파헤치고 거기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법을 알게 해 준 책.

이 책을 알게 해준 장석주님과 박연준님, 그들의 책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2017)를 출판한 난다 출판사, 번역자 함유선님께 감사드리며, 모든 프랑스 사람들의 일상과 글이 이렇다면 프랑스에서 살고 싶다.
(당장 프랑스에 간다고 마냥 행복해지진 않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욱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무를 위한 그 시간에 가치를 누가 어떻게 정할까? 즐거움에는 정확하게 매겨진 값이 없다. 마찬가지로, 무를 위한 시간의 가치는 다른 것과 견줄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그 가치는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얻는 것이다. 스스로를 얻는다는 것은 시간을 잡는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통제하는 게 필요하다. (23)

고독한 명상에 따라붙는 느낌의 권태와는 다른 권태가 있다. 한결 기름진 느낌의 권태다. 이를테면 미리 놓여 있는 권태, 할 일 앞에서 몸과 마음을 빼면서 슬금슬금 일어나는 권태가 그것이다.
.
나에게 바로 이 사실을 일러 준 화가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업실을 정리하면서 늑장을 부려요.” 그는 할 일이 엄철나게 많을 것이다. 화가의 작업실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일 때가 많다. 어쨌거나 작업실에 들어서면 화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때가 많다고 한다.
.
“먼저 천천히 작업복을 입죠. 그러고는 붓을 씻습니다. 설사 그 붓들이 깨끗하다고 해도 말입니다. 다음에는 그림의 제재가 될 만한 물건들을 가지런히 놓습니다. 그런 식으로 작업실 안을 슬슬 돌아다니죠. 걸레로 탁자를 훔치고, 벽에 기대어 놓은 그림들을 다시 세우다가, 따로 어떤 그림을 뚫어지게 보기도 합니다. 나는 라디오도 갖다 놓습니다. 라디오에서 곤충 얘기를 하는 걸 듣기도 하고, 해설이 없는 파르티타의 몇 소절을 듣기도 하죠. 아니면 차라리 그 모든 걸 다 놓치기도 합니다. 내가 지표를 세우고 조금씩 일을 하고 싶은 욕구를 되찾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작은 의식을 막연하게 치르는 동안이라고 해야 할 거예요.” (104-105)

평일에는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다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사회에서, 직업 세계에서 내 자리는 바로 나에게 그 점을 일러 준다. 그렇지만 일요일에 나의 자리는?
(...)
그리하여 일요일은, 휴식의 시간인 일요일은, 사람과 사람이 새롭게 맺어지는, 관계가 다시 창조되는 시간인 것이다. (123-129)

사랑은 우리에게 힘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패배만을 안겨 주지요. 우리를 위로해 주러 오지도 않습니다. 사랑은 와서 우리에게서 이윽고 삶의 생생함을 앗아 갑니다. 이처럼 안다면 우리는 사랑을 기다리지 않게 될지도 모릅니다. 굳이 그러한 재난이 닥치기를 바랄 건 없겠지요. (134)

글쓰기란 문학과는 다른 것입니다. 사랑이 사랑 속으로 날아갈 때, 아름다움이 아름다움 속에서 밝아질 때, 그게 바로 삶입니다.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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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43 / 에세이]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이가라시 미키오. 김신회 옮김. 놀출판사.

쌓여가는 업무와 두껍고 깊이 있는 책의 무게에 짓눌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을 때 무심결에 펼친 이 책은 위로 그 자체였다. 이제 더 이상 가벼운 에세이에 깊게 공감하지도 않고, 출간되자마자 찾아볼 열정도 없지만 그런데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건 역자 김신회 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작년 봄과 여름 사이,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2017)을 읽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불과했던 보노보노와 나의 닮음을 큰 언니의 목소리와 토닥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귀엽고 가볍고 산뜻한 이 책은 간단한 50여 가지의 질문을 보노보노 캐릭터들이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출근길 우연히 펼친 어느 장을 보면서 감정이 복받쳐 올라 울컥했다. 별일 없었고, 별 내용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쏟아지려 하는 눈물을 참아내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작년 어느 시기에도 김신회 작가님의 보노보노 책을 읽으며 위로받았었지. 그랬었지, 그 감정을 떠올리며 다시 캐릭터들에 몰입하였다. 말장난 같은 해결책을 내놓는 캐릭터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그만큼 팍팍하게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스다 미리의 글과 그림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잔잔한 감동을 보노보노에게서 느꼈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인 것인지, 나의 감정이 ‘보편적인 것인지’, 우연히 나와 맞는 책과 글을 읽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마음이 살랑살랑 가벼워졌다. 엉뚱하고 간단한 내용으로 읽기 어렵지도 않아 단숨에 후루룩 읽어낼 수 있지만, 야금야금 아껴 읽었다. 울컥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위로받고 싶을 때, 잠시 딴생각하고 싶을 때 아무 장이나 펼치고 읽으면 후련해질 것만 같다. 피식 웃으며 별거 아닌 것들을 적당히 넘길 수 있는 유머를 즐기는 지금 이대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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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노보노도 그렇고, 곰돌이 푸도 그렇고 인생에 관한 명대사들이 은근 많이 있죠:) 잘 읽고 갑니다.

    2018.03.25 17: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완독 35 / 에세이] 마음이 콩받에 가 있습니다. 최명기. 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 늘 다양한 생각 거리 덕분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이 책은 ADHD 라고 불리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산만해도 괜찮아’ 버전의 책이다. 저자 최명기는 정신과 전문의로 심리센터 연구소장 등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처리해야 하는 업무 덕분에 후천적 산만함(?)을 갖게 된 나는 전체를 이해하고 끄덕일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성격과 개성은 천차만별이고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도 모두 다를 테니까.

남들보다 활동적인 사람들이 순간순간 겪는 일상 속 어려움을 해결하고 위로 받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활동적이지 않지만 산만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리다 마지막 챕터 ‘모든 개인의 성향들은 독립 변수로 작용한다. (175)’ 부분을 읽으며 물음표를 내려놓았다. 모든 이에게 딱 맞는 책일 수는 없을 테니까.

귀여운 일러스트와 비교적 가벼운 깊이로 쓰인 예쁜 책, 이 책에 공감하기에 나는 너무 늙어버렸나 보다.




​살다 보면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에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보다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사이에서 결정해야 할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온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중에서 골라야 할 때는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사이에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 이때는 내가 아니라 상황이 나를 결정하게 된다.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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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6/ 에세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아르테.

주절주절 끄적이는 걸 좋아하던 나인데 언젠가부터 읽기와 쓰기가 지루해졌다. 늘 비슷한 일상에 삶을 대하는 방식도 느슨해졌다. 읽고 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 좀 더 밀도 높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선배님들의 조언을 얻었지만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있으니 실천하기 어려웠다. 끌리는 제목의 신간들, 당장 눈앞에 있는 책에 끌려 책 탑을 쌓아놓고 순서대로 읽다 보면 고전 같은 양질의 도서는 늘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이책도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라는 제목에 끌려 다른 책보다 먼저 집어 들게 된 책 중 하나였다. ‘언어의 온도’(2016) 이후 에세이는 피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에 대해 알고 있거나, 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할 때만 펼쳐보게 되었다. 애정하는 임경선, 마스다 미리의 글 같은 건 종종 읽지만 다른 건 들여다보지 않는다. ‘나도 글 같은 걸 쓰고 있다’라는 오만한 자만심 덕분에 남들의 글이 시시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에세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 문학에 대해 술술 읽히기 마련인데 김동영의 신작, 이 책은 좀처럼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허지웅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2014)나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2009)처럼 처절하지도 않은데 며칠 동안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책의 내용이 어려웠다기보다는 보통 사람인 나와 닮아있어 상념에 빠져들곤 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쓴 나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살면서 한 번쯤 나도 생각해봤던 이야기들, 여행과 삶을 대하는 방식, 내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생각을 글 잘 쓰는 사람이 대신 정리해준 느낌이다. 그렇게 처절하게 감정이입하다 보니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몰입하여 자꾸 나의 지난 경험을 되짚어 보느라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일상을 벗어난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날,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 시기가 되어서야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로 최고의 친구였다. ‘여행지의 감성이 담긴 책’이 참 많지만, 저자 김동영만의 감수성이 지친 나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오랜만에 편안함을 채워주었다. 저자의 마음과 이 책을 내게 권한 지인의 마음, 나의 마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지금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감성적인 책 표지 디자인 덕분에 앞표지가 두 장이라 가운데가 컷팅이 되어있어 책장을 넘기기가 조금 불편한 것 빼고는 모든 것이 좋았다.)









​​나는 자유로움이 쓸쓸한 거라고 생각한다. 내 가족, 친구,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은데 혼자 자유로워봐야 의미가 없다.
사실 나는 자유롭지 않다.
그저 내 새장에는 작은 문이 열려 있고, 그곳을 통해 나갔다가 다시 새장 안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의 새장은 원래부터 열려 있었고,
그 밖으로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건 당신의 진심입니다.’ (19)





​​즐겁게 사는 것이 우리가 세상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다. 무라카미 류 ‘식스티 나인’ 중에서(30)




​​우리는 계속 떠나야 한다. 우리에게는 두 다리가 있고, 두 눈은 앞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여행을 통해 배우길 바란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우리 안에 있던 더럽혀진 마음과 필요 없는 생각을 씻어내고, 그곳에 버려두고 오길 바란다. 또 그곳에서 우리에게 결핍된 무엇인가를 슬쩍 주워 품에 담아오길 바란다. 그것을 받아들여 잘 익은 사과 알처럼 탐스럽게 살아간다면 좋겠다.
계속 꿈꾸길 바란다. 그게 하룻밤의 꿈이거나 평생 말로만 떠벌리는 꿈일지라도 우리는 꿈꿔야 한다.
그리고 꿈꾸는 사람을 깨워서도 안 된다! (117)







먹먹한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내 취향의 잔잔한 일본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흠뻑 몰입하여 쏟아지는 눈물 한 방울을 겨우 참아냈다.
지금 이 기분,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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