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106 / 에세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가나출판사 (2018)
김찬호 교수의 책 <모멸감>을 보면, 자신의 결핍과 공허를 채우기 위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취하는 방법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모멸하는 것이라고 한다. 위계를 만들어 누군가를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20)
내 인생은 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이다. 지루하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인생은 편집되고 보정된 예고편이다. 그래서 멋져 보이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에서 나 혼자만 힘든 것같이 느껴진다. 결국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에 가득 차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 행복한 사람은 자기를 알아달라고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스스로 충만하면 남의 인정을 갈구할 필요가 없으니까. (82)
취향이 자신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단지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일 뿐이라면, 일기를 검사받는 것과 뭐가 다를까. 내가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표현하고 남들의 취향에 대해서도 무시하지 않아야 세상은 여러 색으로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서로 ‘취존’부터! (109)
어른이 되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싫은 사람을 덜 봐도 된다는 것과 친구에 덜 연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며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도 하고 나쁜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도 관찰해보니, 행복감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깊이 있는 관계는 함께한 시간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나는 인간관계에서 무리하지 않는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만나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당분간 만나지 않고, 뾰족한 말을 던지는 사람에게는 여러 번 경고하다 정도가 심해지면 관계를 끊는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을 최대한 옆에 두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더 좋은 사람들이 다가오곤 했다. 나 또한 모든 관계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꾸 노력하게 된다. (202)
예약초과로 빌려오기 힘들었던 이 책.
재미있게 읽었지만, 5월 말~ 6월 초에 예약 신청해서 지금 빌려와 읽을 만큼 재미난 이야기였나? 올해 1월 8일에 1쇄를 찍고, 1월 23일에 4쇄를 찍은 아마 올해의 베스트셀러 중 한 권이 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기대보다 강렬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긴 하다. 특히 눈치 보느라 의사 표현 같은 것에 서툰 여자 사회초년생이라면 더욱 더.
저자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쭉 글을 쓰며 먹고사는 직업으로 살아왔었고, 죽을 고비를 넘겼고, 살면서 ‘왜’라는 궁금증을 늘 갖고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의 고비를 현명하게 넘긴 사람만이 가진 군더더기 없는 인생관이 있다.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해보고 싶진 않지만, 죽음 바로 앞까지 다다르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간접경험 해보았으니 조금 더 유들유들하고 조금 더 단호하고 여유 있게 의사 표현하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도 충분하지만, 더욱 충족하고 싶다.
아.
이 책의 좋은 점은 작가의 글 하나하나에 내 사족을 붙이게 된다는 것. 아마도 동년배인 그녀의 생각에 보태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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