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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25 / 과학,환경공학,도시계획.설계] 도시계획가란? 황지욱. 씨아이알. (2018)

도시재생은 긴 여행이다. 단순히 한두 개의 나무를 보고 그 나무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먼저 보고 그 숲의 전체적 맥락 속에서 나무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나무도 단순히 건물이나 시설물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며, 이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임을,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치 없이 버려두고 있는 농촌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임을. (197)

10여 년 전 미국 뉴욕을 여행할 때 경험했던 맨해튼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그림 같은 스카이라인과 섬 가운데 거대한 크기의 공원, 높고 작은 건물이 뒤엉킨 남쪽, 낮고 낡고 작은 건물들이 있던 북쪽, 다닥다닥 붙어있던 예쁜 건물이 인상적인 동쪽, 동, 남, 북의 중간쯤으로 느껴지던 서쪽. 복잡한 버스 노선과 더러웠지만 나름 합리적으로 느껴지던 지하철 등 다양한 것들이 뒤엉켜있었지만 나름의 조화를 풍기던 그 도시는 약 100여 년 전부터 계획된 도시였고, 스카이라인을 방해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려한 건물 따위라기보다는 전체적인 어울림, 조화였다. 좁디좁은 땅덩어리에 화려하고 높은 건물 옆에는 낮고 작고 허름한 공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던 그 모습이 신기했고, 이런 게 도시계획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한창인 동네에 살고 있다. 1~2층이 전부였던 허름하고 낡은 공장은 허물어지고 높은 빌딩이 세워졌다. 스카이라인 따위는 없었다. 네모나고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좁은 골목에는 바람길이 생겼다. 작은 우산 정도는 쉽게 날려버릴 만큼 강한 바람이 수시로 불어온다. 주거공간 바로 옆에 새로 짓는 높은 업무시설 덕분에 시야가 막혔고 그늘이 생겼다. 땅 주인이나 건물주는 임대료 같은 거로 돈 좀 벌었겠지만, 이 동네에 20년째 사는 나는 이 변화의 흐름이 달갑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도시계획 같은 게 존재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도시계획에 속하는 건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겼다. 대학교 건축과 학생들의 전공 교재 같은 깊이를 지닌 이 책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 대학에서 건축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문제의식을 한 책에 담은 저자의 열정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에 담긴 전부를 이해하거나 공감, 함께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는 없었지만, 3장을 읽으며 저자가 의도하는 방향은 알 수 있었다. 계획이나 기획에서 끝나지 않고 실행된 결과물도 언젠가 알 수 있게 되길.

​커다란 비움이 어렵다면 작은 비움으로부터 출발하자. 아니, 왜 비워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스스로 깨닫자. 그것은 도시에 살아가며 도시를 이용하는 모든 이용계층을 위한 도시계획자의 배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여기서 잠깐 왜 비워야 할지 스스로 깨닫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우리의 생각을 털어내고 깨끗이 비워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76)

저자는 도시계획에서의 비움을 이야기했지만,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스로 비워내야 채울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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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9 / 사회과학. 환경]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최원형. 샘터. (2016)

​세상에서 모든 번뇌의 흐름을 막는 것은 조심하는 일이다. 그것이 번뇌의 흐름을 막고 그치게 한다. 그 흐름은 지혜로 막을 수 있다. <숫타니파타> (47)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남동 스틸북스 이달의 큐레이션 ‘환경, 쓰레기’ 코너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다. 요즘 나의 관심사와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이 책은 샘터 출판사에서 나오는 아우름 시리즈 중 하나이다. 깊이는 가볍지만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여건이 닿는다면 전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우름 시리즈 중 한 권을 이런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제목처럼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고 산다. 전공을 살려 직업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30여 년 동안 나를 위해 배운 것들을 이제는 좀 꺼내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적 깊이를 쌓아가는 행위가 즐거웠지만, 자기만족만을 위해 공부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전공 관련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고 나라는 사람이 가치 있음을 느꼈고 지금의 직업으로 살게 되었다.

아무튼 ‘이 땅에 태어나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지 해가 되지는 말자.’라는 생각은 환경과 생태로 이어졌다. 확고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의미 없는 삶을 살다가 사람의 식탁에 오르는 일부 식용 동물의 살덩어리가 혐오스럽게 느껴져 일부러 피하던 시절도 있었다. 쓰레기를 마구 만드는 상황도 싫고, 일회용품은 더더욱 싫었다.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버려대는 사람들이 싫었고, 이런 내가 예민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틀린 게 아님을 느꼈고,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도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뽑아대는 핸드타올이 나무 한 그루를 베어지게 하고,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조성된 숲은 생태 피라미드를 파괴하고, 생태계가 무너진다. 그렇게 무너진 환경은 다시 인간의 책임이 된다. 나는 이 책의 독자 한 명에 불과하지만,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담은 책들이 많은 사람에게 읽혀 모두가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4가지. 태양 물 식량 꿀벌 (179)

감인토, 참고 견뎌내야 할 행복, 즐거운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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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08 / 사회과학, 통일]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필요한책. (2018)

​‘현명한 선택’은 ‘생존’이 달릴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52)


어제 우연히 한 동기 녀석이 월세 500만 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길 듣게 되었다. 그 아이는 학교 공부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딴 세상 사람처럼 허공을 맴도는 이야길 했고, 학교도 적당히 출석했고, 아마 학사경고를 받았을 것이다. 부모 잘 만난 그 아이는 대충 살아도 넉넉하고 풍족하게 살고 있는데, 거의 모든 학기에 장학금을 받을 만큼 매사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며 살아왔는데, 아직도 여전히 허덕이며 살고 있음이 억울했다. 그런 분통을 누그러트리고자 맥주 한 캔을 땄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아도 더 큰 삶의 무게에 허덕이게 되는 내 삶의 쳇바퀴가 무겁고 나의 열정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의 저자 마석훈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일했고, 탈북청소년들과 생활했다. 그러한 경험을 담아 쓴 이 책. 저자의 이력만 보아도 그간의 삶이 느껴진다. 나와 비교할 수도 없이 치열하고 빡빡하고 삶을 살아왔구나! 탈북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간간이 티브이에 등장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내 주변에서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 아마 그들 역시 치열하게 티 나지 않게 남한 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머리와 마음을 치열하게 단련하며 살아온 저자는 특유의 위트로 탈북자들과 함께한 일상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가슴으로 읽어내야 할 이야기들을 피식거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실어온 강물을 품고, 싯다르타는 고행을 통해 부처가 되었다. 사람들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구원을 얻고, 분단의 상처는 우리 집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자라는 모습에서 메워진다. 자식 잃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실연을 당한 갑순이와 취직을 못 한 갑돌이가 위로를 받는다. (...) 충분히 울면 용서하는 마음도 생긴다. 같이 울고 나누면 살아갈 수 있다. 슬픔은 힘이 세다. (210)

막연했던 탈북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남한 땅에서 버티듯 살고 있는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단지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견뎌야 하는 슬픔과 아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저자 같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만큼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상대적으로 내 고민 따위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고 사사로운 고민으로 질투하는 마음을 먹은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통일의 본질은 사람의 통일이다.

많은 이들이 관심 있게 읽을 주제의 책은 아니지만,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통일을 바라는 분단된 이 땅에 사는 성인으로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살면서 탈북민을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남한과 북조선의 통일은 ‘찌질’했으면 좋겠다. 잘사는 남한과 못사는 ‘북한’의 통일은 필연적으로 재난이 된다. 따라서 어느 한쪽을 주눅 들게 하고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는 반드시 쫒아내야 한다. 남북의 통일은 서로를 존중하고 꼭 필요한 부분을 돕고 나누는 대등한 통일이길 소망한다. 못난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것처럼 남북의 통일은 허접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고 덕 보는 시골 마을 축제 같은 통일이 되길 바란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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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78 / 사회과학, 정치] 위험한 민주주의. 야스차 뭉크.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2018)

러셀은 우리의 섣부른 미래 예측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만약 과거에 일이 잘 풀렸다고 해서 그 원인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순진한 닭과 같은 꼴일 것이며, 미래에도 계속 잘될 것이라고 낙관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닭이 언젠가 세상이 끝장나리라고 예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앞으로 닥칠 변화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25)


‘위험한 민주주의의 저자 야스차 뭉크(yascha mounk)는 포퓰리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관한 연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학자이다. 그는 폴란드 부모에게 독일에서 태어났고, 현재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 제도를 강의하고 있다. (책날개 참고)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가장 흥미로운 일은 아마도 ‘정치’가 아닐까. 한 번 맛보면 절대 놓칠 수 없다는 권력이라는 것을 두고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어떤 관점을 취할 것인지 자신 혹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그것. 우리나라에서도 6월 13일에 치러진 지방선거로 지난 정권을 심판하려했지만 아리송한 부분도 있었다. 민주주의의 약점을 이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한 표의 흐름을 장악하려는 정당과 선거 관계자들의 눈치 싸움 덕에 한 시민으로서 질려버렸다. 누구든 당선된 사람이 바르게 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박근혜 정권 이후 정치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현직 교사모임인 교양 사회 교사연구회에서 만든 ‘쓸모 있는 인문 수업 정치학’(이름북, 2018)은 학창시절 교과로 배운 정치에 대한 깊이를 넓힌 기분이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를 파고든다. 권력을 얻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했던 정치가 철학, 심리, 경제 등 여러 사항으로 만들어진 표퓰리즘으로 우리의 판단을 흔들리게 만든다는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저자는 트럼프와 힐러리의 사례를 예로 들며 표퓰리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며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언급한다. 그리고 그 위기의 원인을 소셜미디어, 경제 침체, 민족 정체성으로 정리한다.

폴란드계 독일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저자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명하는 이 책 3장을 박근혜 정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눈을 비비며 책장을 앞으로 다시 넘겼다. 분명 공동 저자가 아닌데. 외국인이 보기에도 우리나라의 지난 정부가 참 어이없고 한심해 보였나 보다. 부끄러운 역사의 한 장면을 세계인들이 함께 알고 이런 책의 예로 다루었다니. 일제 치하 시기를 겪은 것도 원통한데 치욕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종적, 종교적, 경제적인 이유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우를 범했다.

그래서 결론은?
신념을 위해 싸우자.
스토아학파의 가르침을 예로 들며 알 수 없는 미래지만 신념을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서론과 본론의 전개에 비교해 결론은 모호하다. 아마도 정치는 현재진행형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렵고, 현재 나의 상황과 상관없는 일이 벌어지기 일쑤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보이지 않는 눈처럼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니 긴장하고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여기 한 사람이 깨어 있음을 알려야 한다.

어렵고 지루했지만, 이 사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민이라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천천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온갖 바람직한 것들을 민주주의 개념에 갖다 붙이려는 경향은 민주주의가 가장 정의로운 체제를 위한 용어로 남기를 바라는 철학자들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 대부분은 빈곤이나 불평등이 만연한 상황 같은 부정의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나라를 꿈꾼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민주주의의 최소 개념을 고안하려 한 정치학자들조차도 자유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의회나 법원과 같은 기관들 사이의 구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38)

러셀의 닭이 자기 체중이 4파운드에서 5파운드로 늘어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우리는 성장 없는 풍요로움이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적 역동성에 주는 영향을 예측하는데 도움 될 만한 역사적인 전례를 갖고 있지 않다. (208)

철학의 가르침에는 깊은 지혜가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매번 예측한다면 옳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실질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는 행동하지 않거나 묵인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유도할 것이다. (...) 내가 실제로 위험한 결정에 직면한다면, 나는 옳은 일을 하려는 다짐을 할 것이다.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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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59 / 사회과학, 교육학] 발도르프학교의 형태그리기 수업. 한스 루돌프 니더호이저 & 마가렛 프로리히. 도서출판 푸른씨앗. (2015)

학부 시절 교양으로 듣던 교육학 어쩌구 수업시간에 들어본 적이 있던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과연 우리의 학교 교과교육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다 흘려 보냈던 기억이 난다. 작년 겨울 유유출판사에서 출간한 ‘발도르프 공부법 강의(2017)’를 읽으며 부모와 교사가 꼭 알아야 할 교육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이 책은 발도르프 공부법 중 미술 교과, 그중에서도 ‘형태 그리기 수업’ 대해서 실물을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도서출판 푸른 씨앗의 번역팀에서 번역한 두 번째 책으로 교사에게 제안하는 ‘형태 그리기 수업’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에도 발도르프 학교가 있는데 올해로 개교 15년째에 접어드는 청계 자유 발도르프 학교가 있다. 형태 그리기는 발도르프 교육의 독특한 과목이다. 발도르프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첫 수업에서 앞으로 12년 동안 배울 모든 내용의 집약으로 직선과 곡선을 배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형태 그리기는 모든 과목과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교육 수단이다. (8)

이 책의 내용을 우리나라 정규 교육과정에 전부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형태 그리기의 요소들을 잘 이해하고 적용한다면 수학과 과학, 도덕과 같은 교과목 학습, 사회성 협동성의 발달을 가르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담임교사가 형태 그리기에 내재한 다양한 요소들을 잘 이해한다면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담임교사의 가장 큰 힘의 원천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항상 되새기면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데 있다.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나는 그것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왜 그것을 하려고 하는가? 이러한 내적 태도를 가진다면 교사는 자신에게 맡겨진 아이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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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9 / 사회과학]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 떠돌이 세입자를 위한 안내서. 한국여성민우회. 후마니타스.

월세와 전세 때문에 떠돌 수밖에 없는 20~30대 세입자를 위한 책. 사전 준비, 방을 구하고, 살고, 계약 만료까지 초보 세입자로서 어리숙한
부분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선배 세입자들의 실제 사례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수년 전 비교적 괜찮은 집에 살고 있었지만, 계약만료 시 사정상 6개월 전 집을 비웠던 적이 있었다. 나의 사정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2~3개월 후쯤 아직 내가 계약 중인, 그 빈집엘 가보니 누군가 살고 있었다. 집주인은 이중계약을 맺고 있었으면서 내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런 일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그동안의 월세를 제외한 남은 보증금만을 돌려받고 상황을 마무리했다. 물어볼 곳이 없어 인터넷을 찾아 몇몇 부동산 전문가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 돈도 안 되는데 설명하기 귀찮았겠지. 아무튼, 이 책을 그 시절 알았더라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나의 무지를 반성하며 이런 책을 이제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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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명령은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 할 때 취하는 절차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라 할지라도 이미 다음 집을 계약한 상태라 꼭 이사를 가야 할 경우에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이사를 할 때 하는 ‘임대차등기’와 달리, 임차권등기명령은 집주인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따라서 집주인에게 통지할 필요도 없다. 또 세입자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재된 후에는 월세 지급 의무가 없어지고,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내용증명)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135)

더럽고 치사하니까 부자가 되고 말지, 싶은 심정으로 돈 벌고 있지만, 부자는 아무나 하나? 개미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는 없으니 똑똑한 세입자라도 되어야지. 지금 당장 이사 계획이 있다면, 목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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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3/ 사회과학] 나르시시스트 리더. 배르벨 바르데츠키. 이지혜 옮김. 와이즈베리.



늘 잘난 척을 하고, 자신의 업적을 뽐내고 싶어 하며,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타인보다 한발 앞서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닌 경쟁적인 사람. ‘거만하다, 재수 없다’는 다양하고도 부정적인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

출처) 정신의학신문 : 신승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거나, 개인주의적인 사람들.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이 특성은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지닌 것, 숨기고 싶은 치부가 아닐까. 누구나 조금씩 지니고 있지만 과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부정적인 방향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혹은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서 36년간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왔다. 미국과 독일에서의 연구 활동을 통해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알코올, 약물 등 각종 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저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특성이 깔려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결국 '나르시시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혔다. 현재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조직과 사회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책 소개 참고)


자아존중감이 강한 사람은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지지하고 다독이며 위로할 줄 안다. 이들은 또한 믿음직스러운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다만 이들에게도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은 중요하다. 애정 어린 관심과 존중, 소속감이 결핍되면 위축되고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 반면에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끊임없이 타인에게 인정과 확인을 받으려 하며, 이에 집착한다. (20)


내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하며 책을 읽었지만, 숨기고 싶은 나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는 나르시시즘. 건강하지 않은 나의 자아가 활동할 때 드러나는 모습을 들킨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빗대어 설명한다. 안하무인식 태도에서 비치는 모습, 불편하고 거북하지만 미국이 아닌 내 주변에도 존재하는 이런 사람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불안정한 자아존중감을 지닌 탓에 자아상을 확인받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과 경탄을 얻으려 든다. 또한 기분이 쉽게 상하는 탓에 상대방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든지 하는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심사가 뒤틀린다. 이를 자신에 대한 비하나 비판이라 여기고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내적 균형을 되찾는 일,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불편한 기분을 표현하는 일에 전혀 소질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거나 파멸시키려 든다. (121)
‘나르시시스트’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어떤 개인적 경험을 가진 특정한 개인이 있을 뿐이다. (15)



짐바르도는 '평범한' 사람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루시퍼 효과'라 불렀다. (128)
짐바르도는 악이 싹틀 수 있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빈곤, 양육 과정에서의 애정결핍, 폭력의 체험, 비인간화, 전쟁, 고문, 집단학살, 여성 인신매매, 냉담함. 악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나 사소한 사실 왜곡, 정의에 대한 부정같이 작은 것에서 시작되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된다. (130)




책에서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트럼프’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읽는 내내 KBS 드라마 ‘흑기사’ 속 주인공, ‘서린’이 떠올랐다. 그녀의 어떤 경험이 그녀를 악녀로 만든 것일까, 드라마가 종영된 지금 드라마가 끝난 아쉬움보다는 서린에 대한 연민이 마음에 남는다.


출처) kbs 드라마 '흑기사' 중 서린의 의자. 이 책의 표지와도 비슷하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밝혀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우리가 존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미셸 푸코(185)

인간의 심리와 사회 문제를 냉철하게 비판하는 시선, 그리고 독일 여성이 지닌 분석적인 문체 등이 오버랩되어 수개월 전 읽었던 '혐오 사회'가 떠올랐다.


https://blog.naver.com/flowerdog314/221063910877


독일인만이 지닌 냉철한 분석력과 비평력이 부럽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갖지 못하는 무기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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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4/과학,생물학]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서민. 샘터. 아우름 25.

샘터 책은 전반적으로 가볍다. 그래서 관심이 덜한 분야나 장르의 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 교양 시리즈’, 아우름 시리즈는 약 한 달에 1권 정도 출간되며 이번엔 기생충학자 서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생충 박사 서민이 월간 샘터에 기고하던 글을 묶어 책으로 내었다. 기생충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도 기생충을 귀엽게 생각하게 되.. 진 않았다. 읽을수록 징그러워 손을 최대한 책에서 떨어뜨려 읽었다. 마치 책에 기생충이라도 있는 것처럼.




​기생충학은 기생충을 이용해서 인류에게 유익한 연구를 하는 곳이다. (54)



​기생충은 다른 동물에 빌붙어서 음식물을 얻어먹고 사는 생물체이지만 기껏해야 하루 밥풀 한톨 정도로 소식하는 생물체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웬만해선 없다. 또한 인간의 몸에 살면서 알레르기를 비롯한 각종 면역 질환을 막아주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60)



​기생충학과라는 이름을 ‘환경의생물학과’로 바꾼 곳도 있고 ‘감염생물학과’, ‘의동물학과’ 등도 기존 기생충학과가 변신한 결과물이다. (60)



이 책에 좀 더 끌림이 있던 건 2부, ‘기생충 박사의 시간’ 이었다. 요즘 글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는데 영 쉽지가 않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응용하여 매력적인 도입부 만들기’(138), ‘튼튼한 글 허리 만들기’(143), ‘여운을 주는 끝맺음’(147) 등 서민 박사가 나눠준 팁을 활용하여 블로그를 오랫동안 살려놓아야겠다.

그나저나 내일은 약국에 들러 기생충 약을 사 먹어야겠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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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2 /사회과학] 부러진 사다리. 키스 페인. 이영아 옮김. 와이즈베리.

서점을 구경하다 보면 -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서점보다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지만 -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된 책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제목과 비슷한 내용이 많다. 내용을 들춰보면 이 책과 저 책의 특별한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단지, 저자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예쁜 디자인을 가졌는지가 다를 뿐. 그래서 서점에서 홍보하는 베스트셀러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된 책에 관심 갖지 않는다. 좋아하는 검증된 출판사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저자의 프로필과 목차를 들춰보면서 나와 맞는지를 확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와이즈베리는 검증된 출판사이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누적한 ‘와이즈베리’라는 출판사의 키워드는 ‘교육, 인문, 심리’이다. 교과서를 만들던 대한교과서에서 미래엔으로, 그리고 와이즈베리와 북폴리오로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도 믿음직하고, 교과서를 만들던 곳답게 - 물론 지금도 만들고 있다. - 출간되는 모든 책이 교육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그렇지 않은 책은 거의 없겠지만, 시답잖은 책도 종종 있으니까.)

와이즈베리의 새해 신간 ‘부러진 사다리’는 자극적인 표지만큼 흥미롭다.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가 결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건 살면서 느끼고 있었지만 내가 의식하지 못한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불평등이 존재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키스 페인은 ‘왜 공정하려고 노력해도 편향될 수밖에 없는가?’, ‘왜 불평등이 심할수록 자멸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가?’ 등을 실험심리학을 이용하여 감정, 인지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있다. 심리학, 신경과학,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로 불평등이 우리를 경제적으로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 스트레스 반응, 면역 체계, 정의와 공정함 같은 도덕적 개념에 대한 시각까지 바꿔놓는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 소개 참고)

이 책이 더 흥미로운 것은 저자 키스 페인이 백인 남성이라는 점이다. 미국에 사는 백인 남성이 인종차별에 대하여 연구하고 글을 쓴 점이 신기했다. 책 표지에 있는 흑백 사진으로 당연하게 유색인종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으로 만들어지는 상대적 비교, 가난, 정치 성향, 수명, 신과 믿음, 인종차별과 소득의 불평등, 급여 등 눈에 드러나는 것부터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까지 삶의 영역 곳곳에 숨겨져 있는 불평등을 연구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모르면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무의식적 행동 패턴을 인지하게 되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면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 수 없고 필요하지도 않겠지만, ‘부러진 사다리’는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고, 생소하고 어렵지만 요 정도의 지식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느리게 정독했다. ‘헌법’에 대한 책과, ‘이타심’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 ‘부러진 사다리’를 읽으며 ‘아는 만큼 보인다.’를 실감한다. 법 없이도 살 수 있지만 법을 알면 더 잘 살 수 있었다. 불평등 따위 의식하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인지하면 더 현명하게 판단하며 살 수 있으리라. 이 책을 읽는다고 나와 우리의 불평등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낫겠지.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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