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4 / 과학, 교양과학] 창조력 코드. 마커스 드 사토이. 박유진 옮김. 북라이프. (2020)
데이터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석유다. (139)
고등학교 1학년 겨울, 문과 이과를 선택할 무렵, 미술대학을 목표로 하면서 과학과 수학 과목을 좋아하는 나는 이과반을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술 하는 사람이 왜 이과반을 가냐, 문과반을 선택해야 한다.’는 담당 교과 선생님의 말씀에 의해 문과반으로 반 편성 되었다. 말하기 쓰기보다 계산하고 추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논리적인 과정이 더 즐거운 나는 선생님의 권유가 불만스러웠지만, 반항할 용기는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분은 모더니즘적 교육관이 배어있는 전형적인 교사였다. 수학도 과학도 예술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창조력 코드’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과학과 수학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마커스 드 사토이의 신간이다. 골치 아픈 수학 말고, 수학 속 논리, 교양 과학, 교양 수학 같은 어렵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게 다루고 있다.
450 페이지로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연결이 매끄러워 자연스럽게 뒷이야기로 이어지며 읽을 수 있다. 번역자의 능숙함인지, 저자의 글솜씨인지. 아니면 둘 다 일수도. 알고리즘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두려움 덕분에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들을 거절하고, 멀리하며 살아왔다. 책을 읽으며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체를 알지 못할 땐 두렵다. 하지만 정체를 알고 나면 별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능력을 우습게 만드는 AI가 두려웠고, 미래가 무서웠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해볼 만하다는 마음이 생긴다. 인간인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나누면서 감사함도 얻고, 시련과 고난, 성취와 만족 등 인간으로서 다양한 감정과 경험은 나를 더욱 성장하게 만든다. 시키는 일을 하고 살 땐 느낄 수 없던 행복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느낀다. 그 점이 기계와 인간의 차이점이 아닐까. AI가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그걸 개발하는 인간의 성취감을 넘어서진 못할 것이다. 다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내일 종말일지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처럼 나는 내 몫의 무언가를 하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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