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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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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약돌을 던지며. 정호승 ​ 조약돌을 던지며 강무리 흘러간다는 것이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인 줄 알지 못하고 강물이 흘러가면서 자기의 모든 시간을 나에게 주고 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오늘도 저녁 강가에 나가 조약돌을 던지며 흐르는 물의 시간을 바라본다 물결 위에 눈부시게 햇살로 반짝이는 시간의 슬픈 얼굴을 바라본다 울지는 말아야지 종이배인 양 강물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당신의 신발 한짝을 따라가 다시 돌아오지 못해도 울지는 말아야지 바다로 흘러간 강물이 강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은 언제나 나의 잘못일 뿐 저녁 강가에 앉아 물새 한마리 갈대처럼 잠시 날개를 쉬는 동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강물에 멀리 조약돌을 던지며 나를 던진다. (141)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창비시선 406 ​
[책 추천]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민음사 ​ [완독 28/ 소설]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송은경 옮김. 민음사. 소설을 잘 읽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소설을 피하고, 즐겁게 읽지 못하는 이유는 ‘몰입’에 있었나 보다. 등장인물과 소설 속 이야기에 너무나 쉽게 몰입하여 그 이야기에 담긴 이야기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골 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두려웠을까? 언젠가부터 소설보다는 인문 사회 문화 관련 책만 책장에 한가득 꽂혀있다. 그렇게 소설을 회피하다가 올해 나의 목표 덕에 꾸역꾸역 읽고 있는 이 소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일본 태생의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다. 노년의 영국 집사 스티븐스가 갑작스레 주어진 여유 시간(여행)을 통해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초반부의 줄거리 - ..
[책 리뷰] 시월의 저택. 레이 브래드버리. ​ [완독 24/ 소설] 시월의 저택. 레이 브래드버리. 조호근 옮김. 폴라북스. 특이한 등장인물, 짧고 빠른 전개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속도감에 몰입하여 술술 읽어나갔지만, 많은 등장인물과 빠른 전개로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 새로운 장면과 앞뒤의 인과관계가 이해되지 않아 몇 번이나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굉장히 유명한 작가의 신작으로 알고 있는데 나의 ‘소설 공포증’ 덕분에 경직되어 리뷰와 작가 이력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평소의 나라면 책을 다 읽고 곱씹을 거리를 되새김질하면서 보는 것인데, 도대체 이해하기가 어려워 작가 이력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저자 레이 브래드버리(1920~2011)는 70여 년 간 약 300여 편의 단편 소설을 쓴 ‘단편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미국 작가이다. 서정적 과학소..
[책 리뷰]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 ​ ​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 창비시선 326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풍경 속의 그늘 월롱역에서 기차를 타고 신촌까지 오는 동안 눈곱도 안 뗀 어린것의 눈망울 같은 숲을 보았습니다 비탈진 철둑에 떼지어 앉아 불은 젖을 꺼내던 엉겅퀴들 옥수수밭 고랑을 쏜살같이 내달리는 장끼도 보았습니다 언제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