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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 창비시선 326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풍경 속의 그늘

월롱역에서 기차를 타고 신촌까지 오는 동안 눈곱도 안 뗀 어린것의 눈망울 같은 숲을 보았습니다 비탈진 철둑에 떼지어 앉아 불은 젖을 꺼내던 엉겅퀴들 옥수수밭 고랑을 쏜살같이 내달리는 장끼도 보았습니다 언제 저런 풍경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나 깜짝 당혹스러웠으나 모른 체 무릎을 세웠습니다 발목 한쪽을 내준 날을 자리에 깐 이들은 철길 옆에 쑥갓꽃처럼 흰나비를 데리고 있었습니다 벼랑에 내몰지 못해 안달했던 날들 덜컹거리며 기차는 달리고 당신이 보고 싶어 입술에 생긴 물집이 으깨지도록 어금니를 꽉 깨물었습니다 오래오래 내 곁에 머물 당신께 이별이 더 많이 적힌 가슴을 오려 보내고 싶었습니다


- 창비시선 397 이병초 시집 ‘까치독사’

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