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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8/ 소설]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송은경 옮김. 민음사.

소설을 잘 읽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소설을 피하고, 즐겁게 읽지 못하는 이유는 ‘몰입’에 있었나 보다. 등장인물과 소설 속 이야기에 너무나 쉽게 몰입하여 그 이야기에 담긴 이야기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골
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두려웠을까? 언젠가부터 소설보다는 인문 사회 문화 관련 책만 책장에 한가득 꽂혀있다. 그렇게 소설을 회피하다가 올해 나의 목표 덕에 꾸역꾸역 읽고 있는 이 소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일본 태생의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다.

노년의 영국 집사 스티븐스가 갑작스레 주어진 여유 시간(여행)을 통해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초반부의 줄거리 -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는 부분과 과거 본인이 업무(집사의 일)을 얼마나 노련하게 처리하였는지 설명하는 부분 - 덕분에 헷갈리고 재미없어 같은 구절을 여러 번 읽어나갔다. 소설이 쉽지 않은 내겐 이 책이 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대표작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1/2을 읽고 잠깐 쉬고, 쉽고 유쾌한 소설 ‘시월의 저택’을 읽으며 소설을 대할 때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머지 1/2을 도전했는데, 한나절 만에 전부 읽을 만큼 몰입해버렸다.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

집사라는 직업이 주는 책임감과 희생,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 등은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남자 주인공 최도경네 집의 집사인 ‘민 부장’과 비교해볼 수 있다. 눈에 띄지 않게 집안일 모든 것을 파악하고 대소사를 관리하는 일. 모든 일이 주인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일. 드라마 속 집사와 소설 속 집사는 비슷한 듯 다르지만,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삶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답답했다. (민 부장도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답답한 짓을 하고 있다. 스티븐스도 마찬가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해져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자기 생각이나 생활 따위 없이 그저 주인을 위해 일하며 주인의 만족에 보람을 느끼는 한 사람. 무식하리만치 묵묵한 주인공 스티븐스는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았기에 어쩔 수 없는 그의 인생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삶에 소극적인가 싶다가도 자신과 부친의 삶이 그러했듯,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충직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와 대비되는 인물 켄턴 양과 새 주인 패러데이와 애매하게 관계 맺는 모습을 통해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내가 보여 부끄러웠다.

노년에 주어진 그 여행을 통해 그는 무언가를 느꼈을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다시 본인만의 삶으로 돌아가겠지. 그저 그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저녁은 과연 아름다운가?


소설과 내 삶을 비유하여 끈적거리는 무언가를 스스로 느끼게 되기에 명작을 읽는 건가. 겉으로 드러난 쉽고 재미있는 책을 즐겨 읽던 내 독서 습관을 반성하는 의미 있는 책이 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 고전이나 문학을 좀 더 관심 갖고 들여다봐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책.




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