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
아침잠이 길어지면 으레 꿈을 꾼다. 예지몽 같은 게 아닌, 수면의 질이 얕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의미 없는 꿈이지만 꿈 자체를 믿는 편인 나는 그 개꿈조차도 의미부여 하게 된다. 이상하고 찜찜했지만 조금 그리웠던 감정의 꿈을 꾸다가 잠시 깼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잠들어 새 꿈을 꾸었는데 그 내용이 참 현재 감정 상태를 반영한 듯 불안하기도 하고 변화가 필요하기도 한 요즘의 업무를 대하는 내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운 그 상황에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상황에 직면해 당황하던 꿈속 내 모습이 아쉽기도 하고, 진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떨까 철렁하기도 하고.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하고 싶은 얼토당토않은 이 마음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듯이 바라는 대로만 꿈을 꿀 수 없다. 마음먹기는 내 나름이지만 잠들면서 무의식이 그리는 그 꿈은 아무리 바라고 또 바래도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다. 한때는 그 꿈에 집착하여 어제 꿨던 그 꿈과 이어지는 내용의 꿈을 꾸길 바라는 마음에 자기 전에 꿈꾸는 바를 그리며 잠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드라마처럼 내용이 이어지는 꿈을 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욕심 그 자체일 뿐, 꿈은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먼지 같은 무의식중 하나가 슬쩍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일 뿐. 그걸 알면서도 오늘도 나는 어젯밤, 아니 오늘 아침에 꾼 그 꿈에 집착한다. 누군가가 나를 살뜰히 아끼던 그 꿈,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로부터 침범당한 그 꿈이 실제 상황이라면?
연이어 꾼 두 꿈의 공통점이라면 불안한 나의 마음이다. 현실에선 온화한 척 다짐하고 포장하지만 내 안에선 그렇지 못한가 보다.
무의식을 내 맘대로 다룰 수는 없으니까 깨어있을 동안엔 의지를 갖추고 괜찮다고, 충분히 행복하다고 맑은 정신을 그려가야겠다. 석연치 않은 방법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덜 불안할 테니. 전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니까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