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일상

[일상] 온도계



온도계

어릴 적 학교 앞에 있던 온도계와 방향계. 경비실보다 작은 나무집 같은 곳에 작은 울타리 속에 걸려있던 그 온도계. 과학실이나 어린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늘 있던 그 온도계를 못 본 지 오래다. 요즘은 핸드폰이 만능이라 뭐든 그 안에 다 있으니까 쓰임을 갖고 있던 물건들이 사라지고 있다. 쓸모를 가진 물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치 나도 쓸모가 없어지면 사라져야 할까 봐, 내 존재와 겹쳐 별 것 아닌 온도계를 떠올리며 아쉬운 감정이 교차한다.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는데 하나하나 신경 쓰이는 걸 보니 나이 듦을 느낀다. 나이 들면 관심사가 넓어지는 건가, 걱정이 많아지는 건가. 뭐 하나 하려 하면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내게 보인다. 큰 의미 두지 않고 한 귀로 흘려버리던 할머니의 그 말씀들에 사랑이 담겨있었다는 걸 온도계를 떠올리며 느낀다.

온도계와 할머니라니, 주말에 할머니를 뵈러 갈 생각으로 떠올리는 나의 할머니의 따스함. 오늘 따뜻했던 날씨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반응형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그리다  (0) 2018.03.16
[일상] 오늘도  (0) 2018.03.15
[일상] 아무렇지 않게  (0) 2018.03.13
[일상] 반하다  (0) 2018.03.12
[일상] 집중  (0) 2018.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