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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

[책 추천] 지식인, 세상을 만나다.


[완독 49 / 인문학]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 완웨이강. 이지은 옮김. 애플북스.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말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소설이나 에세이 말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다른 문화, 생각, 사고방식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주기에 충분했다. 완웨이강은 중국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물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이다. 다양한 학문을 넘나드는 지식, 유연한 사고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성적, 과학적 사유에 바탕을 둔 글을 쓴다. (책날개 참고) 이과형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사를 담은,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는 중국인이지만 중국과 미국에서 터득한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의 글을 담고 있다.

내 마음과 딱 맞는 인문학책을 찾기 어렵다. 책도 너무 많고, 사람들 개인차도 있다 보니 나와 딱 맞는 책을 찾기는 서울 밤하늘에서 진짜 별 찾기만큼 쉽지가 않다. 지식만 가득하여 너무 어려운 책도 있고, 수박 겉핥기처럼 가벼운 지식만 가득하여 지루한 책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와 궁합이 잘 맞았다. 원작자의 글이 좋았는지 번역자의 능력이 좋았는지 두꺼운 무게에 비교해 비교적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1장은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2장에서는 교육과 빅데이터 등을, 3장은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을, 4장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이공계 전문가가 바라보는 사회문제들에 관한 이야기로, 객관적이며 분석적이다. 동양사상의 메카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물리학자인 저자가 서구 교육 시스템을 받으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엮었다. 이렇다 저렇다는 결과론적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복잡한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나침반 같은 중심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시대의 지식인(지혜지)의 가장 기본적인 교훈은 고슴도치가 아닌 여우가 되어야 한다. (...) 세상은 의견과 생각을 제공해줄 수많은 고슴도치를 항상 필요로 하지만, 과학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고슴도치의 역할은 바람잡이나 도구에 불과하다. 여우야말로 날로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 (20)

저자가 이야기하는 ‘지식인’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 지식인을 말한다. 결국 여기나 거기나 사람 사는 덴 다 똑같고 모든 것은 사람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경제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야 한다. 주위의 흔들림에 영향받지 않으려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현대 지식인의 이야기지만 고전문학 같은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자기계발서와 같이 선택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 책이 좋았다.



국가는 가정이 아니다. (57)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편의 역시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얻게 되는 편의가 오염이나 교통체증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당신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다. (67)




학교에서 양성된 학생들은 모두 ‘섬세한 이기주의자’다. (175)

똑똑한 학생에게 명문대 진학 여부는 삶에 결코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어느 길을 가든지 성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번 선택에서 배제된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만큼 사회는 충분히 복잡하고 시장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 푸단대학교가 아닌 중난대학교에 간다고 해서 미래 소득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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